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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독서 - 수고스러운 삶에 희망을 주는 책 이야기
김수현 지음 / 머메이드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 『교양 독서』는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교양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둔 독서 권장 에세이다. 저자 김수현은 일상과 자아, 건강, 가족, 여성이라는 테마로 책 142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가운데 32권은 책 읽는 데 일상의 거의 모든 시간을 쓸 정도로 엄청난 독서량을 가졌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선별한 책은 주제별로 나뉘어 각 장(章)의 주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한 도서 110권은 각 테마에 맞게 「같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별도 소개되고 있다. 「같이 읽으면~」은 에피소드 별 주제와 세계관을 확장해주는 책들이다. ‘독서’가 인생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삶에서 맞딱뜨리는 어려움에 한줄기 희망이 되었던 저자의 독서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김수현은 「수고스러운 삶에, 조그만 희망의 힌트」란 제목의 〈들어가며〉를 통해 자신의 독서 성향 및 경험, 그리고 독서로부터 얻은 것들을 겸허하게 내보인다. 모두 독서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초첨을 맞춘 자신의 '독서관'을 피력하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고 선언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다. 인간의 낯섦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독서가들은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낯선 사람과 섞여서 대화 나누기를 즐겨하지 않는다고 한다. 낯선 만남과 낯선 이와의 대화가 혼자 조용히 책 읽는 즐거움을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란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성격을 내성적으로 분류한 사람은 카를 구스타프 융이다. 저자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이유는 독서를 통한 '견식' 덕분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창현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2018)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저자는 『익명의~』를 인용한다. "독서 중독자들은 남아도는 독서력으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럭저럭, 아니 심도 있는 수준까지 대화가 가능하다."
저자도 책을 읽음으로써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대화할 수 있게 되고, 스무 살 차이 나는 학생과도 소통이 가능하며, 자식과도 싸우지 않고 대화를 이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딴딴해지는 아집과 편견이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다시 말랑해지는 것을 느낀다고도 밝힌다. 겪어보지 못한 일들도 책을 통해 접해봄으로써 타인과 세상에 대한 수용성이 커지고 넓어진다 것이다. 일상에서도 책은 매우 유용하다. 저자의 경우 약속 시간이 어중간하게 뜰 때, 병원 같은 데서 기한 없이 오래 대기해야 할 때 독서는 훌륭한 소일거리임을 분명히 한다. 독자 역시 거창한 이유 같은 것을 대지 않아도 독서는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저자의 독서 예찬은 〈들어가며〉 내내 이어진다. 책은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어디로든 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책장만 펼칠 수 있다면, 아무리 좁은 공간에 있어도 전연 다른 세계로 점프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벼랑 끝에 몰렸던 영혼을 여러 차례 건져올렸다고 말한다. 냉혹한 현실에서 마음을 이동시키는 단호한 수단으로써. 독자는 아직 독서 수준이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넷플릭스 드라마에도, 음악에도, 영화에도, 그림에도, 스포츠에도, 주식이나 코인에도 조예가 얕은 나로선 책을 통해 세상 사는 법을 배운다는 저자의 말은 달콤한 유혹을 넘어 책에 대한 아날로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책을 읽음으로써 값없이 얻은 재료들이 무거운 삶을 살아가는 데 품을 덜어 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고 겸손한 태도를 취하지만 독자가 느끼기에는 당당함이 엿보인다. 책을 통해 삶의 중압감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받았고, 결정적 문제 해결의 포인트도 찾아냈다는 표현과 다름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활자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찾아 읽는 근원적인 이유는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데에 가까이 닿아있을 것이다. 끝까지 읽지 못해도, 심지어 읽고도 그 뜻을 끝내 깨닫지 못해도 책 안에서 무엇이든 주워갈 수 있다. 건조한 하루를 견딜 반들반들한 것들을.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사는 일, 특히 여자로서 사는 일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고 한다. 사는 게 어둡고 축축할 때, 앞날이 막막해서 뭘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아득할 때마다 박완서의 책을, 최은영의 책을, 김금희의 책을 꺼내 읽었다고 털어놓는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새 희망의 물을 길어 올려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여자들이 남자에게 오랜 세월 길들여져 삶의 즐거움과 기쁨은 남자들의 차지였고, 늘 여자들은 남자들의 '보호 명목'의 그늘에서 어둡고 힘든 일만을 감당하며 살아 왔다. 이 땅(사실은 인간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마찬가지다)에서 여자로 사는 게 두렵고 힘이 빠질 때, 손에 익어 책이 반질반질해진 책을 무작정 뽑아 읽다 보면 세상의 고통이 한 걸음 물러나고 조그만 위안과 고요가 꾸깃꾸깃해진 마음을 편평하게 다려 주었다고 설명한다.
