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안부를 묻습니다
상담사 치아(治我) 지음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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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 열린 민족 등은 수없이 반복해 들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성(性)은 성(城)의 기능을 충분히고수하고 있다. '개방된 성 문화'란 단어를 대한민국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이나 학자들은 유교의 영향으로 단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독자 개인적 입장에서는 남녀 간의 성 문제는 개방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몇 친구들은 꽉 막힌 유교 의식이 아직도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비난의 말도 하지만 독자가 개인적으로 가진 성 윤리는 '개방해서 좋은 것'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 교육'은 개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남녀의 '성교'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신의 몸의 기능과 역할, 부위별 작동 원리 등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 교육을 빙자한 '성 교육'을 반대한다. 독자의 생각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친구들 중에는 나름대로의 '개방'에 대한 논리가 있다. 남녀 관계에서 '성교(sex)'를 빼놓고 뭘 가르친다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현재의 성 교육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성 교육이 성교를 잘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교를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주장이다. 

이 책 『밤의 안부를 묻습니다』에서 저자 치아는 '성(性)'은 아직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며, 열정적으로 원할 수 없는 하나의 금기라고 전제한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해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이 가진 특성을, 관계의 주도권을, 연인과의 밤을 고민하면서도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지적은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자는 지금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이 책을 읽었다. 호기심 때문이다. 또 요즘 성 교육이란 말 자체가 사회에서 잘 쓰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때 '구성애'란 전문 상담가가 '성 교육 전도사'임을 자처하고 젊은 학생들 교육에 많은 열정을 쏟았다. TV 방송사도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방영하고 꽤 오랫동안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필요하면 말하고, 원하는 건 참지 않고, 요구하면 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해버리는 주체적 사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이 말을 전제하고 글을 썼고, 독자들도 이 말을 전제하고 읽기를 기대한다. "잠시 길들었을 뿐, 사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주체적이다."

학교에서도, 친구글과의 대화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던 단어들이 YV 프로그램에서 쏟아졌다는 사실이 우선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학교에서의 성 교육도, TV 프로그램도 자주 봤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독자는 성 교육도 일부 받았고, 또 관련 책도 조금 읽어봤지만 의학 공부를 하지 않아서인지 여성 몸의 일부가 기능하는 원리나 모양, 크기 등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들이 꽤 많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해도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도 자존심 때문에 연인이나 아내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담사 치아는 내숭 없이 솔직한 관계에 대해 조언했던 내용에 많은 독자이 호응했다고 한다. 전작 『밤의 숨소리』를 통해서다. 독자는 그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의 서술을 미루어보아 모든 것을 솔직하게 기술하려는 의지가 높았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남녀가 만나는 모든 '관계'에 대해 이전보다 더 솔직하고 과감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 『밤의 안부를 묻습니다』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성인들의 진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간 전 성인을 대상으로 남녀 관계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수천 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이 책은 그 안에서 남녀 구분 없이 성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을 모아 담았다. 사랑, 성, 이별, 관계에 관한 고민은 각자의 고민이라기보다 보편적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과 사람에 대한 고민이다. 막 시작한 관계에 대한 고민, 지루해진 사랑에 대한 고민, 성관계에 대한 불만에 대한 저자의 솔직하고 유쾌한 조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존감을 바탕으로 한 관계 맺음을 알게 되고, 건강한 관계를 배우며, 예기치 못하게 밤의 기쁨까지 맞이할 수 있다.

주체적인 사랑과 관계, 그리고 이별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은 무엇일까? 영화 속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는 걸까? 정답은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영원한 사랑이나 운명적인 사랑 같은 판타지에서 벗어나 이제는 솔직하게 말하고, 마음껏 사랑하며, 두려움 없이 헤어질 수 있는 주체적인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남자와 여자, 친구와 연인, 사랑과 이별, 하룻밤 관계와 오래된 연인 등 단순하게 명명된 이름을 넘어 관계의 본질을 깨달으며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사랑받는 시간을 경험해 보기를 권유한다.

이 책이 가진 강점은 '솔직하게' 말한다는 점이다. 몸이든, 관계든 솔직하게 말해야 적절한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성관계라서 숨기고, 일반적인 문제라서 드러내는 식의 선별적 문제 진단으로는 결코 답을 찾아갈 수 없다. 그런 상담이라면 도저히 적절한 답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장점인 듯하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한국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유교를 숭상해왔고 여성의 외음부는 당연히 감춰야 하는 부끄러운 부위라고 세뇌당해왔다"고 전제하고 "들여다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러나 "이 고정관념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며 "나조차 내 몸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덕분에 내 연인은 더욱더 내 몸을 알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내 몸을 잘 알지도 못하는 내 연인이, 내가 행복해하는 방법으로 내 몸을 애무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에이, 본 적은 없어도 배운 게 있으니 내 몸은 내가 잘 알죠?"라는 내담자가 했을 반문에 저자는 불쑥 "그런가요? 그럼 클리토리스가 발기하면 얼마나 커지는지 알고 있나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 이에 더하여 클리토리스가 음경처럼 발기한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나요? 내 외음부는 어떻게 생겼고, 흥분하면 어떤 색을 띠는지는 알고 있나요? 독자들이 '잘 아는' 건 아마 몸을 세로로 이등분하면 보이는 단면의 구조와 기능 정도일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성 교육이 해부학적 이미지를 통해 임신, 출산, 성폭력 예방 등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잘못된 성 교육이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진정 행복하고 싶다면 나부터 내 몸을 알아야 하고 그만큼 상대의 몸 역시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상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그래야 상대도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이 이 부분을 무시한 채 무작정 사랑을 시작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경우 사랑하면서도 쉽게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라고 말한다. 이에 더하여 내 몸의 이미지를 사회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힌다. 타인의 기준을 바탕으로 높아지는 감정은 자존감이 아니라 자신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우리는 타인을 비난하는 건 미안해하고 조심하면서도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는 엄청나게 잔인하고 혹독할 뿐만 아니라 죄책감조차 없습니다. 세상 멋진 걸 가지고도 그걸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바꾸고 싶어 할 만큼 말이죠.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p.8)

