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는 기술 - 영혼의 고귀함,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경이로움에 관한 고찰
롭 리멘 지음, 김현지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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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인간이 되는 기술』의 표제어는 짧은 문구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우선 '인간이 되는 기술' 중에서 '인간'과 '기술'이 잘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인간으로서의 권리(인권)을 갖는 존재인데 왜 인간이 되기 위해 후천적으로 기술을 습득해야 한단 말인가? 언어유희적 말 같지만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기술을 전제로 인간이 된다면, 선천적으로 가진 인권과 인간이 되기 위한 기술 사이에는 어떤 괴리가 있는 것일까? 오늘날 인간은 인류 사상, 문명 사상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가진 지금의 기술은 인간이 되는 데 어떤 능력을 작용하는 걸까? 

독자는 이 질문에는 답할 능력이 없다. 인간의 삶은 물론 인간 자체에 대한 어떤 공부도 별도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첨단 기술이라고 하는 AI와 엄청난 데이터로부터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술에 대해서도 원리나 간단한 작동법을 배워 간단한 곳에서 이용하는 기술을 사용하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기초적 지식도 갖추지 못한 아날로그 세대이다. 인간이 되는 기술을 따로 습득해야 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수십 년 살아온 것은 인간으로 살아온 것으로의 자긍심은 오만이나 잘못 살아왔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떻게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저자 롭 리멘은 이 질문에 부제에서 답하고 있다. 「영혼의 고귀함,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경이로움에 관한 고찰」이다. '영혼'을 고귀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는 말이다. 영혼이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경이로움을 제공할 것이란 답변이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인간이 되는 기술'은 '인간성 회복'과도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되는 기술에는 과학이 없다. 과학이라면 증명된 이론도 있고, 명쾌한 답도 있고, 삶의 프로토콜과 매뉴얼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욕망, 불안, 의심, 두려움, 패배와 좌절을 안고 사는 모든 개인은 삶의 진실을 깨닫고,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자비롭고 정의롭게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인간성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3장(章)으로 이루어진 〈서문〉은 서기 8년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시인 오비디우스가 로마에서 추방당한 후 홀로 시를 쓰다 쓸쓸하게 죽어간 일을 상기시킨다.



저자 리멘은 오비디우스가 이 무렵에 쓴 시집 『비가(Tristia)』에는 우울한 기억과 자신의 운명에 대한 애도, 인생에서 얻은 교훈, 아내와 신의 있는 친구들에게 부치는 서정시, 격려의 말들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의 책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시의 신비로운 힘을 잘 보여준다고 쓰고 있다. 『비가』의 창작 작업은 그의 정신이 우울과 절망의 웅덩이에 빠지지 않았으며, 외로움을 딛고 다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만큼 단단한다는 사실을 전하는 선울 있는 증거라고 강조한다. 리멘은 오비디우스의 시 「페릴라에게」 일부를 소개한다. 


그렇소, 우리에게 영원한 것은 없소,

마음과 정신의 유익을 제외하고는.

나를 데려작시오, 나는 내 나라와 집, 당신을 그리워할 겁니다,

나의 모든 걸 빼앗겼으니,

하지만 내 재능은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카이사르는 그럴 권리가 없기 때문이오.(p.10~11)


저자에 따르면 오비디우스는 추방된 곳에서 쓴 것이 자신의 걸작이 될 것임을 알았다. 이 책은 수 세기 동안 자신처럼 추방된 이들과 망명자, 외로운 사람들에게 등불이 될 것이며, 그의 시는 그 어떤 일에도 스스로를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생명력을 주는 운명의 동반자가 될 것이었다. 2,000년 후 오비디우스가 서사시 「변신」에서 글을 마치며 한 예언이 실현되었다. "만약 시인들의 말에 진실이 있다면, 나는 영원히 영광스럽게 살 것이라는 말이다."



롭 리멘은 〈서문〉 3장에서 소크라테스의 에피소드를 추가하며 '인간이 되는 것은 기술이다'는 되풀이한다. 기원전 400년도 더 전에, 에게해 연안의 햇볕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종종 남루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던 괴짜 남성의 신념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혜를 대단히 좋아했고 그래서 지혜를 찾아다녔다. 지혜는 그가 모르는 것을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특히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계속했다고 언급한다. 

