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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부처의 말 필사하기 - 불안과 분노에서 위로가 필요할 때
김세중 엮음 / 스타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음악, 미술, 문학, 공예 등 많은 분야의 예술이 있다. 우리가 흔히 예술로 분류하는 것들은 대부분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극히 드물지만. 그래서 예술과 예술인들을 우리는 더욱 고귀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은 그것을 이루어내는 수많은 예술인들의 오랜 연습과 열정적인 노력이 깃들어 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것은 실제로 예술인들의 열정과 노력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학문 등 공부도 마찬가지다. 종교에서의 수행도 역시 같은 행위다. 문자를 직접 쓰는 글씨도 마찬가지다. 특히 상형문자를 쓰는 중국은 일찌기 글씨체에 대해 예술성을 인정했다. '서예(書藝)'라고 말했다. 그 점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는 유럽의 문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는 책을 발간할 때 필사를 했다. 그때의 책을 보면 놀랄 만큼 아름답다. "유럽 사람들도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서양인들이 써놓은 글씨(우리가 흔히 꼬부랑 글자라고 표현한) 모양은 극도로 난잡해 보인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독자가 글씨를 연필로 한 자 한 자 배울 때도 서양인들은 글씨를 대부분 잘 쓰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유를 몰랐다. 약 30년 전에 컴퓨터로 글씨를 쓰다가 글씨를 직접 써야 할 일이 생겨서 글씨를 썼더니 낯설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글씨보다 더 난삽해 보였다. 그때서야 문득 느꼈다. 서양인들이 대체로 글씨를 잘 못 쓰는 게 그들은 오래 전부터 타자기를 이용해 글씨를 써왔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비춰볼 때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은 일단 글씨를 많이 써본 사람이다. 이 추정은 대부분 틀림없다. 글씨도 많이 쓰면 는다고 예부터 선조들이 했던 말이다. 지금은 활자체를 개발해 컴퓨터의 자판을 통해 글씨를 쓰기 때문에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의 차이는 없어졌다. 아날로그 세대인 독자도 컴퓨터로 글씨를 치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은 훨씬 넘었다. 그동안 모든 일이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지자 실제 글씨를 직접 쓸 일은 거의 없어졌다. 중간에 간단한 메모나 영수증 사인 정도, 혹은 누구에게 전하는 메모로 몇 자씩 적은 적은 있지만 손글씨를 직접 쓸 일이 거의 없었다.
글씨에 대해 이렇게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많이 꺼낸 것은 이 책 『하루 한 장 부처의 말 필사하기』의 서평용 사진을 위해 글씨를 한 번 썼다가 크게 낙담했기 때문이다. 독자는 학창 시절 글씨를 잘 쓴다고 선생님의 칭찬을 두루 받았다. '노트 정리'도 모범적으로 잘 되었다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 돌려보게도 했다. 글씨를 잘 썼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 필사집의 글씨에 독자 스스로 너무 놀랐다. 도대체 심혈을 기울여 쓰는데도 획 하나하나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같아 다시 힘을 빼면 흔들리고... 반복해 같은 형식으로 글씨를 썼더니 힘만 들고 오히려 내용은 머리에 남지 않는다. 이 책의 필사를 계속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글씨체가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참담했다. 연전에 톨스토이 필사집도 구입해 써보려다 실패했었던 독자로서는 이젠 글씨체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손글씨를 많이 쓸 일도 없을 터니 아쉬울 일이 없다.
필사는 대부분 명언이나 격언, 또 아름다운 시 등을 머릿속에 오래 남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이는 명상과 같아 필사에 집중하면서 글의 내용을 천천히 머릿속에 각인하면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이 점은 과학적으로 설명되겠지만, 일반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는 소설 필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성경 필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다. 이처럼 필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글의 내용을 기억에 오래 남기기에 최선의 방법임에 틀림없다. 대문호로 불리우는 문인들도 필사를 예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볼펜이 발명되기 전이기에 아마 펜으로 한 자 한 자 쓰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오늘날 우리들이 필사할 때의 마음 자세와 비슷할 듯하다.
