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사담회 01 :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1
EBS <인물사담회> 제작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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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역사 책을 읽을 때 늘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두 권의 책을 기억해 낸다. 고등학교 때까지 들어보지 못한 제목의 책이지만 대학에 들어가니 인문교양도서로 지정돼 있었다. 지금도 대학 교양도서 목록에 그대로 지정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는 『역사란 무엇인가?』(원제 : What is history?)란 책으로 E. H. 카(Edward Hallet Carr, 1892∼1982)의 역사이론서다. 어떤 학자는 역사철학서라고 분류하지만 논란거리는 아니다. 또 다른 하나는 아널드 J.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의 『역사의 연구』다. 전자는 책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를 남겼다. 카는 역사가의 주된 임무는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일이며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도 역사가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역사가는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도 그 당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 즉 역사가의 관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이전과는 다른 독자적인 문명사관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던 책이다. "유기체적인 문명의 주기적인 생멸이 역사이며 또, 문명의 추진력이 고차문명의 저차문명에 대한 '도전'과 '대응'의 상호 작용에 있다고 주장했다. 19세기 이후의 전통 사학에 맞서 새로운 역사학을 개척했다고 평가받았다고 한다. 토인비는 그리스 이후 쇠퇴하였던 역사의 반복성에 빛을 부여함으로써 고대와 현대 사이에 철학적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역사의 기초를 ‘문명’에 두었다. 문명 그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포착하고, 그 생멸(生滅)이 역사이며, 그 생멸에 일정한 규칙성, 즉 발생·성장·해체의 과정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 26개의 문명권을 병행적·동시대적으로 나열하고, 이들 모두가 규칙적인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구명하였다. 토인비는 또 문명의 추진력을 고차문명(의 저차문명에 대한 ‘도전’과 ‘대응’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보았다. 이 밖에 ‘내적·외적 프롤레타리아트’, ‘세계교회’ 등 특수한 용어에 의한 개념이 사용되고 있는데, 19세기 이후의 전통사학에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역사학의 길을 개척한 점에서 크게 주목되었다.(독자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우려가 있어 〈두산백과〉를 참조했다)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이 책 『인물사담회』는 EBS 교양프로그램의 명칭에서 비롯됐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인물들의 삶과 정신을 통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살아 있는 학문"이라는 제작팀의 '역사 인식'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방송 프로그램 〈인물사담회〉는 이러한 역사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며, 각 인물이 가진 독특한 이야기와 그들이 남긴 교훈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보여주었다. 2023년 4월부터 7월까지 모두 16부작으로 방영됐다. 방송인 배성재, 개그우먼 장도연, 공학박사 곽재식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매회 다른 내용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첫 회 방영된 「고르바초프 러시아 전 대통령」은 1990년대 냉전 종식과 함께 사라진 인물처럼 어렴풋이 기억되고 있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는 점에서 〈인물사담회〉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또 14회에서 살펴본 「원자 폭탄의 아버지로 알려진 ‘로버트 오펜하이머’」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 상영 직전 주제로 삼는 등 방송 제작팀의 순발력도 훌륭한 프로그램 제작에 크게 일조했다고 한다. 

