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양음악사를 알고 싶은 그대에게 - 서양사와 함께 배우는 클래식 음악 수업
이인화 지음 / 초봄책방 / 2024년 11월
평점 :
음악을 전문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도 서양 음악에서 자주 나오는 작곡가나 명곡 몇쯤은 알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도 있지만, 사회 생활하면서 그들의 이름과 명곡들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등이다. 그러나 서양 음악은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다. 서양 음악사 책을 읽으려 해도 한두 권 읽어서는 내용을 제대로 짚어내기 어렵다. 오랜 역사와 뛰어난 음악가가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서양 음악을 설명하려면 서양사 등이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 같은 예술 분야, 미술이나 건축 등 다른 분야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어 단번에 흐름을 궤뜷기도 쉽지 않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독자는 클래식을 접한 지 5년쯤 됐다. 학교 다닐 때는 물론 지금까지 클래식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냥 곡의 흐름, 분위기에 이끌려 듣기 시작했다. 때문에 작곡가와 성악가 이름은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것 이외에는 잘 모른다. 그러나 누구의 곡이든 상관 없이 클래식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의 느낌에 이끌려 방송을 틀어놓고 일할거나 쉴 때도 많았다. 방송은 DJ들이 중간중간 곡의 성격이나 작곡가, 작곡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귀에 담아두지 않았다. 곡만 들으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독자가 클래식 지식을 외면한 탓인지 아주 익숙한 곳이 아니면 작곡자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주로 서양음악사가 풍부한 클래식 지식을 전해줄 것 같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곡과 작곡가가 매치가 안 되서인지 지금도 음악이 흘러 나올 때 누구의 곡인지 잘 모른다. 그래도 책을 읽은 탓인지 작곡가의 이름은 익숙한 게 많다.
쉽고, 빠르고, 알차게 클래식 음악 지식을 쌓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 『서양음악사를 알고 싶은 그대에게』의 저자 이인화는 30년동안 음악을 가르쳐온 현직 교장으로서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썼다. 방대한 자료들을 검토하되,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맥점이라 한 것들만 섭렵하여 서양음악사의 핵심적인 지식들을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추렸다고 한다.
저자는 음악가이기에 앞서 현직 교사로서 누구보다 '배우는 자'의 마음을 잘 알기에 이 책은 클래식의 기본개념 정립부터 클래식 음악사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인간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음정, 박자, 가락, 화성 등 소리 요소들을 여러 가지 형식으로 조합하고 변형해 만든 게' 음악이라는 정의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클래식을 다른 분야 지식과의 연관을 통해 살피고 그것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라는 것은 얼핏 대단히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저자도 대학에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는 여러 선입관, 오해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양 음악의 역사가 고작 400여 년에 불과함에도 '클래식(Classic)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이었다. 음악의 '고전'이 역사에서의 '고대'인 그리스 · 로마 시대를 떠올리게 했던 거다. 그래서 저자는 음악사의 실제 시대와 자신의 심정적 시대 사이의 시간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아주 애를 먹었다고 고백한다.