이 책은 3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단단한 관계를 시작하는 방법〉, 2장 〈자신을 채우며 사랑하는 방법〉, 3장 〈두려움 없이 이별하는 방법〉 등이다. 1장은 「섹스도 관계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세부 항목을 두고 있다. 저자는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외울 것'이란 단서를 곁에 달아놓았다. 한 내담자의 고민이다. 20대 남성으로 1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가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상담을 해온 케이스이다. 저자의 첫마디는 '섹스도 관계다'란 제목을 다시 달아놓았다. "섹스는 몸의 관계이기 전에 근본적으로 인간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섹스의 우리말이 성관계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서로의 낯선 모습을 마주했을 때나 의견 충돌이 있을 때 그 갈등을 원활하게 조율하는 커플일수록 섹스 만족도는 높은 것 역시 이 논리의 방증이다."(p.16~17) 저자는 이어 섹스를 잘한다는 건 단순히 삽입 후에 오랫동안 왕복운동이 가능하다거나 연인을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하는 기가 막힌 기술을 지니고 있다거나 빨리 흥분하고 충분한 양의 애액이 흐른다거나 잘 조여주는 질 근육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평소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 덕분에 상대를 나만큼이나 잘 알고, 가능하면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상대 역시 그 노력을 인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 그런 사이라면 당연히 섹스도 행복해진다고 주장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섹스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관계'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섹스의 일반론만 배운 게 아니다. 실제 관계에서의 차마 물어보지도, 묻지도 못한 애무의 방법도 그 어느 책보다 적나라한 표현으로 세밀한 심리까지 분석해가며 설명하고 있다. 독자는 이미 중년의 나이로 아이까지 낳아서 기르고 있는 독자로서는 여태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다. 

2장 〈자신을 채우며 사랑하는 방법〉 가운데 「더 깊이 사랑하게 해주는, 애무의 힘」은 '이제껏 알던 애무는 버리자. 더욱더 진보적인 애무의 세계로'라는 부제답게 노골적이다. 남자친구가 "애무를 이렇게까지 좋아할지 몰랐다"는 상담에서 저자는 묻는다 "여성 여러분, 혹시 섹스할 때마다 남자 친구의 몸을 평균 20~30분씩 애무하나요?"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여성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심지어 여자 친구의 몸을 20~30분씩 애무하는 남자도 절반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다양하다고 덧붙인다. 남자 친구의 애무를 받는 것에만 익숙해서일 수도 있고, 남자 친구의 몸을 구석구석 애무하는 게 부끄럽거나 어색해서일 수도 있으며, 애무는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일 수도 있고, 괜히 성 경험이 많은 여자로 오해받을까 봐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많은 단어들이 평소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있다. 대부분 저자가 지적하는 '섹스의 기술'에 해당하는 단어들이다. 저자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섹스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단어들은 전부 부정적으로 쓰임새를 가졌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저자가 강조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실제 읽어보면 이 모든 기술들이 필요하고 때로는 행복의 밑바탕이 될 수도 있다. 모르거나 어색하다고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만 관계와 사랑이 정립된 후면 비로소 행복의 양탄자 위에 올라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칭찬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껏 사랑하고 거침없이 다가가고 단호하게 이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아 올린 단단한 자존감은 결국 온전한 ‘나’로 만들어준다. 그 누가 붙잡고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올곧게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대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내줄 수 있는 헌신? 상대의 모든 것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포용? 밤의 행복을 위한 정열이나 기술? 오랫동안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끈기? 저자는 사랑한다면 공감하고, 공감한다면 이해하고, 이해한다면 홀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는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도권을 주고 싶어도 그 결과와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사랑의 관계든, 남녀의 관계든, 성관계든, 스스로 인식하고 이끌어가며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가 그리는 사랑은 두 사람의 사랑을 넘어서는 의미를 포함한다. 진심으로 서로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것을 넘어 자신을 온전히 사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장하는 사랑을 꿈꾼다. 


“사랑은 소유가 아닙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그 무엇이라도 가질 수 있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나를 만나기 전에 그가 경험했던 삶과 기억뿐만 아니라 현재 그의 몸이나 생각, 행동, 주변 인물 모두 온전히 그 사람의 것입니다.(p.254)


저자 : 치아(治我)


‘치아(治我: 나를 다스린다)’라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 다스리기, 올바른 대인관계’를 오랜 시간 연구해 왔다. 2006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대인 관계’와 ‘행복한 성생활’을 주제로 상담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인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 ‘건강하게 성생활 하는 법’ 등을 이메일 상담과 ‘토킹클럽’ 집단 상담을 통해 내담자와 나누고 있다. 1996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NLP, 심리치료, 상담’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기관에서 전문성을 다져왔다. 저서로는 잘못된 관계로 상처받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해결책을 담아낸 『관계 수업』, 『관계 사전』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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