이 책 『인물사담회 1』은 1~8회 방영분을 한데 묶었고 9~16부는 2권으로 출간 예정이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부제에서 알았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인물은 역사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라 웬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들이다. 각 분야에서 분야별 엄청난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나 독자들은 정사로서 다룬 다큐멘터리나 뉴스에 나올 때는 정사(正史)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이나, 비밀, 또 가족 관계 등의 사(私)적인 이야기는 모르기 십상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신채호 선생이 명언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부터 군부 독재 시절까지 역사를 바로 어려웠다. 정권이나 지배 논리에 맞게 왜곡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는 무척 따분하고 지나간 과거 이야기라 흥미를 갖고 배우려고 달려들기에는 거리가 있는 학문 분야다. 더욱이 청소년기에는 지나간 이야기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역사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풀어 가르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났고, 그 일환으로 이 프로그램도 기획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독자 기준으로도 1권에 나오는 8명의 인물들은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고 그들의 업적 위주의 활동일부만 알 뿐이지 속사정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프로그램 제작팀이 책 발간에도 그대로 참여한 듯하다. 아마 원고 퇴고를 또 하지 않았나 싶다. 제작팀 최수진 책임 PD는 〈머리말〉을 통해 "선택된 인물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 속에서 살았지만, 그들의 삶과 업적은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전제한 뒤 "고르바초프, 스티브 잡스, 나이팅게일과 같은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리더십, 혁신, 헌신과 같은 가치들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밝힌다. 특히 책은 방송에서 시간의 제약으로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독자가 인물의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최근 수없이 쏟아지는 역사·교양 프로그램 사이에서 더 시청자 친화적인 포맷을 구성하려고, 현장 취재와 촬영, 자료 탐독, 흥미로운 그래픽 구성 등으로 시각화했다고 최 책임 PD는 강조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 인물들의 생애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 『인물사담회 1』은 모두 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한 명의 인물이 각각 한 장(章)을 이루고 있다. 1장 「미하일 고르바초프」, 2장 「니콜라 테슬라」, 3장 「노스트라다무스」, 4장 「프리다 칼로」, 5장 「오에 겐자부로」, 6장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7장 「제갈량」, 8장 「무하마드 알리」 등이다. 각 장은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로 나뉘어 있다. 8장의 경우 '아는 사람' 알리와 '모르는 이야기'로 각각 나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아는 사람' 알리에 대해서는 #어록 #세기의기적 #스캔들 등으로 해시태그를 붙인 뒤 설명한다. 또 '모르는 이야기'에는 #권투_천재 #인종_차별 #저항 #베트남전쟁_참전_거부 #진정한_챔피언 등으로 핵심어로 지정해 설명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들려준다. 8장 「싸워야 한다면 알리처럼, 무하마드 알리」는 한참 전성기 때인 25세 때 베트남 참전 징집영장을 거부한다. 그는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건 챔피온 벨트를 박탈당했으며, 이후 3년 6개월간 링에 오르지 못한다. 이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링에 다시 올랐지만 이미 3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는 과연 재기했을까?



1장에서 고르바초프는 「냉전을 녹인 바보 대통령, 고르바초프」이란 문구로 소개돼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 '철의 장막'을 걷고 개혁·개방을 통해 나라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결단을 내리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을 만나서 냉전을 종식한 구 소련 대통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 우리와의 수교를 위해 당시 노태우 대통령을 예방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특이하게도 그의 이마에는 지도처럼 무늬가 있어 오래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가 냉전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이유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미국과의 스타워즈 경쟁에서 패했다고 생각한 데서부터라고 한다. 88올림픽 때 북한의 불참 건의를 묵살한 것도 고르바초프였다고 이 책에 나와 있다. 이상의 이야기는 그래도 뉴스나 기타 프로그램에서 거의 알려진 일이지만 민간 차원의 창업을 장려한 일이나, 부분적 시장 경제 도입 등은 처음 들은 내용이다. 또 공산당 일당제를 포기하고 다당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고, 당 서기장제를 버리고 대통령제를 수립했고 그는 소련의 대통령으로 출마해 당선된 첫 대통령이다. 

1986년 지금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키이우주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에서 실험을 하다가 비정상적인 핵반응이 일어났고, 결국 원자로가 폭발하는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 영향력이 얼마나 컸던지 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까지 높은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된 기록도 남아 있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소는 사고 이후 페쇄된 후 지금까지 수풀과 폐기물 등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사고 직후 소련에서는 사고를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쏟아질 책임 추궁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고르바초프는 '공식 사과'를 하고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개혁·개방 정책에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한다. 고르바초프(애칭 고르비) 정책에 대중의 반발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금주 정책'으로 1985년 보드카 생산과 판매를 억제한 정책이다. 보드카는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우 독한 술이다. 러시아인에게 보드카를 빼앗는 정책이어서 반발이 심했던 모양이다. 보드카 금주 정책으로 세수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보드카 세금은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있었던 것으로 소련 시대에도 이어져 왔던 것. 고르바초프는 이 주세 수입을 과감히 포기하고 재정 손실로 인한 적자 예산과 경제적 불안정을 감당하기로 한 것이다. 금주 정책은 러시아인들의 알코올중독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말도 있다. 일할 나이에 페인이 되고 폐인이 늘어나면 국가의 재정은 점점 열악해질 것이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해진다.



