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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짓눌린 영혼에게 길은 남아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평점 :

[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고전 명작으로 손꼽히는 성장소설이다. 한 재능 있는 소년, 한스를 통해 가정과 사회의 강요된 기대 속에서 점차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인공 한스가 모범생이라는 이름 아래 짓눌린 감정을 스스로 억누른 채 제도권 교육의 틀 속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는 모습을 그려내 당시 고정화된 독일 사회와 교육에 메스를 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스는 제도권 틀 속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당시 독일 사회와 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인 헤르만 헤세가 지방 소도시에서 학교 다닐 때 겪었던 부조리한 사회나 제도를 들춰내 메스를 가한 비판적 소설이기도 하다. 신학교에 입학한 한스 기벤라트는 학문의 길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유를 포기하고, 어른들이 원하는 삶을 살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결국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간다.
이야기는 한스의 열정과 희망으로 시작되지만, 차가운 현실은 그를 순식간에 삼켜버린다. 한때는 강가에서 낚시를 하며 자유를 만끽하던 소년이 어느새 신학교의 엄격한 규율 속에 갇히고, 오직 성적과 학문적 성취만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세계에서 점차 길을 잃는다.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는 유일한 위안이 되지만, 그마저도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 앞에서 끝내 멀어지고 만다. 남겨진 것은 피로와 허무, 그리고 조용한 절망뿐이다.

가 수록되어 독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몄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소년이 책상 앞에서 몰두하는 모습, 신학교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의 긴장감, 낚싯대를 드리우며 마지막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 마울브론 신학교의 차가운 풍경, 호숫가에서 나눈 친구와의 대화, 교실에서 터져버린 감정, 착즙기를 돌리며 피어오른 감각, 그리고 공방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장면들은 한스의 성장과 붕괴,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강물 위를 떠내려가는 소년의 모습은 그가 끝내 도달한 곳이 어디인지 묻게 만든다. 출판사 측은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러고 설명한다. 이것은 사라지는 한 인간에 대한 기록이며, 우리가 쉽게 놓쳐버리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분석은 헤르만 헤세가 유대인 탄압을 피해 독일에서 스위스로 망명한 사실에서 추론해 낸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당시 독일은 과학기술의 최고 위치에 있어 이른바 '독일 전성시대'를 열려는 시기였다. 그러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모두 패함으로써 세계 패권은 미국에게 넘겨주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모두 잘 아는 아인슈타인 등 많은 독일 학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 등으로 망명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때 망명한 사람들은 모두 유대인들이었다는 공통점에서도 일치한다.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가던 한 소년이 끝내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이 고전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한스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또 다른 한스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성찰해 볼 때다.
이 소설은 헤르만 헤세가 신학교에 들어가 교육받았은 경험을 통해 당시 받았던 내면의 상처를 바탕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서 촉망받는 인재로 아버지의 기대와 지역 어른들의 기대주로 촉망받았고, 아버지의 뜻대로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다. 이후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헤르만 헤세는 총명하고 성실한 학생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삶은 ‘재능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삶’이었다. 작중 주인공 한스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고 풀이된다. 당시 유럽 사회는 어린이들과 청소년 교육에 구시대적 관습을 따랐으며, 종교와 정형화된 사회 구조로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기대는 그들의 성장 과정에서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존 사회에 결국 융화되지 못하고 내면은 점차 피폐해지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헤세는 이 작품을 통해 경쟁 중심의 교육, 폐쇄적인 학교 시스템, 자율성과 감정이 억압된 청소년기를 신랄하게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한스는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삶의 기쁨을 잃어가고, 낚싯대를 드리우며 자연과 교감하던 시절의 행복했던 자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신학교라는 거대한 체제 속에서 소년은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마저 사회의 잣대에 의해 멀어진다. 결국 한스는 세상의 ‘기대에 부응한 죄’로 서서히 무너져간다.
이 때문에 출판사 측에서는 이 작품이 단지 성장의 실패를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제도적 폭력 앞에 무력하게 희생되는 영혼에 대한 애도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도 우리 삶과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유교적 폐습을 발전적 변화로 풀어내지 못하고 답습한 결과 나라를 빼앗기는 설움을 당했다고 풀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유교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유교의 악습이나 변화되는 사회에 맞지 않는 구습을 떨쳐내지 못한 조선과 구한말 우리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다. 그렇다면 산업화와 민주화된 사회에서 경제 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과연 아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는가? 진정으로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이 존재하는가?를 되돌아볼 때라고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느끼고 있다. 왜 세대 갈등이 사회의 문제로 떠올랐는가에 대해 기성 세대들의 반성이 필요한 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작품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이야기는 지나간 시절의 것이 아니다. 한스의 고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으며, 여전히 누군가는 그 ‘기대’ 속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 책은 한 소년이 사라지는 과정을 기록하며, 동시에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라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과거에 하지 못햇다면 과연 지금은 할 수 있을까? 중년의 나이이자 기성 세대인 독자가 청소년 성장소설로 알려진 이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느낀 감정이다.
사실 전쟁으로 유럽 사회를 손아귀에 넣으려 했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영토마저 분단됐다. 로마 제국의 영광을 다시 세우려는 꿈을 꾼 독일의 도전 방식은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변화된 사회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아시아를 제패하려던 일본의 꿈과 너무나 닮았기에 독자로서 독일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러나 패전 후 독일은 철저한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소련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면서 독일은 다시 통일됐다. 세계대전 후 강대국에 의해 분단된 나라 중 이제 우리 한반도만 남았다. 독일은 이 작품의 주인공 한스의 내면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지금도 무너지고 있을까? 아니면 철저한 반성으로 재도약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을까 사뭇 궁금하다.

그가 어떻게 강에 빠졌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는 길을 잃고 경사진 곳에서 미끄러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갈증을 해소하려다 중심을 잃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강물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몸을 기울였고, 그 순간 달빛과 밤의 고요함이 주는 평 온함이 그를 감싸자, 극도의 피로와 두려움이 조용한 충동으로 그를 죽음의 그림자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p.279}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으며,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1904년《페터 카멘친트》가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06년 자전적 소설《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 필명 ‘에밀 싱클레어’로《데미안》을 출간했다.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1920년에는《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클라인과 바그너》《방랑》《혼란 속으로 향한 시선》을 출간했다. 1946년《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소설과 시, 수많은 그림을 남겼고, 평생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역자 : 랭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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