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기본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이정미 옮김 / 로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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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철학의 기본』은 표제어대로 철학 입문서이다. 그렇다면 '철학의 기본'이란 무엇일까? 저자 오카모토 유이치로는 책의 〈서문〉을 통해 철학의 정의로부터 접근해 들어간다. "철학은 사물을 바라볼 때 넓은 시야와 긴 안목으로 접근한다. 매일 벌어지는 사건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이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 되묻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경을 써보게끔 도와준다. 조금 느리고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변할 때일수록 이러한 철학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이 책이 2500년 동안 철학(서양 철학)이 제안해 온 새로운 사고의 안경을 소개한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철학사의 대표 사상가들의 관점을 100가지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여, 철학의 기본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오랜 기간 철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저자가 철학자들의 사상을 10개의 테마(인간, 지식, 도덕, 행복, 종교, 세계, 자연, 제도, 사회, 역사)로 분류하고 모두 100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했다. 철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으며,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철학사를 현대의 독자도 공감할 수 있도록 친근한 글로 풀어 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의 최종 목표는 독자 스스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데 있다는 저자의 말은, 철학이 단순히 듣고 보고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해 얻은 지혜를 얻는것이라고 집필 취지를 소개하고 있다. 즉 '철학하기'란, "나도 모르게 잊고 지냈던 근원적 질문들에 대해 새삼 고쳐묻는 행위"를 이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정의', '행복', '자유'와 같은 개념을 스스로 다시 질문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익숙하게 여겼던 생각 하나를 의심해보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한층 넓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하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 길을 택했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스스로 ‘철학하기’를 실천하다 보면,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3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각 파트에는 3~4개의 장(章)이 들어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모두 10개의 장이 있다. 각 장에는 장의 가장 앞 부분에 키워드에 대한 정의(定義)를 확립하고(Introduction), 각각 9개씩의 배이직(basic, 기본항목)을 더해 10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Part1 〈인생의 본질을 알다〉

Introduction 「철학 : 철학이란 무엇인가」, Chapter1 「인간 : 인간이란 무엇인가」, Chapter2 「지식 : 무엇을 알 수 있는가」, Chapter3 「도덕 :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Chapter4 「행복 : 무엇을 원해야 바람직한가」

Part2 〈진리를 탐구하다〉

Chapter5 「종교 : 무엇을 믿어야 할까」, Chapter6 「세계 : 세계는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 Chapter7 「자연 : 자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Part3 〈정답 없는 세상을 살아가다〉

Chapter8 「제도 : 보이는 제도, 보이지 않는 제도」, Chapter9 「사회 : 타인과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 Chapter10 「역사 :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게끔 구성되어 있으나, 각 장은 같은 테마로 묶여 있으니 연속해서 읽기를 저자는 권유하고 있다. 또 테마를 다룰 때는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논쟁이 된 부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덧붙였다. 이렇게 해서 테마의 논점이 확실해지도록 유도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의 핵심은 ‘개념’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보이는 것 너머의 본질), 니체의 ‘니힐리즘’(가치의 붕괴와 재창조), 벤담의 ‘공리주의’(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등, 철학자들은 각기 독창적인 ‘사고의 안경’을 제시해 왔다. 우리는 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그들이 만든 철학의 안경을 통해 익숙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를 테면 공리주의는 비용-편익 분석, 의료 자원 배분, 복지 정책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원칙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소수자 권리 침해, 사회적 약자 보호 등 공정성의 한계에 직면하기도 한다. 실존주의는 자기 주도적 진로 선택, 자기실현, 진정성 있는 삶의 추구 등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을 강조하지만, 때로는 극단적 개인주의와 사회적 연대 약화의 위험이 지적된다. 삶과 도덕의 본질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관점은 대립만이 아니라, 현실의 맥락에 따라 보완적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 한편, 니체는 19세기 말 전통적 가치의 붕괴와 함께 허무주의의 확산을 예견했다. 그의 통찰은 의미 상실, 가치 혼란, 소비주의, 개인주의, 도덕적 상대주의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니체는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 창조와 자기 긍정, 주체적 삶의 태도를 강조했다.

이처럼 이 책 『철학의 기본』에 등장하는 과거 철학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각자 자기 삶의 기준과 의미를 주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철학의 안경을 쓰고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는 경험은,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현명하게 사고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혜를 키워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1장의 키워드는 '철학'이다. Introduction의 제목이 「철학 : 철학이란 무엇인가」이다. 철학의 의미와 정체를 말하는 기본서(개론)에 들어가면 으레 첫머리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이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철학자의 수만큼 다양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것이 철학이다'라고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철학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관점들을 살펴보며 철학의 다양성을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저자가 철학을 하며 살펴보니 철학에도 몇 가지 공통적이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철학의 근원성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철학은 종종 전제 그 자체를 의심하는 활동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양한 학문, 전통적 사고방식, 일상생활 속 상식 등 보통은 명백한 사실로서 받아들이고 의심하지 않던 일에 굳이 의문을 품는 것이다. 끝없는 의심이 연속되다 보니 때로는 철학자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저자는 데카르트의 실례를 들며 '의심'이 철학의 대전제임을 풀어쓰고 있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이 '꿈'이거나, 광인의 '망상'일지 모른다고 언급하면서 자신의 사고를 철저하게 집중해 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지나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므로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킬 필요가 있다. 여하튼 당연하다고 여기는 전제를 근본적으로 의심하는 태도가 바로 모든 철학의 공통적인 특징"(p.22)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 다른 철학의 공통점으로 저자는 '사고의 치밀함'을 꼽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아이디어나 퍼스펙티브*가 생기면 이에 맞는 개념(콘셉트)를 형성한다. 이후 모든 것을 그 개념에 맞춰 세세하게 실피려고 하는데, 이때 보통 사람은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하지만 철학자는 끝까지 자신의 관점을 밀고 나간다. 과거 철학자들의 책을 읽으면 좋든 싫든 그 사고의 치밀함에서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공통점의 근거다.