'역사적 접근'이야말로 머릿속에 있는 여러 얽혀진 정보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며, 클래식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서양사의 정치·철학·과학·예술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지적 창고'가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에 자기만의 음악을 차곡차곡 채워간다면 어느새 클래식이 그대 마음 가까이 다가온 것을 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서양의 역사와 함께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부제 ‘서양사와 함께 배우는 음악 수업’이 상징하듯 서양사를 씨줄로, 클래식 음악사를 날줄로 삼아 엮었다. 서양의 역사와 음악 이야기가 자칫 어렵거나 딱딱할 수 있지만 저자는 일화를 곁들인 특유의 유머로 재밌고 쉽게 설명하고, 따로 추가 설명이 필요한 건 상자 안에 설명을 추가하는 친절함도 베푼다. 시간(역사)을 축으로 그동안 배운 음악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과 상식을 구조화하고, 거기에 새로운 지식과 상식을 더해 음악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클래식 음악을 보여주세요〉, 2장 〈바로크 시대 이전의 음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3장 〈새로운 음악의 역사, 바로크에서 낭만까지〉, 4장 〈다시 시작하는 음악의 역사: 근·현대 음악〉 등이다. 1장은 클래식 음악과 서양 역사를 비교한 연표를 보면서 클래식 음악 흐름의 맥을 짚어 본다. 2장에서는 바로크 시대 이전인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 음악을 간단하게 살펴본다. 바로크 음악과 고전 음악, 낭만 음악은 3장에 담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음악이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 시대를 거쳐 낭만 시대까지의 음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분량과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그만큼 많다. 바로크 시대는 비발디, 바흐, 헨델이, 고전 시기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활약한 시기다. 당연히 이들 음악가의 삶과 음악 세계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낭만 음악을 지나 근대·현대에 이르러서 실험적인 많은 종류의 음악들이 만들어졌다. 그중 어떤 곡들은 이미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에 있는 곡들도 많다. 근대 · 현대 음악을 소개한 4장에는 클래식 음악 못지않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심금을 울린 대중음악도 끼어 있다. 이 책은 서양 음악을 처음 대하는 초보자나 입문자, 그리고 지금 중고등 학생들에게 서양 음악의 기초를 튼튼하게 해주기 위해 집필됐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일반적 인식을 깨뜨리는 데도 한몫을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초보자나 입문자, 혹은 청소년들이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갖게 되는 기본적 질문에 대한 답부터 내준다. "음악이 뭘까?" 저자는 음악이란 인간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음정, 박자, 가락, 화성 등 소리 요소들을 여러 가지 형식으로 조합하고 변형해 만든 거라고 답한다. 음악가들이 소리를 조합하고 변형하면서 그 시대의 역사, 정치, 경제, 철학, 종교, 지역의 특색을 담는 것이라는 답변도 덧붙인다.
사실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특히 문학, 미술, 무용 등 다른 예술의 사조와 음악가 개인의 환경과 경험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음악은 그 음악과 관련된 역사, 정치, 경제, 철학, 종교, 지역의 특색, 예술사조, 음악가의 삶 등과 유기적인 연관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의 삶 속에는 각각의 개인적인 서사가 있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도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다. 예술가들의 이야기 속에는 예술가들의 삶이 있는 것이다. 음악은 삶과 밀접하다.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음악으로부터 감동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시련을 겪었고 어떻게 곡으로 탄생했는지를 보는 것은 현재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공감하기가 쉽다. 그리고 이 공감은 그 예술가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책 『서양음악사를 알고 싶은 그대에게』는 위대한 작곡가들로 칭송받는 모차르트, 베토벤의 개인적 서사를 찾아 들어간다.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 이인화의 주장이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세계적인 거장인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 등의 예술가들을 연상한다. 실제로 클래식이라는 분야는 그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크다.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클래식과의 그 거리감을 꽤 가깝게 느껴지게 해 준다. 음악가들의 에피소드는 그들의 삶이 예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를 알아보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알고 있던 예술가의 또 다른 면모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이야기가 별도로 정리돼 있다. 「모차르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모음」(p.129~133)과 「베토벤이 사랑한 여인들」(p.166~173), 「베토벤에 대한 당황스러운 뒷담」(p.174~184)이 그것이다. 다른 음악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별도로 묶지 않고 본문에 녹여냈지만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따로 별도의 란을 마련해 처리한 것은 두 사람이 서양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이다. 사실 서양 음악을 이야기할 때 이 두 사람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재 음악가란 모차르트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란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천재의 노력'이란 소제목의 글로서 모차르트의 능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재인 모차르트는 작곡할 때, 영감을 받아 머릿속에서 음악을 완성한 다음 한 번도 고치지 않고 써 내려간 걸로 유명해요. 사실은 그의 음악적 지식과 기법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이전 시대의 다양한 음악 기법을 연구함으로써 터득한 것이며, 한 번에 거침없이 작곡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숙고한 뒤에 썼기 때문에 고친 흔적이 거의 없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p.130)
베토벤이 남긴 사랑과 연인 이야기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베토벤이 평생 알고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를 모두 기술하고 있지만 베토벤의 명곡 〈불멸의 연인〉이라는 곡을 쓰고 누군가에게 '나의 천사, 나의 전부, 나의 분신'이라고 호칭하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 '불멸의 연인'임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일까? 책에 따르면 요제피네 폰 브룬스비크는 헝가리 왕국의 백작 가문의 딸이다. 베토벤이 29세 때, 요제피네 부모가 20세의 요제피네와 24세의 언니 테레제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의뢰한다. 요제피네는 이때 이미 결혼이 예정돼 있었다. 집안의 요구대로 27세나 연상인 다임 백작과 정략 결혼하는데, 남편이 1804년 급사한다. 베토벤은 요제피네와 다시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해 약혼까지 한다. 베토벤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약혼이었다. 하지만 가문의 맹렬한 반대로 요제피네는 다른 귀족과 결혼했고, 집안에서 버림받은 채 가난과 고독 속에 42세의 젊은 나이로 쓸쓸하게 죽었다.
