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뱅이 연대기 - 술 취한 원숭이부터 서부시대 카우보이까지, 쉬지 않고 마셔온 술꾼의 문화사
마크 포사이스 지음, 임상훈 옮김 / 비아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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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주정뱅이 연대기』는 표제어처럼 '술꾼'의 역사를 다룬다. '술'의 역사는 조금 밋밋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 테니 '술꾼(주정뱅이)'으로 바꿔 훨씬 생동감 있는 제목이 됐다. '연대기(年代記)'란 단어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연대순으로 적은 기록'이라는 사전적 풀이가 맞다면 술의 역사를 되짚는다는 것은 재밌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 마크 포사이스의 집필 취지에 맞는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독자는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한때는 지나치게 마셨기에, 지금도 술에 관한 책은 유난히 눈에 띈다. 우리 속담에 "제 버릇 개 주랴?"와 일맥상통한다. 이 책이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을 것이란 생각은 표제어로 쓰인 '주정뱅이'로부터 드러난다. 술의 역사라고 썼다면 쉽게 눈이 가지 않았을 터, 독서욕은 표제어부터 강렬하게 일어나게 한다. 

우리도 음주가무를 즐긴 민족이었다는 것은 어렸을 때 역사 수업이나 예체능 수업 때 자주 들었다. 그만큼 '흥'이 있는 민족이란 뜻의 표현일 것이다.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나 인류는 '술'과 함께했다. "인류는 술과 함께 역사를 같이 했다"는 말대로 일상에서 술은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우리의 음주 문화가 지나치게 많이 마신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이는 서양의 음주 문화와 다른 태생이었다는 단순 증거일 뿐 동양이든 서양이든 관계 없이 인류는 똑같이 술과 함께 역사를 꾸려 왔다. 이 책은 4부(部) 1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포사이스는 1장 「첫째 잔-태초에 원숭이와 술이 있었다」 첫 머리에 "우리는 인간이기 전부터 이미 술꾼이었다."는 엄포성 발언으로 시작한다. '엄포성 발언'이란 말은 독자가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알코올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45억 년 전쯤에 생명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단세포 미생물은 원시 스프 안에서 부족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리저리 떠다니며 단당류를 먹고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설했다고 주장한다. 이 역사는 너무나 오래 전(지구의 나이와 같다)이어서 정확한 설명인지 모르겠지만 배설하는 성분이 맥주였던 셈이라는 게 저자의 친절한 말이다. 독자들도 아다시피 에탄올은 알코올의 주성분이라는 것을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대로다. 

이후 생명체는 진화를 거듭하여, 우리에겐 나무와 과일이 생겼다.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처럼 나무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과일을 썩도록 내버려두면 자연적으로 발효가 되고, 발효는 당과 알코올을 낳는다고 한다. 원숭이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알코올을 즐긴다(?)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동물들에게는 섭섭한 일이겠지만 자연 상태에서 알코올은 파티를 벌일 만큼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을 추가한다. 



저자는 1장의 서술에서 "인간은 원래 술을 마시도록 만들어졌다"고까지 주장한다. 우리는 술 마시는 일에는 정말 능숙하다. 어떤 포유류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단, 말레이시아 나무두더지는 예외라는 말로 주의를 준다. 저자는 말레이시아 나무두더지와 절대로 술 내기를 하지 말 것을 귀띔한다. 혹시 내기를 약속했다면, 체급을 참작해달라는 수작은 귓등으로도 들은 척하지 말아야 한다. 이 녀석들은 인간으로 치면 와인 아홉 잔쯤은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마시는 놈들이라는 것이다. 술 마시는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의미인 것 같다. 저자는 술 마시는 동물의 종류를 이 책의 1장에서 여러 종을 제시한다. 쥐, 코끼리, 오랑우탄, 코뿔소, 개미, 개코원숭이 등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실험과 가설을 토대로 알려준다. 

앞서 언급한 나무두더지가 술꾼으로서는 우승을 차지하지만 우리 인간도 그다지 꿀리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 역시 술을 마시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 천만년 전쯤 우리 선조들은 나무에서 내려왔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너무 익어서 숲 바닥에 떨어진 향기로운 과일을 좇아 내려왔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슬쩍 내민다. 이 과일에서 당분과 알코올이 듬뿍 담겨 있다는 말은 앞서 말한 대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멀리서도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이 발달했다는 주장이다. 알코올은 우리를 당분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였다고 책에 적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아페리티프 효과'라고 부른다고 한다. 알코올의 맛, 알코올의 냄새가 식욕을 증가시키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독자도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한잔 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는 일을 자주 경험했다. 어쩌면 그 욕구도 배가 고플 때가 되기에 당분을 섭취하려는 뇌신경의 작용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이렇듯 배고픔과 당분 섭취, 알코올과 당분이 들어 있는 너무 익은 과일 등이 어우러져 인간은 술을 마시도록 자연선택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 다음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최종 진화가 남아 있었다. 술 마시는 방법의 진화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신다. 함께 마시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한다. 같이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실없는 이야기며, 비밀스런 이야기 등을 늘어놓는다. 술 취한 원숭이 가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는데, 이 모든 것이 진화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우리가 술에 취하는 걸 즐기는 이유는 이 모든 칼로리 섭취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옛날 '검치 호랑이'가 포식자로 군림할 때 인간이 혼자서 술 마시다 쓸데없는 만용으로 검치 호랑이에게 대들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너무나 뻔한 일이다. 먹잇감이 될 뿐이다. 그러나 취한 사람이 스무 명이라면 배고픈 검치 호랑이라도 재고해 볼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살아남는 생존 본능에 따른 진화 현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많은 생물학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수준이지만.



