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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허한가 - 문제는 나인가, 세상인가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가 묻지 않는 것들
멍칭옌 지음, 하은지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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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하는가? 누구나 한 번쯤 성찰을 겸해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다. 이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자신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볼 때도 필요한 질문이다. 이 책 『우리는 왜 공허한가』는 사회는 갈수록 풍요롭고 인간에게 편리한 각종 재화를 제공하는데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물론 각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해 산출할 방법은 없다. 즉 우리가 주로 느끼는 마음의 병이라고 일컫는 우울, 불안, 불만, 공허감, 무관심 등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짚어내는 데는 이유가 같을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에 비해 무기력감(공허감)을 느끼는 빈도가 잦고,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개는 현대 사회가 예전에 비해 빠른 속도로 변하고 복잡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근·현대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은 지나치게 빠른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워 부정적 감정이 오래 쌓이다 나타나는 것이란 해석이 일반적이다. 이는 의학자나 심리학자들도 과학적으로 분석해낸 일이니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을 터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개인의 어려움을 조명하며,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이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 속에서 인간은 도구화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책임은 모호해진다. 돈과 외모가 본질보다 우선시되는 사회에서는 인간과 삶의 의미가 변질되고, 자아 중심적 삶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개인은 분열과 갈등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 멍칭옌은 풀이한다. 저자는 중국 정법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 사회학의 유망한 학자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이 직면한 부조리에 대한 그의 예리한 분석과 깊이 있는 통찰을 담은 이 책은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손꼽힐 정도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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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 사회가 직면한 13가지 문제를 화두로 삼으며, 편안한 대화처럼 이야기를 건네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구체적으로 현대인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게임 중독, 외모 강박, 탈맥락화, 알고리즘의 지배, 우울감에 갇힌 일상, 도구로 전락한 집, 물질적 욕망의 과잉, 고령화와 같은 현대 사회의 구조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현대인이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그 책임을 타인과 시스템에 떠넘기며 무력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저자는 타고난 재치와 예리한 통찰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독창적 판단과 해석에 그치지 않고 뒤르켐, 베버, 푸코 등 세계적 석학들을 논의 속으로 소환해, 함께 문제의 본질을 탐구하며 깊이를 더한다.
현대인들은 왜 삶의 의미를 잃고 온라인 게임에 빠지며, 외모에 불안함을 느끼고, 내 집 마련에 집착하고 있을까? 우리는 모두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사회병리학’이라는 명칭으로,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책은 단순히 학문적인 연구 성과를 나열하는 대신, 앞서 언급한 우리의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13가지 사회 현상을 탐구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외모 강박, 알고리즘에 잠식된 일상, 끊임없는 소비 욕망, 스마트폰 중독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사회학이 제시하는 관점과 통찰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세상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안경’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각자가 자신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저자는 현대인의 삶이 복잡한 사회적 구조와 개인적 한계 속에서 갈등을 겪는 현실을 짚어내며, 이러한 문제를 사회학적 시각으로 이해하고 균형을 찾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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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문제를 탐구하다 보면, 저자가 ‘나의 행복에 함께 기뻐하고, 나의 슬픔에 함께 울어준다’는 깊은 공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책의 〈추천사〉를 통해 중국 정법대학 정치학과 리쥔 교수는 "나와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를 열심히 생각한다고 해서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다르다. 이것이 과연 나에게 정말 문제인지, 그게 만일 문제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결하고 벗어나야 하는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삶은 천지 차이"라고 전제한다.
추천사에 따르면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게임의 매력이 도대체 무엇인지 중독된 사람도 잘 모르고 중독되지 않은 사람도 잘 모른다. 사이버 폭력이 쉽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인이 야만적이어서? 아니면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가 쉽게 야만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것은 과연 우리의 문제일까, 아니면 인터넷의 문제일까? 이건 나의,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자 시스템의 문제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로 사회 체계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이런 문제에 관한 저자의 독특한 견해가 담겼다. 저자는 사회학의 '3대 아버지'라고 불리는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 에밀 뒤르켐은 물론 미셸 푸코, 노베르트 엘리아스, 피에르 부르디외, 게오르그 짐멜, 장 보드리야르와 같은 사회학의 거장들, 그리고 겸직 사회학자로 활동했던 알렉시 드 토크빌, 지그문트 푸로이트, 귀스타브 르 봉 등의 유명 인사들을 책 속으로 초대해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탐구한다. 리쥔 교수가 쓴 〈추천사〉에는 근·현대의 저명한 사회학자들이 이름이 열거된다. 이 책이 그만큼 우리 사회 현상의 깊은 곳까지 다루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만 독자들이 이 책을 앍는다고 자신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며 그냥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모범답안'은 아니더라도 해결의 열쇠를 쥘 수도 있다는 말을 암시하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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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사회학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이 책은 복잡한 수학적 모델이나 추상적인 이론을 내려놓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세상을 관찰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어떤 문제되는 사회 현상이 일어난다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까?"에 대한 답은 대부분 "나의 잘못이 아니다."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렇게 주장한다면 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우리가 가장 쉽게 생각하는 원인은 태어난 가정, 거시적인 정책, 주변 사람들이다. 흔히 '집에 돈이 없어서', '전체적인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서', '다들 그렇게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는데"라는 물음은 사실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부정문과 같은 의미로 해석한다.
