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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11월
평점 :
현대인은 과학과 의학의 도움으로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즐긴다. 지금껏 인류 출현 이후 가장 풍요의 시대라고 명명될 만큼 평균 수명도 2~3배로 늘어난 상태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대략 30만년 전이라고 한다. 두 발로 걷는 조상부터 따지자면 그 연대는 무려 2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지구 환경의 변화로부터 살아남지 못했고,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이 현재 인류의 조상이라고 인류학에서는 본다고 독자는 알고 있다. 이때의 인간은 다른 어떤 종(種)보다 우월한 지능을 바탕으로 지구상 최상위층에 위치했다.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고, 조직을 이루어 집단적으로 무리를 짓기 시작한 이래의 인류의 역사는 불과 몇 만년 전으로 현재에 바짝 다가선다. 고대 인류 문명으로 대표되는 4대 문명이 태동한 것을 인류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면 모두 1만 년이 채 안 된다. 불과 수천 년 동안이 지금의 인류 문명이 있게 된 기간이다. 고대 시대는 식량이나 신체 안전을 위한 주거 환경의 발전부터 옷과 건축의 발전이 눈부신 속도로 진보해 왔다고 인류학자들은 말한다. 문자를 가지면서 '역사 인류'가 된다. 문자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6,000~7,000년 전이다. 불과 수천 년간 우주 행성을 완전히 지배한 곳이 어디 있을까?
이후 인류는 쉼 없이 삶에 힘을 쏟았다. 먹고 사는 삶에는 먹을 것과 옷, 주거지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습의 변형이나 기본 재료의 변화는 있을지라도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의 일이다. 현대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의 발전을 이루어낸 결과를 누리지만 노동의 필요는 변함없다. 더욱이 과학이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 살지만 일은 더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쉼도 고대 종교로부터 내려온 관습에 의해 일주일에 하루는 하늘의 말씀으로 휴일로 정하지만 남에게 뒤떨어지면 인류가 이룬 문명의 혜택에서 쉼없이 일하는 '노동기계화'된 인간은 쉬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의식은 이제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버렸다.
이 책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의 저자 마릴린 폴은 「당신은 제대로 쉬고 있는가」란 제목의 〈서문〉에서 "현대 사회는 인간을 쉬게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일하게 만든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 쉴 때조차 광고료를 발생시키는 존재로 만들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유대인이지만 저자는 학교 다닐 때까지도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의 이유야 어떻든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는 유대인은 책으로 접해 본 적이 없어서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쉼'에 대한 그의 말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당연히 이 책을 선택하고 몰입하게 됐다. 이 책은 다행스럽게 종교적 색채를 띄지 않은 채 이야기를 끌고 나가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유대인의 관행을 좋아하지 않던 저자가 대학원에 다니던 친구가 금요일 저녁을 함께 먹는 모임인 '하부라'에 초대했고, 그곳에서 일주일에 하루를 완전히 쉬는 안식일을 처음으로 경험했다고 털어놓는다. 안식일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나왔으며 '중단' 혹은 '멈춤'을 뜻한다고도 한다. 저자의 삶은 이 안식일을 만난 이전과 이후로 바뀌게 된다. 저자는 ‘To-do 리스트’와 ‘Check 리스트’로 가득한 일상은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휴식을 빼앗긴 인간은 생산성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울증과 번아웃은 그 결과라는 주장이다. 모든 것을 다 해내려다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된 것으로 저자는 지적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쉬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책은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리던 저자가 면역결핍증 등으로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후,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다. 예일대 의대 강연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일과 일상의 균형을 선물했다. 5,0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유대인들의 쉼의 기술을 현대적으로 접목하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제대로 된 휴식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휴식의 설계-연습-적용의 3단계로 구성된 내용은 우리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쉽다. 이 책이 독자들의 삶에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1부 〈우리는 도대체 왜 제대로 쉬지 못하는가〉, 2부 〈일하지 않는 시간을 설계하는 연습〉, 3부 〈멈추고, 쉬고, 나를 찾는 법〉 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진정한 휴식을 3단계로 구성했다.
저자는 지나친 일 때문에 면역결핍 질환을 얻어 비로소 안식일에 대해 알고,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던 듯하다. 오로지 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일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달게 된다. 이로써 그는 휴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에 매진한다. 그 결과, 유대인들의 오래된 쉼의 기술인 ‘안식일’ 전통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 이후 건강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동안의 연구를 체계화한 뒤 예일대 의대, 히브리대 등 전 세계 유명 대학에서 이를 강의한다. 그의 강의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미국 비즈니스 전문 사이트 INC닷컴에서는 그를 100대 강연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저자가 그동안 강연했던 내용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은 휴식을 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한 쪽에서 일과 함께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당신을 병들게 하는 것이 당신의 열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을 먼저 던진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과 각종 책과 주위 사람들의 연구 부분을 섭렵한다. 왜 사람들은 일에 빠져드는가?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려 하고, 가정에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무리하기 쉽다.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점이다. 그러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신이 기대한 이상의 결과를 얻어야 만족하는데, 하고자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만족의 좌절’을 겪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결과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지속 가능한 휴식이라는 결론을 낸다. 이 책에는 휴식을 위한 마인드셋 방법과 일상에 적용하는 법, 그리고 인간관계 또는 조직 내에서 활용하는 법 등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신경과학과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근거도 가득하다.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으로 손색이 없다.
