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의 위치였다. 간혹 마약류를 이용하다가 검거돼 뉴스의 인물로 떠오른 적은 있지만 일부 일탈의 행위로 보았을 뿐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되지는 않았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2023년 마약 사범이 2만 7,611명으로, 우리나라도 역대 최초로 마약 사범이 2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로나 접했던 '마약'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현실로 다가온 국가적 난제로 떠오른 셈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마약이 들어온 것은 청나라 말기인 19세기 무렵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전에는 소량이 약재로만 사용되었을 뿐 우리 국민들은 마약의 마수에 빠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일본이나 서양 제국주의가 우리에게 마수를 뻗치면서 서서히 마약이 우리 사회에 침투해 들어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것도 아니라 아마 문호 개방 이전까지는 얼씬도 하지 못하다가 일제에 의해 강제로 문이 열리면서 청으로부터 마약이 함께 유입되었던 것 같다.
얼마 전 미국의 마약 문제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을 TV로 통해 시청하다가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기억에 펜실바니아주 필라델피아였다. 도시를 걷는 사람들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걸음걸이(걸음이라기보다 곧 넘어질 듯 위태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한때 영화에서 붐을 탔던 '좀비'의 걸음걸이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마약 중독자들은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아 영상으로만 보여지는 환각에 시달리는 모습만 보았지, 약 기운이 떨어진 환자들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으며, 마약의 무서운 폐해 실상을 줘 큰 충격을 받았다. 많은 국민들이 보았는지 어느새 '필라델피아 좀비'란 별칭까지 퍼져 있었다.
이 책 『마약, 중독의 시대를 말하다』는 우리나라 마약 사용 실상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널리 퍼져 있는 데서 예방 차원에서 집필된 것으로 보인다. 이젠 실제 마약 범죄자를 잡아들여 처벌함으로써 마약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저지선이 무너진 데서 출간된 것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이젠 어떤 유명인의 일탈이나 의학적 이유에서 사용되는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관계자들은 진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흔히 회자되는 아편, 필로폰 등 강력한 중독성 물질로 분류되는 마약에 대해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마약이 더 강력한 독성 물질로 진화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마약 중독 증세를 보이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어서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사회적 문제를 넘어서 국가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서 사태의 심각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커피, 담배, 술도 모두 중독성 약물로 분류된다. 한번 접하기 시작하면 뇌에 작동하는 주도권이 약물에 넘어가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중독성 약물의 특징이다. 커피, 담배, 술은 다른 중독성 약물을 사용하는 게이트로 작용할 수 있어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른 약물을 사용하는 허들이 낮아지고, 마약류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마약류의 상호 상승 작용에 노출되어 있다는 현실을 바탕으로 마약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켜내야 하는 국가적 사업으로 다루어져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 독자로서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일상을 파고든 중독성 약물〉, 2장 〈의료용 마약이 더 위험하다!〉, 3장 〈나도 모르는 사이 노출될 수 있는 불법 마약류〉, 4장 〈마약, 이제는 정말 끊어내야 할 때입니다〉 등이다. 1장에서는 일상을 파고든 중독성 약물인 커피, 담배, 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커피, 담배, 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죄의식 없이 상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중독성 물질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심각한 상황은 일으키지 않은 데서 불법화하지 않은 물질들이다. 그러나 의학계는 이들 중독성 물질에 쉽게 빠지거나 현재 중독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면 마약 중독에도 쉽게 빠질 수 있다고 밝혀냄으로써 국가적 유해 물질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마약 중독 상태로 쉽게 전화될 수 있는 요건에 노출된 사람을 사전에 마약으로부터 차단하는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2장에서는 수면제, 식욕억제제, 진통제 등 의료용 마약의 위험성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 노출될 수 있는 불법 마약류, 즉 헤로인과 코카인, 필로폰, 대마 등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마약류에 관한 처벌 및 예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중독성 약물을 제대로 알아야 마약의 유혹이라는 더 큰 함정에 빠졌을 때 확실히 벗어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아직도 대한민국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우리나라 마약 사용자는 얼마나 되는지 산출해 낸다. 이때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용자 수는 파악할 수 없지만 대략이라도 알기 위해서는 '암수율'을 적용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약 사용은 범죄이기 때문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범죄 단속반은 마약을 사용하는 것을 숨기려 하고, 실제 체포 직전에 어떤 수단을 써서 체포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 누구든지 감옥에 가는 것을 싫어할 때니까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마약에 아직 취해 있는 자는 검거에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붙잡는다고 알려지고 있다. 극한의 상항에서는 죽음도 불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의 경우 마약 사용자는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삶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어 주위 가까운 사람도 고발을 하는 등 적극적 대응보다는 미온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체포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쉽게 추정된다.
