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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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나오는 SF 소설에는 저자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지만 때론 '음모론'의 하나로 풍문으로 들리는 소재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테면 '지구공동설(地球空洞說)'이 그것이다. 지구공동설을 다룬 일부 영상과 종교학대사전 등에 따르면 지동설이 승인된 18세기 이후에 나타난, 지구의 형태에 대한 이설이다. 지구 내부가 공동(空洞)으로, 거기에 생물의 거주도 가능하다는 설로, 대지를 핫 케이크처럼 평편하다고 생각하는 '지구평단설'과 함께 하는 기론(奇論)이다. 독자적인 과학적 논거(수평선이 반드시 호를 그리지는 않는다는 측량결과 등)를 제시하는 경우와, 고대의 공상적 우주관이나 성서의 가르침을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등, 주장의 동기는 다양하다.

지구공동설의 발단은 1683년에 할리혜성이라는 이름을 남긴 할리가 제창한 설에 의한다고 하며, 그는 지구 내부에 각각 화성, 금성, 수성과 같은 크기의 내구(內球)가 있다고 주장하고, 그 지구 내 세계에 생물이 사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북극에 보이는 오로라는 지하광이 새어나온 것으로 추측했다. 1818년에는 미국의 군인 J.C. 신메스(1780~1829)가 남북 양극에 직경 수천 마일의 구멍이 뚫어져 있다고 주장, 그 내부에는 지하세계가 동심구상으로 존재하고, 지표의 바다는 극의 구멍에서 내부로 흘러간다고 주장했다. 이 〈심메스의 구멍〉을 확인하기 위한 탐정항해를 제안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한 1870년에는 미국인 C.R. 티드(1839~1908)가 인류는 현재 이미 지곡의 뒤측에 살고 있으며, 태양이나 달은 지구공동의 내부에 떠있다는 설을 공표했다. 후에 그는 신봉자를 모아서 시카고에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설을 입증하기 위한 측량을 하였다. 이들 설은 레일리히 등이 신봉하는 샨바라 전설과 결부되어서 지저세계에 유토피아를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공동 내부 생명체는 파충류라는 추정도 나왔다.

또한 지평평단설은 판다멘탈리스트 사이에 뿌리깊게 지지되며, W.G. 볼리바가 조직한 가톨릭의 공동체 〈시온의 그리스도 사도교회〉에서는 지구의 중심에 북극이 있으며, 남극은 원판형의 지구의 외주라고 믿었는데 평단설의 중요한 근거는 지각적으로 대지가 평면으로 보인다는 사실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캐나다에는 〈평지협회(Flat Earth Society)〉가 있는데, '인간의 지각과 일치하는 지구관'의 부활을 지향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비해 '외계 침공설'에 가깝다. 외계 침공설이란 공식 명칭은 없지만 UFO(미확인비행물체) 발견 때부터 외계 침공설은 꾸준히 제기돼 온 음모론이다. 일부는 미·소 냉전 시대에 많이 발견돼 양측의 비밀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계 침공설과 상관없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설에 대해서는 현재까지의 우주과학·천체물리학에서는 이미 인정하고 있다. 이 책 『홀랜프』는 외계 생명체에 의한 지구 정복 이후의 세계를 그린 SF 소설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연출하는 사이먼 케이의 첫 장편소설이자 SF 소설이다. 20대부터 여러 단편영화를 만들며, 이야기의 감각을 익혀온 그는 단편영화 〈키라잇(Keylight)〉으로 뉴욕 시네마 영화제에 초청받아 수상했고, 이는 미국 아마존을 통해 개봉, 동명의 소설책으로도 출간됐다. 

미국에서 성장한 저자는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활성화된 SF 장르 문화를 직접 느끼고 경험해왔다. 이제 그가 마음속에서 키워온 SF 스토리를 그만의 생생한 시각적 감각을 담은 소설로 완성했다. 이 책 『홀랜프』는 지구를 침공한 정체불명의 외계 생물체에 맞서 싸우는 청소년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에 따라 『홀랜프』는 암울한 인류의 묵시록이자 그 안에서 힘겹게 희망을 싹틔우는 청소년들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외계 생명체의 식민지가 된 지구에서 그들은 인류를 구원할 전사들로 성장해간다. 그리고 그 계획은 외계인 침공 후 발견된 ‘예언서’에 모두 적혀 있었다.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최 박사는 인류를 구원할 7인의 아이들을 키워온 인물로, 사실 예언서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이제 지구는 외계 생명체 홀랜프에게 복종하여 새로운 육체를 얻은 자들, 인류의 마지막 존엄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자들로 나뉘었다. 그리고 전쟁 중 태어난 새로운 인류도 존재한다. 이제 인류의 새 역사는 묵시록과 창세기의 경계에 서게 된다.