이 책의 편저자 김세중은 「필사의 힘, 써보면 안다」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필사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지금 즉시 필사하라’라고 필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했다. 이 책의 부처님 말씀을 필사하다 보면 단순히 따라 쓰기만 하는 필사의 개념이 아닌 불안해소와 함께 집중력, 어휘력, 문장력까지도 향상되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필사를 하다보면 조계종의 총무원장이신 진우 스님이 유엔에 ‘세계명상의 날’을 제안하시려 하면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시는, 명상을 통한 마음의 수련에도 자연스럽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편저자는 부처의 말을 필사할 경우 마음에 불안이나 분노가 있다면 그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부처님 말씀 속에 있는 지혜의 빛, 해탈의 씨앗, 선한 마음은 모두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이라고 한다. 다만 치열한 현실 속에 휘둘리고 남과 비교하며 시기하고 바깥만 바라보는 와중에 본질을 잊고 헛된 탐욕을 품어 그 좋은 것들이 내 안에 있는지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라고 편저자는 전한다. 괴로움 속에 사는 우리들이 자기 성찰을 해 불안하지 않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자유로이 살도록 돕는 것이 바로 부처의 말이라고 편저자는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활용범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챗GPT를 써보면 생각지도 못한 정보와 논리를 갖추고 있어 깜짝 놀라게 된다. 알고 보면 크게 어려운 말도 없고, 뾰족한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생각들을 나보다 훨씬 많은 기억과 정보를 그대로 읽어내는 것이다. 몰라서 못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는 알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생각과 주장을 챗GPT가 술술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의 어휘력과 문장력을 돌아보게 된다.
'부처님의 말씀'을 필사하면 좋은 점도 여러 가지 나열한다. 부처의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겪고, 느끼는 일들이 너무도 쉬운 표현으로 들어차 있어 '부처님 말씀이나 불교의 교리가 이렇게 쉬울 수 있나?' 하는 생각에서 처음에는 도리어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편저자는 언급한다. 하지만 '쉬운 말'이라는 생각에서 점차적으로 자신이 성찰하는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이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부처의 말은 간결하고 소박하지만 구구절절한 경구로 된 감로의 법서는 개달음에 이르는 길, 변화의 방법이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 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이 그저 고해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라는 점도 깨닫게 해 준다. 필사하는 동안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고통을 겪는 걸까···' '왜 나한테 이런 일이···' 하며 한탄하던 일도 사라진다. 괴로움과 고통은지금 바로 없애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한 생을 충분히 살다 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고 편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12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변하지 않는 영원한 진리」, 2장 「선한 길로 인도하는 수행의 가르침」, 3장 「많이 듣고 올바른 깨달음을 얻는다」, 4장 「믿음은 도를 세우는 근본이다」, 5장 「사람이 걸어가야 할 선의 길」, 6장 「고요한 마음으로 얻는 삼매의 경지」, 7장 「성인이 남긴 삶의 거울」, 8장 「말은 그 사람의 인생이다」, 9장 「세상의 모든 근원은 하나다」, 10장 「마음의 욕정을 경계하라」, 11장 「한량없는 마음의 공덕」, 12장 「세상의 모든 인과관계」 등이다.
편저자에 따르면 부처님은 ‘두터운 믿음이 없는 사람은 배에 키가 없고, 말에 굴레가 없고, 집에 대들보나 기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사람은 두려움, 불안, 소외, 공허에 빠져 자기도 모르게 말이나 행동에 죄를 짓기가 쉽고 잘못된 길로 들기 쉬워진다. 거기에는 반드시 재앙이 닥쳐 괴로움이 뒤따르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은 마음을 거울같이 맑게 하여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따라서 우리는 진정 가치 있고 조화로운 삶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지금 당장 평온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고 싶다면, 부처님 말씀에 나오는 깨달음의 거울에 자신을 비쳐 보면 된다. 거기에 담긴 지혜는 보편성을 갖고 있기에 종교를 불문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나 읽으면 좋은 내용이다.
