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이정모 지음 / 오도스(odo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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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는 우리 일상에서의 과학을 배울 수 있다. 과학은 어렵고 과학자만의 전유물로 생각되지만 실제는 우리가 사는 일상의 삶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 이정모는 과학자지만 우주나 엄청난 힘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등에 관심을 갖는 과학자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접하는 것이나 삶의 과학에 관심이 많다. 그가 과학자로서 쓴 책의 제목만 살펴봐도 주목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공생 멸종 진화』, 『바이블 사이언스』, 『달력과 권력』,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 『삼국지 사이언스』 등 흥미롭고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과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일에 몰두한다. 책을 쓰는 이유도 대부분 과학에 흥미를 느껴 과학의 길을 걷게 하는 스승으로서 과학자 양성에 뜻이 있는 것 같다. 또 과학을 쉽게 이해하고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추구하는 '생활밀착형 과학'을 추구한다. 

이 책 역시 과학에서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쏟아지는 뉴스와 쉽게 통용되는 상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매일 보는 달력’부터 ‘과학자의 정치 출마’까지 그 무엇도 저자의 날카로운 과학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생활밀착형 소재로 유쾌하게 던져지는 질문은 과학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다. 이 책이 갖는 독창적 가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은 실패를 피하지 않는다. 실패는 곧 경험치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하고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세상을 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저자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저자는 '과학 문해력'이란 말로 대치시켜 과학과 삶이 밀접한 관계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를 테면 달에 처음 도착한 아폴로 11호와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테지만, 아폴로 11호 이전의 열 번의 아폴로 프로젝트와 암스트롱을 대신해 우주선을 조종하고 있던 우주인, 마이클 콜린스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이야기를 꺼낸다. 21세기에 사는 오늘날 현대인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허우적거린다. 될수록 짧은 시간에 중요한 정보만 받아들이기에도 벅차다. 때문에 자칫 겉은로 드러난 현상만 주목할 뿐 그 이면이나 속사정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폴로 11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처음 발자국을 내디딘 첫 지구인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내린 우주인과 그들이 작업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할 우주선을 타고 달 주위를 빙빙 돌았던 세 번째 우주인에 대한 관심이 적다. 때문에 우리의 기억 속엔 닐 암스트롱만 남아 있다. 이처럼 성공한 일부만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불완전한 지식은 과학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과학하는 태도에도 못 미치는 행위다. 원인은 눈앞에 드러난 성공만 기억하려 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탑은 수많은 실패와 이름 없는 자들에 의해 올려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과학은 사실과 숫자에 기반하지만, 저자의 과학 이야기에는 따뜻함이 있다. 저자가 올바르게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은 타인을 올바르게 대우하려는 어른의 노력이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돌고래부터, 미래의 세대를 위한 백두산까지, 따뜻하지 못하면 발견할 수 없는 과학으로 일상을 관찰하고 탐구한다.

저자의 따뜻한 과학은 그의 야학 교사 시절 경험에서 온다고 한다. 대학생 때부터 9년 넘게 야학 교사 생활을 하며 하루에 열 시간 이상을 일하고 온 피곤한 야학의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쳤다는 것.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농담과 예시까지 미리 설계해 가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몸에 익혀다고 한다.

시작부터 따뜻했던 저자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다시 세상을 향하고 있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더욱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세상과 나를 알아가며 더욱 단단해지는 과학의 여정이 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고 말한다. 특히 크기와 숫자로 근거를 의심하고 질문할 때도 따뜻하고 예의 바르고 겸손해야 한다고 저자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것은 학문하는 태도, 과학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겸손은 자신의 본능과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것이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바꾸는 태도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여기서 과학 문해력이 생긴다는 것이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은 4부 5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멸종을 피하기〉, 2부 〈더불어 살아가기〉, 3부 〈지혜로워지기〉, 4부 〈상식 발견하기〉 등이다. 각 부의 핵심어 멸종, 공생, 지혜, 상식 등의 단어로 미루어보면 마치 인문학 책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4개의 단어는 생명의 진화부터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과 더 나은 삶을 꿈꾸는 2025년 현재의 지구의 모습과 인류의 삶이 모두 담겨 있다. 1부의 경우 대체적으로 지구의 생명의 진화와 멸종하는 생명에 대한 이유, 그리고 오늘날 지구 45억년 역사상 최대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과학의 범위에서 설명하고 지식을 전한다. 이 과거의 발자취를 바탕으로 내일의 삶을 위한 상식이 인류의 보편적 삶이란 사실을 담아내고 있다. 