독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싶었던 사람은 이란의 마지막 왕 '팔라비 2세'다. 현재 이란에서는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9세부터는 무조건 히잡을 쓰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어서 이를 어기면 도덕 경찰에 체포 및 구금될 수 있으며 때에 따라 태형으로 74대까지 맞을 수 있다. 도덕 경찰은 히잡 착용을 비롯한 이슬람 풍속 단속을 전담하는 지도 순찰대이다. 외국 여성이라도 이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으면 도덕 경찰의 지도 대상이 된다. 이처럼 히잡 착용에 대해 엄중한 이란에서 2022년 9월 히잡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마흐사 아미니라는 22세의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이란 정부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진압 과정에서 총기 사용 등 폭력이 난무해 시위대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024년 현재까지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1908년 이란 땅에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가 발견되었다. 이란의 석유 탐사 및 개발을 위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있던 영국은 '앵글로 이라니아'라는 석유회사를 세워 이란에 끊임없이 석유 이권을 요구했다. 당시 이란의 왕이었던 팔라비 2세의 아버지 팔라비 1세는 개발 정책을 꾀하고 있었고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외국 기술자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란의 석유를 헐값에 뽑아가는 영국보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도움을 받고자 했다. 그러던 중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전쟁의 불길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팔라비 1세는 중립을 선언하며 이란을 전쟁으로부터 지켜내고자 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영국과 독일 간 전쟁이 격화되면서 영국은 이란 내 석유회사에 근무하는 독일인 기술자들이 스파이라며 이란 정부에 그들의 추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팔레비 1세는 중립을 고수하며 거절했다. 이를 명분으로 영국은 연합국이던 소련과 함께 이란을 침공했다. 이란군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고 팔라비 1세는 강제로 폐위된다. 만 21세의 황태자였던 팔라비 2세에게 왕권을 넘긴다. 이로 인해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 영국과 소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남겼다. 1951년 총리로 선출된 모하마드 모사데크가 추진한 이란의 석유 국유화는 미국과 영국의 역공이 예상된 대로 미국은 이란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고 이란의 석유 수출을 봉쇄한다. 경제난에 부닥친 이란은 결국 미국, 영국 정보기관이 협력해 모사테크 정부를 전복하는 작전을 수행해 모사데크는 실각한다.



팔라비 2세는 미국을 등에 업고 석유산업에서 얻은 방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이란의 경제 발전을 추친한다. 이란이 석유로 엄청나게 수익을 올렸지만 부의 분배는 극히 불평등했다. 이란 국민들은 생필품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팔라비 2세와 일부 지지자는 그야말로 호화생활을 해나간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호메이니 종교 지도자이자 정치인이다. 팔라비 2세는 이란 건국 2,500주년을 맞아 1971년 세계 정상들을 모두 초청하는 대규모 행사를 주최한다. 이 행사비용이 무려 1~2억달러라고 하니 오일머니를 실감하게 한다. 팔라비 2세는 세 번의 왕비를 맞이했는데 첫 번째는 이집트 국왕의 딸과 정략결혼이지만 팔라비 2세의 바람기로 두 사람은 이혼한다. 두 번째는 이란 남부 귀족 출신으로 유럽에서 교육받은 여성이라서 자유분방한 성격이어서 팔라비 2세가 가장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후손이 없었다. 왕위를 이어야 하는데 이을 수 없게 되자 이혼했다는 것. 세 번째는 이란 군인의 딸로 무려 19살 차이였다. 부인은 팔라비 2세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피우지아 사이에서 낳은 딸의 친구였다고. 세 번째 부인은 현재 미국으로 망명했고 이란 내외에서 여전히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니 이란의 앞길도 이래저래 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셈이다. 


저자 : EBS 인물사담회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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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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