'올바른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정답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압니까? 우리는 어떻게 자유와 조화 속에서 함께 살 수 있죠?"라고 시민들에게 물었다. "먼저 인간이 되는 방법을 안다면,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격려하며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테네의 권력을 가진 많은 이들은 그 답을 알고 싶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공공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에게 추방 혹은 죽음이라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그가 죽은 후에 아테네 시민들은 소크라테스가 목숨을 걸고 그 답을 스스로 제시했음을 깨달았다. 인간이 되는 기술은 정신의 고귀함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폴로 8호 3명의 승무원이 달 주위를 떠다니다 지구의 사진과 함께 보내온 메시지도 소개한다. 당시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암흑 속에서 발견한 우주인은 천지 창조에 관한 창세기의 첫 열 구절을 차례로 읽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지구를 보고 더 이상 표현할 말이 없어서 성경 창세기의 머리 부분을 읽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처럼 반 세기 전만 해도 푸른 빛의 지구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제는 낡아빠진 것처럼 들인다. 지구 파괴가 멈추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어 '우주의 기원'을 찾으려는 새로운 망원경은 우주의 가장 먼 곳까지 탐험하지만, 인류의 본질은 점점 더 흐려진다고 말한다. 인간이 되는 기술 마찬가지다.



"인간이라는 자신으로 돌아가, 모든 존재와 비교했을 때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 멀리 떨어진 자연의 외딴 곳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그가 갇힌 우주라는 작은 방에 갇혀 지구와 세계, 도시,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매겨 보자. 무한함 속의 인간은 무엇인가?" 이 문장은 17세기 파스칼의 『팡세』에서 한 경고를 저자가 선택해 기술했다.

이 책의 네 가지 고찰은 파스칼의 경고에 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인간이 되는 기술에 관한 네 가지 고찰에는 ① 전쟁을 삶의 배움터로 보는 고찰, ② 어리석음과 거짓을 극복하려는 고찰, ③ 용기와 연민에 대한 고찰, 마지막으로 ④ 인간의 창조력과 진정한 사랑을 통한 물안으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고찰이다. 이 네 가지 고찰은 오비디우스의 『비가』처럼, 소크라테스가 제시한 두 가지 중요한 질문, '올바른 삶의 방식은 무엇인며,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둔 모두를 위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즉 이 책의 집필 취지는 정치적 양극화와 가치관 침식의 시대에 더 잘 사는 기술을 배우기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추구하는 본연의 일련의 보편적 가치, 즉 진리 안에서 살고, 정의를 행하고,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감상하는 인간 능력에서 '인간이 되는 기술'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고 신념이다. 사람과 사람들을 구별하고 종종 그들을 나누는 것(성별, 인종, 종교, 출신, 국적, 외모)은 이러한 보편적 가치와 비교하면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바꿔 말하면 인류 역사의 반복적 퇴행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깊은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불행한 지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더 이상 그것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휴머니즘을 포용할 것을 호소한다. 인간의 본성과 정신 같은 우리 삶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는 언제나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롭은 인간의 진정한 정체성이 사람에게 속하고 인류의 단결을 보장하는 모든 보편적인 영적 가치, 즉 진리 안에서 살고, 정의를 행하고, 사랑하고,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의 구체화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1부 〈전쟁에서 배우는 삶- 니체의 편지〉에서. 저자는 2020년 5월 멕시코의 빅토로 가르시아 살라스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은 일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당시에는 누구인지 몰랐지만,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는 자기 학생들이 인간 존재의 기초와 인간 존엄성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하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소음과 분노가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에 관하 강의를 한단다. 학생들에게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 생존에 관해 쓴 『이것이 인간인가』와 자유와 두려움에 관한 도스토옙스키의 유명한 『대심문관』을 의무적으로 읽게 하며, 이 두 고전 작품에 대한 현대식 보충 설명으로써 저자의 책 『이 시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파시즘과 인문주의에 관해)』의 스페인어판인 『Para Combatir Esta Era』도 읽게 한다고 했다. 이 책은 파시즘과 인본주의에 관한 것으로, '파시즘의 영원한 귀환'에 대한 글과 '유럽의 귀환' 주제를 다루었다. 세 권의 책은 학생들이 멕시코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성찰하고, 이에 관한 토론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직접 쓴 편지글을 이 책에 공개하고 있다. 이 편지문의 내용은 니체가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에 관해 쓴 글을 인용해 용기와 희망을 주는 글이다. 저자는 이 글에서 니체 덕분에 학생들에게 어떻게 더 현명하게 답해야 할지 알았고, 저자는 '나를 양육하고, 교육해 준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과 자신에게 '필수 교육'이 된 것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썼다고 밝힌다. 

