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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 인생 불변의 지혜 - 공자·맹자·순자·묵자·노자·장자·한비자
옥현주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9월
평점 :
2,500년 전 중국 대륙은 제자백가의 시대라고 일컬어진다. 군웅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 나라를 세우고 인재를 발탁해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움직임이 대륙 전체에 퍼져 있을 시기다. 물론 대륙에는 전쟁이 없던 날이 하루도 없었을 것이다. 군대를 상시 운영하는 나라들은 없고 생업, 특히 농업에 종사하는 비교적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병사로 차출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을 것이다. 전쟁에서 지면 나라는 물론, 자신 그리고 가족의 운명도 보장할 수 없다. 전쟁에서는 이기지 못할 때는 죽거나 노비 신세다. 나라나 개인이나 전부를 걸고 전쟁을 치른다. 이때 전쟁도 나라도 제대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치를 할 인재를 모시는 것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유력한 가문은 제후나 고위 관료예서 왕이 될 수도 있다. 전쟁이 일상인 사회는 혼란의 연속이다.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 질서는 엉망이 될 것이고, 나라 살림은 텅텅 빈 금고나 다름없다. 전쟁 물자를 대는 것 또한 다른 나라를 복속시켜 거기서 얻은 땅이나 포로로 얻은 군사로 대신해야 한다. 전쟁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사람의 삶이 그렇듯이.
오늘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누구나 분주한 일상을 보낸다. 전쟁터 같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래서 현대 사회를 '총성 없는 전쟁터'로 표현하는 사람도 많다. 더구나 현대는 풍요로워 '가난'이 없을 것 같지만 굶지는 않아도 상대적 빈곤의 수는 점점 늘고 있다. 부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이란 부작용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듯하다. 자본주의에 반발해 공산주의가 생겼지만 공산주의 체제는 100년도 안 되어서 실패로 끝났다. 인구는 끊임없이 늘어나 현대 사회는 더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화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감정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 현대인에게는 숙명처럼 일상화되어 있다. 다양한 욕망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돈과 위험이 닥칠 때도 있고, 무기력에 빠질 때도 있다. 이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대인들은 가끔씩 ‘내 삶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토록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삶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숙고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없다. 질문들의 답을 찾지 못한 채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 답은 쉽게 찾아질 것 같지도 않다. 살면서 난관에 부닥치면 극복하고 넘어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극복하지 못한 채 안고 살아가면 점점 더 삶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회 시스템이 이미 그렇게 굳어져 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은 우리 속담에만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 자주 들어서 거의 DNA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격언은 우리나라 만의 속담이 아니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비슷한 의미의 격언이 있다. 시대를 거술러 올라가면 지금 인류의 사상과 철학의 원류는 사실상 2,500년 전부터 내려온 것이다.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 중국의 공자, 인도의 고타마 싯타르타 등 세계 종교의 창시도 대부분 인류 정신사의 혁명적 전환기라고 일컬어지는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 책 『제자백가, 인생 불변의 지혜』의 저자 옥현주는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줄 2,500년의 지혜」라는 제목의 〈서문(들어가는 말)〉에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이자 철학자들이 활약한 시기를 칼 야스퍼스가 말한 '축의 시대'라는 말을 인용해 대신한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철학자 공자, 맹자, 순자, 묵자, 노자, 장자, 한비자는 야스퍼스가 말한 축의 시대에 태어나서 활동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인도에서는 힌두교 사상의 토대를 이루는 문헌으로써 《우파니샤드》가 조성되었으며, 고타마 싯다르타가 등장해 불교가 성립합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구약을 기록했던 아모스, 이사야, 에레미야가 활동햇고,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을 비롯한 많은 철학자가 등장했습니다. 인류정신사의 전환의 시기가 열렸던 것입니다."(p.8) 축의 시대에 등장하는 중국, 인도, 이스라엘, 그리스는 서로 교류가 없었는데도 비슷한 시기에 놀라운 사유의 혁명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다. 이에 덧붙여 저자는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당시 네 지역은 공통적으로 급격한 도시와와 인구 증가, 전쟁과 폭력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으로 도덕성이 매우 피폐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최근 유독 고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도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전에는 삶에 대한 깊은 고찰과 본질적인 지혜가 담겨 있어 읽는 이들에게 일종의 인생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자백가는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수많은 제후국이 패권을 다투던 춘추전국시대에 탄생했다. 이 같은 약육강식의 시기에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질서와 대안을 모색했던 이들을 ‘제자백가’라 부르는 것이다. 제자백가가 출현한 시기는 오늘날처럼 크고 작은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문제가 넘쳐나는 시기였기에, 그들의 철학은 우리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준다.
