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정국의 풍경 - 인물로 돌아보는 대한민국 현대사
신복룡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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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정착한 이후 한민족에게 가장 어려운 시대라고 하면 아마 20세기를 꼽을 것이다. 이 시기는 일본의 식민지를 거쳐 일본의 패전으로 인한 해방, 그리고 비극의 동족상잔이라는 한국전쟁. 민주주의 체제로 변화한 다음에도 분단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 군부 쿠데타, 군부 독재로 점철된 시기가 20세기다. 정치적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대가 일제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는 해방 전후, 그리고 한국전쟁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정치학자나 시대평론가들은 해방정국을 이 시기로 본다. 물론 학자마다 다르게 볼 수도 있다. 1943년부터 한국전쟁까지를 해방정국으로 보는 학자도 있고, 일부는 1945년 이후 한국전쟁까지로 보기도 한다. 이 책 『해방정국의 풍경』의 저자 신복룡은 해방 직전 일제 치하였던 1943년부터로 해방정국을 정의하고 있다. 이 책은 원래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주간조선〉에 연재되던 글이었다고 한다. 광복 70주년이라고는 하지만 보수지임을 자임하는 〈주간조선〉에 해방정국을 제대로 평가하는 게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의 시선을 연재 초부터 독자들이 보냈다고 한다. 

'슬픈 예감은 항상 잘 들어맞는다'는 연재 중단 사태가 벌어진다. 이른바 좌우익 모두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고 한다. 우익들은 저자를 빨갱이라고 몰아붙였고, 좌익들은 보수신문에 기생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결국 17회를 끝으로 연재는 막을 내렸다. 대구 사건과 여순 사건, 제주 4·3사건, 그리고 김일성의 항일 투쟁과 가짜 논쟁의 진위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다룰 무렵 〈주간조선〉 데스크로부터 저자의 글이 〈조선일보〉의 입장과는 달리 다소 좌경의 색채를 보이고 있으니 용어들을 수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저자는 나름의 논지를 수정할 의사가 없었고, 글을 고치느니 연재를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저자가 생각해 중단되었다고 저자는 『해방정국의 풍경』의 〈서문(글머리에)〉에서 밝히고 있다. 당초 데스크의 의도는 〈조선일보〉가 보수라는 사회의 평판으로부터 진일보하기를 진심으로 바랐기에 이 글의 연재를 시작했다고 저자는 이해했다고 말한다. 결국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지만 이미 25회를 예정하고 자료를 정리해둔 저자는 게재의 중단이나 계속과 관계없이 전면 탈고를 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저자의 사정을 전해들은 인터넷 동호회 〈마사모(마르코 글방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속편을 연재하겠다고 나서 완전히 탈고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에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은 정치학자이자 인물 연구가로 손꼽히는 신복룡 교수가 한국 현대사를 ‘인물‘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나간 책 『해방정국의 풍경』이라는 표제어로 완전한 책으로 거듭났다.

앞서 설명했듯 이 책은 해방정국의 이승만, 김구, 김일성, 박헌영 등 한국 현대사를 풍미하는 좌익과 중도, 우익을 대표하는 인물들 사이에 일어난 일화와 사건을 상세히 소개한다. 또 저자의 연구와 많은 자료 등을 치밀한 분석으로 한국 역사의 진실과 이면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앞서 독자가 언급했던 해방정국(解防政局)은 한국 현대사에서 이념 대림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다. 한국사에서는 보통 이 시기를 현대사로 간주한다.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군정 기간(1945~1948)은 사실상 1907년부터 1910년까지의 일본의 통감(統監) 정치보다 더 자유롭거나 주권적인 국가가 아니었다고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일본에 이김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을 식민지에서 해방시켜 주었고, 한국전쟁 때도 미국이 주도해 UN군을 파견함으로써 군사적으로 절대적으로 열세였던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구해준 은혜로운 나라라고 어렸을 때부터 배웠다. 뿐만 아니라 먹고 살 것이 절대 부족한 대한민국에 밀가루 등 대규모의 식량도 무상으로 보내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만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해방정국에서는 4대 강국의 `해방을 시켜주지만, 독립을 시키지 않는다`는 확고한 정책 하에서 한국은 미국의 준식민지로 불리었다는 점도 저자의 글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다 대한민국이 수립되었으나 곧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3개월 정도 `공화국 군대(북한 인민군)` 가 지배하던 시대를 맞이했고, 이는 중공군이 참전했다 물러난 `겨울 피난`(1·4 후퇴)이 끝난 1952년 3월까지 계속되었다. 다시 대한민국은 주권을 찾았으나, 그 과정에서 일본, 미군정, 대한민국, 이른바 인민공화국(북한), 미8군 사령관(UN군 사령관)을 거쳐 다시 대한민국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다. 이 짧은 시간에 통치권자가 여섯 번은 바뀐 셈이다. 저자는 현대사에 이렇게 팔자가 드센 세대가 일찍이 없었으며, 이 기간에 겪은 10년의 세월은 누구에게나 소설이었고, 밤새 이야기를 해도 쉬이 끝내기 어려운 한국전쟁의 전말이라 이야기한다.

