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랜프 2 - 메시아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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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1권에서 외계 생명체의 침공을 받은 인류는 지구의 주인 자리를 침공자 홀랜프들에게 내주고 피지배 계급으로 전락한다. 또 인간 중에는 홀랜프 측에 붙어 그들에 기대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고 생존하는 '페카터모리'들도 등장한다. 『홀랜프』는 외계 침공과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권력, 과학과 기술, 종교적 상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1권 〈거룩한 땅의 수호자〉에서 '홀랜프'의 침공을 받아 인간은 제대로 맞서기는커녕 힘의 부족을 느끼면서 끊임없이 추락한다. 그러나 이를 걱정하던 노과학자 '최 박사'가 평소 대응책으로 오랫동안 연구해온 '7인의 어빌리스'가 지구와 인류의 마지막 희망으로 맞서 싸운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싸우느냐, 아니면 홀랜프에게 복종하며 새로운 삶을 선택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이미 외계 침공자들에게 붙은 인간, 페카터모리들도 부지기수다. 저자는 이들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소설 구상 때부터 미리 예비해둔 사항일 것이다. 외계인이 침공할 때의 모습은 1권 '7장 3절 생명체'에서 자세히 언급된다. 

"갑자기 나타난 괴생물체들의 공격에 온 세상이 폐허가 되어간다. 인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괴생물체들에게 죽어간다. 하늘에서 비행하는 대형 괴생물체들은 인간들이 이제껏 지어온 건축물들을 공격하고 파괴한다. 대형 괴생물체 위에 탑승하고 있던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중형, 인간의 반 크기인 소형 괴생물체들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을 공격한다. 중형 괴생물체들은 한 손에 총과 비슷한 무기를 들고 알 수 없는 빛을 쏴대고 돌기가 나 있는 날카로운 팔로 사람들을 베어 죽인다. 괴생물체들은 흡사 해파리와 물곰을 섞어놓은 듯한 모양이다. 하늘에서 공격하며 날아다니는 괴생물체는 100미터 정도 되는 대형 괴생물체로서 마치 용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에 크고 길다. 그들이 입을 벌릴 때마다 빛이 나와 건물을 부수고 공군의 비행기가 공격해오면 공중전을 하면서 모든 인간의 기계를 파괴한다. (중략) 인간의 신체 크기와 비슷한 중형 괴생물체는 인간과 비슷한 머리 형태만 있을 뿐 입은 뻥긋거리며 팔에 붙어 있는 칼을 이용해 공격하고 다른 쪽 팔에는 빛이 나오는 총이 있어 사람들을 죽인다."(p.140~141, 1권)

『홀랜프』의 저자 사이먼 케이의 장면 묘사가 탁월하다. 영화 제작자로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케 하는 생생한 장면 묘사는 매우 인상적이다. 더욱이 상상 속 상황을 독자들의 머리에서 현실로 바꿔야 한다는 SF 세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데서 비롯된 듯하다. 독자들에게는 읽기만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로 치환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의 독창적인 상상력뿐만 아니라 기술적 이론도 오랫동안 외계 침공을 대비해온 사람처럼 차분하게 정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뛰어나다. '어빌리스'라는 다소 익숙한 이름을 가진 추상적 묘사는 곧바로 '어벤저스'라는 영웅들과의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사전에 노력으로 획득한 '능력자'로서의 의미로 지구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뜻과도 상통한다.

『홀랜프』 2권 〈메시아의 수호자〉에서 인류를 해방할 7명의 아이들, 이들은 권력을 얻은 인간에게는 이단자가 될 수 있다. 반면 홀랜프에게 굴복하지 않고 그들이 만들어낸 도시 '파라다이스'를 벗어나 궁핍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구원자가 될 수 있다. '인류의 희망'이다. 메시아라는 존재를 빗대어 저자가 희망과 메시아가 역사 속에서 모순적었음을 주목하게 한다. 2권 〈메시아의 수호자〉는 '예언서'에 대한 대목으로 이어진다. "마구 갈겨쓴 글귀라고 생각하겠지. 자네는 분명 저런 글을 많이 봤을 거야. 홀랜프 침공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미친 소리였겠지만 침공이 일어난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말들이지. 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세월 동안 우리는 두 번이나 멸종의 위기에 처했어. 큰 혼란 속에서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2차 대전 후 최 박사의 예언서가 확실하다고 사람들은 평가했지. 이 예언서 덕분에 그나마 사람들은 이만큼 함께 생활할 수 있었고. '아이들'에 관련된 내용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만날 것이라는 내용. 이것이 다 그들 눈에는 실현되고 있는 진실이라고." 