이어 저자는 10대 시절 네덜란드 동인도의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온 가족과 함께 수감 되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가 전쟁 속에서 어떻게 인간이 되는 기술을 발견했는지 이야기해 준다. "전쟁은 인류의 형성이 아니라 파괴이며, 인류의 해체, 모든 인류를 없애는 것입니다. 최악의 악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인류를 고양시키는 모든 정신적 가치는 폭력과 잔혹한 힘에 유린당합니다. 전쟁은 허무주의의 냉소적 지배 아래 도덕적 가치가 파괴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유혈과 증오, 분노가 가득한 죽음에 대한 숭배죠. 전쟁은 언제나 선을 파괴하려는 악으로부터 시작되고, 결국에는 악을 파괴하려는 선의 전투가 됩니다."라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전쟁의 인간 파괴 행위를 고발한다.



2부 〈어리석음과 거짓에 대하여〉에서는 어리석음과 거짓말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침투해 문명의 도덕적 기둥을 파괴했는지 9개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순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희미한 희망으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이야기에서 그것들을 막아낼 방법을 이야기한다. 또 3부 〈용기와 연민에 대하여〉에서는 '드레퓌스 사건' 당시 에밀 졸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간의 명예와 존엄성을 끌어내는 가치와 지식이 거짓과 권력 남용으로 파괴되는 순간,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발휘해 목소리를 낸 작가의 용기와 연민에 대한 격려의 글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도덕적, 정신적 발전 의식을 높이는 글의 힘을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또 우리 인류에 어떻게 남아 정신적 승리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격려하고 독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특히 4부 〈불안과 뮤즈〉에서는 러시아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 아내의 목소리를 통해 불가코프가 어떻게 불안을 극복하고 예술가로서의 소명에 충실했는지, 그리고 유작이 된 『마스터와 마가리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한다. 스탈린의 독재와 참혹한 사회 변화에 대한 지식인들의 저항과 침묵을 저자가 대신 읽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저자가 불가코프와 그의 아내가 쓴 글에 완전 몰입해 읽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저는 예술 작품이 사람과 다를 게 없다고 믿습니다. 상대방의 인생 이야기를 먼저 알아야만 그 상대방, 친구, 심지어 연인까지도 진정으로 알고, 이해할 수 잇어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마음으로 하는 침묵의 언어를 이해해야 할 겁니다. 마음이 잘 맞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할 테죠. 예술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먼저 창조자와 창조물의 삶의 이야기를 최대한 잘 알아보세요. 더 잘 알수록 당신의 영혼은 수 세기에 걸친 시간을 지나 우리에게 전하는 더 깊은 의미를 더 잘 헤아릴 수 있을 겁니다.(p.246) 


저자 : 롭 리멘(Rob Riemen)


네덜란드의 공공 지식인이자 작가. 네덜란드 탈뷔르흐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주된 관심사는 위기에 처한 인문학, 철학, 예술의 가치를 지키고 복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친구 요한 폴락과 함께 1991년 잡지 《넥서스》를 창간했으며, 1994년에는 한발 더 나아가 넥서스 연구소를 창립했다. 연구소는 매년 전 세계의 주요 지식인, 예술가, 정치인 등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연다. 리멘은 또한 2008년 예일대학교출판부에서 《정신의 고귀함: 망각된 이상》을 출간했다. 고전적인 인간주의적 가치들의 부활에 대한 이 열정적인 청원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19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다른 저서로는 《인생의 대학교》(2013), 《이 시대에 맞서 싸우기 위해》(2018) 등이 있다.


역자 : 김현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네덜란드어와 스페인어를 전공했으며, 이탈리아 시에나 대학교 대학원에서 유럽학을 공부했다. 유럽 문화의 근간이 되는 인간 본질에 관해 큰 관심을 두고 유럽어가 가지고 있는 문화, 사회, 역사가 비추는 인문학적 전통성을 담은 저서들의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TV, OTT, 기내 미디어 등 영상 번역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스페인어로 힐링해》가 있다. 유럽 문화의 깊은 이해를 위해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를 거쳐 현재 크로아티아에 거주하며 여전히 유럽을 배우는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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