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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 - 크리스마스 명반과 홀리데이 칵테일로 즐기는 크리스마스 파티 가이드
안드레 달링턴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11월
평점 :
이 책 『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는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는 데 좋은 가이드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우선 크리스찬이 아니기도 하고, 또 모임이나 친구들끼리 회식 자리를 가지긴 했지만, 이른바 '서양식 파티'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때도 음식을 주문하거나 별도로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칵테일과 음악이 있는 저녁을 보낸 적도 없다. 또 아파트에 살기에 이 책에 어울리는 파티는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에 전원주택에 산다면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파티 안내서가 되리리고 생각된다. 미국이나 넓은 집을 가진, 저택에서나 어울릴 듯한 파티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소품들이 많아서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눈으로만 즐기고 머릿속에 각인했다가 책을 보관해 전원주택 생활을 할 때 이용하면 매우 탁월한 파티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물론 음반 소개는 지금 당장 유용하지만.
출판사 측에서도 이 점을 부각시켜 소개한다. 우선 1949년부터 2020년대까지 발매된 45장의 크리스마스 명반에 눈이 간다. 또 파티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소개한다. 음반을 〈록〉, 〈웜 앤 퍼지(Warm & Fuzzy)〉, 〈재즈 & 클래식〉 등 세 개 장(章)으로 나누어 구성하고, 앨범마다 음반 해설과 함께 A면과 B면을 상징하는 두 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수록하였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아이디어와 간식 레시피도 소개하며,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들으며 트리를 장식하거나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과 함께하는 신나는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클래식한 크리스마스 칵테일에서부터 창의적인 레시피까지 다양한 칵테일을 집에서 쉽게 만들고 마실 수 있도록 필요한 기법과 팁을 알려 준다. 장소가 허락되는 집이라면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앨범과 홀리데이 칵테일로 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당장 만끽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잘 아다시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이를 해제하는 국회 의결이 통과되고 비상계엄은 6시간의 짧은 단막극이 되었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아직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폭동 등이 일어났을 경우 선포해야 할 비상계엄은 반대당의 횡포로 국정을 펼 수 없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니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주일 전 벌어졌다. 몇 번의 비상계엄령을 겪은 대한민국은그야말로 비상계엄 트라우마가 있는 듯하다. 비상계엄이란 어른 세대들의 잔유물로만 생각했는데 자신 앞에서 벌어지는 걸 처음 겪는 20~30대의 젊은이들은 결연히 거리로 나섰다.
이 한밤의 비상계엄은 '실패한 내란'으로 기억되겠지만 앞으로 겪어야 할 후유증은 상상 이외로 클 듯하다. 경제적 압박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 자체도 크게 실추되고 말았다. 어쩌면 나라가 10년, 20년 전으로 후퇴할 듯 싶다. 그러나 일단 수습의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진행되는 가운데 내란에 관련된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수사 당국도 분주히 움직이지만 '수괴'에 대한 탄핵마저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국회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야당 의원들의 힘겨운 호칭에도 표결 자체를 거부한 여당 의원들의 몰염치가 국민들에게 오히려 수치심을 준다. 그러나 야당 대표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탄핵을 가결시켜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주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크리스마스 파티 안내서에 대한 서평을 쓰려니 불시에 일격을 맞은 느낌이다. 현 우리 정치 상황에 대해 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씨의 변화는 이어지고 크리스마스는 다가온다. 낮이 점점 짧아지고 쌀쌀해지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커지기 시작한다.
연중 더없이 멋진 이 시기는 우리가 즐겨 듣는 노래가 라디오와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크리스마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따뜻함과 아늑함, 행복감 같은 온갖 감정이 떠오르고, 매년 꺼내 듣는 캐럴 앨범은 가까운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쌓아 온 크리스마스의 추억과 함께 우리 곁에 머무른다. 이 책은 음악과 칵테일의 페어링을 통해 크리스마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저자 안드레 달링턴은 크리스마스 파티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거나 연말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고 싶을 때는 상큼한 시트러스 펀치를 손에 들고 제임스 브라운의 펑크 클래식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 볼 것을 권유한다. 크리스마스 여왕 머라이어 캐리의 땡그랑거리는 메가 히트곡을 떼지어 노래하며 틈틈이 ‘트윙클링 라이츠’로 목을 축여도 좋다. 스케이트를 타느라,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느라, 눈밭에서 눈싸움하느라 하루를 보내고 나면,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바늘을 올리고 〈크리스마스 카드〉 칵테일을 저어 아늑하게 자리를 잡을 시간이다. 