서 집사는 김 중령이 알려주는 곳으로 책장을 넘겨본다. 거기에는 아이들과의 만남이 적혀 있다. 서 집사도 들었던 6년의 세월에 대한 내용이다. (중략) 아이들은 신이 아니야. 그런 희망적인 존재로는 가능할지 몰라.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신이라고 말해버리면 아이들조차 위험해. 저 홀랜프를 이기고 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란 말인가"(p19~21, 2권)

『홀랜프』에는 등장 인물들의 과격함도 분출된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인간 스스로의 성찰이기도 하다. 다 알면서도 이기심과 눈앞의 이익만을 취하다가 자멸한다는 내용 말이다. 선우필과 헤든의 대화 과정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드러난다. 

"인간들······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해서 배신하고, 이익을 위해 서로를 해치우고, 마음 맞는다는 핑계로 편을 만들어 약자를 괴롭히고. 그런 인간들은 이제 존재해서는 안 돼. 세상이 썩었어. 무법 천지가 되어버렸어. 살과 피를 지니고 땅 위에서 사는 모든 사람의 삶이 속속들이 썩었어. 인간들 때문에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이 땅은 멸망해야 해. 인간은 멸종되어야 해. 다 죽여버려야 해. 다 몰살 시켜야 해."(p.160)

선우민이 예전에 했던 말 중에는 인간이 생물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능력과 함께 '배려심'이 때문이라고 했다. 동물은 배려심이 없고 그저 본능에만 충실할 뿐이다. 바다의 고래도 먹기 위해 생물체를 입으로 흡입한다. 사자는 배가 고프면 약한 짐승을 잡아먹는다. 이기심은 생물의 본능이다. 하지만 인간만이 이기심을 인식하고 배려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바로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배가 고파도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변해가는 세상에서 인간의 의식도 변해간다. 배려하는 마음은 점점 사라지다 결국 잃을 것이다. 그날이 인류가 멸종하는 날이다. 선우민은 늘 그렇게 배려심을 강조했다. 

이는 홀랜프 생물체가 파라다이스라는 장소를 만들어 인류를 지배한다 해도 배려심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이기심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강한 힘으로 사람들을 억누르다가 자유를 주는 척 인간을 배려하는 행동은 배려심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은 선우민을 통해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최 박사가 심어둔 능력 '스위븐'은 꿈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꿈속에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면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로써 미리 꿈에서 봤던 이미지를 기억해내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에게 스위븐은 과연 독이었을까, 약이었을까 질문을 할 수 있다.

이야기는 결국 아이들은 홀랜프가 이룩한 파라다이스로 향하고 스위븐에서 봤던 이미지를 기억하며 여왕이 있는 최상부로 이동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다. 선우필, 리브, 선우희만이 여왕의 뒷편의 암흑과 같은 공간으로 향한다. 그곳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아이들의 희생과 처절한 싸움은 치열하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저자의 세세한 묘사, SF적인 요소의 표현은 저자의 소설 구성 능력이 결합되며 빛을 발한다. 소설의 스토리를 더욱 판타스틱하게 해주는 요소 중 새로운 단어는 많은 부분 저자의 SF에 대한 관심과 오랜 영화 경험 등이 어우러져 주제와 소재로서 SF의 소설로서의 완벽에 가깝게 녹아들어 간다. 