현재 팔순을 훌쩍 넘긴 저자는 지금껏 강의나 연구서에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풀어놓는 사실도 있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은 결국 사람이 저지른 업보였고, 그 가운데 일부만을 우발이론(contingency theory)으로 메꿀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격동의 시대에 이념, 체제, 강대국의 입김이 세태를 좌지우지했을 수 있지만, 어느 시대이든 사람이 독립 변수였기에, 이 책은 바로 그 사람,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다른 구분 없이 모두 32장(章)으로 한데 묶었다. '해방정국'이란 표제어에서 암시하듯 한정된 짧은 기간이고 좌우와 한반도 주위 강대국들이 모두 관여하고 있기에 어느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중도적인 입장의 학자로서 책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에 저자가 의도하는 객관적 사실과 자료 분석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기술하다보니 별도 구분 없이 장으로 묶었을 것으로 읽힌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다루는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이 책에 담긴 내용을 풀어본다. 먼저 인물 면에서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아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김구·이승만·여운형·백관수·박헌영·김일성·홍명희·맥아더·모택동·조봉암 등이다. 사건은 해방, 미군정, 좌우 대결, 대구 사건, 제주 4·3, 여수·순천 사건, 한국전쟁, 휴전회담, 분단과 통일논의 등이 시기순으로 나열되고 있다. 이는 연대순으로 정리하는 역사 기술법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먼저 1장의 제목 「해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당시 한국에 있던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기적과도 같이 어느날 갑자기 닥친 일이다. 사실 8월 15일 라디오 방송을 통한 일본의 공식 항복 방송을 못 들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은 믿기지 않아 눈치 보느라 도로에 나와 만세 한번 제대로 외치지 못했다고 한다. 익히 일본 경찰의 악랄함에 이미 순치되었다고 할까. 슬프지만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장을 시작하며 저자는 핸더슨의 말을 인용했다. "1910년에, 그 많은 인구를 거느리고 그토록 훌륭한 유산을 가진 한국이 그렇게 쉽게 멸망한 것은 기이한 일이다."(p.21)

저자는 "역사의 흥망성쇠는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대한제국의 멸망이라고 해서 남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그것이 역사이기에 앞서 우리의 경험 속에 기억되어 있고 그 잔혹성이 다른 어느 유형보다 심각했을 뿐만 아니라 그 가해자의 뉘우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저자는 그렇다고 일본의 잘못만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젠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과 역사를 반성하며 자신의 실수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을 듣는 사람은 좌우익을 가리지 않고 포화를 퍼붓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로 판단해 보면 영·정조의 시대가 끝나고 순·헌·철종의 시대가 오면 조선은 이미 국가로서의 활력을 잃은 채 타성으로 연명하는 제국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부패로 말미암은 왕조의 피로와 민중의 지친 삶은 조국의 운명에 대한 연민을 많이 잃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친 삶 앞에 벌어지고 있는 국가의 운명은 백성들에게 그리 절박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밖으로부터의 일격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지탱하기 어려운 국가의 공통된 특징은 암군(暗君)의 시대와 관료의 타락, 그리고 의욕을 잃은 민중의 지친 삶이 동시에 벌어지며 그 결과는 끝내 왕조의 멸망으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 외침에 대한 저항력은 거의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많은 도덕론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전혀 평화롭지 않았다. 역사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우리는 인류 사회가 정복 전쟁으로 얼룩진 것을 보게 된다. "평화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평화롭다'고 말한다.(《구약성경》「예레미아서」 6:14) 유사 이래 지구상에는 1만4,500회의 전쟁이 있었고 36억 명이 죽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순간은 모두 합쳐도 230년에 지나지 않았다.(온창일, 2001)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전쟁의 총성이 멎었던 순간은 단 하루도 없었다.(황병무, 2001)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전쟁은 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는 프러시아 육군사관학교 교장 클라우제비츠 장군의 말, 곧 "정치는 피 안 흘리는 전쟁이요, 전쟁은 피 흘리는 정치이다"라는 경구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고 저자는 피력한다.