이때 유명한 캐럴의 가사에도 등장하는 달콤한 ‘피기 푸딩’을 곁들인다면 더욱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보다 우아하고 풍성하게 보내고 싶다면 재즈와 클래식 음반을 꺼내어 보면 분위기를 매우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저자는 페기 리의 관능적인 음색에는 재즈 풍미로 가득한 사워 칵테일 「덱 더 홀스」가,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크리스마스를 환하게 밝히는 힘찬 음악에는 그에 맞춰 춤추는 「넛크래커」 칵테일이 제격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에서 '바'를 꾸미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자들이 초보 바텐더라면 또는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면, 이 책에 소개된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를 참고하기를 권유한다. 클래식한 크리스마스 칵테일에서부터 창의적인 레시피까지 90가지 칵테일을 집에서 직접 만들고 마실 수 있도록 흔들기, 젓기, 짓이기기 등의 기본적인 기법과 유용한 팁을 모두 소개하였다. 칵테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는 물론 바닐라 시럽, 피칸 시럽 등 칵테일용 수제 시럽 레시피도 안내해 홈 바에서도 수준 높은 홀리데이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시대를 초월한 명반과 칵테일의 환상적인 조합, 사진과 그래픽의 화려한 볼거리를 통해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칵테일과 레코드』의 크리스마스 컬렉션인 이 책은 선물하기에도 훌륭한 소장 가치가 있는 파티북이다. 크리스마스를 해마다 찾아오는 휴일로 무심하게 보내거나 매년 비슷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지루한 적이 있다면, 올겨울 이 책 『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와 함께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의 1~3장은 음악 종류에 따른 구분이고, 4장은 〈선물 포장 코너〉로서 1.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 2.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바 만들기 : 재료와 도구 3. 간단하게 만드는 칵테일용 시럽 레시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이 책을 집필했음을 밝히고 있다. 〈서문〉에 따르면 미국의 크리스마스 대중 음악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급부상했고,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 같은 노래들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독자들이 벙어리장갑을 낀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1949년 빙 크로스비가 발표한 기념비적인 엘피 음반(LP는 1948년에 처음 등장했다)부터 2021년까지의 음반을 망라한다.
LP가 지금도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앨범을 모두 이 책에 실을 수 있다는 (다시금 대량으로 LP로 찍어내고 있기 때문에) 사실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즐겨 듣던 페기 리나 비치 보이스를 젊은 청취자들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앨범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뿐 아니라 엘피라는 매체 자체의 매력을 입증한다. LP 음반과 크래프트 칵테일은 서로 어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그 매력의 많은 부분은 둘 다 감촉에 의한 경험이라는 데에서 온다. 음반 재킷의 느낌, 엘피 특유의 잡음,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바늘을 올리고, 젓고, 흔들고, 뒤집는 동작, 첫 모금을 마시는 느낌, 지직거리고 타닥거리는 소리. 물론 이것은 칵테일과 엘피 음반이라면 당연히 나는 소리와 맛이지만, 그보다 더 큰 근본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엘피로 듣는 음악을 따뜻함과 존재감이라는 말로 즐겨 표현하며, 엘피 음악은 더 생동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생각해 보자. 음반과 거기 어울리는 칵테일이 연중 어느 때라도 우리에게 따뜻한 취기를 안겨 준다면,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면 같은 경험이라도 얼마나 더 깊이 다가올까?
이런 책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가정을 중심으로 집에서 이뤄지는 문화가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출판사 측에서는 「이 책을 활용하는 법」을 따로 두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1949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된 최고의 크리스마스 앨범 45장을 소개한다. 음반은 앞서 언급한 대로 〈록〉, 〈웜 앤 퍼지(Warm & Fuzzy)〉, 〈재즈 & 클래식〉 등 3개 장을 분류 게재했다. 순서는 각 장마다 연대순이다. 앨범마다 A면과 B면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제시하여 청각과 미각을 위한 완벽한 경험을 안겨 준다.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음악 감상이 되도록, 앨범마다 「언제 틀까?」라는 항목으로 음반을 틀기 좋은 때를 제안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장식하는 파티를 원한다면? 그웬 스테파니의 앨범 〈You Make It Feel Like Christmas(2017)〉를 보고 참고하면 된다.(p.38) 홀리데이 브런치? 저스틴 비버의 앨범을 튼다. Under the Mistletoe (2011)(p.32) 그 밖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기기 좋은 간식거리 레시피도 책 여기저기에 배치해 두었다. 이것 역시 찾아보는 즐거움을 준다. 독자들은 칵테일 기술을 더 갈고닦고 싶다면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p.116)를 참고하면 된다.
저자 : 안드레 달링턴(Andre Darlington)
술과 음식,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쓴다. 레스토랑 평론과 와인, 칵테일 칼럼으로 상을 받은 작가이며 그 이전에는 베이스 연주자이자 디제이로 활동했다. 『새로운 칵테일의 시간』, 『영화의 밤 메뉴 ? 터너 클래식 영화』를 펴냈다.
역자 : 권루시안
편집자이자 번역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책을 독자에게 아름답고 정확한 번역으로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서 L. 겁틸의 『펜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연필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아가트 아베르만스의 『식물 관찰 스케치』, 『자연 관찰 스케치』, 존 그리빈의 『진화의 오리진』, 『과학을 만든 사람들』(진선출판사)과 에릭 해블록의 『뮤즈, 글쓰기를 배우다』(문학동네),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언어의 죽음』(이론과실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