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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쉬운 글의 힘
손소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1월
평점 :

요즘 MZ세대들은 학교 문법상의 언어보다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는 비문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독자는 중년 세대로서 젊은 세대의 글쓰기를 접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인터넷 상에서 글쓰기를 읽고 난 느낌이다. 오프라인 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것들은 한글로 써도 무슨 뜻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마구 쓰이고 있다. 독자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타인이 써놓은 글을 한 번씩 읽다가 아연실색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게시물의 덧글에 쓴 글들을 읽어보면 몇 개 안 읽었는데도 수많은 오탈자, 외래어 남용, 비문 등이 너무 많이 쓰여서 황당하기도 하고, 우려되기도 한다. "이러다 한글 없어지는 것 아냐?" 하는 걱정도 여러 차례 했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 등장한 '인터넷 언어'에 대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욕이나 무지막지한 막말도 큰 문제지만 비문이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그것이 통용된다는 것이 더 문제다. 그들에게 펜을 쥐어주고 자기 소개글을 써보라 하면 어떻게 쓸까? 소름 끼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독자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정화되겠지"라고 독자를 타이른다. 독자는 인터넷에서 서평 카페 이외에는 댓글을 달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꼰대' '쉰세대'로 매도될 것 같아서다. 운동선수들에 덕담이나 응원 격려 감사를 쉽게 전하는 것도 할 수 없다. 이것도 세대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언어가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하나의 빌미가 되겠다 싶다.
인터넷 상이라도 학교 문법에 맞춰 글쓰기를 하는 곳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이트에선 맞춤법이나 사전에 등재된 학교 문법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수가, 비율이 점점 늘어난 것으로 느끼게 한다. 독자는 인터넷 상에선 덕담은 해도 비방은 하지 않는다. 최근 일본에서도 이 같은 글쓰기가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기성 세대의 걱정이 많아졌다고 쓴 일본의 글쓰기 책을 읽은 적도 있다. 인터넷 상의 글쓰기는 바로바로 생각나느 대로 쓰고 검토 한 번 없이 즉각 글을 올린다. 맞춤법이나 비문 등에 대한 인식이 훨씬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일본 역시 인터넷 글쓰기가 난관에 부딪친 느낌이다. 특히 요즘 문해력이 화두라고 한다. 우리 역시 비슷한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한글 맞춤법이나 제대로 된 문장을 써야 한다는 글쓰기 책이 많이 쏟아져 그나마 앞날에 위안이 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논술·서술형 문제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고, 당장 입시와 대학교육에서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에 주목한다고 한다. 또 사회에서는 갖가지 글쓰기를 통해 개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요구한다니 한글 글쓰기는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사회에서 다시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언어는 습관이다. 잘못된 습관은 사회에서 여간 고치기 힘든 게 아니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 맞춤법이 서투르다든지, 문장이 이해하기 어렵게 길게 쓴다면 지적받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글쓰기를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지만 어디서나 요구한다. 학교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야 평생 올바른 언어 생활을 할 수 있다.
