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포기하라 - 힘들고 지쳐가는 나를 지키는 무행복의 역설
오영철 지음 / 새빛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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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이후 가장 많이 쓰고 말한 단어는 무엇일까? 아마 '사랑'과 '행복'이 아닐까 싶다. 특히 서양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생의 목적을 행복이라고 규정한 이래로 행복은 그야말로 인류가 추구한 삶의 최고의 가치가 아니었나 싶다. 누구도 직접 헤아려 본 적은 없지만 누구나 똑같은 최고 가치로 답변할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 행복이란 개념의 범주에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건강을 포함할 수도 있고, 지적 충족을 함유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돈, 권력, 성(性), 가족 등 다양한 개념이 늘 행복의 범주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인간이 추구한 행복은 수천 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고,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행복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공동 목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강한 나라의 사람들은 행복할 것 같고,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의 국민들은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20세기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21세기인 현재 행복할까? 경제지표 상으로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사람들은 도리어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말한다. 한마디로 에전에 비해 큰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경제적 부가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증표일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2030 세대는 이미 '삼포세대'로 전락했다고 항변한다.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을 4060 세대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2030 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별 행복지수도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가난한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행복지수가 더 높다. 

이 책 『행복을 포기하라』는 표제어의 단어처럼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해도 관계없다. 저자 오영철은 「삶의 무게를 좀 가볍게 하면 어떨까요?」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행복에 대한 강박증을 놓아버리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행복이란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도 삶의 최고 가치로 삼기 때문에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사람마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처지를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자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무엇이 더 나아져야 할지를 따져 묻지 않고 자신을 불행한 처지로 거리낌없이 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세상 한 켠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거의 맹목적으로 집착했던 사람들이 거기에서 벗어나 삶의 만족감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생이 고해라는 도그마를 거부하고, 삶을 하나의 게임으로 해석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들은 쫒기듯이 행복을 추구하는 대신 게임을 하듯이 산다고 말한다. 삶의 과정도 즐기고 그 결과도 즐기는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고 저자는 안내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산전수전 J'의 스토리도 그런 사례 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행복을 포기하라."

산전수전 J가 했던 이 말은 '무행복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정반합이라는 말이다. 인생이 고해라는 정에 반발해 행복추구란 반이 나왔다면, 무행복의 역설은 제3의 결론인 합에 해당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무행복의 역설을 수용한 사람들은 더 이상 답답한 상식이나 묵직한 도그마에 구속되지 않는다. 이들은 색다른 방법론도 가볍게 받아들여 놀라운 결과들을 비교적 쉽게 이뤄낸다. 어떤 사람은 병원에서 포기한 말기암에서 예상치 않게 회복됐다고도 밝힌다. 또 어떤 사람은 경제적 자유를 얻거나 마음의 불안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저자가 말한 대로 행복을 포기하면 뭐가 좋을까? 무행복의 역설은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무엇보다 행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심신이 가벼워진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무거운 짐을 놓아버리듯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그러면 역설적으로 불행들이 도리어 내게서 사라진다. 행복을 포기하면 불행 역시 없어지는 게 상대성 세상의 철칙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너무나 오랫동안 행복이라는 이름의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살아왔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규정한 이후에 다들 행복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변을 보면 지속적으로 행복한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며 자신을 들들 볶고 있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저마다의 소중한 삶을 사정없이 망치고 있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도 비슷한 내용의 사례가 나와 있다. 코카콜라 전 회장 더글라스 대프트는 “인생을 일, 가족, 건강, 친구, 영혼 등 5개의 공을 던지고 받아야 하는 저글링으로 가정해 보자”고 말하며, "이 중 하나라도 떨어뜨린다면 상처 입고 깨져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마 행복을 위한 다섯 개의 공 중 일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가 실은 더 지키기 어려우며 위태로운 것임을 강조한 것 같다고 출판사 측은 지적한다. 다행히 사람의 마음은 납득만 하면 비교적 쉽게 변할 수 있다. 이 책 『행복을 포기하라』는 어렵거나 현학적이지 않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조곤조곤 들려주며 행복론에 치우쳤던 마음을 조금씩 유연하게 풀어준다. 부담 없이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공감하게 되는 그 무엇이 있다. 쉽고 누구나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의 집필 취지나 기술 방법도 쉽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듯이 행복을 닮은 게 아닐까?