전문가들이 암수율을 적용해 산출한 우리나라 마약 사용자는 마약류 범죄로 10명이 잡혔다면, 실제로는 범죄자가 286명이 존재한다는 심각한 결론에 이른다. 2019년 한 조사팀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마약류 범죄 암수율이 28.57배로 밝혀졌다. 이 암수율을 적용시켜 앞서 286명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 암수율을 2023년 대검찰청이 밝힌 〈마약류 범죄 백서〉에 의한 2023년 마약 사범 2만 7,611명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마약 사용자는 78만 8,846명으로 추산된다. 이 백서는 우리나라 마약류 사용자 검거 사상 역대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철저한 조사와 연구, 계획 등을 세워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과 검거, 치료에까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판단이 독자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뿐 아니라 비만 치료제인 펜터민까지, 구하고자 하면 마약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중독성 약물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마약 중독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의 이야기다. 제대로 알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이 책이 쓰여져야 하는 이유와 우리나라의 마약 사용자 실태, 날로 진화되는 마약의 종류,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마약류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필요에 의해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늦출 수도, 늦춰서도 안 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는 마약 문제를 관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또 호기심의 대상이 아님을 청소년들에게 주지시키는 합목적성에도 충실하게 집필된 책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독자가 마약에 워낙 무지해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두 번째 문제로 미뤄놓더라도 심각한 우리 사회 실태를 적확하게 짚어냈다는 데 필요한 책이라고 전폭 공감한다. 특히 다른 중독성 물질인 커피, 담배, 술 등과의 연관성이나 중독되는 과정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에게 빠르게 이해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이를 테면 2장 〈의료용 마약이 더 위험하다!〉에서는 「마약류는 무엇일까요?」「마약성 진통제가 마약 중독을 유발한다고요?」「진통제가 마약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요?」「뼈말라족이지만 식욕억제제를 끊을 수 없어요」「연예인들은 왜 프로포폴에 빠질까요?」「집중력을 높이려고 약을 먹는다고요?」「감기약에 마약류가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마약류인데 마약이 아닌 약이 있다고요?」 등의 세부 항목에는 진솔하게 서술함으로써 마약류에 대한 무지뿐만 아니라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독자들로부터 큰 설득력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세부 항목 「마약류는 무엇일까요?」에서 저자는 마약류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함으로써 독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마약을 사용하고 나면 몸으로 느끼는 통증이 줄어들고 운동 신경은 무뎌지며, 환각작용 등으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진다. 얼마 전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필라델피아 좀비'를 떠올린다면 이 뜻이 더 잘 이해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략) 아편은 뇌를 억제하며 환각을 일으키는 마약류이다. 그 때문에 아편을 사용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 몸이 마비되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그 추한 모습을 사용자는 죽을 때까지 알 수 없겠지만, '마약'과 'narcotics'는 말이 처음에 사용되었을 때는 아편과 같이 진정과 환각작용이 있는 약물을 말했을 것이다. 혹자는 아편이 진정한 '마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약은 단순히 몸만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의존을 일으키면서, 경제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면서, 사회적으로 공동체를 파괴함으로써 마비를 일으킨다.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사용한 '마약'은 결국 인생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p.71~72)

「뼈말라족이지만 식욕억제제를 끊을 수 없어요」에서 저자는 다이어트하는 데 필요한 약인 식욕억제제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데서 사회적 책임이 있음을 환기시킨다. 분명 식욕억제제는 체중을 감량하는 데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인다. 이 때문에 한번 약에 의존해서 체중을 감량한 사람들은 약을 끊은 뒤에도 체중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다시 약을 먹고 체중을 줄이고 싶어 하게 된다. 힘들게 운동하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함정이다.
저자는 알코올 중독의 무서움을 말하면서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약 중독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 중의 하나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알코올 중독이 무서운 것은 술을 어디에서든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인데, 디에타민도 마찬가지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선 통계에서 식욕억제제를 1인당 1년에 161정을 복용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양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 약국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식욕억제제 복용 환자 중에 굉장히 마른 체형의 환자가 있었는데, 약사가 이 환자에게 약을 주면서 식욕억제제를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을 말해줬는데 환자는 한숨을 쉬며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환자는 '약을 중단하면 무기력하고 의욕이 상실되며 너무 몸이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다. 약을 계속 먹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더라는 것이다.
저자는 문제는 많은 사람이 마약이나 향정신성 약물 등 중독성 약물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마약은 스스로 끊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 처벌로 끝날 게 아니라, 치료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방 교육이다. 철저한 예방 교육만이 마약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기초적인 예방 정보는 수없이 많다. 또 원한다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것은 확실한 예방뿐이라는 점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졸피뎀 역시 벤조디아제핀류로 가바 수용체에 작용해 수면 효과를 내는 약물입니다. 수면 유도 효과가 매우 빠르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숙취 현상(잠이 덜 깨고 어지러운 현상)이 덜하므로 많은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어요. 하지만 졸피뎀의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내성이 쉽게 생긴다는 것입니다. 내성은 처음 약물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하죠. 처음에 잠이 좀 잘 안 와서 약을 복용 하기 시작하지만, 결국 약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는 강한 의존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졸피뎀을 복용하고 난 뒤 단기 기억이 없어지는 증상은 정말 심각할 정도입니다.(p.111)
저자 : 배현
2010년부터 10년 넘게 분당에서 밝은미소약국을 운영 중인 현직 약사.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교육위원회 위원장, 약국한약제제연구회 회장, 헬스경향 자문위원, 약사OTC연구모임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헬스경향>, <건강다이제스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네이버 포스트>, <경기도약사회지> 등에서 칼럼을 연재했고, 약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약물·건강 강의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를 통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약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친절하게 알려 준다. 약사는 약 전문가로서 대중의 약 선택과 복용의 헬퍼 역할을 해야 하며, 올바른 정보 전달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몸을 위한 최선 셀프메디케이션』, 『알면 약이 되는 약 이야기』, 공저로는 『약사가 말하는 약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