"베토벤 연구가들은 요제피네가 죽을 당시에 쓴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피아노 소나타" Op.31, Op/32를 요제피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송곡으로 보고 있어요. 〈불멸의 연인〉 실제 수신인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베토벤이 가장 오랫동안, 또 가장 깊이 사랑했던 여인이 바로 요제피네이죠."(p.170)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는 요제피네의 언니이다. 요제피네의 첫 번째 남편이 죽은 후 본격적으로 연애하다 집안의 반대로 다시 헤어지고 나서, 36세의 베토벤과 테레제는 갑자기 가까워졌다. 베토벤은 나중에 테레제에게 "피아노 소나타 24번 '테레제를 위해' Op.78"을 헌정했다. 테레제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테레제가 남긴 일기와 편지에서 베토벤과 브룬스비크 가문의 관계, 요제피네와 베토벤의 연애사가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 있어 베토벤 연구자들에게 아주 귀중한 연구자료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자신과 베토벤의 연애 관계는 자세하게 써놓지 않아 두 사람의 정확한 관계는 알기 어려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요제피네가 불멸의 연인 유력 후보에서 탈락한 후, 테레제가 유력한 후보에 올랐는데, 요제피네가 다시 유력 후보로 부각되면서 입지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42세 때 “불멸의 연인” 이후 베토벤은 더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으며, 노숙자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옷차림이나 외모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길거리에서 소리를 마구 지 르기도 했고, 가끔은 집에서 찬물을 얼굴에 퍼붓고 바깥으로 나오는 통에 미치광이 취급을 받곤 했어요.(p.150)
후기 낭만파 시대에 작곡자의 강한 개성과 민족주의적 색채, 순간 의 인상 등을 표현하기 위해 불협화음을 사용하는 등 점점 조성음악 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아놀드 쇤베르크(1874~1951년)는 조성음악 해체의 중심인물이며, 12음 기법 을 확립했고, 많은 근대·현대 작 곡가들이 그를 계승했어요.(p.225)
저자 : 이인화
부안고등학교 교장. 꽃구름 속에 푹 안긴 소박하고 예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노래하며 성장했다. 선생님의 권유와 가르침으로 음악 선생님, 성악가가 되었다. 37년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동안에도 읽고, 쓰고, 노래했다. 미국, 일본 등 국외와 국내에서 독창회, 오페라, 국제음악회 출연 등의 음악 활동을 했으며, 초·중·고 성악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석사 시절에는 「북한의 음악 교육」에 대해 연구하였고, 박사 때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본 음악 교육」을 연구했으며, 이후 생태주의, 교육, 여성, 음악 등을 주제로 9편의 논문을 전문학술지에 게재했다. 음악이 홀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역사, 문화, 철학, 다른 예술 분야 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O.S.T.코드: 클래식』, 『O.S.T.코드: 히든씬』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