이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그저 무기력하게 그 상황에 항복하고 싶지 않은 두 마음이 동시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이 희망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또 근심 걱정의 원흉이 되기도 한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라고, 이로써 신성한 자아의 가치를 실현하라고 채근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에서 참혹한 현실을 경험하고 이내 좌절한다. 그렇게 현대인들은 삶의 의미와 의미 없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흔들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다른 대상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외침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움직이는 기본적인 로직에 관한 읊조림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 사회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과 같다. 이 시스템은 매우 복잡한 분업 체계를 통해 돌아가는데 '효율화, 규격화, 전문화'된 것이 특징이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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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물질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전례 없이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 지식, 지식재산권이 곳곳에 넘쳐난다. 이런 현상으로 현대 사회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특징은 '사람의 도구화'다. 복잡한 분업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업무의 중복성(전문성) 때문에 존재의 의미를 가끔 상실하기도 한다. 현대 시스템에서 사람들은 무언가에,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구'로서의 운명을 살아가게 된다. 두 번째 특징은 전 사회적인 '소외화'다. 소외화란 그 본성으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현대 사회는 뭐든지 '돈'을 절대적인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그것이 단지 '절대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같은 이치로 현대인은 직업과 교육, 심지어 결혼과 가정의 존재 의미와 본래의 목적을 다르게 이해한다. 이렇듯 본질이 변질된 세상은 모든 것이 '실용성'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도구'와 '목적'의 자리가 종종 뒤바뀌거나 엉뚱한 위치에 놓이기 일쑤다. 세 번째 특징으로 저자는 '모순과 분열'을 꼽는다. 현대인은 그 어떤 시대보다 '신성한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자아실현',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그것이 성공하는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살다 보면 내 능력과 의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렇듯 이론적인 '이상'과 현실의 '한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삶으로 말미암아 현대인은 심각한 '분열'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자기 삶의 '중심'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은 무한한 '영광'을 누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일단 현실을 보면 이 '전능한 개체'는 삶의 곳곳에서 위축됨을 경험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무엇이 개인의 의지와 역량을 제한하는 것일까? 저자는 간명한 열쇠를 내놓는다. 한계는 '사회'와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로 인함이다. 태어난 가족이 그 이유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류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집'과 '가정' 때문에 삶을 제한 받는다고 한다. 제도와 환경을 이유로 꼽는 사람은 개인이 속한 공동체가 지닌 규칙과 질서 때문이라고 탓한다. 모순적이다. 모순적이란 말은 역설적이게도 현대 문명의 도래로 생겨난 학문 체계, 즉 사회학은 현대인의 보편적인 운명과 관련 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뒤르켐이 강조했던 것처럼 인류는 현대 문명의 시작으로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들어섰고, 앞에서 언급한 '사회 분업화'가 본격적으로 탄생했다. 마르크스가 강조했던 '소외화' 현상과 '물신숭배'는 이제 현대인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렸다. 도구적 이성이 만들어낸 '이성의 새장'을 염려했던 베버의 예언처럼 '시스템 안에 갇힌 노동자'는 우리의 현실이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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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3부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추상의 시대,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2부 〈현대인의 공허, 그리고 그 너머〉, 3부 〈존재의 가벼움, 관계의 무거움〉 등이다. 13개의 장에는 「현대인의 공허」, 「게임 중독의 심리」, 「‘알고리즘’-디지털 식민지」, 「21세기의 ‘파놉티시즘’」, 「사이버 폭력」, 「외모의 올가미」, 「‘도장 깨기’ 식 여행」, 「우리가 짊어진 시대의 짐, 집」, 「잔혹한 상아탑의 현실」, 「소비주의-현대 사회의 민낯」, 「고령화와 시스템의 위기」, 「우울은 인류 사회의 전염병」, 「무의식중에 자꾸만 하게 되는 비교」 등을 다룬다.
우리는 종종 불안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문제가 너무 특별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책은 개인의 문제가 곧 사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현대인의 고단함과 좌절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겪는 현상임을 이해하게 된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길을 제시하는 이 책은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자신의 삶을 통찰하고 싶은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당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이 친절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멍칭옌
중국 정법대학 사회대학원 박사 지도교수. 2003년 난징대학 사회학과에 입학한 후 중국 정법대학과 칭화대학에서 각각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7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정법대학 사회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표작 『원류: 사물의 기원과 발전』이 중국 대표 온라인 서점 당당왕에서 사회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팟캐스트 ‘동창시땨오’에서 「사회병리학」, 「산하기」 코너의 패널로 활동 중이다. 오디오 플랫폼 ‘히말라야’에서 진행하는 「인문 교양 상식 100강좌」의 사회학 코너를 담당했으며, 팟캐스트 ‘칸리샹’의 「현대세계 500년: 무엇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는가」의 시즌1 강의를 맡아 진행했다.
역자 : 하은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국제회의 통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서 동시통역사로 일했으며, 국내 유수 기업에서 출강 및 기타 번역, 통역 업무를 담당했다. 사랑하는 남편, 두 딸과 긴 중국살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중국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말하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가장 빛나는 나이에 싸구려로 살지 마라』, 『기분 좋은 말투 품격 있는 말투』,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청소년 논어』, 『밥 먹여주는 경제학』,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경제학』, 『상위 1%는 빨리 걷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8가지 일에만 집중하라』,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 『감정대화』, 『하버드 인맥 수업』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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