이 책 『짧고 쉬운 글의 힘』은 방송작가 손소영이 들려주는 임팩트 있는 글쓰기 비법을 담았다. SBS, KBS, EBS 등 여러 방송사에서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한 저자가 독자들을 위해 작심하고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한겨레 교육의 글쓰기 강의, 방송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글쓰기 지도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글쓰기 노하우를 전해준다. 「글의 설계와 구성」, 「백지와 싸우는 법」, 「단숨에 쉽게 읽히는 글」, 「살아 움직이는 글」, 「효과적인 필사법」, 「화룡점정, 제목 붙이기」, 「전략적 글, 자기소개서」, 「인공지능AI 시대의 글쓰기」 등 효과적인 글쓰기 비법이 망라되어 있다. 저자는 “글쓰기 강의와 첨삭지도를 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점은 글처럼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 것도 없다는 겁니다. 꾸준히 열심히 계속 쓰다 보면 분명히 좋아지고 달라집니다.”라고 책에서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저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글쓰기 원칙과 테크닉을 전하고자 집필했다고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이 글쓰기를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느끼게 되길 바란다는 취지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글쓰기의 기쁨과 글로 인한 치유의 경험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덧붙이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에 두려움이 생기고, 글쓰기를 시작하기 힘든 이유가 처음부터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쓰려는 생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도 처음부터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써내는 일은 드물다는 것.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고 쉽게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비법은 바로 이 중압감과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가볍게 끄적거리는 것부터 시작해 볼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저자는 마음속에 있는 단어들이 흘러나오게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첫 단계라고 말한다. 나중에 제대로 다시 고쳐 나가면서 업그레이드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평온한 상태로 글을 우선 써볼 것을 주문한다. "글은 짧고 쉽게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은 세계 어느 언어를 사용하든 마찬가지다. 또 어떤 글이든 이 원칙은 글쓰기의 제1원칙이다. 누구나 독자로서 글을 읽을 때는 짧고 쉬운 글을 좋아한다. 모든 글은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쓴다. 즉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란다. 글쓰기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독자로서 읽었을 때 짧고 쉽게 써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간혹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들을 읽다보면 짧게 쉬운 글을 쓰라고 설명하는 저자들이 자신이 오히려 긴 글을 쓸 때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신도 그럴 경우가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 부분을 만나면 오히려 자신의 글쓰기에 자신감과 위안을 얻는 계기로 활용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우리가 사회에서 소비하는 모든 콘텐츠의 근간은 '글'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짧지만 강렬하고 울림이 있는 글이 바탕이 된다면 어떤 분야에도 자신있게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2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글쓰기 비법'을 담았지만, 사실 글쓰기는 비법이나 왕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많이 읽고(多讀), 많이 생각하고(多思), 많이 쓰는(多作)이 최선이다.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이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 3가지는 지금도 계속한다. 이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정도(正道)다. 저자는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짧은 글, 쉬운 글, 일관성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책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27개 장의 모든 부분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비법이다. 이것이 비법이자 기본 요건이기도 하다. 1장부터 5장까지는 '짧은 글'에 대한 설명이다.
2장 「왜 짧은 글인가?」란 제목에서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말은 인용한다. "분명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모이지만 모호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비평가만 몰려들 뿐이다."(p.23) 저자는 이 글을 통해 지금은 짧고 쉬운 글이 주목받는 시대라고 말한다. 꼭 거창한 글이 아니더라도 짧은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상대방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소통)에도 짧은 글이 효과적이고, 나 자신을 알릴 때도 유리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대표적이다. 왜 짧은 글일까? 일단 읽는 사람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기억하기도 쉽다. 또 가끔은 궁금하게 만들고 여운을 남긴다. 짧기 때문에 임팩트가 있고, 더 오래 각인된다는 주장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짧은 글이 가진 장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주술 호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학교 글쓰기, 학교 문법에서는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정확한 글쓰기의 기본임을 배우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는 주어와 술어가 호응이 안 되더라도 말을 뜻이 전달되는 것이 많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할 때는 문제 없이 소통된다. 대화의 내용을 글로 쓰면 주술 관계가 호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비문이다. 비문은 글을 쓸 때 문장이 뒤죽박죽된 문장을 일컫는 단어다. 대화를 그대로 글로 옮길 때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디지털 문화로 빠르고 복잡해졌다. 시간은 다른 어떤 시대에 비해 가치가 크다. 이런 시대에 장황하게 구구절절 늘어지게 쓴 글이나 주술 호응이 안 되면 읽어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천천히 읽지 않고, 마음의 여유마저 쫒기듯 거의 없다. 짧고 쉬운 글이 필요한 이유다.

