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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오다
김민 지음 / 책짓는크론쇼 / 2025년 3월
평점 :

<리뷰어스클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신이 오다』는 주인공 ‘김신’이 마법을 접하고 이를 이용하여 친구들과 함께 지역 사회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마법 부작용(?)으로 의식 불명에 빠지고, 다행히 한 마법 학교 선생의 도움으로 어렵게 살아나 운명에 이끌리듯 입학한다. 표제어 '신이 오다'에서 이름 신을 '신(信)', 신(神)', 신(新)', 신(臣)' 등으로도 해석 가능하지만 어느 것으로 독자들이 해석해도 상관없다. 전생이 조선시대 신하였다는 점, 지금은 새로 태어나 정식으로 마법을 전수받는다는 점에서 신(新)'과도 맞아 떨어진다. 또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단군신화'로서의 신(神)과도 맥락이 통한다.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들은 판타지 소설이란 점을 알아챘겠지만 소년 김신의 성장기를 다룬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김신은 마법 반, 무예 반 친구들과 마법을 수련하고 교제하며 점차 실력을 키워 나간다.
김신이 찾아간 곳은 신흥마법학교(新興魔法學校)이다. 일제강점기 이회영 독립지사가 사재를 털어 형제들과 함께 세운 '신흥무관학교'를 연상케 한다. 신흥마법학교는 일제하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신영마법사회의 후신으로 생겨난 곳이다. 김신이 들어가 입학식을 했던 첫날 입학설명회에서 사회자가 신영 마법사회를 언급함으로써 전신의 실체가 드러난다. "저희 신흥마법학교는 신영 마법사회처럼 독립을 쟁취하고 국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 공격과 방어에 적합한 마법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사회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마법학교에서 가르치는 오래전에는 마법 학문으로 인식했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장되거나 필요없는 경우에는 교과목에서 제외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신흥에서는 연금술, 천문학, 점성술, 마법 약, 약초학 등은 가르치지 않는다고도 밝힌다. 이들 학문이 과학 기술이 발전한 지금 사회에서는 필요 없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마도 신흥 마법학교가 특별한 목적으로 특별한 임무를 완수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점을 저자 김민은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첫날 사회자를 통해 신흥마법학교의 정체성을 부각시킨 저자는 다시 사회자를 통해 신입생들에게 당부하는 세 가지를 정확하게 주지시킨다. "첫째, 자신을 믿고 스스로 독려하기를 바랍니다. 배움을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부족한 게 당연합니다. 차근차근 정진하다 보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낙심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반 교과목을 함께 들어야 하므로 아주 힘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여러분이 의무교육 대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학우가 있고 먼저 배운 선배가 있으며, 길을 안내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합시다. 셋째, 배움에 이르러 정의로움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자신이 갈고닦은 힘에 도취해서 교만하면 안 됩니다. 옳고 그름은 힘 크기와 상간없이 변하지 않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약자를 돕고 악을 멸하는 정의로운 마법사가 됩시다."(p.165)
이곳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주인공 김신은 흑마법사 와가타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긴장감을 느낀 와가타는 네즈미야를 시켜 총감독과 이진, 김신을 살해하려 한다. 이 대목부터는 한일 마법사들의 결전으로 이어진다. 흑마법사는 이에 마법사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학교와 마을에서, 신영 마법사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흑마법사와 변절자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더 큰 악을 끌어들이는 적은 아직 살아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이곳에서 교육받는 마법사들은 조선 왕조의 신하였던 천사 이왕, 주인공 김신(信) 그리고 마법사회의 모토인 자신(新)을 뜻하는 중의적 표현으로서, 무지와 무의를 극복하는 새로움과 선의 추구를 뜻한다고 강조한다. ‘신’이 후손을 돕기 위해, 악을 정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오고 있다고 말한다. 무지를 떨치고 일어서는 새로운 깨달음과 힘을 주기 위해서….