* 어디로 문 : 〈도라에몽〉 만화에 나오는 방문 모양의 도구.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고 문을 열면 단숨에 이동이 가능하다.(저자 주)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마음 둘 곳을 찾는 당신에게〉, 2장 〈몸이 아프고 무거운 당신에게〉, 3장 〈가족으로 뒤척이는 당신에게〉, 4장 〈여자들의 진짜 세계를 알고 싶은 당신에게〉 등이다. 1장에서는 김금희의 『식물적 낙관』(2023)을 살펴본다. 이 장의 제목으로 「당신의 발코니에 무엇이 있나요」이다. 단어를 조합해 발코니에 화분의 식물(반려 식물) 키우기에 관한 소재인 듯하다. 독자가 이 책을 읽지 않았기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지만 저자가 간단한 설명으로 도와준다. "『식물적 낙관』은 작가가 '반려 식물' 돌보는 순간들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나는 식물을 돌보면서 그 어떤 가드닝북보다 이 책의 덕을 가장 많이 보았다. 살아있는 것을 돌보는 일, 생명이 피어나고 시들고 죽는 것까지 감당하는 일에 대해 기록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메마른 마음이 함빡 물을 머금는다."(p.13)
식물이 시드는 걸 보는 것에 대해 저자는 김금희의 『식물적~』에서 "누군가가 손을 거칠게 뿌리친 것이 아니라 너무 붐비는 거리에서 잠시 손을 놓친 것에 가까운 기분"이라는 표현이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둔 듯하다고 썼다. 자신의 느낌을 정확하게 다른 사람이 지적하는 것을 보는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한다. 지금 독자가 느끼는 마음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결혼 축하 선물로 받은 커다란 고무나무와 석부작 분재, 해피트리 대품이 차례로 죽어나가면서 마음에 생채기가 났던 모양이다. 죽은 식물이 든 화분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음울해졌고, 생명을 책임지지 못하는 내 능력 부족에 자꾸 생각이 닿았다는 표현에 독자도 침울한 느낌으로 공감한다.
저자는 이어 반성의 글도 함께 쓰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가 들지 않고 건조했던 환경, 물을 안 주고 굶기다가 가끔 흙 위로만 찔끔 주곤 했던 것이 문제였지만 그때는 신경 쓴다고 쓰는데도 왜 식물이 죽는지 괴롭기만 했다. 그 후로는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느라 정신이 빠져 식물에 관심이 떨어졌다.(p.14)
저자가 이 글 뒤에 「같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마일로의 『크레이지 가드너』(2022), 임이랑의 『아무튼, 식물』(2019),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2013)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원에서~』는 헤르만 헤세가 직접 정원을 돌보며 쓴 글이다. 독자가 이 가운데 유일하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소소한 기쁨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대전과 망명 생활을 겪은 작가가 영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는 가드닝 이야기다.
앞서 저자가 책을 통해 벼랑 끝에 몰렸던 영혼을 건져 올린 데 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 설명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도, 음악에도, 영화에도, 그림에도··· 조예가 얕은 나로선"이라는 표현을 했다. 수사적 겸손이란 말이 첫 장 6번째 글에서 드러난다. 「그림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이소영의 『그림은 위로다』에 대한 감상이다. 저자는 이 글의 첫 문장으로 "마음에 난 구멍이 영영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날이 있다. 인생에 남은 게 없는 것 같은 날. 허술하게 배우고 산 시간 사이로 찬바람이 휭휭 부는 것 같은 날. 유난히 한기가 느껴지는 날. 나만 문 바같에 서 있는 것 같은 날."로 썼다. 독자에겐 그런 날이 있었던가? 독자는 그런 느낌을 받은 날이 없었던 것인지, 너무 많아서인지 딱히 꼬집어 말할 그런 날은 기억되지 않는다. 그런 날은 책도, 영화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저자는 쓴다. 책의 글자들은 너무 반듯하고 단정해서,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내 마음 하나도 모를 것 같아서 괜히 더 서러워진다. 그런 날에 마음을 돌보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고 말한다.