“제자백가에는 사람의 생사 문제에서부터 사람과 자연의 관계, 사람의 도리, 정치, 사람 간의 사랑,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 배움과 수양의 문제, 운명론 등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천오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제자백가의 철학이 내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통찰과 지혜를 제공하는 것입니다.”(p.11)
이 책 『제자백가, 인생 불변의 지혜』는 공자·맹자·순자·묵자·노자·장자·한비자 등 제자백가 핵심 사상가 7인의 가르침을 엮었다. 『논어』, 『장자』, 『도덕경』, 『한비자』와 같은 제자백가의 고전에는 당대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사상가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단단한 내면을 만들고 자신을 지키는 법을 깨닫게 할 35가지 지혜를 저자가 엄선했다. 당장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방법론이나 처세술 대신,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진리를 통해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한다는 집필 취지에 따라서다. 또한, 다양한 문제를 여러 사상가의 시각으로 바라보아 균형 잡힌 사고를 키우고 인생을 꿰뚫는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2,500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제자백가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마음에 되새기고 깊이 성찰하다 보면 복잡한 환경, 갑작스러운 고비, 잘못된 가치관 등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단단한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믿는다.
동양철학연구가인 저자는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제자백가, 그 가운데서도 공자, 맹자, 묵자, 순자, 노자, 장자, 한비자 등 대표적인 7인의 철학을 집중 조명한다. 이들은 인간의 도리, 자연과의 조화, 사회적 질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남겼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들의 철학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삶의 본질을 꿰뚫고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앞날을 준비하려거든 뒤부터 돌아보라”-공자의 준비」, 2장 「“버틸수록 하늘이 길을 연다”-맹자의 인내」, 3장 「“내가 바르면 천하가 뒤따른다”-순자의 처신」, 4장 「“이루고자 할 때는 의지가 필수다”-묵자의 실천」, 5장 「“마음을 따르니 걸리는 바가 없다”-노자의 자존감」, 6장 「“나를 잃으면 비로소 내가 보인다”-장자의 자유」, 7장 「“빨리 결단하고 변화에 순응하라”-한비자의 통찰」 등이다. 1장에 나오는 공자는 유가학파의 개조로서 춘추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교육자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공자의 천인관계, 학문의 자세, 사명과 운명, 살신성인, 제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2장의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이어서 발전시킨 전국시대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이며,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사상가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맹자의 왕도정치, 사생취의, 성선설, 수양론, 우환의식을 짚어본다. 3장의 순자는 전국시대 후기의 유학자이다. 공자의 사상을 계승했으며, 맹자보다 현실적인 사상가이다. 저자는 순자의 성악설, 화성기위, 비판적 사고, 예론, 상례와 제례에 대해 밝힌다. 4장에서 저자는 묵가학파의 개조로서 순자가 하층계급의 입장을 대변한 사상가이자 실천가임을 부각시킨다. 이 장에서는 겸애교리, 명정론 비판, 삼표법, 후장구상 비판, 묵가의 실천력을 자세히 안내한다.
