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순해지는 연습 - 생각이 너무 많은 당신에게
임태환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이 책 『단순해지는 연습』의 저자 임태환은 집필 이유를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복잡한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일이 가능해진 디지털 사회가 일견 굉장히 좋은 것 같지만 실제 점점 더 인간 두뇌에 스트레스를 준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육체 노동을 줄이기 위해 많은 일들을 디지털로 해결할 수 있다는 데서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젠 디지털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어떻게든 디지털을 버리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스트레스 줄이기에 사람들은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디지털 문화뿐만 아니라 AI로까지 발달해 인간을 뛰어넘는 두뇌까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디지털 문화는 이미 편리하고 무한한 이익을 창출하는 새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인간은 자신들이 얻은 편리함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요구한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이미 충분히 편리함을 맛본 사람들은 디지털 없이는 많은 일들을 포기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서야 단순하게 사는 것에 눈길을 돌렸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문화의 다른 한편에선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살기를 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단순하게 살기'는 점점 더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저자 임태환은 「당신의 인생은 가성비가 좋나요?」라는 제목의 〈서문〉을 통해 "많은 사람이 단순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것을 어려워한다. 단지 물건 절반을 눈 딱 감고 아무거나 내다 버리면 단순해지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단순함은 걷어내고 버린다고 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버려야 할 것을 갖고 있고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을 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인간은 그 선택의 안목을 기르는 것을 매우 어렵게 느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대인을 위로하는 책들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실제 서점에 가보면 거의 모든 책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의 삶을 즐겨라" 등 많은 메시지가 난무한다. 그러나 저자는 극히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저자는 돛단배는 선체 위해 세운 돛에 바람을 받게 하여 움직인다. 만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오독해 "그래, 드러눕고 있어도 괜찮아, 배는 파도를 따라 알아서 움직일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태평양 한가운데서 변사체로 발견되기 십상이라고 저자는 경계한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배가 편안하게 움직이도록 바람에 맞게 돛의 방향을 잡는 것이라는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또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정확히 말하면, 열심히 무언가를 한 만큼 결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쉽게 오독하는 이유는 에너지의 효율이 잘못된 것인데 에너지를 썼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거칠게 단순하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에너지를 쓰지 말자'라는 선언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에너지의 효율을 생각하기보다 그냥 에너지를 쓰지 않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틀어버린다고 이 책 『단순해지는 연습』의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을 생각은 안 하고 왜 자꾸 무언가를 할 생각만 하는 걸까? 저자는 “아직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 단순함을 지루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제일 어려운 것이라고, 평온함이 제일 재미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잘못을 지적한다. 이를 ‘등산에 비유하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말하길 산을 오를 때 가장 편한 구간은 내리막이 아니라 평지라고 한다. 나도 사량도 지리산을 등산하면서 찰나의 평지가 나왔을 때 숨통이 트이는 행복감을 느꼈다. 고저 없이 완만하고 평평한 상태, 우리는 그 평평한 순간을 얻기 위해서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에 내려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에게 ‘인간은 꼭 무언가를 해야만 에너지를 얻는 존재일까?’, ‘무언가를 해서 더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질문과 답을 이 책을 통해 던진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선택은 당신의 삶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풍요롭게 한다. 만약 그것을 깨닫는다면 당신은 아직 오지 않을 미래를 불안해하며 현재를 무겁게 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가벼운 현재의 무게만 짊어지고 미래를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왜 우리는 복잡하게 사는 걸까?〉, 2장 〈단순함의 쾌락〉, 3장 〈단순함의 6가지 법칙〉, 4장 〈응용 편- 단순함이 되는 기술 4단계〉, 5장 〈생활 편- 단순함을 실현하는 생활 TIP〉, 6장 〈고수 편- 단순함은 고도의 복잡함이다〉 등이다. 각 장은 4~6개 씩의 소제목의 글들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가장 앞에는 주문(註文)으로 장의 주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히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1장 〈왜 우리는 복잡하게 사는 걸까?〉의 주문은 "깊이와 복잡함은 한 끗 차이다. 누군가는 복잡함을 깊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복잡함과 깊이의 차이는 뭘까? 깊이 있는 생각은 점점 생각이 좁아지면서 역삼각형 모양처럼 끝 지점이 뽀족해진다. 반면, 복잡함은 깊이 아래로 뾰족한 지점을 만들지 못하고 표면에 머물면서 넓이만 점점 커질 뿐이다. 우리가 왜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지 안다면, 우리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단순함을 만들 수 있다."(p.17)
"인생의 의미는 그게 다에요. 내가 산 물건을 어디다 놓을지 찾느라 애쓰는 것." 미국 스탠드 업 코미디언 조지 칼린의 아포리즘이라고 소개한다.
