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 책 『볕 들 날도 있어야지』의 표제어에는 책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문구가 들어 있다.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라서 특히 눈에 띈다. '볕 들 날'이다.
볕 들 날이 사용되는 속담이라면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란 말이다.
'볕 들 날'은 '해 뜰 날'처럼 응달진 곳에 해가 비춘다는 의미의 문장을 완성시킬 때 주로 사용한다.
즉 이 속담은 화자(話者)가 현재 겪는 역경을 순간을 전제로 한다. 말하자면 현재는 힘들지만
언젠가 훨씬 나은 상태가 될 것이란 '희망'을 표시하는 뜻을 나타낸다. 물론 비유적 표현이다.
해 뜰 날도 지금은 흐리지만 해가 쨍~ 하고 비출 것이란 희망을 염원하는 말이다. '해 뜰 날'은 한 원로 가수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불행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속담을 말할 때, 역경이란 매우 주관적이어서
기준이 각각 다르다. 어떤 상황에서 볕 들 날을 써야 할지 삶의 여러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볕 들 날이 되고, 육체적 통증이라면
신체의 치료로 마땅히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희망하는 말이 된다. 이 책의 저자 김영은
책을 통해 일상에서의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에 대한 단상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다.
단순히 행복을 소망하는 것보다는 뭔가 현재에 불만이 있거나,
최소한 심리적으로 불안·불행을 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출판사 측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그림에세이는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속담처럼 절망 속의 희망을 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대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누구나 크고 작은 우울을 품고 산다.
『볕 들 날도 있어야지』는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그림 에세이로 보여줌으로써
애써 우울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 김영은 보통의 하루를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한다. 오래 추억할 만한 사랑을 받았던 어린 시절부터 적성에 맞지 않던 대학 생활을 거쳐, 얼마간의 우울을 품은 오늘날의 직장인이란 말이다.
이 에세이는 저자의 첫 에세이라고 한다. 저자는 혼자만 품고 살아 왔던 감정을 그림을 통해 고백한다.
저자는 우울을 소소한 행복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이 에세이를 집필했다고 밝힌다.
특별한 사건 없이 가슴 따뜻해지는 일상을 담은 이 그림 에세이가
삶에 지친 모두에게 작은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글이 전하는 메시지를 한껏 살린 감성적인 그림이다.
그림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한 분이라고 한다. 화가 장선영은 종이에 펜으로 초안을 작업하여 아날로그 감성을 듬뿍 담았다. 섬세한 그리고 정성이 가득 담긴 펜화와 함께
따뜻한 위로를 담은 에세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기에 좋은 감성을 담아냈다.
책 속 화자인 주인공은 우울을 마음속에만 담아 두던 직장인이다.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울을 해소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추스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거창한 행복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독자들도 에세이를 통해
일상의 작은 행복을 만끽하며 사는 방법을 배운다면 일상이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유쾌해질 것 같다.
이 책은 40개의 에피소드로 평범한 일상에 대한 작은 위로를 선보이고 있다.
책은 「우울해도 ○○ 덕분에 삽니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들의 치료와 예방에 힘쓴 의사, 간호사들에게 쓰던 말을 되새기게 한다.
'덕분에~' 무사히 지나왔다, 감사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한 손의 손바닥에 엄지를 들어올린 다른 한 손을 살짝 올린 제스처도 유행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평소에 귀중함과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오지만 상황이 닥치면
그때서야 뒤늦게 고마움을 깨닫지만 '인간은 누구나 다 원래 그렇다'고 생각해주는
치료진에게 진정어린 마음으로 감사를 표하던 기억을 되새기는 것은 매우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다만 늘 뒤늦게 느꼈다는 점만 후회로 남는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우울해도 붕어빵 덕분에 삽니다」,
제2장 「우울해도 찜질방 덕분에 삽니다」,
제3장 「우울해도 추억 상자 덕분에 삽니다」,
제4장 「우울해도 당신 덕분에 삽니다」 등이다.
「우울해도 ○○ 덕분에 삽니다」란 부제의 '○○'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붕어빵'이고 '찜질방'이고, '추억 상자'이고, 그리고 '당신'이다. 여기서 당신은 어린 시절의 '아빠'다.
"오빠와 내가 어렸을 때 아빠는 항상 헌혈 후에 받은 빵을 그대로 집에 가져오셨다고 한다.
우리를 주려고 챙겨 왔다"는 말을 들은 엄마 가슴이 찡하셨다고 사실을 알게 된다.
다 큰 뒤에 뒤늦게 들은 말이지만 지금도 그 말을 생각하면 "내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란 걸' 확인한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엔 저자는 그 일화를 일부러 떠올린다.
행복감에 초라함은 금세 사라지고 만다. 이런 일화는 책 곳곳에서 나타난다. 한없이 마음이
여린 주인공이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비 오는 날' 운동화나 구두 대신 샌들을 갈아신고
출근하는 길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샌들의 끈이 끊어질까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출근길에는 잘 버텨줘서 다행이라고 생가하며 이내 잊었다.
그러나 비는 계속 내리고 퇴근길에 샌들 끈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 오는 거리를 첨벙첨벙 걸었던 기억을 되새긴다.
신발도 없이 양말만 신은 채로 귀가한 날의 기억을 들춰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삶도 늘 이런 식이었다.
예민했던 나는 예상치 못한 작은 일에도 곧잘 심란해했다.
버스를 잘못 탄다거나, 택배가 사라진다거나, 늦잠을 자서 출근길이 지옥의 레이스가 된다거나···.
내 삶이 참 우중충하다고 느껴졌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흐린 날씨처럼."(p.6)
저자 : 김영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쓸 때는 김영, 그림을 그릴 때는 방울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며 현재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
2019년 『제가 좀 찌질하고 우울해도요』를 독립 출판하여 우수 만화 도서로 뽑혔고,
2022년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는 세종 도서 교양 부문 도서로 선정되었다.
그림 : 장선영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현재 개인 작업을 진행하며 출판 도서의 삽화를 제작하고 있다.
그림으로 빚은 오늘의 조각을 블로그에 게재한다. 2019년 『즐거운 나의 집(개정판)』,
2019년 『길고 긴 나무의 삶』, 2020년 『덧없는 꽃의 삶』, 2021년 『단어의 진상』,
2022년 『고양이의 골골송이 흘러나올 게다』 등의 도서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