그 숱한 전화를 겪으면서도 유교 국가가 고집스럽게 문민 우위의 원칙을 지키려 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경상감사 이언적이 우병사 김질과 함께 배를 타고 김해로 간 일이 있었는데, 조식이 그 말을 듣고서 질책했다. "감사가 어찌 무지한 무부와 더불어 같은 배를 탈 수 있겠는가?" 이 말은 우리에게 많은 성찰을 하게 하고 세계 역사의 흐름은커녕 주위 국가들의 무장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유교 선비들은 전쟁 대비에 무신경했다고 한다. 또 식민지 정책의 일본에 대해서도 한 번의 침략을 받아 그 수난을 당했음에도 조선은 군사력을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왜군 침략 불과 30여년 만에 청의 침략으로 전 국토와 백성이 유린당하고 항복하고 만다. 저자는 일본인에 대한 잔인함을 우리가 잘 아는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인용해 내놓는다. "일본인에게는 종교적 죄의식이 없어 잔인하다. 죄의식이 없는 민족은 회개나 반성 또는 사과의 미덕을 모르고 산다." 위안부 문제이든 득도 문제이든, 한일관계사를 이해하는 데 근본적이 해답이 여기에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최근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 1세대들의 희생과 투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024) 을 본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 당시의 생생한 상황과 이승만 대통령, 김구 등 당시 건국 1세대 인물들에 대한 저자 특유의 분석을 엿볼 수도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저자는 이 책 『해방정국의 풍경』을 통해 이승만과 김구는 현실 인식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한다. 김구는 민중적인 지지 기반이 취약해 민중 봉기나 지지에 대한 국가 건설이 당초 불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윤봉길이나 이봉창 의사처럼 순교자적 희생정신으로 무장된 개별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그를 테러리즘에 몰두하게 했다고도 전한다. 이는 김구를 숭모하는 무리에게는 반발을 살 수도 있는 분석이나, 저자는 테러리즘에 대한 학술적인 정의는 ‘자금이나 훈련이 부족해 조직적인 투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략) 순교자적 우국심으로 무장된 개별적 투사가 적군에게 무장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중략) 적군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투쟁 방법‘을 뜻한다고 전한다. 또한 한국 독립운동사를 전공하는 학자들은 이를 ’의열 투쟁’이라고도 일컫는데, 본질적으로 테러리즘과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는 흥미로운 의견도 덧붙이고 있다.

영화 〈건국전쟁〉(2024)에는 “이승만이 민주주의자였기 때문에 혁명이 일어났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저자는 이에 대해 역사의 평가가 그렇게 바뀐다면, 수유리에 묻힌 150명의 영혼은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라며 반문한다. 역사에는 모든 정치인이 과오와 공덕을 함께 이루었으나, 그렇다고 공덕이 과오를 덮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는 무엇보다 지금 와서 이승만이나 김구의 숭모자들이 해야 할 일은 누구의 죄를 묻기보다는 양쪽 후손들이 먼저 화해하고 좌익에 대해 항거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승만과 김구의 기일에 서로 초대장을 보내고, 그 답례로 조화를 들고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 저자의 소망이다. 왜 이 칼럼들이 오늘날 좌익과 우익의 십자포화를 맞았는지 짐작이 간다. 해방정국에서 이름과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은 대개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유학을 다녀온 부호들의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 일본은 제국주의를 표방하고 아시아 전제의 일본의 위력이 미칠 것으로 판단한 군부를 앞세워 아시아 각국을 향해 무력으로 점령해 나간다. 메이지유신 이후 무기의 근대화는 물론 신기술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 정도로 군사 강국이 된 일본이 드디어 마수를 드러내고 이를 일본 국민들은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침략해 항복을 받아내는 과정에서는 열도가 흥분에 들떠 마치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처럼 좋아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은 새로 출범한 공산주의 혁명에 의한, 인민을 위한 나라 소련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일본 열도 북해도 위쪽은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부동항을 가지려는 소련의 정책과 북진해 아시아를 제국의 손에 넣으려는 일본은 부딪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은 대 러시아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역시 영토 일부를 할양받기도 했다. 승승장구 일본을 막아선 나라는 미국보다는 소련과 공산화 우려가 있는 중국이었다. 그들이 나서서 막았다기보다는 천황의 국가가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중국이 좌우 군대가 내전을 벌이고 있는 틈을 타 중일전쟁 등 많은 전쟁에서 이겨 일부 영토의 조차권 등 많은 이권을 챙기기도 한다. 이때 우리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공산주의와 함께 생사를 함께하는 과정에서 조선에도 공산주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배어든다. 이는 결국에는 한국전쟁이라는 싸움에 휘말린 독립운동가들의 비극이다. 

