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김태영 지음 / 담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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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중국 동포가 경상도 남자를 만나 20년 결혼 생활을 한 기록이자 한국 생활 적응기이기도 하다. 저자 김태영은 이른바 '조선족'으로, 스물네 살 꽃다운 나이에 한국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다른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써, 주부로써, 아이의 엄마로써 적응은 물론 삶을 스스로 이끌어간 성공 사례로서 자신의 결혼 생활을 담담히 쓰고 있다. 힘겨운 10대 시절을 뒤로 하고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국적이 다른 사람으로 한국에서 살면서 겪은 고생과 불편함, 편견과 선입관에 맞서는 이야기부터, 소녀에서 바로 아줌마로 급진하게 되면서 겪는 가치관의 혼란과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관한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펼쳐져 있다. 희망을 찾아 한국으로 온 저자는 동포로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선 편견이 가장 힘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혼이 확정되고 남편과 함께 지방 어느 작은 도시에서 시어머니를 처음 만나던 날의 에피소드가 쉽지 않은 결혼 생활을 예고하는 듯하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서 삼 남매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찍 철이 든 우리는 공부를 이어가는 대신 각자의 생계를 책임지기로 했다.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로 인해 학업을 마치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다.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내가 안쓰러웠던 외할머니는 여기저기 부탁해 한국 기업에 취업시켜 주셨다. 당시 중국에는 제대로 된 노동법이 없어 미성년자가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나는 미성년 때 일을 시작해 성인이 되었다. 한국 기업에 다니면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상을 살았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날을 보내다가 문득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곳이 한국이었다. 2003년 8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나의 이민 생활이 시작되었다.”


도착했다는 남편의 말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활짝 웃으려고 표정도 다시 지어 보았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 하나 마중 나와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어머니를 불렀고, 한참 뒤 어느 귀퉁이에서 어머니가 천천히 걸어오셨다.

“왔나?”

단 한마디. 어머니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셨고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대단히 반겨 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중국인 며느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p.23)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가야 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고, 독서와 운동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을 찾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저자가 자신을 사랑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에세이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독자들에게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제안한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깨달음을 통해 긍정성을 향해 나가도록 격려한다. 사회적 편견과 도전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사람, 자기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한국으로 시집간 아랫집 김 씨네 딸이 술주정뱅이를 만나서 맞고 산다더라, 건넛집 박 씨네 딸은 다리가 불편한 남편을 만나서 고생한다더라”는 이야기들이 조선족 사회에 퍼져 있었지만, 남편의 서글서글한 미소와 유쾌한 성격에 이끌려 한국으로 들어온다.

한국에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는 짐작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같은 말을 쓰지만 현격히 억양이 다른 사투리, 더욱이 북한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라서 자칫 오해받기도 십상이다. 

저자는 “태영아! 밖에서는 중국말 하지 마. 사람들이 무시해”라는 오빠들의 말처럼, 처음에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 20대 초반 또래들이 전공 서적을 팔에 끼고 캠퍼스를 누빌 때, 저자는 아이를 업고 있었다. 자격지심이 생겼고, 비교에서 오는 불행의 후폭풍을 견뎌야 했다. 30대가 되어서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많은 것을 시도했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자동차 사이드미러 조립원, 섬유회사 원단 검사원, 공연단 행정업무 담당자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40대에 들어섰고, 마흔세 살이 된 지금, 1,553세대 규모 아파트의 경리가 되었다. 작가는 우여곡절 많은 과정을 통해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로 바뀌는 변화를 경험했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실 국적은 큰 의미가 없다. 더욱이 세계화가 진전된 지 30년 이상이 흘렀는데 우리는 남북 분단 상태라 그런지, 한민족이란 단일민족 강조 때문인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어쩌면 잦은 외침에 의해 수많은 세월 피해를 받은 민족으로서의 피해의식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진보했다. 90년대 이전에는 우리도 외국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데다 법적으로도 해외여행이 그리 쉽지 않았다. 당연히 외국의 문물을 보고 느끼는 데 익숙하지 못했다. 거기에 국수적 느낌이 국민 전체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는 IMF라는 초유의 금융 위기 상황으로 귀결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국수주의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데 일조를 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중국 동포로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개방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저자가 대한민국에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자신이 살기 위해 적응해야 했고, 적응하는 과정은 다른 외국인보다 훨씬 잇점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꾸준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냈다. 지금은 자신을 비난하던 단계에서 이젠 스스로를를 사랑하게 됐다. 원하고 바라던 것을 이루어낸 자긍심과도 일맥상통한 심경이다. 저자는 그동안 ‘무너져도 다시, 쓰러져도 다시’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다 보니 길이 생겼고, 그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그 여정에 내가 있었다’라는 작가의 당찬 말이 아름답다. 또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어떤 역경도 헤칠 수 있을 것이란 공감도 간다.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돌진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이 저자를 지탱하고 있는 원동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나를 믿고 사랑하며 잘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살면서 부딪히는 실패와 고난 때문에 우울하고 비참할 때, 주어진 것보다 주어지지 않은 것을 부러워하며 억울해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인생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탈북민, 중국 동포 등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말이다. 저자는 단일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대한민국에서 며느리로 산다는 것,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진솔하게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엄청난 열정과 쉼 없는 노력이 스스로를 키우는 밑바탕이 되었고, 결국 '나다운 나' '자랑스러운 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진솔한 기록을 바탕으로 주위의 한국인들도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에세이지만 성장 소설처럼 스토리가 읽히는 것이 흥미롭다. 진실의 짧은 조각들을 꿰맞추니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된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 있다. 남의 노력을 '재미있다'로 표현한 것은 무례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독자는 저자의 노력이 우리 국민들에게 외국인 차별을 없애는 데 영감을 주기 때문에 한 표현이다. 양해를 구한다. 이 책은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명쾌한 답을 전해줄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가 무너지고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해줄 말을 몇 개 인용해 여기에 적는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비교하지 마. 너만의 속도로 가면 돼.”

“실수해도 괜찮아. 세상 무너질 일 아니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완벽해지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돼.”

“오늘도 고생했어.”(p.182~183)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는 조선족입니다〉, 2부 〈이방인으로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 3부 〈무너져도 다시, 쓰러져도 다시〉, 4부 〈나를 사랑하기 위한 연습〉 등이다. 각 부는 7~8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합쳐 200페이지에 조금 못 미치는 작은 책이다. 그러나 진솔하고도 노력의 결정체로 만든 언어는 한 문장 한 문장 힘과 무게감이 있어 천천히 읽을수록 저자의 진심이 전해져 오는 듯한 느낌으로 가슴속이 가득 채워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아다」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삶은 혼자서 가는 여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썼다. 그는 「나는 이제 이방인이 아니다」란 제목의 〈에필로그〉를 통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고, 나다움을 찾아가면서 삶이 바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한국인들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기보다 저자 스스로 외국인이라는 울타리를 쳐 놓고 그 울타리를 넘지 못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힘들어 주저앉던 날, 상처받아 움츠려들던 날, 두려움에 도망쳤던 날, 날카롭게 스스로 비난하며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던 날, 이런 날들을 극복하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p.193)


저자 : 김태영


여전히 세상이 궁금하고, 또 하고 싶은 것이 많은 40대.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필요한 용기를 독서와 경험을 통해 얻어가고 있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아파트 경리가 되었다. 가장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주저함이 없다. 더 넓은 세상을 비상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공저 『언니들, 인생을 리셋하다』,『한 번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인스타 @taeyeong_021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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