7장 「단숨에 쉽게 읽히는 글」을 어떤 글일까? 책에 따르면 쉽게 잘 읽히는 글을 위해서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써주는 게 좋다. 웬만하면 지시대명사도 자제한다. 너무 포괄적이거나 광범위한 표현 역시 명확하지 않아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확성과 진실성을 갖춘 글, 신뢰할 만한 표현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얻는다. 그런 면에서 요즘 많은 사람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같다'는 표현은 자체하는 편이 좋다. 독자들은 확신이 없는 말투보다는 정확하게 확인해본 다음에 나오는 확실한 표현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또 매끄럽게 잘 읽히는 글은 '간결체, 건조체, 우유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간결체라는 건 우리가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한 문장의 길이가 짧은 글이다. 간결체의 반대인 만연체는 문장의 길이가 장황하게 늘어진 긴 글을 말한다. 건조체는 화려한 수식어들을 최대한 줄이는 문체이다. 미사여구를 마구 나열하고 싶은 욕심을 벌이고 너무 주관적이거나 감상적인 어휘를 자제하는 게 비결이다. 화려체가 아닌 건조체가 짧은 글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우유체는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대화체로, 부드러운 말을 뜻한다. 군인 말투라고 하는 '다, 나, 까' 어투가 딱딱한 강건체의 가장 쉬운 예다. 기자들이 뉴스에서 사용하는 리포팅도 강건체이다. "~하는 것이다. ~한 것이다. ~라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문장을 계속 마무리하는 것도 우유체가 아닌 강건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또 문장을 마치는 종결어미를 다양하게 번갈아가면서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번 똑같은 종결어미로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종결어미를 사용하는 게 읽기에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고 밝힌다. 신문 기자들이 어떤 중요한 담화를 발표할 때 "○○는 ~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밝혔다. 강조했다. 역설했다. 풀이했다 등으로 어미를 다양하게 사용하라는 주문이다.
8장 「짧은 글일수록 정확하고 바른 문장이 전달력을 높인다」의 제목도 짧은 글을 강조하는 말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 중에는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서 문장 호응이 안 되고 문맥이 어색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고 이상한 건지 몰라서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쓸 때 맞춤법에 부담을 덜 느끼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맞춤법에 대한 두려움으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는 쉽고 편하게 시작하는 게 낫다고 한다. 하지만 짧은 글일수록 정확하고 바른 문장이 전달력을 높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짧기 때문에 더더욱 그 안에 모든 걸 정확하게 담아서 한 번에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짧은 문장은 장황한 문장에 비해 주어와 술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주술 호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읽는 사람에게도 눈에 더 잘 띄니까 맞춤법에 어긋난 것들이 금방 티가 난다는 이야기이다. 일단 맞춤법이 틀리거나 주술 호응이 안 되는 문장은 잘 읽히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읽는 사람의 집중력을 흩어놓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맞춤법을 통해서 글쓴이의 글을 대하는 태도가 느껴져 신뢰가 떨어지면서 읽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맞춤법에 맞지 않거나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쓴 문장,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 등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글쓰기는 전문 작가이든 일반인이든 사회 생활을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글쓰기는 능력의 유무를 막론하고 소통의 기본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다음의 문제다. 가까운 사람과는 직접 대화로 말하고, 또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는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시간의 제약을 피할 수 없다. 시공간의 거리로 말미암아 말로써 제대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자가 생겨났다. 문자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할 수도 있고, 뒷 세대 혹은 미래의 사람들에게도 의사를 전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말과 글을 통해 지식을 배운다. 또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에 대해서도 교육 받는다. 거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문자이고 글이다.
저자 : 손소영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 학사, 동 대학원 언론학 석사. sbs, kbs, ebs, kmtv, m.net, cbs, mbn 등 여러 방송사에서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그 다양한 경력 덕분에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서 방송작가 지망생들을 가르치게 됐고, 방송을 만들면서 느꼈던 짜릿함과는 또 다른 보람을 느끼며 후배이자 제자를 양성해내는 기쁨을 알게 됐다. 한겨레교육의 글쓰기 강의를 시작으로, 외교부 국립외교원 직무연수,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 실무자 대상 글쓰기 교육을 진행했다. 방송작가로 보는 이에게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글쓰기를 하다, 지금은 읽는 이에게 직접 전달되는 글쓰기를 한다. 두 가지 다른 글쓰기의 경험으로부터 짧고 쉬운 글의 힘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강의와 신문 연재를 통해 짧고 쉬운 글로 충분한 글쓰기의 즐거움과 치유력을 알리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