"그림 보는 일." 그림을 보는 일은 풍경을 보거나 사진을 보는 것과는 다른 행위이다. 그림을 보는 일은 고요하고 묵직하다.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매달려 온 작가의 삶과, 그림과 맞닿아 있는 시대와,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삶까지 모두 담기는 일이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봄으로써 마음에 떠 있던 온갖 불순물들을 가라앉힌다고 쓴다. 그림의 무게로 부유하는 괴로움들을 눌러두고, 시끄럽고 번다한 일들을 멀리 밀친다고 마음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 감상자의 마음이 이 정도면 훌륭하고 고급한 감상자가 아닐까 싶다. 기본 지식은 물론 그림 감상법까지 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의 앞선 표현 "넷플릭스 드라마도~"는 수사적 겸손이다.
다만 저자의 그림에 대한 표현을 폄훼하려는 뜻이 아니고, 부러움에 찬 질투심에 근거한다고 밝히며 너그러운 관대함을 구한다. 저자는 그림에 조예가 깊지 않다는 말은 갈수록 '독자 기만'으로 내달린다. "나는 혼자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보는 전시는 무엇에도 쫒기지 않고 느긋할 수 있어 더없이 흡족하다.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은 아무리 유명한 것이라도 휙 지나친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마음에 드는 그림은 언제까지고 서서 본다. 작은 그림일수록 더 오래 본다.(p.79)
이 글에도 「같이 읽으면~」 세 권이 소개된다. 모두 저자 이소영이 집필했다. 『하루 한 장, 인생 그림』(2023), 『서랍에서 거낸 미술관』(2022), 『화가의 친구들』(2021) 등이다.
저자는 당초 이 책을 쓰기 위해 테마별 핵심어 가운데 '여성'을 중심에 두었다. 당연히 여성 작가가 여성 이야기를 할 때는 '여권'이나 '동일 대우' 등 기존 남성 중심의 문화를 바꾸려는 여성 해방 차원의 주장이 많이 담겼을 것으로 독자는 예상했다. 물론 그런 내용도 이 책에 담겼다. 또 그런 책을 선정해 글도 쓰고,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을 저자의 독서 경험을 토대로 신중하고 치밀한 분석을 통해 소개한다. 그런데 기존의 여성 작가에게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 즉 여성들의 성에 관한 인식이나 성 농담 등을 거침없이 다룬 책을 소개하며 저자는 한마디 거든다. 저자의 솔직한 성격과 필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책 4장은 〈여자들의 진짜 세계를 알고 싶은 당신에게〉란 제목을 달고 있다. 이 장에서 저자는 10편의 책과 관련한 에세이를 담았다. 10개 감상평의 제목만 살펴본다.
「털 많은 여자 클럽에 참가하세요」, 「메리가 얻어낸 네 바지」, 「당신을 향한 팬레터」, 「어디라도 아파야 글이 써집니다」, 「여자가 여자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대들과 함께 우리가 되는 시간들」, 「내가 보지 않았던 세상의 반쪽」, 「당신의 곁을 내어줄 수 있기를」, 「요즘 여자들은 화가 많아」, 「당신이 듣고 싶었던 여자 이야기」 등이다. 이 가운데는 네 번째 「어디라도 아파야 글이 써집니다」는 박경리의 『토지』 이야기다. 『토지』는 박경리가 26년 동안 써낸 대하소설이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로 나아가는 시대를 세세히 담아 완성한 대작이다. 그런 대작을 써낸 작가인 박경리는 놀랍게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거듭했다고 한다. "나는 왜 작가가 되었는가." 이 작품은 한민족이 수천 년 동안 발딛고 농사 짓고 살아온 '땅'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여자들의 '한(恨)' 많은 정서를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러나 4장 첫 글 「털 많은 여자 클럽에 참가하세요」는 페넬로프 바지외의 『걸크러시』 1, 2권에 대한 글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도 문화도 다양한 여성들의 일대기가 유머러스하고 섬세하게 소개된다. 30편의 만화 안에 30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걸크러시』는 위인들의 업적을 나열하고 그들의 성취만을 칭송하는 보통의 위인전과는 결이 다르다. 각각의 시대와 문화를 배경으로 성차별주의, 가부장제 등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간 여성들의 삶의 태도와 삶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도 자신의 신체적 특징부터 부분적 불만족 등에 대해 거침없이 말한다. 제목에 비춰볼 때 '여성과 털'에 대한 문제인 것으로 금세 파악할 수 있다. 「같이 읽으면~」에 네 권의 책이 소개된다. 임치균의 『조선의 걸 크러시』(2023), 최기숙의 『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나오다』((2022), 전혜진의 『규방의 미친 여자들』(2023), 리베카 홀의 『웨이크』 등이다.
