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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이기는 심리학 - 불안이 삶을 지배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황양밍.장린린 지음, 권소현 옮김 / 이든서재 / 2024년 7월
평점 :

이 책 『불안을 이기는 심리학』은 인간이 가진 감정 가운데 '불안'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과 분석을 담았다. 저자 황양밍과 장린린은 현대인이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불안의 유형을 각 부분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심리 처방을 제시한다. 불안의 유형별 분석에 따르면 사회가 발달할수록 더 많아지는 이런저런 선택에 따르는 불안이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성장해야 한다는 불안이 있다. 또 불안정한 일자리,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에서의 불안,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 따르는 불안까지 모든 불안의 원인을 유형에 따라 분석해 낸다. 이 분석을 통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불안으로부터 해방을 꾀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집필했다. 독자들은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저자는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선언한다. 불안은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해 살아오는 동안 가진 대표적 감정 중 하나다. 따라서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자신이 가진 불안감의 근원을 이해하고, 이를 과도한 수준으로 치닫지 않게 조절할 수 있는가, 그리고 불안을 반대로 자기 성장의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가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삶의 불안과 관련한 문제에 성실한 답을 제시한다. 필요한 경우 우수한 심리학 이론과 연구를 인용해 감정의 불안을 인식하게 한다. 또 실생활과 관련한 사례를 활용해 스스로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한다.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대부분의 삶의 문제가 그렇듯이 얼마나 항상심을 갖고 꾸준히 훈련하느냐에 달려 있고, 짧더라도 일상에 적용해 나가는 훈련도 곁들여야 원하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유형별 불안 5개를 선택해 각 장(章)에 하나씩 배치했다. 1장 〈불안과 감정은 전혀 다른 문제일까-감정의 불안〉, 2장 〈내가 원하는 걸 나는 확실히 알고 있는가-선택의 불안〉, 3장 〈나만의 속도로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성장의 불안〉, 4장 〈직장에서의 불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직업의 불안〉, 5장 〈인간관계의 불안은 어디서 올까-관계의 불안〉 등이다. 각 장에는 4~6개의 소항목을 두어 각 장의 주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불안하지 않은 날들을 위해」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우리 사회는 수많은 규칙, 눈에 보이지 않는 관행이 있고, 규칙과 관행은 모두 얻는 것과 잃는 것에 관련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 "무언가를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얻지 못했다고 해서 꼭 안 좋으리란 법도 없으니 얻음과 잃음에 너무 신경 쓰면 불안만 가중되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종종 찾아오는 시련이나 좌절을 과연 '어떤 태도로 마주하는가'란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에만 치중한다면 왜 좋은 기회를 놓쳤는지 답답해하면서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즉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일확천금의 기회에 매달리지 않으며, 본인의 인생에 깜짝 선물이 끊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게 된다고 역설한다. 마치 옛날 공자나 맹자 등의 현자들의 유학 공부를 하는 듯한 느낌이지만 과학인 심리학적 접근이라는 점을 독자들은 놓쳐서는 안 된다. 이는 자연의 법칙처럼 받아들여야 할 '원리'를 말하는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책의 〈프롤로그〉가 끝나는 부분에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한다.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p.13)

저자는 1장에서 "불안과 맞서 싸울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난 안 돼', '난 부족해', '난 못 해' 등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이를 '자기 의심'이라 말하고 이는 불안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기 의심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면 머릿속에 두려움이 가득 차고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손발도 꽁꽁 묶여 결국에는 백기를 들고 항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고 불안을 떨쳐낼 수 있을까? 이 장의 주제다.
저자는 자기 의심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겸손'이라는 태도라고 말한다. 다소 놀라운 지적이다. 동양 문화에서는 개인의 성장을 유도할 때 '억압'이나 '비난' 등의 방법으로 불안 심리를 유발해서 독려하는 경우가 많다. 타인 앞에서 자녀를 칭찬하기는커녕 결점을 들추며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부정적으로 독려받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는 자신이 훌륭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즉, 외재적인 평가 방식은 내재적인 평가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서양은 '격려'와 '칭찬'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을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면 누가 나를 칭찬해도 그저 인사치레나 비웃음이라고 여기며 자신에게 한계를 설정해 수많은 가능성과 훌륭한 경험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런 행위를 망치로 자신을 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한다.
살면서 불행히도 망치의 타격을 자주 받는다면 '가면 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1978년 미국 심리학자 폴린 로즈 클랜스와 수잔 임스는 '이뤄낸 성취, 처한 상황,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소유할 자격이 없다'라고 여기는 현상을 '가면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자기 의심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물론 서양 심리학 이론을 동양 문화에 적용한다는 것이 적절한지는 독자로선 판단하지 못한다. 다만 저자의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있고, 또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어 충분히 주목해 살펴야겠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어렸을 적 〈스파이더 맨〉이 한참 인기가 있었고, 자신도 무척 좋아하는 캐릭터였음을 털어놓는다. 미국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이 통하지 않아 친구를 사귈 수 없어 힘들고 무료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스파이더 맨〉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Yes, you can."은 그때 습관처럼 상상하던 말이었고, 그것은 이후 내 생활에 힘이 되었다고 밝힌다. 상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1장에서는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 방식이 소개된다. 하나는 '5초의 법칙'이고 다른 또 하나는 '미래의 나 상상하기'다. 전자는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멜 로빈스가 제안한 방법으로 TED 강연에서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을 봤다면 바로 다가가서 인사하세요.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지, 상대가 거절하면 어떻게 할지 따위는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라고 장려했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5년 또는 10년 후 내가 맞은편에 서 있다고 상상한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직면한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할까? 실력을 갈고닦아 한층 성장한 미래의 나는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와 함께 곤경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보자고 주문한다.
이젠 불안감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나누어 생각해본다. 불안은 인류를 보호하는 안전 기제로서 인류가 진화하는 수백만 년 동안 인류와 공존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불안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철학자 마틴 하이데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불안해야 한다." 하이데거는 '함락'이라는 단어를 통해 심리학적 '안전지대'를 표현했다. 계속 안전지대에 머무른다면 우린 발전할 수 없다. 그런데 불안은 이런 안전지대를 뛰쳐나갈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1908년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는 '자극과 성취도'에 관련한 유명한 실험을 통해 불안과 성취도의 밀접한 관계를 입증했다. 불안의 정도가 낮으면 성취도도 낮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 불안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스트레스가 과도하여 성취도가 낮아진다는 점도 알아냈다. 이로 인해 연구자들은 최고의 성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불안을 '적정 불안'이라고 정의해 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쓸모없는 불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정의 재해석'과 '생각의 전환'이라는 두 방법이 이 책에서 소개된다. 먼저 감정의 재해석은 쓸데없는 불안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거대한 감옥과 같다. 맹목적인 불안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면 불안 너머에 있는 정보를 해석하고 현재의 문제를 구체화하여 무엇에 갇혀 있는지 정확히 알아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목적 없는 번뇌와 근심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불안은 어느새 행동을 유도하는 압박감으로 문제를 구체화하고 계획을 세우게 한다.