저자는 『행복을 포기하라』가 그냥 일독을 권하는 그런 책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넌지시 일러둔다. 행복에 관해 학문적이거나 어렵게 쓴다는 것은 행복에 다가가려면 그 방법을 알려다 삶을 다 보내게 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진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행복을 위해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불합리한 자기 자신은 물론 아끼고 사랑하는 그 누군가에게 딱 꼬집어 방법론을 알려주는 게 왠지 막막할 때, 이 책을 자신의 대리인처럼 슬쩍 전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렇게만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자신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 오영철은 30여 년 동안 KBS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많은 군상의 흥망성쇠를 관찰했다. 퇴직 즈음에는 KBS인재개발원 교수로 공사 안팎에서 여러 교육을 주도하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잘 나가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번아웃에 따른 내면의 갈등이 심해 긴 세월 직장생활과 마음공부를 병행했다고 전한다. 이 여정의 결론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 바로 이 책 『행복을 포기하라』라고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 목적을 "행복을 좇으면서 자신을 더 힘들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행복을 좇는 것은 무지개를 쫓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행복을 포기하라는 다소 자극적인 주제의 책을 출간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도 있었다”며 “지쳐가고 힘든 분들에게 이 책이 조그마한 자극과 힘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인생 실전에서 중요한 건 이론이 아니라 내실 아닐까?”라는 주장도 한다. “삶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드는 도그마에는 이제 반론을 제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눈앞에 이런 갈림길이 나타났다면 누구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 선택의 순간에는 먼저 시행착오를 겪었던 사람들의 기승전결이 요긴한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이정표를 보면서 자신의 시행착오를 줄이면 줄일수록, 삶의 무게는 그만큼 더 가벼워질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지만, 사람의 한평생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저자는 이런 세상에 책 속에 소개된 산전수전 J가 던진 메시지가 상당한 울림이 있다. 그건 산전수전 J가 자신에게 해준 말이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산전수전 J의 메시지에 마음으로 공감했기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J처럼 따뜻하게 이 책에서 이야기했을까? 그 점에 대해선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따뜻하지 않게 들린 부분이 있다면, 일장훈시나 지적질처럼 느껴진 부분이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저자의 내공 부족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산전수전 J의 진심은 가급적 최대치에 가깝게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자신의 반평생을 통해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체득한 그의 철학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행복을 갈망하면서도 도리어 불행으로 빠져드는 건 슬픈 아이러니이다. 차라리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불행을 막아준다면 그 역설은 소중한 내비게이션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내면에 이런 도구만 잘 장착하면 미로처럼 복잡한 인생길에서 헷갈리지 않고 여유롭게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은 게 인생 100킬로 행군“이라며 ”이 책이 그 장도에 오른 모든 이들에게 아주 조그마한 힘과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행복증후군의 희생자들〉, 2장 〈무지개 소년2의 허망한 착각〉, 3장 〈문제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 4장 〈무행복의 역설〉, 5장 〈10년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등이다. 각 장에는 8~10개 소항목으로 각 장의 주제를 뒷받침한다. 행복을 규정하는 모든 현학적인 말이나 철학적 사유의 결과 등에 치우치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예컨대 5장 두 번째 소항목 「무소유를 넘어 무행복으로」에서 저자는 "무행복 컨셉은 무소유보다 더 진일보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행복하지 말고 불행해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적절한 수준의 행복에서 '만족'하라는 말이다. 불행하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요즘 핫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다. 외부에서 무소유를 실천한 사람들은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삶의 만족감이 도리어 높아졌다고 말한다. 내면에서 무행복을 수용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라고 저자는 질문한다. 

책에 따르면 JYP 대표 겸 가수인 박진영은 20대 시절 20억을 벌어 성공하는 게 꿈이었다. 요즘 시세로 치면 50억 정도 되는 금액이다. 그 돈을 벌어 은행에 넣으면 이자를 받아 평생 돈 걱정 없이 잘 살 것 같았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히사 JYP를 차려 일찌감치 20억 목표를 달성했을 땐 너무나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쁨은 허무로 바뀌었다. 다시 다른 부자들의 코칭을 참조해 명예를 추구하고 그것도 얻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결국 존경받는 삶을 인생의 목표로 세운 뒤에야 마침내 단순하고 평온하게 살게 됐다고 말한다.

다들 인생이 목적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행복해야 한다고 자신을 들들 볶는다면 이게 과연 맞는 걸까요? 70억이 넘는 지구상의 인구 가운데 지속적으로 행복했던 사람은 단 1명도 없는데도 행복이 정말 인생의 목적일까요? 이런 점만 관찰해도 이른바 행복론은 내면의 천동설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그걸 부정하면 종교재판에 회부되고 중형을 선고받는 게 두려워 다들 행복론을 지지하는 척할 뿐입니다.(p.159~160)


이 책의 마지막 부록에는 행복론의 변천사를 소개하고 있다. ① 고대 행복론 어록 ② 중세 행복론 어록 ③ 근대 행복론 어록 ④ 20세기 행복론 어록 ⑤ 21세기 행복론 어록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는 저자가 독자에게 드리는 덤이기도 하다. 남들이 넘겨준 원석들에서 불순물을 잘 제거하면 자신만의 반짝이는 보석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예상하고, 독자들에게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은 실로 다양합니다. 고대에선 행복을 인생의 절대적인 목적인 것처럼 말했다면, 현대로 넘어올수록 행복은 원래부터 내 안에 갖춰져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수많은 관점들 사이에서도 공통분모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이란 시간은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 하나로 융합시키는 거대한 바다 같습니다.(p.214~215)


저자 : 오영철


KBS 기자로 입사해 데스크를 거치고 법무실장, 보도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방송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또 중년부터 마음공부에 입문해 동서양의 여러 수련법을 직접 섭렵하면서 사람의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 이 시기의 내면취재 결과를 정리해 〈2막의 멘탈〉을 출간했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고대 법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및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교육의 가치를 중시해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겸직으로 다년간 미디어법 등을 강의했다. KBS를 정년퇴직한 이후에는 심리상담사(1급), 인성지도사(1급) 민간자격증을 취득하고 사람의 내면에 대한 연구와 저술, 상담과 강연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급부상한 4차산업 시대에 맞게 사람만이 가진 마음의 가치를 제대로 부각시키고, 마음활용법을 일상의 요긴한 도구로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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