부르조아 공산주의자 중 한 명인 박헌영은 공산주의 이론에 해박한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던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그의 여성 편력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당시 아내였거나 관련이 깊은 여성들이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자로 갈리는 운명을 직접 겪고 보고, 그 가운데 인물인 박헌영은 남로당(남한 노동당)을 이끌어 나중에 월북한 후 북한 외무상까지 지냈지만 한국전쟁 실패의 책임을 묻는 김일성에 의해 숙청 당한다. 김일성은 공산주의보다 정치적 술수가 더 뛰어났던 것 같다. 박헌영은 공산주의자로서 삶을 마칠 때까지 충실한 이론가였지만 정치에는 감각이 뒤졌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해방정국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좌우익의 갈등이 비극을 낳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좌익 내부의 갈등과 우익 내부의 갈등이 좌우익 사이의 갈등보다 더 심각했고 더 적의(敵意)에 차 있었으며 잔혹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해방정국을 더욱 비극의 길로 몰아갔다는 점이다. 몽양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해방정국의 희생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념이 다른 적대 세력의 손에 희생된 것이 아니라, 우익은 우익의 손에 죽었고 좌익은 좌익의 손에 죽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이데올로기 집단 안에서도 중도 온건 노선을 배신이나 변절 또는 기회주의자로 보려는 극단적 도그마와 성숙하지 않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p.80~81)


저자 : 신복룡(申福龍)


정치학자이자 인물 연구가.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수료하고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중앙도서관장, 대학원장, 석좌교수(1979~2012)를 지냈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1999~2001),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의 객원 교수(1985~1986)를 지내고, 독립유공자서훈심사위원(장)(1999~2023)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분단사 연구 : 1943-1953』(한울, 2001, 한국정치학회 저술상 수상) 『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읽기』(풀빛, 2002) 『한국정치사』(박영사, 2003, 5판) 『대동단실기』(선인, 2004) 『동학사상과 갑오농민혁명』(선인, 2006) 『The Politics of Separ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 1943-1953 (Edison, NJ : Jimoondang, 2008)』 『한국정치사상사』(지식산업사, 2011, 한국정치학회 인재(仁齋)저술상 수상) 『전봉준 평전』(들녘, 2019) 『한국사에서의 전쟁과 평화』(선인, 2021) 『잘못 배운 한국사』(집문당, 2022) 『이방인이 본 조선의 풍경』(집문당, 2022) 등이 있다.

역서로 『외교론』(H. Nicolson, Diplomacy, 1979) 『군주론』(N. Machiavelli, The Prince , 1980) 『칼 마르크스』(I. Berlin, Karl Marx , 1982) 『모택동 자전』(E. Snow, Red Star over China : Genesis of A Communist , 1985) 『묵시록의 4기사』(E. Penchef, Four Horsemen, 1988) 『한국분단보고서』(1992, 공역) 『현대정치사상』(L. P. Baradat, Political Ideologies, 1995, 공역) 『정치권력론』(C. E. Merriam, Political Power, 2006) 『입당구법순례행기』(옌닌, 2007) 『임동(하야시 다다쓰) 비밀회고록』(2007, 공역) 『한말외국인기록』 전23권(2018, 일부 공역) 『삼국지』 전5권 (집문당, 202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5권 (을유문화사, 2021) 『한국분단보고서』 전3권(2023, 일부 공역) 『신·구약 성경 : 교감』(Naver/blog/shinbokryong=신복룡 성경, 2023)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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