이 책 『하루 한 장 부처의 말 필사하기』를 통해 계속해서 쓰는 사람, 가볍지만 꾸준하게 하루 한 장이라도 읽고 쓰는 기쁨을 맛본다면 필사의 기쁨과 나를 위한 공부의 효용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일부러 움직이지 않아도 책상에 노트와 펜을 들고 앉아 이 시간을 기다리는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그리고 분노가 치밀거나 위로가 필요하다면 필사하다보면 마음의 행로가 좋은 쪽으로 바뀔 것이다. 특히 각 장의 뒷 부분에는 〈나를 바로 보는 부처님 말씀〉이란 페이지를 따로 마련, '나를 위한 공부의 효용'을 한층 높이게 해 준다. 불교 경전에 나오는 에피소드 같은 글들이다. 연말연시 들뜨거나 분위기에 휩싸여 자칫 어지러워질 수 있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더욱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기에 적절한 필사집을 이용해 보기를 권유한다.
〈나를 바로 보는 부처님 말씀〉 중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두 개를 여기에 인용해 본다.
붓다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종류의 구름이 있다. 천둥은 치면서 비는 내리지 않는 구름, 비는 내리면서 천둥은 없는 구름, 천둥도 치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 구름, 천둥도 치고 비도 내리는 구름이 그것이다. 경전을 크게 소리 내어 읽고 그 뜻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남에게 설해 주지 않는 사람은 천둥은 치면서 비는 내리지 않는 구름과 같은 사람이다. 몸가짐은 점잖고 열심히 선행을 하지만 경전은 읽지도 듣지도 않으면서 남에게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비는 내리지만 천둥은 없는 구름과 같은 사람이다. 계행을 지키지도 않고 선행도 하지 않으며 경전을 읽지도 듣지도 않으며 남을 위해 말하지도 않는 사람은 천둥도 치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 구름과 같은 사람이다. 계행을 잘 지켜 몸가짐이 점잖고 배우고 읽기를 좋아햐며 남을 위해 설하기도 좋아하고 남으로 하여금 그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사람은 천둥도 치고 비도 내리는 구름과 같은 사람이다."(p.64)
붓다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비록 그대들이 내 옷자락을 잡고 내 뒤에 서서 발자국을 따라다닌다 해도 마음속에 탐욕과 증오심을 품고 악의에 가득하고 마음이 부패하고 산란하여 자기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다면 그 사람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그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그는 법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요, 법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설사 나와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마음이 탐욕스럽지 않고 증오심과 악의가 없으며 마음을 안정시켜 자기감정을 잘 다스리고 있다면 그야말로 바로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요, 나 또한 그와 가까이 있는 것이다. 그는 법을 보았기 때문이요, 법을 보는 사람은 나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p.210)
“찍힌 상처는 근심보다 더할 것이 없고 맞힌 화살은 어리석음보다 더할 것이 없다. 이것은 견고하여 능히 빼지 못하나 오직 많이 들음을 좇아야 없앨 수 있다.”
도끼에 찍힌 상처가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마음이 받는 번뇌의 괴로움보다 더할 수는 없고 화살이 날아와 아무리 깊이 꽂혀도 사람의 어리석음에서 오는 무명(無明)의 고통보다 더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마음속에 이처럼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미망과 망상은 오직 설법을 많이 들어서 덕을 밝혀야 만이 빼낼 수 있는 것이다.(p.86) - 「많이 듣고 올바른 깨달음을 얻는다」 중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마음에 깨닫기가 어려워 탐내고 혼란하여 다투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무겁고 신중하여 이것을 지켜 보배로 존귀하게 여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탐욕으로 마음이 어지러워 남과 다투기를 자랑하고 송사를 일삼는다. 하지만 밝은 지혜를 지닌 사람은 삼가 자신을 돌아보며 도를 닦는 일을 귀중한 보배처럼 생각한다.(p.219) - 「마음의 욕정을 경계하라」 중에서
편저 : 김세중
조선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였다. 광주MBC 퇴직 후 중국으로 건너가 협서중의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였다. 귀국하여 사단법인 한국평생교육 기구에서 연수부장과 한국청소년진흥원 이사를 거쳐 한국청소년신문 기획실장 및 총괄본부장을 역임하고 전남대, 관동대, 경기대, 국민대 등에 출강하기도 했다. 『독서와 논술』 『교양의 즐거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긍정의 삶』 『달라이 라마 지혜의 모든 것』 『지혜의 칼』 『무소유』 『고전 카페』 등 여러 권의 인문 서적 및 고전을 통한 자기 계발서 등을 기획하고 집필하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