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사람은 모두 철학자가 된다 - 철학상담이 건네는 가장 깊은 인생의 위로
박병준.홍경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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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뉴 밀레니엄을 맞을 때 우리나라는 새로운 세기, 새로운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세기말 IMF라는 듣도 보도 못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간신히, 그리고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IMF 졸업'이라는 말을 정부 지도자로부터 이미 들은 터였다. 이젠 다시 옛날처럼 열심히 일하고 사는 것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물론 IMF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정부의 말보다는 우리 국민의 위기 대처 때의 모습에 서로서로 쌓은 신뢰감이 더 듬직했다. 우리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잘사는 나라에 편입될 것이란 희망도 갖기 시작했다.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쌓였던 부조리와 '졸부' 같은 소비 행태 등은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더라도 다시 경제 성장의 국가로의 발걸음에 힘을 줄 수 있는 국민간의 신뢰는 어느 때보다 컸다.

다시 세계적 금융 위기가 2010년 몰아닥쳤을 때 IMF 극복이라는 노하우와 함께 국민간 신뢰감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질 정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위기를 넘기면서 우리는 정식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많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안으로 삭히면서 겉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모습으로 대처했다. 두 번째 경제 위기를 넘기고 10년 만에 이번엔 팬데믹이라는 처음 듣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예방 백신은 물론 치료약마저 없는 채 세계적 감염병이 지구를 휩쓴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서구·미국·일본 등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덜 감염되는 방법' 만을 찾아내 실시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사실 우리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예전에 비해 거리두기는 오히려 소통이나 친밀감을 해치는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젠 권장하는 사항으로 바뀌었다. 

감염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회사도 가급적 재택 근무를 실시할 것을 권장했다. 당연히 생산성은 떨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은 더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바람에 공연이나 많은 스포츠 경기가 관중 없이 치르거나 온라인 혹은 중계 방송으로만 전해졌다.

이 감염병은 '코로나 19' '코로나 팬데믹'이란 정식 명칭으로 명명되었다. 가장 먼저 발발했던 중국 우한이라는 지역 이름은 붙이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지역에 불명예가 된다는 상식적인 이유였다. 한 가지 짚어볼 것은 다른 선진국은 우왕좌왕하는데도 대한민국의 의료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된 의료보험제도 때문이라고 했다. 타 선진국과의 보조를 맞춰가며 감염병 대책을 실시하는 데도 잘 이뤄졌다. 지금은 거의 사그러들었지만 완전한 정복 상태는 아니라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안정적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책 『상처 입은 사람은 모두 철학자가 된다』는 서평으로는 부적절한 머리말이 쓰이고 있다는 인식은 있지만, 이 책의 주제가 '철학 상담'이라는 점이 독자가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나라 의료계가 요즘 정부와의 갈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한다는 점을 재인식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 『상처 입은 사람은 모두 철학자가 된다』는 육체적 질병이든 정신적 장애이든 모두 철학이 치료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출판사 소개글에도 이런 말이 씌여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의학과 심리학의 치료 방법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점점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높아지는 자살률·우울증 및 현저하게 줄어드는 행복지수 등 현대인의 암울한 정신건강과 삶의 상태를 나타내는 수많은 지표는 우리가 아무리 발전된 시대를 살아간다 한들 삶이란 쉬이 극복될 수 없는 문제임을 절감하게 한다."

책의 공동 저자 박병준·홍경자(이하 저자)는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을 ‘철학상담’이라는 무대로 초대하기 위해 집필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고대로부터 강조되어온 ‘영혼의 질병’을 몰아내는 철학의 기본 정신에 입각하여, 과학적·의학적·심리학적 처방으로 해소될 수 없는 삶의 근본 문제 14가지에 관해 해설하고 치유의 방법을 제시한다.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에서 ‘치유의 행복학’ 프로젝트를 이끈 두 저자가 키르케고르,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실존주의 철학의 거장들과 함께 불안, 절망, 수치심, 죄책감 등 누구나 인생에서 마주해야 할 인간의 필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풀어가고 있다.