종교 이야기는 자제하려는 저자는 유대교의 교리에 속한 내용을 먼저 꺼낸다. '일곱째 날에는 멈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휴식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우리가 하는 일을 멈추고 진정한 목적에 따르는 삶을 찾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과 우리 자신을 경건하게 섬기는 시간은 단지 계속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이때 안식일은 신성한 삶 자체의 정수가 된다.
유대교 안식일의 또 다른 주제는 자유다. 유대인은 안식일 만찬 기도에서 이집트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준 신께 감사드린다. 그들은 "안식일은 우리의 성스러운 날 중 으뜸으로서 이집트에서 탈출한 일을 기념한다"라고 말한다. 안식일에 관한 성경적 관점은 우리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동안 일을 멈출 자유가 있다는 것은 노예가 아니라는 뜻이다. 매주 하루를 쉬는 것은 우리가 고개를 숙이는 이집트의 파라오나 왕이(오늘날에는 상사나 프로젝트 마감일이) 하루 동안은 눈을 감는다는 뜻이다. 지배자의 자리에는 압제가 사라지고 자유로운 하루가 들어선다. 얼마나 많은 것에 중독되었든, 얼마나 많은 것에 의존하든 안식일에는 하루를 쉴 수 있다. 저자는 이 안식일이 지니는 의미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안식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우리를 쉴 수 없게 하는 독재자들 중 하나는 '결핍'이라고 지적한다. 이 독재자를 셜명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일에 길들여졌는지 살펴보자는 의미다.
생산과 소비에 대한 충동이 우리를 계속 달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과 가진 것을 통해 자신을 정의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업무나 프로젝트 혹은 직무를 말한다. 안식일은 일주일에 하루 동안 쳇바퀴에서 내려와 자아를 더 깊이 깨닫도록 가르친다. 이 인식은 또 다른 일주일 내내 지속된다. 우리 시대의 멈추지 않는 열망과 요구는 억압과도 같다. 이처럼 우리를 계속 행진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우리를 탈진할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무엇일까?(p.58)
저자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지독한 독재자로 결핍을 지목한다. 건강, 외모, 옷, 친구 등 그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결핍을 느끼며 자란다. 필립 슬레이터의 『고독에 대한 추구』에서 인용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한다. "소유는 사실 결핍을 낳는다. 소유물에 감정을 많이 이입할수록 진정한 만족을 누릴 기회가 사라진다. 소유물에 집착할수록 박탈감이 심해진다." 또 환경운동가 빌 맥키번의 문장도 덧붙인다. "소비사회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피상적이고, 달콤하고, 화려하고, 섹시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약점 말이다."
독자는 앞서 저자가 유대인으로서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고 밝힌 부분에서, 저자의 책이 종교적 색채를 벗어나 있어 읽기 부담스럽지 않다고 표현했다. 그것은 종교적 교리에 의한 내요이 중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에서였다. 유대교적 관점을 부각시키면 다른 어느 종교의 관련된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대교는 유일신이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내용을 끌어가는 데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책의 다른 부분에서 불교도 인용된다. "불교는 가만히 앉아서 생각과 감정이 드나들도록 놔두라고 가르친다. 그러면 감정적 반응의 패턴을 서서히 인식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압박감이나 두려움 혹은 슬픔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고요는 이런 감정들을 두려워하기보다 경험하고 해소하도록 해준다. 이때 우리는 더는 감정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대신 감정은 생동하는 활기, 우리를 위한 자원이 된다."(p.326)
저자는 정신없이 바쁜 생활에 휩쓸리다 보면 충만하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생산성을 올리려면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뛰어다니면서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는 데 매달린다. 성취는 유혹적이기는 하지만 삶 속에서 현존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가릴 수 있다. 우리는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황량한 내면을 발견하고 쓸쓸함을 지니게 된다고 역설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불교 명상가 타라 브랙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우리 자신의 소중한 일부이자 풍요로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억지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기보다 폭넓은 경험을 허용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항상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우리를 불안하고 조심스럽게 만든다. 대신 내면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불안과 두려움, 복잡함, 고민, 바쁘게 사느라 옆으로 제쳐둔 꿈들이 뜻하지 않게 마음으로 떠밀려오는 삶의 부유물을 살필 시간이 필요하다.(p.329)
저자 : 마릴린 폴(MARILYN PAUL)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만 명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전설적인 컨설턴트이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과 이스라엘 최고 명문대인 히브리대학교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과대학원 등 세계 명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면역결핍 질환으로 죽음과 마주한 후,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사고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유대인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성찰을 더해 진정한 휴식법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대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컨설턴트로 이름을 알렸으며,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사이트 ‘Inc.com’이 선정한 100대 강연자로도 뽑혔다.
저서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열쇠도 못 찾을 정도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It’s Hard to Make a Difference When You Can’t Find Your Keys)》가 있다.
역자 : 김태훈
전문 번역가로서 인문/교양,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번역한다. 옮긴 책으로 《가난한 찰리의 연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최선의 고통》, 《사고의 본질》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