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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
이종순 지음 / 프로방스 / 2024년 10월
평점 :
"나의 죽음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 『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의 저자 이종순이 책의 〈서문〉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얼핏 듣기에 철학적 명제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곧 죽을 수도 있는 시한부 환자의 절규로도 보인다. 암 환자가 흔하디흔한 시대라지만 저자는 암 투병을 통해 새로운 삶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날마다 감사의 마음으로 산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조금만 읽다보면 저자의 그동안의 삶의 과정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죽음에 관한 표현이 결코 철학적 표현으로 조금 멋지게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은 알게 된다.
저자는 암 중에서도 아직 개발된 약도 없는 '신생악성종양'에 걸려 차라리 죽기보다 더 힘들었던 항암과 방사선 치료과정을 이겨냈다. 저자는 이때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고 말한다. 주변 정리를 하면서 느낀 심정을 이 책 속에도 자세하게 쓰여 있다. 우선 짐 정리를 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하려고 주변 정리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때의 심정은 ‘죽겠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저자는 아끼던 옷도, 몇십 년간 써오던 일기도 모두 버리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나의 흔적이 가족들에게는 사무치는 그리움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로 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짐을 싸면서 발견된 예물 시계에 눈길이 멈췄다. 미니멀 라이프를 예찬해 왔는데 막상 짐 정리를 하면서, 수십 년 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때 예물로 주고 받은 시계이다. 미니멀 라이프라고 모조건 비우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평소의 마음가짐이 되살아 났지만 이것은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었던 거다.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는 이야기다. 그 시계는 지금도 보석 상자에 고이 모셔져 있다.
그랬던 저자가 지금은 "저는 암 환자가 아니라 암 경험자입니다"를 외치고 다닌다. 세상이 한없이 밉고 싫었지만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소박한 바람 때문이다. 수술과 함께 힘들었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하는 동안 저자의 예전 모습은 어디에도 없이 사라지고, 민머리에 미쉐린처럼 부푼 항생제 부작용의 몸뚱이를 보는 심정은 참담하고 서글펐다고 그때의 심정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 어둡고 힘든 터널을 벗어나면서 울부짖듯 하던 기도가 있었다고 저자는 기억해 낸다. 갓 태어난 손녀의 손을 만지는 순간 다시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솟아오른 것 같다. 살아서 손녀와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 함께 삶을 녹이며 살아 보고 싶다는 간절한 기도를 했다고 고백한다. "앞으로 20번의 봄을 손녀와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정말 열심히 잘살아 볼게요."
기적적으로 수술과 치료가 효과를 발휘했다. 저자는 이제 죽음도 두렵지 않고, 긍정과 희망의 마음으로 손녀와도 기도대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생각의 변화도 가져왔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죽음과 삶은 겨우 1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겨우 1도의 각도만 어긋나도 아예 다른 곳으로날아가 버리고 마는 로켓처럼, 단 1도만 ‘살아야겠다’로 마음을 바꿨을 뿐인데 내 몸은 거짓처럼 죽음에서 점점 멀어지고 삶을 향해 흐르고 있다."(p.5)
저자가 말하는 죽음의 문턱은 이번이 마지막이긴 했지만 이미 두 번의 경험이 더 있다. 책에 따르면 2014년 부산 기장 촤천에 물폭탄이 쏟아지던 그 현장에 있었다. 자동차 하나쯤은 여리디여린 꽃잎처럼 제 맘대로 다루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것을 경험했다.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살아났다. 거센 물살에 정신없이 휩쓸려 가면서도 나뭇가지 하나를 잡았고, 메고 있던 가방을 나무에 단단히 묶으며 의지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저 '우리 딸 결혼해서 산후조리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함의 힘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살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르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삶은 저자를 쉽게 살아가도록 놓아주지 않았나보다. 아마 건설회사 CEO로 있을 때 건설 업계에 흔한 사기꾼의 계략에 말려들었다. 어렵게 끌어모아 세운 회사가 발전을 해갈 무렵 회사의 존망이 걸린 계약에 말려들었다. 업계에 이런 사기꾼이 많은 모양이다. 이미 건설회사 CEO까지 오른 사람으로서 이런 사기 행태를 잘 알고 대비해야 했지만 작정하고 덤벼든 사기를 당해낼 도리가 없었던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기꾼은 자취를 감추고 연락은 끊겼고, 뒤의 일을 처리하느라 체력도 정신력도 바닥에 이르렀다고 한다.