‘우리 존재의 규정’부터 ‘상태에 대한 진단’, 삶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위기의 정체’와 ‘관계적인 해법’까지 다루는 이 책은 불확실성으로 요동치는 오늘의 세상을 살아갈 우리에게 거대한 통찰을 선사하고 있다.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까지 끌어안는 철학상담의 힘」이란 제목의 〈머리말〉을 통해 저자는 "마음의 상처는 육체의 질병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고 전제하고, "세계 내에 던져진 존재로서 삶을 통해 자기 존재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가운데 인간은 여러 한계상황과 마주하게 되며, 깊은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존재의 심연과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인간은 이해 불가한 한계상황에 직면하여 근본적인 철학적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책의 표제어가 암시하듯 우리가 살면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삶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철학적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헨바흐가 철학실천센터를 개설하고 '삶으로 철학하기'를 내걸며 철학실천 운동을 시작한 지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가 발족되었으며 오늘날 철학실천 운동은 철학상담, 철학카페(철학적 토론과 대화), 철학친교(라하브와 함께함과 공명을 추구하는 철학적-관조적 친교)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이로써 철학상담은 개인이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집중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철학상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철학상담사를 양성하는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교육이 요구된다는 것. 이는 철학상담이 인간의 상처받기 쉬운, 심연과 같은 섬세한 영혼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철학실천으로서 철학상담이 삶의 통찰을 얻고 일상의 활력과 도약을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자기 영혼의 구원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타인의 영혼을 치유하고 구원하고자 하는 철학상담사의 경우 그에 상응한 엄격한 양성 교육을 통해 깊은 철학적 지식과 통찰을 얻고, 윤리적 책임 의식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 목적이라면 이 책은 철학상담 및 철학상담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위해 쓴 것 아닌가? 저자는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철학상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철학이 추구하는 것과 철학상담으로 치유하는 일은 같은 목표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철학상담은 창조적인 형태의 자기성찰이자 상담사와 내담자가 철학적 대화를 통해 나누는 상호 협력의 인격적 대화를 지향한다. 철학상담은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철학상담은 오래전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각성하고 깨닫도록 했듯이 개방된 철학적 대화를 통해 건강한·아픈, 정상적인·비정상적인, 이로운·해로운 등의 이원적 구분을 지양하고, 내담자 스스로 삶의 지혜를 통찰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기 치유로 안내한다. 그렇다고 철학상담이 삶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만 삶의 문제에 직면하여 그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해하면서 순간순간 한계를 넘어서는 통찰과 초월을 경험한다. 더 깊은 철학적 지혜를 얻을수록 우리는 삶을 감내하는 놀라운 힘을 얻게 된다. 철학상담은 삶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과 같은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며, 또한 그럴 수독 없다. 그보다 철학상담은 내담자가 스스로 삶을 견디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영혼의 근력을 키우는 데 주목한다. 그리고 이제껏 깨닫지 못했던 존재와 삶의 지혜를 얻고,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통해 자기 한계를 넘어서 초월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이끈다. 키르케고르는 "삶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간단한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는 삶의 한계 앞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영혼의 내적 근력을 키우는 작업을 철학상담은 지향한다.(p.7)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강단이 아닌 거리에서 문답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일깨운 것처럼, 철학상담은 오랫동안 ‘영혼을 치료하는 지혜’로 활용되어온 철학의 전통을 이으며 내담자와 상담사의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삶의 문제에 접근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4부 14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2부 〈삶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 3부 〈위기는 어떻게 닥쳐오는가〉, 4부 〈치유는 어떻게 가능한가〉 등이다. 1장 「철학- -영혼을 치료하는 지혜」, 2장 「실존-나는 누구인가」, 3장 「자유-속박을 벗어날 힘」, 4장 「세계관-경계를 짓고 넘다」가 1부에 속한다. 2부에서는 5장 「불안-인간 실존의 조건」, 6장 「절망-자기 자신의 상실」, 7장 「죽음-실존의 마지막 시금석」 등을 다룬다. 이어 3부에서는 8장 「자살-함부로 해명할 수 없는」, 9장 「애도-우는 자와 함께 울라」, 10장 「수치심-나를 갉아먹거나 지켜주는 것」, 11장 「죄책감-자기 구원의 조건」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4부에는 12장 「용서-고통스러운 사랑의 요청」, 13장 「의미-은폐된 것은 드러나야 한다」, 14장 「행복-불행 속에서 실현되다」 등이 이어진다.