1장은 「딥 심플리시티(Deep Simplicity), 단순함이 작동하는 원리」「왜 그렇게도 복잡해지고 싶어서 안달 난 거야?」「나는 나를 착취할 권리가 있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어렵다」「우리는 복잡한 것이 좋다는 세뇌에 빠졌다」「불안은 나를 복잡하게 만든다」 등 6개의 작은 제목을 가진 글들이 모여 있다. 〈왜 우리는 복잡하게 사는 걸까?〉란 제목에 맞게 단순함이 작동하는 원리부터 우리가 복잡하게 사는 이유까지 차례로 논리를 전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단순함과 복잡함은 공생 관계란 명제를 세운다. 사람들 앞에서는 "복잡함, 너는 나쁜 놈이야"라고 말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오늘도 수고했다"고 등 토닥여주는 관계라고 비유한다. 이를 본질에 집중한 아이폰은 단순하지만 아이폰과 얽혀 있는 네트워크와 생태계는 상상을 초월한 복잡함이라는 주장이다. 아이폰이 주목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복잡한 네트워크를 아이폰 하나면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함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복잡함이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순함은 복잡함 속에서 기능한다. 단순함은 거기서 나온다는 논거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복잡하다. 분명히 오늘 낮에 구름 한 점 없다고 했지만 내가 나가자마자 하늘이 토하듯이 비를 쏟아낸다.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어제까지 오르던 주식은 오늘 아침에 지하 암반수를 뚫을 정도로 곤두박칠치고, 영혼까지 끌어 산 25평 아파트는 더 이상의 반등은커녕 우리 단지 내 내 최고가를 갱신해 준 호구가 되어 떨어지기만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급상승과 폭락이 자진모리 장단에 맞춰 움직여 준다면 어정쩡하게나마 장단에 맞춰 춤이라도 추겠지만 이 세상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어 복잡하다. 이 상황까지 오면 세상이 영화 〈트루먼 쇼〉처럼 나 모르게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 들 정도라고 우리 사회의 복잡함을 토로한다.
저자에 따르면 갈릴레오 이후부터 과학은 이러한 세상의 복잡성을 이미 무시했다. 그들이 왜 위대한 과학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나는 왜 주가지수나 눈알 빠지게 보는 범인으로 사느지 알 수 있는 행보이다. 그들은 왜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지, 사과는 왜 땅을 향해 떨어지는지 등 단순한 문제에 답을 하면서 점차 과학을 발전시켰다. 과학자들은 이 세상의 복잡성 속에 단순함이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간파했기 때문이다.
앞선 저자의 논리는 복잡함 속에 있는 단순함을 채택한 과학을 도입했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복잡성을 단순함으로 설명하는 진리, 법칙, 원칙 등을 알아낸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존 그리빈의 『딥 심플리시티』라는 책의 일부를 인용, 설명하고 해석한다. 우리는 과학에서 말하는 복잡계를 들으면 복잡을 어렵고 난해함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복잡계란 사실 상호 작용을 하는 몇 개의 단순한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계이다.'*라고 말한다. 마치 이산화탄소 분자는 탄소 원자 한 개와 산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구성물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산화탄소가 탄소와 산소의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의 구성 시스템도 일종의 복잡계라고 할 수 있다. 과학 작가인 존 그리빈은 복잡계를 아래와 같이 쉽게 설명한다.