저자는 철학자의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개념에서 시작된, 생각지도 못한 관점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만나게 된다고 경험을 털어놓는다. 철학의 역사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보물 창고와 같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철학사 역시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스스로 '철학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퍼스팩티브 : 철학자 니체가 제창한 용어. 인간의 인식은 항상 일정한 입장과 관점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개념으로, 미술의 원근법이 대표적인 예이다.(저자 주)


앞서 언급한 대로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철학' 말고 '철학하기'를 배운다는 의미다. 우리는 흔히 '철학' 하면 왠지 어려워 보이는 '~주의'나 '~설' 혹은 외국어 이름이 잔뜩 나오다 보니 암기해야 하는 학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 저자는 임마누엘 칸트를 떠올릴 것을 권유한다. 책에 따르면 칸트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으로서의 '철학(philosophie)'과 스스로 사고하는 행위로서의 '철학하기(philosophieren)'를 구분하여 "인간은 철학을 배울 수 없다. (중략) 다만, 철학하기를 배울 수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단순히 철학적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머리를 써서 철학적으로 사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미국에서 활약 중인 철학자 토마스 네이글의 말을 인용한다. "14세 정도가 되면 많은 사람이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말한 점을 들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낀 적에 대한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누군가와 어울리기도 불편해진다. 그러다가 또 '나와 타인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런 생각을 반복하면서 질문은 점점 더 치밀해진다. "아니,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게 뭐지?", "그 전에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까?처럼 자꾸 깊이 파고들게 된다. 이런 근원적인 질문들은 시간이 지나면 보통 망각된다. 하지만 잊었다고 의문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때때로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질문이 확장되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잊고 지냈던 근원적인 질문들에 대해 새삼 고쳐묻는 행위가 곧 '철학하기'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와 함께 철학의 목적은 과거의 철학자가 만들어 놓은 학설을 배우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철학자의 책을 읽어야 할까? 저자는 서서히 답변에 가까워지게 실례를 들어가며 '철학하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철학자의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역시 비슷한 생각이나 경험을 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독자들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이를 '유사 경험'이라고 한다. 곧 이어 저자는 데카르트가 "감각으로 인식된 모든 것은 오류의 여지가 있으므로 믿기를 보류하자"고 했을 때, 많은 이가 자신의 유사 경험을 토대로 그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한다. 

** 임마누엘 칸트, 『칸트 전집 13 논리학 교육론』 이엽 역, 한길사, 2021과 『순수이성비판』 정명오 역, 동서문화사, 2016(저자 주)



데카르트의 설명을 읽으며 그의 의견에 납득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이러한 과정에서 철학자가 던진 질문을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자들은 철학자의 생각을 통해 스스로 사고하며, 나름대로의 '철학하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출판사 측의 소개글을 인용해 덧붙인다.


"급변하는 세상 앞에서 우리는 종종 혼란을 느끼곤 한다. 특히 2025년의 대한민국은 사회 변화와 불확실성으로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관점을 확고히 하고 늘 깨어 있기 위해서는 ‘철학하기’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그 근거를 따져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유민주주의’, ‘정의’, ‘도덕’, ‘평등’과 같은 고전 개념을 다시 생각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철학의 기본』의 저자는 수십 년간 대학과 현장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복잡한 철학을 쉽고 명쾌하게 전달해왔다. 이 책에서는 2500년 철학사를 10가지 테마로 나누어 100가지 질문을 던지며, 철학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철학하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철학하기를 통해 자신만의 기준과 통찰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정답 없는 세상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힘이 된다."


저자 : 오카모토 유이치로(おかもと ゆういちろう, 岡本 裕一朗)


1954년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났다. 규슈대학대학원 문학연구과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는 타마가와대학 문학부 교수로 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친다. 서양의 근현대사상을 전공으로 하지만 관심 영역이 넓어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한다. 어려워 보이는 사상을 우리 삶과 연결시켜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 탁월하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려면 지엽적이 아닌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세계 지성들의 사상을 한데 모은 이 책을 저술했고, 곧 돌풍을 일으키며 일본 아마존 사상 분야 1위에 올랐다. 국내 번역된 책으로는 《현대 철학 로드맵》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 사상사》 《현대 사회를 읽는 질문 8》이 있다.


역자 : 이정미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교양 도서의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제22회 한국번역가협회 신인번역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바른번역에서 일어 출판번역 전 과정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70세의 정답』, 『알아두면 돈이 되는 브랜딩』, 『프로세스 이코노미』,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떤 루틴으로 일할까』, 『일 잘하는 팀을 만드는 리플렉션의 힘』,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마라』, 『야근은 하기 싫은데 일은 잘하고 싶다』, 『뭐든 잘 되는 회사의 회의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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