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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오디세이 - 운명을 짊어진 개미의 여정
오드레 뒤쉬투르.앙투안 비스트라크 지음, 홍지인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11월
평점 :
개미를 연구한 책을 보면 독자는 '파브르'라는 프랑스의 곤충학자가 생각난다. 어렸을 때 여름방학 숙제에 '곤충 채집'이 들어 있었는데 잠자리, 나비 등을 잡아 방학 후 개학하면서 과제물 박스를 들고 갔다. 그때는 아무도 개미를 곤충 채집에 이용하지는 않았다. 아마 너무 작아서 과제물로 제출하기는 부적절해서였을 것이다. 개학 첫날 선생님이 곤충 채집에 개미를 채집해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지적을 하자, 누군가 "선생님, 개미도 곤충이에요?" 하고 되물었다. 그때 선생님의 답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곤충학자 파브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 주셨고, 개미가 곤충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생물의 분류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으셨지만 우리가 알아듣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파브르에 대한 선생님의 가르침은 독자 개인적으로는 충격이었다. 특히 개미 관찰과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는 이야기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곤충기〉를 써서 위인이 되었다는 말씀이었다.
누구나 어렸을 적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개미의 긴 행렬을 유심히 봤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간혹은 개미집에 물을 부어 개미가 어떻게 되는지 보는 짓궂은 장난도 한 기억도 있다. 개미는 우리 주위에 흔히 존재했기 때문에 주목하거나 특별히 관찰할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상에 불편함을 주는 면만 부각될 뿐이고 조금은 '귀찮은 존재'였다. 특히 빵이나 먹을 것을 떨어뜨렸을 때 잠시 딴 일을 하고 우연히 내려다본 땅바닥에서 개미들이 몰려들어 이를 잘라 들고, 열 맞춰 집(개미 구명)으로 가던 모습은 대단해 보여서 신기한 듯 오랫동안 관찰했던 기억도 있긴 하다. 그리고 국어 시간에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읽었던 기억도 난다. 그때부터 개미는 부지런하고 베짱이는 게으르고 일하지 않으면서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는 상징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이 책 『개미 오디세이』는 개미의 삶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한 개미 관찰 연구 기록이다. 책의 공동 저자(이하 저자) 오드레 뒤쉬투르과 앙투안 비스트라크는 '개미 학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개미에 관한 수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책에 따르면 개미는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전인 1억7,00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한 곤충이다.
개미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연구한 저자는 개미의 삶을 인간의 삶에 비유적 표현을 사용한다. "개미는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등이다. 널리 퍼졌다는 표현을 인간처럼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듯한 표현들을 사용한다. 어쩌면 지능이 거의 없는 개미의 삶을 의인화한 것은 개미를 생명으로서의 '소중한 존재'로 인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개미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개미 13,000종의 목록을 정리했으며, 총 25,000종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개미를 관찰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한 저자는 먼저 개미의 주요 활동 중 하나인 '먹이 찾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작업은 단일 식민지 내에서 수백만의 개체가 참여할 수 있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종종 매우 적대적인 지형에서 수십 킬로미터를 여행할 수도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들의 길에는 장애물과 그들이 언제든지 막아야 할 포식자로 가득하다. 분명 전쟁의 기술이 개미에 의해 발명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개미가 사용하는 무기와 전술의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개미들은 또한 놀라운 기억력과 전략 실행 능력 그리고 엄청난 체력이라는 축복을 받았다고도 썼다. 그런 그들의 일상에 대한 묘사는 마치 스릴 넘치는 모험 소설처럼 느껴진다. 독자들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개미들의 행동을 의인화한 것이 이 책이 탁월한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저자의 주장은 개미들의 행동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본능적이기만 하다는 하급의 곤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개미들은 수영 선수, 역도 선수, 의사, 농부, 마약 사용자, 자살 공격자, 전단지, 글라이더, 노예 및 기타 많은 사회적 범주가 구축된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개미학’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저자는 이 흥미로운 저술을 통해 복잡하고 조직적인 개미 군집에 관해 흥미진진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이 사회성 높은 곤충들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극도의 회복력을 보이며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적응하는지 보여준다. 책의 표제어가 『개미 오디세이』이고 부제 「운명을 짊어진 개미의 여정」으로 쓴 것도 개미들은 그렇게 탄생했고 진화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미들은 '작고 치밀하고 매혹적'이다. 이 책은 개미 군집의 매혹적인 세계를 탐구한다. 예상치 못한 자원을 가진 이 사회성 곤충들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동료들과 복잡하고 교묘하게 조직된 관계를 맺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개미들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것들을 상세히 밝히고,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회복력을 보여주는 그들의 놀랍고 독특한 능력을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개미들은 조직적이고 계층화된 군집으로 살아간다. 이 곤충들의 운명은 유충 단계에서 섭취한 영양에 의해 결정된다. 잘 먹은 유충은 여왕으로,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일개미 중 하나가 된다. 강한 집단정신을 가지고 동료들이 분비하는 페로몬에 반응하는 개미들은 군집의 영속성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예컨대, 남아메리카 원산의 포렐리우스 푸실루스(Forelius pusillus) 종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체를 희생한다. 해가 질 때, 일부 개미들이 모래로 개미집 입구를 막아 자신들은 밖에 갇혀 생존 가능성이 없지만, 포식자로부터 군집을 보호한다. 이렇게 매일 저녁 몇 마리의 일개미가 죽어 최대 20만 마리에 달하는 집단을 지키는 것이다.