5장의 노자는 도가학파의 개조이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철학자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무위자연, 도와 덕, 유약과 견강, 섭생의 원칙, 양생법을 이야기한다. 6장에 나오는 장자는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도가학파의 대표적인 사상가로서 전국시대에 활동했다. 이 장에서 장자의 가치 판단, 무용지용, 상대주의, 기화 사상, 물화 사상을 풀이한다. 7장에 나오는 한비자는 순자의 제자이면서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사상가다. 아 장에서 저자는 수주대토, 법·술·세의 통합, 조짐, 유세의 어려움, 모순에 대해 이야기한다.
7개의 장 가운데 독자의 관심을 유독 끌었던 부분은 '순자의 처신'이란 부제가 붙은 3장 「내가 바르면 천하가 뒤따른다」이다. 사실 순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성악설을 주창했다는 이유로 맹자와 비교되며, 온전한 평가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닌가 싶어서다. 이와는 반대로 맹자는 성선설을 주창한 학자로 순자와는 상대적으로 이상주의자라는 힐난에도 불구하고 후세에 회자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따르는 유학자도 많은 것 같다. "당신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 주었는데 약속한 날짜에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가정할 때 당신은 친구가 날짜를 착각했을 것이라고 믿을까요, 아니면 친구의 행동에 다른 숨은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게 될까요?" 저자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와 순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주장하며,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지녔다고 했다.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면 친구의 입장을 먼저 들어 보고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반면,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라고 하며 사람은 나면서부터 이득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순자의 관점을 따른다면 친구를 행동을 경계하고 이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려 할 것이다. 저자가 밝히는 답으로부터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을 명쾌하게 가려낸다.
이에 대해 저자의 성선설과 성악설에 관련된 해석은 엄정하고 편중적이지 않다. "인간 본성을 향한 우리의 믿음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리는 선택과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을 어떤 존재로 규정하느냐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어 우리의 행동과 결정에 깊이 관여하게 됩니다."(p.108)
우리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변화와 불안한 미래로 혼란스럽고, 각자의 삶에 닥쳐오는 고난을 현명하게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부, 성공, 인간관계 등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재조명하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생각난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앎이란 사전적 풀이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한비자에 관한 장 가운데 '나라가 망할 47가지 징조'란 항목에 눈이 간다. 혹시 조선조 말의 우리 시대상황과 맞아떨어진 게 있나 싶어서다. 한비자는 〈망징〉 편에서 나라가 망할 징조를 마흔일곱 가지로 열거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나라의 창고는 비어 있는데 대신들의 창고가 가득 차 있거나, 큰 이익을 보고도 취하지 않고, 재앙의 조짐을 듣고도 방비하지 않으며, 공적도 없는 사람이 존귀해지고, 나라를 위해 애쓰고 수고하던 사람이 천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아래 신하들이 원망을 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나라는 망할 것이다."(p.311) 하지만 한비자는 나라가 망할 징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망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단지 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는 '그 나라가 얼마나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또는 혼란스러워지고 있는지', '부강함과 쇠약함 중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등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좀벌레를 통해서이며 담장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틈에서 시작되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강한 바람이 불지 않으면 부러지지 않고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그는 나라가 망하는 것은 내부의 조건인 망할 조짐과 외부의 조건인 비와 바람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한비자가 미세한 조짐을 파악하고 미리 예방하라고 한 이유는 훗날 강한 태풍이 몰아쳤을 때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사전에 미리 대비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해 준다.
저자 : 옥현주
동양철학연구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동양학연구소 특별연구원이자 동양문화 융합학회 이사이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제자백가의 여러 구절을 읽으며 삶의 가치관이 다시 정립되는 것을 느꼈고, 그 길로 곧장 동양철학의 길에 들어섰다. 주로 죽고 사는 문제, 즉 생사관을 연구한다. 삶과 죽음 문제와 관련하여 연구와 공부를 통해 깨달은 바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단단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공자, 맹자, 순자, 묵자, 노자, 장자, 한비자 등 수천 년 동안 사랑받은 제자백가 7인의 지혜를 어떻게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을지 알려준다. 특히 인생의 고비를 맞닥뜨린 이들이라면 주어진 인생을 살아갈 힘을 천천히, 그러나 견고하게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