「그대들과 함께 우리가 되는 시간들」이란 글에서 저자는 "요즘, 신문 기사를 잘 읽을 수 없게 되었다"고 내뱉는다. 포털 사이트 폰 기사를 읽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불쑥불쑥 분노가 치밀어올라 숨이 가빠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취하는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제지하는 남자친구까지 살해하려 한 이야기, 초등학생 딸에게 피임약을 먹이며 수년간 성폭행한 이야기, 바다에 아내를 빠뜨린 뒤 돌을 던져 살해한 남편 이야기까지. 폭력의 형태는 천차만별인데도, 그 이야기들은 어딘가 닮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혼자 누워 있는 어둡고 침울한 밤, 저자는 그들이 되어 버린다고 언급한다. 무슨 뜻인가? 둔감한 독자로서 선뜻 이해가 안 돼 문장을 한참 들여다본다. "잠을 청하려 눈을 감기만 하면 어느새 나는 뒤를 돌아보며 자취방으로 뛰어가는 여자가 되었다가, 함부로 뻗어오는 거친 손에 놀라 떠는 여학생이 되었다가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충격적인 뉴스 내용이 머리에 자꾸 떠오른다는 이야기다. 늘 그랬듯 괴로운 마음으로 기사를 읽던 어느 날, 저자는 '추적단 불꽃'이라는 2인조 활동가 단체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책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가 발간됐다고 한다. '추적단 불꽃'을 구성하고 있는 2인, '불'과 '단'이 대학생이었던 당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취재하여 세상에 알리기까지의 과정을 쓴 것이다. 첫 장의 내용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시는 도중, 사건의 끔찍함에 마음이 힘드실 수 있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고 싶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1년 넘게 사건을 취재한 저의조차도 때로는 사건이 주는 괴로움에 눈을 가릴 때가 있는 걸요. 그럼에도 감히 부탁드립니다. 사건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인지해수세요. 저희가 이 사건을 계속 취재하는 이유는 계속되는 묵인이 불러일으킬 폐해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p.348)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거의 다 알게 된 사건이 'N번방 사건'이다. 텔레그램에서 주고 받은 대화나 영상이 기록에 남지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도 독자는 이 당시에 처음 들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키우는 도구가 되었고, 정작 사건이 터져 수사가 확대되고 집중돼도 범죄자들을 쉽게 잡을 수 없는 묘한 구조이다. 가해자들은 재밌는 놀이를 겸한 돈벌이로 생각할지 몰라도 피해자의 삶은 산산조각이 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생겨 났다. 심지어 가해자들을은 경찰이 검거에 나서도 국화꽃 이모티콘을 보내며 잡힌 이들을 위해 추모제를 여는 등, 공권력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놀이로 삼았다고 한다.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 : 김수현
아줌마 세계에 입문하고 염세주의 병이 완치경상도 출신. 장녀. 1980년대생. 여성. 출신과 출신 너머의 것을 말하려 한다. 요가와 바다수영을 사랑하며, 현재 두 어린이를 돌보면서 함께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같이 볼래요?》(공저)와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가 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아줌마를 위한 아줌마 사회학》을 연재 중이다.된 사람. 매일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요가를 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