개미 군집은 지속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자율적인 개체들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자기 조직화'한 이 구조는 한 개체가 사라져도 개미집이 계속 기능할 수 있게 한다. 이 곤충들은 자신의 생리적 상태, 동료들과의 상호작용, 환경에 따라 행동하며 ‘둥지’ 건설부터 먹이 찾기까지 군집의 필요에 따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한 개체가 먹이원을 찾으면 페로몬으로 돌아오는 길을 표시하여 경로를 표시하고, 때로는 초대하는 춤을 춰 동료들이 그 길을 따라오도록 유도한다는 부분에서는 탄성을 지르게 한다. 많은 종을 검토한 저자는 군단 개미들이 거의 눈이 먼 상태임에도 주로 화학 신호, 접촉, 진동을 통해 의사소통한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몸으로 지형의 균열을 덮어 땅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데, 한 개체로는 너무 큰 공동이 있을 때 그들은 사슬을 형성해 살아있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놀라운 책은 개미의 일생(여정)을 그리고 있다. 다만 전 지구상에 어디에나 퍼져 있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독특한 진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개미는 집단으로 사냥하는 데 능숙하며 자기 체중의 최대 1만 배에 달하는 먹이를 제압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보고하고 있다. 먹이를 제압하고 둥지로 운반할 때는 팀으로 작업하고, 먹이를 잘게 나누어 운반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독자가 앞서 언급한, 먹이를 채취(혹은 사냥)해서 집으로 운반하는 과정을 보았던 대로다. 또, 어렵게 변화하는 생존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환경과 미묘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대륙별로 본다면 어떤 개미는 집단 움직임을 이용해 환기를 조절함으로써 둥지의 온도를 변경할 수 있고, 중부 유럽의 검은숲개미는 진딧물을 키워 그들로부터 감로를 수확하는가 하면 이를 동료들의 먹이로 사용할 그뿐만 아니라 둥지 건설용 접착제로, 그리고 둥지 구조를 강화하는 공생 곰팡이의 먹이로도 사용한다.
남아메리카의 아즈테카 안드레아(Azteca andreae) 종은 세크로피아 나무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들은 이 나무에 군집을 형성하고, 먹이 저장, 보육실, 휴식 구역으로 나무의 다양한 부분을 사용하는 대신 나무를 보호하는데, 지속해 순찰하며 큰 턱과 경보 페로몬으로 침입자들과 싸우고 나무의 위험 신호에 반응한다. 세계적인 두 개미 학자의 오랜 연구 결실인 『개미 오디세이』를 통해 독자들은 앞에 열거한 개미들의 ‘작고 치밀하고 매혹적인 세계’에 들어설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13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이 서사시의 주인공〉, 2장 〈첫 번째 시련:나가서 방향 잡기〉, 3장 〈두 번째 시련: 식량 찾기〉, 4장 〈세 번째 시련: 식량 활용하기〉, 5장 〈네 번째 시련: 식량 운반하기〉, 6장 〈다섯 번째 시련: 환경에 적응하기〉, 7장 〈여섯 번째 시련: 다른 이를 이용하기〉, 8장 〈일곱 번째 시련: 영토를 지키기〉, 9장 〈여덟 번째 시련: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10장 〈아홉 번째 시련: 공격하고 역습하기〉, 11장 〈열 번째 시련: 선택하고 최적화하기〉, 12장 〈열한 번째 시련: 구조하고 치료하기〉, 13장 〈마지막 시련: 죽음〉 등이다. 1장의 경우 개미의 특성에 대해 저자 뒤쉬투르와 비스트라크가 각각 관찰하고 연구한 분야에 대해 각각 쓰고 있다. 뒤쉬투르는 「군락, 초유기체, 집단지성」을, 비스트라크는 「개미, 두뇌, 개별지성」을 각각 집필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굴 바깥을 모험하는, '수렵개미'라고 부르는 개미의 삶을 다룬다고 밝힌다. 이에 따르면 수렵개미는 엄청난 기억력과 경이로운 체력을 자랑하다.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우리는 골머리를 앓는 복잡한 문제도 집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수렵개미는 진정한 슈퍼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관점에 따라서 슈퍼빌런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개미로 인한 피해에 진력이 나서 부엌에 다니는 개미를 모두 없애 버리기로 결심한다 해도, 사실 여러분이 없애는 것은 군락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 성가시던 개미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대체될 것이다. 타일 바닥 아래 숨어 사는 여왕개미는 지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수렵개미는 집의 벽과 골조, 벽장 속에 살고 있는 초유기체의 연장이다. 손이 주방의 설탕통에서 부지런히 설탕을 퍼나르는 동안 어둠 속에 숨은 몸은 여러분의 시선 밖에서 계속해서 크기를 불려 나가고 있다. 수렵개미는 대개 군락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개미로, 식량 채집이 그들의 마지막 임무다. 수렵개미는 굴을 나설 때마다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이 죽음의 순간까지 식구들의 생존을 책임지기 위해 어떤 위험도 주저 없이 이 개미들에게 바치는 찬사라고 강조한다.