1부 3장 「바닷속 오아시스」를 살펴본다. 제목에 쓰인 '바닷속 오아시스'란 산호초를 말한다. 먼저 1605년 프랑수아 피라르 드 라발이 한 이야기를 인용한다. "인간이 만든 것 하나 없이, 꼭대기가 전부 돌멩이인 거대한 둑으로 된, 환초 하나하나를 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굉장한 놀라움이다." 이 무구를 프레데릭 위리엄 비치 함장의 항해기(1826년)에서 읽고는 후에 자신의 『비글호 항해기』(1839년) 제20장과 지질학 전문서인 『산호초의 구조와 분포』(1842년) 서문에서 연거푸 언급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저자는 찰스 다윈이 1836년 비글호를 타고 호주 남서부를 돌아 인도네시아 남서쪽 코코스 제도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환초를 보고 피라르의 묘사를 떠올렸다고 밝힌다.

환초는 고리 모양의 산호초를 말한다. 파도치는 파란 바다 한가운데 하얀 해안이 있는 섬이 있고 섬 안에는 다시 에메랄드빛의 잔잔한 바다가 있다. 환초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과거의 항해자들은 산호를 만드는 동물들이 본능에 따라 환초 안쪽에 있는 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고리를 만들어 쌓았다고 여겼다. 그야말로 상상일 뿐이다. 속과 과가 다른 많은 종의 산호들이 같은 목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그런 예를 자연계에서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p.26) 당시엔 환초 아래에 화산의 화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백두산 천지를 둘러싼 봉우리 같은 것들이 바다 밑에 있고 그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능선에서 산호가 자라났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환초의 모양과 크기, 위치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산호의 일반적 과학 상식을 덧붙인다. 이에 따르면 산호는 깊은 곳에서 살지 않는다. 연평균 수온이 대략 25도이며 수심 30~100미터인 얕은 바다에서만 산다. 산호가 죽으면 석회질로 변하여 산호초를 형성하는데, 산호초는 1년에 1.5센티미터 정도 자란다. 태평양의 산호초는 15~20만 년 정도 자란 셈이다. 지질학자인 찰스 다윈은 환초 주변의 수심을 측정한 끝에 환초가 생기는 과정을 3단계로 추정했다. ① 먼저 섬을 둘러싼 가장자리를 따라서 산호가 자라면서 섬이 살짝 가라앉는다. 그 결과 산호초의 윗부분이 공기 중에 노출되고 이곳의 산호는 죽는다. 섬 가장자리에 드러난 산호초를 거초라고 한다. ② 섬은 계속 가라앉고 그 결과 산호초와 섬 사이에는 고리 모양의 호수가 생긴다. 이때 고리 모양의 산호초를 보초라고 한다. ③ 결국 섬이 완전히 가라앉고 그 사이에도 산호초는 계속 자란다. 고리 모양 산호초 둑 안에 동그랗게 호수만 남는다. 이 산호초를 환초라고 한다. 거초-보초-환초로 이어지는 3단계 산호초 진화 과정은 지금까지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찰스 다윈은 산호초뿐만 아니라 산호의 생태계에도 큰 호기심을 가졌다고 저자는 밝힌다. 산호초에 사는 다양한 생명을 관찰하고 산호 조각을 얼굴과 팔에 비빈 후 생기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을 노트에 기록할 정도였다. 다윈에 의해 산호초 탐구 결과를 기록에 남겨 오늘날에도 산호초 연구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5월 캐나다 과학자들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바다 밑바닥에 숨어 사는 엄청난 수의 물고기가 급속히 성장과 죽음을 반복하면서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 먹이의 60퍼센트를 공급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다윈의 산호초 탐구를 바탕으로 발전한 산호초 연구는 오늘날 산호초가 바닷속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현재의 바다는 오염으로 산호초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백화 현상은 보통 10미터 미만의 얕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었지만 최근에는 30~150미터 깊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백화 현상은 주로 20~30년 주기로 엘리뇨가 극심해지는 해에 나타나는데 이제는 5~6년 주기로 발생한다.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일상화됐음을 산호초 관찰로 증명되고 있다는 것. 인근 국가와 때로는 전 지구적으로 나서 현장 관리를 잘해도 기후위기에는 소용이 없다는 것도 밝혀냈다. 저자는 이 일련의 사건을 보고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인간이 만든 것 하나 없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바다의 오아시스 산호초가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위기로 인해 단 수십 년 사이에 망가지는 것을 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처참한 괴로움이다."(p.29)

