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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제나 새터스웨이트 지음, 최유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평점 :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c/b/cbj2020/RtY5KzZl7CgyVeiD.jpeg)
[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 『신스』의 표제어 '신스'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대한 풀이가 부제로 채택됐다. ‘줄리아’라는 인조인간, 즉 전 세계 세 번째 '신스'다. 신스는 AI(인공지능)이 탑재된 여성 인조인간이다. 작중 인물 줄리아는 오로지 ‘조쉬’라는 남자의 니즈에 맞추어 만들어진 여자다. 줄리아는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많은 인간 여자들과 경쟁한다. 그 프로그램 안에서 사랑과 상실이라는 감정을 겪은 줄리아는 결국 그의 마음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고, 그와 결혼해 완벽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행복을 꿈꾼다. 이 작품은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정교하게 현실에 대입했다는 평가로 전 세계를 주목하게 만든 제나 새터스웨이트의 데뷔작이라는 데서 작가의 상상력과 소설적 스토리를 잘 엮어낸 대가의 면모를 선보인다. 열렬한 감정선과 서스펜스로 강한 흡인력을 자아내는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마리끌레르를 포함하여 각종 영미 문학 비평계의 호평을 받으며 2024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고 알려져 있다.
『신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은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적인 논점과 사려 깊게 짜여진 인물들을 바탕으로 잘 쓰여진 매력적인 스릴러'임을 증명했다. 이 작품은 책을 여는 순간, 독특하고 흥미로운 AI 서스펜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독자로 하여금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탐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재미를 뛰어넘어 완벽한 걸작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스릴러, 공상과학, 로맨스를 결합하여 빠른 속도감으로 전개되는 서사를 온몸으로 접하게 될 독자들은 벼락같이 등장한 이 최고의 페이지 터너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 작품이 전개되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우리 눈에 익숙하다. 어느 날 캠핑을 하러 간 남편의 연락이 두절된다. 그리고 남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내는 경찰에게 남편의 실종을 신고하지만, 경찰은 사소한 증거를 내세워 그녀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점찍는다. 경찰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고, 그녀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기도 한다. 이 소설 전개는 기존의 범죄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유사하다. 경찰의 판단도 이상할 것 없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신고한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일반적 사건을 대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경찰은 그녀를 범인 취급하는 걸 넘어서 자신이 그녀를 혐오하고 있다는 걸 숨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그녀가 보통의 사람이 아닌, 첨단 테크놀리지의 기술로 탄생한 인조인간(신스)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모든 것이 같은 신스는 아픔도 느끼고 슬픔과 기쁨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줄리아는 여기에다 더해 최초로 임신까지 가능했던 새로운 유형의 인조인간이다. 그야말로 거의 인간과 다름없게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다.
더욱이 그녀와 결혼한 남자 조쉬는 그녀가 신스라는 걸 알면서도 결혼했다. 둘이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생생하게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에 방송되었다. 이른바 인간과 인조인간으로 유명인 커플이다. 하지만 이들의 로맨스는 누군가에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딜 가든 그들을 따라오는 혐오와 비난의 시선이 그치지 않는다. 이 문제는 결국 부부의 사랑에도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고 조쉬의 실종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그러나 신스와 인간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존재만으로도 받아야 하는 혐오와 차별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줄리아가 꿈꾸고 그리던 행복한 미래는 혐오와 차별의 힘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위태로운 결혼 생활 중, 캠핑을 떠난 후 실종된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녀는 남편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자신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는 경찰도, 계속해서 자신을 감시하는 이웃집 남자도, 딸을 극진히 보살펴주는 베이비시터도, 심지어 자신을 만든 개발자조차 믿을 수 없다. 줄리아의 세상은 오로지 조쉬뿐이다. 무엇보다 사건 열쇠의 중요한 포인트는 줄리아는 사람을 해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누명을 벗기 위해 스스로 수사에 나선 줄리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며 숨겨져 있던 진실에 접근한다.
주인공 줄리아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라는 두 타임라인으로 정교하게 섞여 전달된다. 과거 편은 그녀의 신비로운 탄생부터 연애 프로그램 속 조쉬와의 달달한 로맨스, 그리고 그의 실종 직전까지의 긴박한 상황을 비춘다. 현재에서는 조쉬가 실종된 후, 자신을 의심하는 경찰의 눈을 피해 사라진 그날의 기억과 묻힌 진실을 파헤치는 줄리아를 묘사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서사를 두 분야로 나누어 전개하다가, 현재와 과거가 맞물리며 실종 사건의 비밀이 드러나는 클라이막스에서 한데 뭉쳐있던 카타르시스가 터질 수 있도록 짜임새를 섬세하게 구성했다. 특히, 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그 ‘한 여자’가 인조인간이라는 점이다. 인간이었다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부분들이 인조인간이기 때문에 더욱 이질적이고, 혼란을 야기하며, 흥미로워진다. 로맨스가 꽃피는 사랑스러운 순간부터 얽히다 못해 엉켜가는 비극의 결말까지 복잡하고 세밀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줄리아’라는 존재에게 이입하고, 더 나아가 그 존재가 주는 딜레마에 대해 사유하게 될 것이다.