이제 저자는 수영 선수, 역도 선수, 의사, 보모, 중독자, 폭탄, 닌자, 도둑, 전사, 비행사, 노예, 그 외에도 수많은 개미를 차례차례 소개할 준비를 마쳤다고 암시한다. 〈서문〉의 앞 부분에서 '군대개미'로 불리우는 마냥개미를 잠깐 소개한다. 마냥개미의 여왕개미는 몸길이 5cm에 몸무게 2g으로 이제까지 알려진 개미 중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 종은 주로 페르몬을 통해 소통하며, 길게 종대를 이루며 굴을 자주 바꾼다. 개미굴 하나에 최대 2,000만 마리가 살기도 한다는 점이 놀랍다. 우리들이 보통 길 위에서 마주쳤던 수백만 마리의 개미도 사냥하러 가거나 새로운 집을 찾아가는 중일 것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이 개미의 길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육식성인 마냥개미는 길을 가다 보이는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다. 그 먹잇감이 자신보다 훨씬 큰 쥐나 닭, 뱀, 심지어 작은 악어라 할지라도 예외가 없다고 하니 그들의 공격성은 선천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저자는 만일 덤벙거리는 사람이라면 이 집요한 개미 앞에서는 1분의 부주의로도 큰코다치기 십상이라고 주의를 준다. 그 군락의 길을 막아서서 심기를 거스르면 '나쁜 선택'을 서슴없이 한다. 기존의 경로를 여간해서는 바꾸지 않는 마냥개미는 가지고 있는 최고의 방어 무기를 꺼내든다. 아주 고통스러운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날카로운 큰턱(mandibule)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매일 사냥하는 개미의 무쇠 이빨을 떼어내는 것이다. 사람이 물렸을 때는 셔츠와 바지를 벗어던지고 뛰어다니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마냥개미는 어떤 아프리카 부족에게는 추앙의 대상이기도 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들은 집을 청소하고 흰개미를 없애는 데 이 개미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마냥개미들이 마을을 지나가면, 사람들은 문을 모두 열고 어서 이 작은 집 요정이 집안의 벌레와 쥐, 바퀴벌레를 없애주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개미는 무척 흥미롭다.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를 이루고 사는 개미의 집단지성과 희생정신은 수많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불타는 질투심을 불러일으킨다. 개미는 체증 없는 교통 통행과 악천후 속의 위급 상황 대처에도 매우 능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개미의 일반적 특성 외에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많은 개미들이 관찰되고 연구된 결과로 나타난다. 지구상에는 약 2만 종의 개미가 살며, 생물량은 인간 생물량의 1.1배로, 개미에게서 특별한 능력이 드러나는 것도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하는 저자는 수많은 종류의 개미의 살아가는 모습과 일생과 삶의 여정을 좇아서 여과 없이 이 책에 담아냈다. 의인화한 개미에게 붙은 별칭과 그들의 업적을 비유한 많은 개미들이 이 책에 나타난다. 「더티 댄싱」「향수」「매복」「천국의 수확」「위험한 관계」「무게를 견뎌라」「전기톱 학살」「도둑맞은 키스」「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메두사 호의 뗏목」「파이트 클럽」「가미카제」「살아있는 시체들의 밤」「한니발」「자유의 이차선」「SOS 해상구조대」「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등 개미의 행렬이 이어진다.
저자 : 오드레 뒤쉬투르(Audrey Dussutour)
단세포 유기체에 대한 최첨단 연구로 특히 알려진 유명한 개미 학자이다.
저자 : 앙투안 비스트라크(Antoine Wystrach)
곤충 행동을 전문 분야로 하는 개미 학자이자 신경 동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가상 현실, 3D 컴퓨터 그래픽 및 뉴런 네트워크 모델과 같은 정교한 도구를 사용하여 실험실과 현장에서 개미 탐색을 연구했다.
역자 : 홍지인
전남대학교에서 철학과 불문학을 전공했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불번역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3년 한국문학번역상 번역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파리3대학 통역번역대학원(ESIT) 한불번역 특별과정에 재학 중이며, 프랑스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