이처럼 이 책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숙고하고 마주해야 할 인생의 문제 14가지를 철학상담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삶의 근본 통찰을 제시하는 다양한 철학자의 목소리를 통해 가장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린 인간 공통의 상처란 무엇인지 발견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철학적 접근과 방법이 필요한지 제시한다. 1장에서는 철학과 철학상담의 쓸모에 대해 개괄함으로써 '철학상담'에 관한 〈서문〉을 대신하고 있다. 2장 ‘실존’부터는 우리의 삶이 가능한 조건으로서 ‘존재 방식’에 관한 해설을 들려준다.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인간에 대한 규정은 언뜻 보면 참으로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외부의 어떤 절대적 원리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나’라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실존주의 사상은 우리 인간이 ‘천상의 존재’가 아니라 ‘길 위의 존재’이자 ‘되어감의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담자가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 ‘자기 초월’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철학상담의 기초라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3장에서는 내면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발휘되어야 할 ‘자유’라는 힘에 관해 설명한다. 나의 내면을 조종하는 기제를 인식하고 이와 거리를 두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아상을 넘어 냉철한 자기 평가와 함께 스스로 인격을 창조하는 자유에 관해 말한다. 4장 ‘세계관’에서는 시대적인 전환기마다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서려 했던 인간의 초월적 사고방식에 관해 설명하며, ‘나’라는 좁은 경계를 넘어 ‘사이 존재’로서 세계를 향해 기꺼이 개방하고 관점의 전환을 이루어내는 것이 치유의 길임을 이야기한다.


"대체로 상담과 관련된 정신 건강의 목적은 ‘내적으로 속박된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 인간의 모든 고통의 근원, 즉 트라우마로 인한 기억, 불안, 수치심, 죄책감, 무의미, 자기혐오, 자기 정죄 등 다양한 종류로 자기에게 가하는 압박과 구속은 모두 ‘자유’의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일반적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알코올이나 신경 안정제 등의 대체물을 통해서 내면의 자유를 회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는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책임을 지는 자유’로부터의 도피일 뿐이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다. 진정한 자유는 항상 책임이 따르며, 전체주의적 사고와 일반적?보편적인 통념에서 벗어나 내적으로 해방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전체주의적 사고와 일반적?보편적인 통념은 삶 안에서 자기 행동의 방향성을 통제하여 일방적인 방향만을 지시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p66~67)

오늘날 불안은 정신분석학에서 다루어져야 할 신경증적 증상이자 치료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실존철학자들은 불안이 자유를 맞닥뜨린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현기증’이자 ‘실존의 조건’이라며 과학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철학상담은 불안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내담자가 불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더 깊은 성장으로 이끈다.