책에 따르면 불안 자체는 새로운 불안을 불러올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다른 일 때문에 불안한 감정에 빠졌고, 불안해하는 자신을 보며 더 불안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불안의 배후에 숨어 있는 정보를 재해석하고 현재의 감정에서 벗어나 '어떻게 해야 하지?'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바꿔야 한다. 오래 생각해도 소용없다. 행동하라. 그래야 자신을 도울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불안을 적정하게 관리해 내 삶의 동력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불안 유형, 즉 감정, 관계, 직업, 선택, 자아 성장 등 삶에서 자주 직면하는 여러 불안을 다루면서 심리학 지식에 따라 하나하나 해결법을 제시한다. 단원별로 생각해 볼 문제와 심리학 지식이 포함된 짤막한 칼럼이 있어 심리학 관련 지식과 실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진정한 자아를 인식하여 불안의 근원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점이 이 책을 가진 독창적 매력이다.
앞서 살핀 대로 책의 저자는 불안의 근원은 자기 의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적정 불안’ 상태를 유지하면서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생활 속에서 불청객처럼 다양하게 찾아오는 불안의 유형을 소개하고 이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60가지 심리 처방'을 소개한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불안을 관리하는 처방이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 교수의 ‘감정의 입자도’ 개념을 소개하며 자신의 구체적인 느낌을 구분하고 식별하는 능력에 대해 설명한다. 감정을 세분화해 인지하고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면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 자신을 연출자로 생각하고 주인공을 바꿔보라고도 제안한다. 크고 작은 선택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하는 사람에게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머릿속에 ‘렛츠 토크(Let’s talk)’를 열어 찬성팀과 반대팀의 토론을 진행하면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감정 입자도가 높을수록 모든 감정을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응하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어 더 많은 ‘무기’를 보유한 것과 같다. 감정 입자도가 낮은 사람은 감정 분석이 어려워서 자신이 처한 감정에 대한 대처 방식이 좁을 수밖에 없다.(p.55)

중심을 단계적으로 조정해서 동태적 균형을 잡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자신의 단계별 인생 목표에 따라 일과 삶이 번갈아 가며 양보하면 된다. 어떤 단계에서는 가정 중심적으로 선택하고 또 다른 단계에서는 일을 중심에 놓는 것이다.(p.200~201)
저자 : 황양밍(黃揚名)
영국 요크대학교 심리학 박사, 푸런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오랜 시간 사람들이 심리학을 배우고 도움을 얻도록 힘써 왔으며, 현재 ‘생활 속 심리학 박사’, ‘은발의 마음 쉼터’, ‘심리학 박사가 당신의 육아를 도와줍니다’ 등 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한다. 심리학 관련 지식을 보급하는 것 외에 ‘강아지 독심술’, ‘예지의 농장’ 등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참여하여 생활 속에서 심리학을 활용하도록 돕고 있다. 저서로는 『마음의 나이, 당신이 정한다』, 『심리학자 아빠가 증명하는 주의력 교육법』,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등이 있다.
생활 속 심리학 박사 페이스북 팬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sylifephd
저자 : 장린린(張琳琳)
과학 상식 작가로 교직에 다년간 종사하였으며, 중국과학원 심리학 석사생이다.
역자 : 권소현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한중 전문통번역학과를 졸업 후 현대자동차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현재는 정부기관 및 다수 기업의 통번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심리학이 불안에 답하다』, 『까망이와 하양이』, 『세계의 리더들이 논리학을 배우는 이유』, 『가장 친절한 색연필 세밀화 수업: 동물편』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