책에서 제목이나 소제목으로 다루어진 SF적인 단어들을 열거하면 거의 끝없이 나열된다. 잠재력, 생물체, 죽음, 훈련, 편도체, 하늘의 도시, 배신, 전투, 꿈의 실현, 꿈의 능력, 잠입, 여왕, 만들어지는 전설, 3차 대전, 배려심, 연합 등 평범한 단어들로 모든 제목들이 이루어지면서 종교적 언어와 결합되면 SF적 용어로 변신하는 마술 같은 표현과 묘사가 가능해진다. 이 또한 저자의 묘사 능력일 것이다. 책에 이용된 종교적 단어들은 에덴동산, 신의 열매, 창조주, 생식세포, 신의 선물, 신의 시점, 성장, 메시아, 유혹, 만들어지는 전설, 신의 뜻대로 등이다. 종교와 과학은 흔히 정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SF 소설에서는 흔히 두 분야가 결합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지지 않은 많은 일들이 있다. 종교와 과학의 이질감으로 원인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작품은 두 분야가 잘 어울리면 과학은 실현되지 않은 종교적 꿈과 믿음의 실현을 이룰 수 있고, 반대로 종교는 과학과 융합된다면 신화마저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상상의 영역에 사실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이 소설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궁극적이고 완전한 목표는 영원히 산다거나 부자가 된다거나 건강하다거나 하는 그런 육체의 것이 아니야. 인간의 삶은 결국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을 깨닫는 과정이거든. 태어날 때 육체의 완성을 거쳐 정신적인 발전을 이루다가 결국 더럽게 썩어지는 육체는 버리고 정신과 영혼만 가져가는 거지. 그러니 진정으로 인간이 갖고 싶은 것은 결국 더러움에서 분리된 상태, 코데시(Kodesh), 즉 거룩하기 위함이야.”(p.9, 2권)

『홀랜프』는 많은 독자들의 눈을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무척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이 소설이 매력적이고 생각할 소재가 충분하다고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종교와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철학, 생물학, 유전학, 물리학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현재 접하는 많은 분야의 학문에 걸쳐 있다. 심지어는 전투 방법이나 훈련 방법 등 군사학적 요소도 끼어 있다. 외계인과의 전투에는 필요하지 않은 학문이야 없겠지만 설득력을 갖추려면 아무래도 풍부한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상상력을 현실화해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이 소설 작품은 저자의 각 분야에 학문이나 지식이 매우 다채롭다. 독자들에게는 인기를 끌 만한 충분한 까닭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특히 영화계에서의 경험은 어려운 문제를 쉽게 형상화하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이 소설이 그려내는 외계 생명체의 미래 기술은 우리의 평범한 상식을 뛰어넘어 전투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점에서 작품에 몰입하게 해준다. 이는 SF 소설을 좋아하는 기존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줄 것 같다. 독창성이 탁월하고 청소년 세대의 미래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 또한 그들이 인류, 지구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리라. 특히 저자는 사이먼 케이가 던지는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은 단순한 오락적 SF 소설의 경계를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특히 움스크린이라는 독자적 인공 자궁을 발견으로 과학에서의 윤리 문제로까지 발전시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단순한 외계인 침공으로 인류 멸망을 다루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인류의 파멸과 구원을 둘러싼 인간 자체의 본성과 추구하는 이상의 괴리 등의 철학적 문제로까지 포함시키는, 인간의 무한 능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력적이고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흡인력을 갖춘 소설이다.


“자네들에게는 꿈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네. 최 박사는 그 능력을 스위븐(Sweven)이라고 불렀지. 자네들에게 심어둔 능력이라고 말해주었네. 너희 일곱 명의 아이들이 꿈속에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면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하지만 그 꿈을 너희들이 조종한다는 건 우리로서는 미지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같다네. 최 박사가 헛소리한다고 생각했을 뿐 실제로 그런 능력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지.”(p.136, 2권)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살려고 내뱉는 9호의 외침에 더 많은 초소형 홀랜프가 모인다. 이미 뉴컨밴드도 머리에서 떨어져나간 터라 그의 외침은 들리지도 않는다. 초소형 홀랜프들은 무지막지하게 9호의 등을 파헤친다. “껙껙”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롭게 튀어나온 두 앞발로 계속해서 낫을 찍듯 그의 등을 파헤친다. 9호의 고통에 찬 소리가 멈추고 벽을 잡던 그의 몸뚱이가 땅으로 떨어진다. 다른 초소형 홀랜프들이 떼지어 다가와 그대로 그의 시체를 다 먹어버린다.(p.218, 2권)


그때 선우희 앞에 있는 좁은 문이 열린다. 그 안에서 강한 빛이 비치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순간 터져 나온 빛 때문에 눈이 부셔 앞이 안 보이던 리브는 다시 돌아온 시야에 통로 내부가 보인다. 통로는 마치 여자의 배 속처럼 생긴, 이전에 선우희를 품은 움스크린의 모양과 같은 구조다. 리브는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안 돼…….”(p.299, 2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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