겨우 겨우 찾아낸 그가 적반하장 오히려 화를 내고 마치 책임이 저자에게 있다고 달려들었던 것 같다. 중간에 모 건설업체 대표가 중재를 섰고 벌어진 일에 대해 그쪽의 책임을 진다는 선에서 약속을 하고 경찰에 신고를 미뤘다. 하지만 그는 책임을 지지 않았고 법적 해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서류와 증거물 등을 며칠에 걸쳐 준비하고 심판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회사 일도 아들에게 부탁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무실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준비한 번개탄과 라이터를 가져갔다.
그러나 사무실에 남긴 유서가 아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남편과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CCTV 등으로 차가 간 곳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던 모양이다. 이내 발견되었고 저자는 휴대폰 녹음을 통해 사기 건설업자의 잘못을 꾸짖는 말을 남기고 휴대폰 전원마저 꺼버렸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으나 정신이 몽롱해진 뒤에 남편이 부르는 소리, 아들의 애타게 부르짖음 등이 멀리하고 정신을 잃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결정이었다고 반성하지만 그때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두 번째 죽음은 가족의 애타는 마음과 경찰의 발 빠른 대처로 나를 두 번 살게 했다. 다시 살아서 시작한 결백 증명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의지로 나를 세웠다."(p.167)
기적적으로 살아낸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은 결코 현명치 못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으로는 반성하는 마음 후에 삶에 대한 의지가 더욱 불타올랐다고도 한다. 그때의 일을 교훈 삼아 더 열정적으로 더 아름다운 삶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렇듯 저자는 세 번의 죽음 문턱에서 모두 살아났다. 그리고 겸허히 돌아보는 과정에서 죽음과 삶은 겨우 1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겨우 1도의 각도만 어긋나도 아예 다른 곳으로날아가 버리고 마는 로켓처럼 말이다. 단 1도만 ‘살아야겠다’로 마음을 바꿨을 뿐인데 저자의 몸은 거짓처럼 죽음에서 점점 멀어지고 삶을 향해 흐르고 있다.
세 번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저자에게 지금은 그 힘든 날들이 모두 영양분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 시절을 잘 견디어 온 날들은 하나의 빛나는 보석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어느새 암 환자에서 암경험자라는 말을 하고,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던 그날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로운 인생 2막의 삶을 살고 있다. 꿈이었던 시인이 되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시간이 되고 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나온 나의 힘들고 아픈 시절도 돌아보니 참 아름다웠구나!’라고 말이다. 이 책의 표제어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개인적인 불행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어떻게든 고통은 이겨내게 돼 있고, 그만큼 성장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누구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이 있다. 그렇기에 ‘삶이 불행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만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내일의 내가 살아가는 밑거름이고 성장통이라는 게 보일 때가 반드시 있다. 언제이건 우린 우리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라는 것이다. 내가 그랬듯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은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고, 그 순간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빛나고 행복한 시간들 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손녀의 탄생이 나를 살아가도록 희망을 주었듯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나의 글이 아름다운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 새로운 삶의 꽃이 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사랑, 그럼~ 사랑으로 다 채울 수 있어」, 2장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행복했던 시간들이 더욱 그리워」, 3장 「죽을 것 같은 시간도 지나고 보니 삶의 경험이 되었어」, 4장 「살아보니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어」, 5장 「나의 마지막은 너와 함께하고 싶어」, 6장 「시와 함께 하는 시간」 등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삶에서 흔히 부닥치는 역경은 모두 감내하기 가능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삶은 더욱 단단해지고 찬란하게 빛난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집필했다. 물론 개인적 경험이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날 리는 없다. 그러나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반드시 역경은 닥친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인간의 삶을 고통'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특히 근대 이후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반드시 고통을 이겨낼 만큼 인간에게는 의지력이 있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저자 : 이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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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THE BIFF CLUB 사무처장
건설입찰 분석 전문가
㈜POLARIS 이사 및 에너지 신사업부 본부장 (2026년 상장예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