“그건 생물체가 가진 불변의 법칙이야. 강한 생물이 지배하는 것이 우주의 이치라고. 인간은 굳이 홀랜프가 아니어도 망했을 종이야. 다행히 홀랜프의 축복이 내려 우리를 이렇게 새로운 진화체로 만들어준 게 아니겠나?”

이 작품 『홀랜프』의 표제어로 쓰인 '홀랜프'는 외계 생명체다. 또 홀랜프에 맞서는 7인의 아이들은 '어빌리스'라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인간의 정신적 힘과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최 박사가 설계한 뉴컨밴드를 통해 어빌리스는 물리적 힘으로 변환할 수 있다. 뉴컨밴드를 머리에 착용한 아이들은 이와 통신이 되는 멘사보드를 타고 공중을 날기도 하고, 뉴컨밴드 자체가 방패나 칼이 되어 홀팬프를 공격할 수 있다. 뉴컨밴드와 멘사보드 그리고 어빌리스로 작동되는 하이퍼 컴퓨터를 갖춘 아이들이 홀랜프에 맞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움스크린은 임부의 자궁을 본떠 만든 인공 자궁이다. 스크린의 형태이기에 태아의 성장을 그래도 볼 수 있다. 책의 '4장 4절 소속감'이란 항목에서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움스크린은 최 박사가 개발한 실험 프로젝트였다. 여자의 자궁을 복제해 스크린으로 옮겨 보이게 한 후, 여성이 임신했을 때 나오는 각종 성분들이 그 스크린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여자가 자신의 몸으로 임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임신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다. 여성이 임신의 위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시에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위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수많은 반대 의견으로 정식 판매 허가가 나지 않았고 결국 프로젝트는 중지된 상태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p.60)

움스크린을 통해 태어난 선우희는 소설의 주인공인 선우필과 리브 사이에서 탄생한 아이다. 선우희는 인류 구원의 열쇠를 쥔 가장 중요한 인물로 성장해 간다. 

또 〈ACT 3〉 '10장 2절 능력'에서는 어빌리스와 뉴컨밴드, 멘사보드에 대한 설명도 서 집사의 입을 통해 민수에게 설명하는 장면도 나온다. “선우민 사범이 어빌리스를 발견했고 박사님은 뉴컨밴드와 멘사보드를 개발하셨지. 그리고 이 기계는 군용무기로 채택되었었다. 괴생물체들이 공격하기 전에 군에서 테스트하도록 한정적으로 만들어 보냈지만, 군에서 어빌리스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였지.”

서 집사가 멘사보드를 타고 자유자재로 공중을 날아다닌다. 머리에 장착된 뉴컨밴드에서는 더 강렬한 빛이 나온다. 아이들이 멘사보드를 타고 훈련실의 공중을 날아다니는 서 집사를 신기한 듯 따라다닌다. 서 집사가 현란하게 멘사보드와 함께 공중에서 몇 번 돌더니 다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온다. 멘사보드에서 내린 그가 잠시 숨을 헐떡거리다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기를 여러 번 한다.

『홀랜프』는 1권 〈거룩한 땅의 수호자〉, 2권 〈메시아의 수호자〉 등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권 모두 「프롤로그」, 「ACT 1」, 「ACT 2」, 「ACT 3」,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다. 1, 2권 동일한 구성이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제목 또한 같다. 프롤로의 제목은 '인간은 자기 뜻대로 계획하고······'이고, 에필로그의 제목도 '······신은 자기 뜻대로 실행한다'로 똑같다. 물론 내용은 다르다. 1권 〈거룩한 땅의 수호자〉의 프롤로그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관찰하던 인간의 시각으로 서술되고 있다. "어둡고 광활한 우주의 시선에서 푸른 바다색, 황토색 그리고 청록색이 한데 어우러진 지구가 천천히 돌고 있다. 그 지구 앞에 제법 큰 규모의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다. 이 정거장은 지구를 관찰하며 돌고 있다. 지구는 다른 별에 비해 보잘것없이 작지만 저런 둥근 사람 머리 같은 곳에 저렇게 다양한 색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p.9)

저자의 서술은 지구 안의 인간이 우주 전체의 시각에서 본다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독자들에게 깨닫게 하도록 시각 조정을 하고 있는 듯하다. 우주비행사들의 대화가 뒷받침한다. "결국 인간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살아갈 계획을 세워야 해. 그러기 위해 먼저 우리 뇌부터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지."

저자의 서술은 이어진다. 수많은 행성의 존재를 알게 된 인류로서는 이제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을 지배하는 생물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그가 지금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몇 달이 지났고, 지구에서의 추억이 떠오르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그립다. 저자는 이어 "우주정거장에 정박해 있던 우주비행선들 위로 커다란 원형 비행물제의 그림자가 덮고 있다."(p.13)로 프롤로그를 마치면서 침공체가 나타났음을 암시한다.