이 소설 작품은 김신의 성장소설이기도 하지만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설 배경과 활약하는 마법사, 그리고 저자의 상상력에서의 스토리가 정교하게 잘 꿰맞히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저자의 집필 취지는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악과 마주한다. 내가 아니라면 가족이, 친지가, 사회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그렇다. 광복 80주년이 되었음에도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가 우리의 건강과 생명, 역사와 영토, 존엄과 긍지를 여전히 위협하며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지만 '악'에 맞서서 '선'을 추구하는 한 소년의 성장기로 읽힌다.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은 “평범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신념과 의지”를 상징하며, 선을 이루는 수단이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나타낸다. 반대로 적으로 등장하는 흑마법은 우리의 생명과 안녕을 위협하는 악한 세력이 펼치는 저주를 상징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잔혹함을 통해 ‘우리가 그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 얼마나 가벼이 여겼는가’를 느낄 수 있다.
악에 맞선 소년과 마법사들의 고군분투로부터는 무지의 탈피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회, 또 우리의 얼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역사에는 지금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가까운 과거에 일제 강점기가 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아시아를 통틀어 그들이 지배하는 제국으로 만들려는 야욕을 품었다. 일본 군국주의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 가까이 침략해 들어갔다. 특히 조선 왕조는 붕괴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남다른 애국심은 오늘날 우리가 다시 국토를 회복하고 후손들이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 받침돌이 되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애국지사들의 헌신과 희생의 결과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말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허구를 곁들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여전히 소설 속 사연과 에피소드가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을 통해서 우리 미래 세대가 자신을 갈고닦음으로써 악에 대한 냉철한 분별력과 단호한 저항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표현된다. 조선 왕조의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역사마저 부정하려는 일부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많은 부분이 민족의식과 애국심, 또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 등이 부각되지만 모두가 일정 부분에서는 뜻 있는 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다. 그들의 뜻을 저버리지 않는 일은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무엇을 위해 목숨과 가족을 헌신짝처럼 버렸는지를 곰곰 생각해보면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세계화된 글로벌 시대에 갑자기 민족의식 고취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꺼내는 저자의 의도는 분명히 우리 후손이 영광된 나라에서 살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하나의 보탬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우리가 노력해서 부강한 나라 건설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판타지 마법사 등을 등장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또 폭력적인 부분도 굉장히 절제돼 있고, 배척하는 마음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눈 것은 명백한 사필귀정의 교훈적 의미도 포함한다. 시대에 따라 스스로를 다듬어 더욱 강하게 거듭나야 하는 게 세계 사회이다 보니 배움과 노력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조금은 스토리나 구성이 싱거운 점이 있다. 그러나 저자의 깊은 의도를 더듬어 가다 보면 종교적 배려도 만날 수 있다. 실제 이 소설에서는 기독교 용어도 많이 인용되었다. 뒷 부분의 주(註)로 용어 해설을 따로 둘 정도로 많은 인용이 있다. 성장 소설이니만큼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신조어' 사용도 서슴지 않았다. 신흥무관학교에서 실시하던 교육 과정과 노래 등을 인용한 것으로 저자의 의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우리우리 배달나라에
우리우리 조상들이라
그네 가슴 끓던 피가 우리 핏줄에
좔좔좔 결치며 돈다"(p.508)
저자 : 김민
연구자가 천직이라고, 작가는 정년 후 노년에나 도전하리라 막연하게 기대했었다. 다닌 햇수만큼 정년이 남았을 무렵,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쳇바퀴 돌 듯 근근이 버티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 남은 세월을 열정 없이 소모할 자신이 없었다. 퇴사 후 요리사로 도전했지만, 오너보다 나이 많은 초보자는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투자 공부라는 명목으로 사지도 않을 주식의 적정 가격을 분석하기 일쑤였다. 시간을 허비하긴 마찬가지. 삶이 원하는 얼굴로 상냥히 다가오지 않는다는 위기감과 밥벌이에 대한 절박함이 찾아왔다. 문득 노년에 할 거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자고 마음먹었고, 대학 시절부터 쓴 시와 단편소설 습작 경험에 기대어 작가의 문을 두드렸다. 2023년 12월부터 꼬박 1년간 『신이 오다』를 집필했다. 앞으로도 평생 계속 쓰겠다고, 우리 삶과 사회에 대해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본명은 김영민이다. 1976년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충북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부터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환경, 대체 수자원 분야 과학기술을 연구했다. 2019년 퇴사. 2020년 요리학교(Le Cordon Bleu 서울)에서 프랑스 요리 디플로마를 취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