『신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의 페이지를 거듭 넘길수록 우리는 인조인간인 줄리아에게 공감하게 된다. 우리와 같이 자율적인 감정을 가지고,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칠 수 있고, 육아까지 해내는 그녀는 작품 속에서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완벽하게 설계된 여성 인조인간에게 일반적인 여성과 엄마의 삶을,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약자가 되기를 바라는 현실과 같기에 감정을 함께할 수 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약한 존재를 보면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배척하고, 혐오한다. 차별은 투명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의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 자리한다. 우리는 그 벽을 세우기도 하고, 혹은 벽에 가두어지기도 한다. 이 소설 안에도 인간과 신스라는 존재적 차이가 느끼는 감정에 한계를 그어버리는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온전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줄리아를 통해, 복잡하고 잔인한 차별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사건을 밝히는 과정에서 혐오와 폭력에 희생된 여성들을 조명하고, 현시대의 차별에 대한 시의적절한 논제를 던진다. 이 소설로 하여금 성장 배경도, 신념도, 관심사도 모두 다른 줄리아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을 오롯이 마주한다면 현존하는 차별에 맞설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우화 속 나그네의 옷을 벗게 만든 건 추운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었던 것처럼, 우리가 연대하여 작은 사랑을 만들어 낸다면 그 햇살은 용기가 되고, 그 용기는 작은 움직임이 되어 차별의 유리에 틈을 남길 것이다.
이 소설은 인조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가능할까?란 기초적 질문에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또 인간보다는 신스가 진정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도 덧대진다. 그리고 주제와 연결되는 인조인간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다. 이는 인간이 자신과 다른 인간을 보는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대변한다. 현재 우리 문명에 맞지 않는 저급한, 그리고 사회의 하층 계급으로 살아가도록 규정 짓는 현실의 인종 차별 의식과 맥락이 닿아 있다. 저자 제나 새터스웨이트는 우리가 사는 현재 사회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주제, 인종 차별과 혐오에 대한 주제에 소설이 품는 내용을 접목시킨다.
소설에서 줄리아라는 여성 신스는 오히려 인간보다 훨씬 순수하고 돈과 명예, 신분 등 계산 속 현실의 인간보다 더 진실한 사랑을 추구한다. 이런 점에서 차별과 혐오의 밑바탕에는 열등감이나 콤플렉스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차별하고 혐오하는 주체는 열등 의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혐오와 차별 사회의 극한적 갈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학적 사유를 보여준다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 점은 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에게나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주제이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고 이해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거짓말이 간절하다. 내가 그 거짓말을 믿어야만 우리 가족이 서로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마치 프러포즈의 순간처럼, 찰나의 순간이 있다. 지금 내 눈앞에 두 갈래 길이 있고, 나는 그 갈림길에 서있다. 그리고 나는 말한다. 가슴속의 모든 거친 욕망을 담아 말한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고.(p.408)
“줄리아 월든, 당신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 줘요.” 그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뜬다. “나와 결혼해 줄래요?”
TV에는 지금쯤 달달한 배경음이 깔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승리의 오케스트라 음악이 우리 주위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 같다.(p.337)
내가 잃게 될 기억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조차 없이 머리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온다. 두개골이 불타오르는 듯하다. 비명이 침묵을 찢으며 혀끝에서 터져 나온다. 내 마지막 생각은, 이 비명을 이웃들이 들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게 까맣게 변했다.(p.523)
저자 : 제나 새터스웨이트(Jenna Satterthwaite)
미국 중서부에서 태어나, 스페인에서 성장하고 프랑스에서 잠시 살았던 제나 새터스웨이트는 현재 시카고에서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작가다. 스페인의 사라고사 전문 음악원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그녀는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프랑스어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향긋한 커피와 함께 수많은 이메일을 작성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때 부업으로 포크 밴드 '쏜필드(Thornfield)'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한 적도 있다. 겨울이면 벽난로 앞에서 아늑하게 노트북을 펼쳐놓고 열정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고, 여름이면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햇볕에 살짝 그을리는 여유를 가지고,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건지 고민하며 생각에 잠기는 것이 일상의 낙이다. 초밥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안식처인 침대에서 책 읽기를 즐기며, 여성들이 자신의 힘을 되찾는 것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은 그녀의 데뷔작이다.
역자 : 최유경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군중심리》, 《싯다르타》, 《마리메꼬: In Patterns Marimekko》, 《뉴욕 최고의 퍼스널 쇼퍼가 알려주는 패션 테라피》, 《아이의 영재성을 키우는 부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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