"가장 단순한 기계는 바퀴와 손잡이다. (중략) 바퀴 하나 또는 기어 톱니바퀴 하나조차도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바퀴와 손잡이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 달리는 자전거는 과학적으로 보자면 복잡한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부품의 상호 작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복잡성이 지닌 또 다른 중요한 특성-사물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복잡성을 만날 때 나타나는 본능적인 반응이 있다. 첫째, 단순한 구성 요소를 파악하고 둘째, 이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셋째, 자신들이 연구할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한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즉 과학자들은 복잡성 속에는 필연적으로 단순함이 있다고 믿는다. 존 그리빈은 그것을 바로 '깊숙이 숨겨진 단순함에 기반을 둔 복잡성' 즉, 딥 심플리시티라고 했다는 것은 존 그리빈의 단순함의 법칙을 과학이 작동하는 근본 원리에 맞는다고 저자가 판단한 것이다.
* 딥 심플리시티, 존 그리빈 p.191
** 딥 심플리시티, 존 그리빈 p.192~193
단순함은 이제 종교라는 저자의 주장은 앞서 과학의 근본 원리와는 다소 배치된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다시 논거를 갖고 이를 제시했다. "(과학과 종교는) 모두 단순함을 추구한다. 그럼 과거는 복잡했을까? 과거에 사회 구조는 단순했지만 그 구조를 이루는 요소는 복잡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보자. 한국에서 1990년대는 198년대부터 본격화된 여름 바캉스 문화가 만개한 시기다. 1990년대 여름 고속도로는 피서객들의 급증으로 늘 정체였다." 정부는 이후 고속도로 대책, 고속도로 진입로 대안, 교통 분산화 도로 개설로 꾸준히 정체를 눈에 띄게 줄여 나갔다. 때문에 고속도로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혔지만 숨통은 트였다. 의식도 변했다. 사람이 명절 때 고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많이 줄었다는 말이다. 이를 간소화로 저자는 규정한다. 사회 구조는 다각적으로 복잡해졌지만 그 구조를 이루는 요소는 단순해졌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회적·문화적 수용력이 크고 많아지면 단순함은 따라온다고 주장한다. 높은 수용력은 조밀도가 떨어져서 평방 1m 안에 층층이 복잡하게 쌓았던 기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함을 주장하는 저자가 한마디 덧붙인다. '본질에 집중해라, 조금 더 단순해져라' 이것은 마치 지금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단순함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이 복잡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제 단순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함의 원리를 과학에서 찾아낸 예로써 훌륭한 지점이라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한마디로 복잡성은 단순함에서 기인하고 단순함은 복잡성 안에서 기능한다. 만약 당신이 이 세계가 복잡하고 불가해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 안에 단순함이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라는 저자의 말은 규명된다. 지금까지 단순함의 원리를 찾아 설명한 부분은 '1장 1절'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모두 32개의 절이 있다. 관심을 갖고 읽는다면 우리 삶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사랑이 사라진 시대, 무언가를 더 가져야만 사랑받는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이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 어쩌면 ‘사랑’이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실천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하여 이 책을 썼다라고 강조한다. 혹시 사랑도 단순함의 원리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영감을 독자는 받았다.
저자 : 임태환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마케팅은 사회, 문화, 경제, 인문, 엔터, 미디어 등 수많은 분야가 만나는 교차로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느꼈다. 특히 인간이 미디어를 만났을 때 영향받고 변화하는 데 관심이 생겨 인터넷 방송 기획으로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뎠다. 미디어아트 웹진 <앨리스온>에서 미디어문화예술을 관찰하는 에디터로서 글을 썼다. 이후 모두가 마케팅에서의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말할 때, 글이라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뺏는 방법에 관심이 생겨 카피 책을 썼다.
CJ제일제당 햇반의 소셜미디어 캠페인과 오뚜기 디지털마케팅 기획, 아모레퍼시픽 디지털 PR 콘텐츠 기획, 에뛰드하우스 캠페인 기획, 도루코페이스 통합 마케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YBM커리어캠퍼스에서 카피라이팅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그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최고의 쾌락으로 여기며, 글쓰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