오늘날 과학의 생물학 분야는 다윈의 진화론이 대세다. 1859년 11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꼭 10년 만인 1869년 11월 4일 영국에서 창간된 주간지 〈네이처〉지의 권두언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고 저자는 인용한다. "자연! 우리는 그녀를 포위하고 포옹합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할 힘이 없고, 자연을 넘어서 뚫을 힘도 없습니다. 묻거나 경고하지 않은 채 자연은 우리를 빙글빙글 도는 춤에 끌어들이고는, 우리가 피곤하여 그녀의 팔에서 떨어질 때까지 우리를 돌립니다. 자연은 항상 새로운 형태를 형성합니다. 이전에는 결코 없었던 형태입니다. 모든 것은 새롭지만 또한 항상 오래된 것입니다."(p.176)

이 권두언의 주인공은 유명한 독일 시인 괴테다. 1832년에 죽은 괴테가 직접 자신의 글을 잡지에 실을 수는 없다. 생물학자 토머스 헨리 헉슬리가 책의 머리말을 쓰면서 괴테가 베수비오 화산과 폐허 도시 폼페이를 여행한 후 쓴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지다」를 한 페이지 반에 걸쳐서 길게 인용한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가 이 잡지의 권두언에서 괴테의 시를 인용한 이유는 다윈의 『종의 기원』 발표 이후 불거진 과학적, 신학적, 도덕적 논쟁과 거리를 두었다고 한다. 이와 달리 헉슬리는 '다윈의 불독'을 자처하며 논쟁에 뛰어들었고, 다윈은 헉슬리를 "나를 대신하여 복음, 즉 악마의 복음을 전하는 착하고 친절한 대리인"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저자가 이 잡지 〈네이처〉의 발전 과정과 현재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썼다. 책의 3부 〈지혜로워지기〉 중 「흑백논리 탈출하기」에서 〈네이처〉지 창간부터 오늘날까지 과학 발달에 큰 기여를 했음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잡지에 찰스 다윈의 글은 1869년부터 사망한 이듬해인 1883년까지 총 40편이 게재됐다. 대부분 유전, 꽃, 수정, 그리고 본능의 기원에 관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네이처〉가 다윈을 위한 것이기는 했지만 다윈을 옹호하기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다윈 옹호론자들의 모임인 X클럽 회원들은 〈네이처〉를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논쟁에 사용했지만, 다윈의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며 그들의 중심은 언제나 과학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것이 〈네이처〉가 창간된 지 150년이 넘었지만 현실은 온갖 권위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우리의 가슴에서 〈네이처〉의 창간 정신인 신뢰가 사라지고 권위주의만 남았다는 점을 비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괴테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자연을 신뢰합니다. 그녀는 나를 꾸짖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녀의 작품을 미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자 :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으로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 대학교 화학과에서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으며,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일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연사박물관과 과학관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2019년 교양과학서를 저술 또는 번역하고, 자연사박물관과 과학관의 새로운 모델을 구현해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공생 멸종 진화』, 『바이블 사이언스』, 『달력과 권력』,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 『삼국지 사이언스』(공저), 『과학하고 앉아있네 1』(공저), 『해리포터 사이언스』(공저) 외 다수가 있고 옮긴 책으로 『인간 이력서』, 『매드 사이언스 북』, 『모두를 위한 물리학』 외 다수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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