이처럼 5장에서 ‘불안’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소개한 뒤, 6장에서는 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발생하는 것만 같던 ‘절망’에 관해 새롭게 해설한다. 절망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태이며, 이는 자기와의 관계를 바로잡고 절대적 존재(신) 앞에서 자신을 투명하게 보는 ‘양심’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7장은 그리스도교가 말해온 ‘부활의 신앙으로서의 죽음’과 자연과학이 제시한 ‘종말로서의 죽음’을 넘어,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죽음’에 대해 다루며 그동안 삶의 부정적인 요소로만 여겨왔던 것들이 어떻게 치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자살을 대할 때 우리는 보통 사회적 원인을 찾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는 자살자의 선택을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비겁한 행동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살은 외부인의 이러저러한 해석 이전에 당사자가 스스로 자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선택하는 실존의 한 방식일 수 있다. 동기가 불분명한 자살의 위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경우, 철학상담은 그러한 충동을 애써 무시하지 않고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랑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8장에 이어 9장에서는 실제로 자살자의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스러운 감정에 주목하며,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실을 맞이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공감, 이해, 기억의 단계를 거치는 ‘애도’ 상담을 소개한다. 10장에서는 ‘남들에게 보이는 나에 대한 수치심’과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보는 데서 비롯되는 수치심’을 구별하며,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부끄러움의 감정을 넘어 새로운 주체성을 획득하는 수치심이란 어떻게 가능한지 살핀다. 11장에서는 현대인들이 쉽게 놓치는 인간의 고유한 감정인 ‘죄책감’에 대해 종교와 신화, 니체, 키르케고르 등의 철학자들을 통해 살피며, 죄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것을 극복하는 길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사는 동안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바로 그 관계로 인해 여러 상황에서 불가피한 갈등과 상처를 떠안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12장에서는 종교 및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사용되어온 ‘용서’ 개념을 개괄하며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지, 죄를 피할 수 없는 인간에게 요청되는 ‘초월적 사랑’이란 어떻게 가능한지 말한다. 13장에서는 철학상담의 대화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이야기’ 및 ‘의미 밝힘’ 작업에 관해 소개하며, 내담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춰진 이야기를 어떻게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지 설명한다. 14장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궁극의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설명하며, 숨 가쁘게만 살던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관조’의 지혜와 ‘자기 초월’의 사색에 관해 전한다.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제거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과학의 처방과 달리, 이 책은 문제를 그 자체로 직시하고, 사유하고, 초월함으로써 ‘더 나은 나’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의 일방적인 처방이 아니라 내담자와 상담사 간 긴밀한 소통에 기반하여 삶이라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감당케 하는 ‘철학상담’은 즉각적인 문제 해결을 갈구하는 이에게 다소 답답하고 무거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갈수록 막연하고 험악해져만 가는 세상을 살아갈 보다 근본적인 힘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제공하는 깊은 위로는 삶을 더 멀리, 깊게 내다보는 시야를 선사하며, 무엇보다 나 자신 앞에 떳떳한 ‘책임 있는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집필 목적임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 : 박병준


서강대학교 국제인문학부 철학과 교수다.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수련감독과 부회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과에 입학, 이후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에 입회해 사제 서품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교에서 석사학위, 리첸티아투스와 교황청립 로마그레고리안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해석학회와 한국가톨릭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Anthropologie und Ontologie』, 『서양 고·중세 철학과 그 유구한 문제들』(공저), 『고령화 사회를 위한 행복의 인문학』(공저), 『죽음 그리고 자살』(공저), 『철학상담 방법론』(공저) 등이 있다.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과 철학상담”, “‘용서’ 개념에 대한 철학상담적 접근?치유의 행복학을 위한 영적 실천의 모델 제시”, “영성과 치유: ‘치유의 철학’을 위한 영성 개념의 정초 작업” 외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저자 : 홍경자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HK교수이자 생명교육융합대학원 조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야스퍼스와 짐멜의 비극적인 것의 개념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수련감독이자 교육이사로 활동하면서 삶과 죽음과 관련된 철학상담의 이론정립과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애도의 철학상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아픈 영혼을 철학으로 치유하기: 철학상담을 위한 공감적 대화와 초월기법??(공저, 2018), ??철학 II: 실존조명??(공역, 2019)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자살자 유가족의 ‘수치심’에 대한 철학상담적 고찰”(2020), “철학상담적 관점에서 고찰한 자살자 유가족의 ‘죄책감’ 문제”(2020), “자살에 대한 실존론적 해석과 철학상담: 야스퍼스의 자살론을 중심으로”(2019),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애도의 철학상담”(2019), “불행을 극복하는 삶의 예술의 철학과 개인법칙: 짐멜의 생철학을 중심으로”(2016), “실존철학의 죽음이해”(2013)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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