이후 본격 장(章)으로 지구에서의 현재를 제3자 관찰자 시점으로 지구의 상황을 조명한다. 「ACT 1」에서 '1장 1절 에덴동산', '1장 2절 신의 열매'에서는 지구에서의 평범한 생활이 펼쳐진다. 출근길 묘사 모습, 학생들의 교내 생활, 음식과 웃고 떠드는 모습 등 우리가 현재 지구에서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

『홀랜프』는 인류가 외계 생명체의 지배를 받으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외계 생명체 홀랜프는 ‘파라다이스’라는 거대 도시를 살아남은 인류에게 제공한다. 여기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물자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홀랜프와 유사한 몸으로 변환한 새로운 인류인 '페카터모리'는 상위 계급으로 인정받는다. 결국 식민지에서 인간 사회의 계급은 더욱 심화된 결과를 낳는다.

이로 인해 인류를 해방할 7인의 아이들은 권력을 얻은 인간에게는 이단자가 되며, 파라다이스를 벗어나 궁핍하게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구원자가 될 운명이 된다. 저자는 메시아라는 존재가 이렇듯 역사에서 늘 모순적인 존재로서 비쳤음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종교적 해석이 가능하도록 책의 구성 역시 종교의 경전을 따른다. 홀랜프와 페카터모리가 최상위, 차상위 계급에 속하고 인류는 하층 계급으로 몰락한다. 원래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은 아직 모습을 잃지 않고 있지만 인간들이 지배하던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하층 계급으로 떨어진 인간들은 옛날 자신들이 지배하던 지구에서의 삶을 마치고 타 행성을 개발해 이주하든지 아니면 지배게층에 맞서 싸워 이겨야 할 운명에 처해진 상태다. 이에 아이들로 구성된 7인의 어빌리스 활약은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로 구성한 이유는 아마도 지구의 미래는 지금의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달렸다는 복선이기도 하다. 『홀랜프』는 역사와 종교, 과학과 기술, 사회와 권력이라는 주제를 아이들의 성장기로 훌륭하게 펼쳐내고 있다.

“하늘의 도시에서는 보통의 사람들이 읽기 쉽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배포하였고 사람들은 그 책을 예언서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우리는 인류의 계획을 설명한 계획서로 생각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지.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예언서라고 부르고 우리 나름대로 해석하기 시작했어. 박사님은 모호한 말을 자주 하셨기에 내용이 애매한 부분이 많아. 우리가 알아서 해석해야 했지. 하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믿고 해석한 것이 있어. 바로 자네들과 관련된 부분이야.”(p.319)

갑자기 나타난 괴생물체들의 공격에 온 세상이 폐허가 되어간다. 인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괴생물체들에게 죽어간다. 하늘에서 비행하는 대형 괴생물체들은 인간들이 이제껏 지어온 건축물들을 공격하고 파괴한다. 대형 괴생물체 위에 탑승하고 있던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중형, 인간의 반 크기인 소형 괴생물체들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을 공격한다. 중형 괴생물체들은 한 손에 총과 비슷한 무기를 들고 알 수 없는 빛을 쏴대고 돌기가 나 있는 날카로운 팔로 사람들을 베어 죽인다. 괴생물체들은 흡사 해파리와 물곰을 섞어놓은 모양이다.(p.140)


“이전 것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났다. 난 나를 속박하던 모든 것에서 이제 자유로워졌다.”

페카터모리 알파가 사람의 머리를 던진다. 죽은 사람의 머리가 사내 앞으로 굴러온다. 입을 벌린 그 표정이 슬퍼 보인다. 울었는지 하얗게 뜬 눈 밑에 눈물이 말라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죽은 표정이다. 사내가 페카터모리 알파를 바라본다.

“인간이었을 때 나의 아버지다.”(p.330~331)


저자 : 사이먼 케이


1.5세대 한국계 미국인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연출하며 어릴 때부터 영화의 메카 할리우드에서 일했다. 20대부터 여러 단편영화를 촬영하며 쌓은 경험으로 만든 단편영화 [키라잇(Keylight)]이 뉴욕 시네마 영화제에 초청받아 수상하였다. 이 영화는 미국 아마존을 통해 개봉되었고 동명의 소설책도 출판되었다.

미국에서 활성화된 SF 장르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자란 저자는 이제 한국에도 반드시 있어야 할,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야 할 한국형 SF 소설을 개척해나가고자 한다. 《홀랜프》는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지구를 침공한 정체불명의 외계 생물체에 맞서 싸우는 청소년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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