이 책은 유사 이전 시대부터 술꾼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을 한다. 1부 〈선사〉, 2부 〈고대〉, 3부 〈중세〉, 4부 〈근대〉 등으로 나뉘었다. 1부는 앞서 말한 1장 「태초에 원숭이와 술이 있었다」와 2장 「술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키다」로 이루어져 있다. 2부엔 3장 「수메르에 강림한 맥주의 여신」, 4장 「만취한 이집트인들의 축제」, 5장 「디오니소스의 후예들과 심포지엄」, 6장 「술을 경계한 중국인들」, 7장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좋은 것」, 8장 「로마와 모욕의 술잔」이 기술되어 있다. 이어 3부는 9장 「암흑시대의 수도사와 건배」, 10장 「코란과 술이 흐르는 강」, 11장 「바이킹의 숨블」, 12장 「여관과 선술집과 에일하우스」, 13장 「아즈텍과 400마리의 술 취한 토끼」에 이어, 4부 14장 「런던을 휩쓴 진 광풍」, 15장 「럼 위에 세운 나라」, 16장 「카우보이 살룬」, 17장 「독재자와 보드카」, 18장 「금주법의 예상치 못한 결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뒷 부분에는 저자의 〈에필로그〉가 「나가며 한잔-우주에서도 우리 곁에 있을 믿음직한 한 모금」, 역자의 「옮긴이와 한잔-포사이스식 ‘빅히스토리’」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독자는 고대 로마 제국을 좋아한다. 당시 로마 정치인들은 앞선 문화국인 그리스로부터 배우고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책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로마'는 서로마 멸망(A.D. 476) 동로마 멸망(A.D. 1453)까지 무려 2,000년이 넘는 동안 유지됐다. 서로마 멸망으로 사실상의 로마제국이 멸망했지만 기독교 공인 제국으로서 기독교권을 결속시킨 동로마 제국은 이후 1,000년 간 더 지속되었다. 로마 제국을 이르는 말로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등 정치제도 상의 개선을 거듭하며 제국을 유지했다. 강력한 군대로 시작했지만 제국이 완성된 후엔 로마 시민과 제국의 안정을 이루는 각종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 최대 제국, 최고 문명국이란 칭호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문명권이라는 현재의 서유럽과 신대륙의 아메리카 등 많은 강대국은 자신들이 '로마의 후예'라고 내세울 정도로 로마는 서양 문명에 가장 강렬한 유산을 남겼다. 로마는 읽을수록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독자가 로마를 좋아하는 이유다. 많은 영화에서 로마 군단의 잔인함을 표현하지만 당시 문명으로서는 앞선 문명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과연 그들은 술을 어떻게 마셨을까. 이 책에서 찾아본다. 

8장 「로마와 모욕의 술잔」에서 짧게 기술되어 있다. 저자는 "초기 로마는 대단히 엄격했고, 술을 멀리하는 곳이었다."고 말머리를 잡는다. 로마 제국이 형성되기 전 본격 공화국 시절인 B.C. 200년경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모두 말끔하게 면도하고, 머리를 짧게 자른 군인 스타일을 하고 다녔고, 워낙 물을 좋아해서, 이 영원한 도시에 영원히 물을 공급하기 위한 커다란 수도관을 짓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와인은 있었지만 그다지 풍부하지는 않았다. 로마에도 물론 와인의 신은 잉ㅆ었다. (자유로운 자라는 의미의) 리베르(Liber)라는 이름이었는데, 그다지 중요한 신은 아니었다. 그는 밀의 여신 케레스(Ceres)의 자식이었고, 언론의 자유와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 로마인들은 만취한 사람들을 보면 얼굴을 찌푸리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마인들은 보기에 술에 취해 해롱대는 것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수염이 덥수룩하며 호사스러운 삶을 즐기는 그리스인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당시 그리스인 들은 모든 면에서 로마인들과 상반되는 특징을 가진 사람들로 정의되었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도 술을 적게 마셨다. 1세기 역사책 『기억에 남는 행적』(大플리니우스의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이 기록되어 있다.

"에그나티우스 메텔루스는 몽둥이를 들어 아내를 죽을 때까지 때렸다. 아내가 꽤 많은 양의 와인을 마셨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나서서 그를 고발하지 않았고, 심지어 비난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모든 사람은 이 행동을 금주법 위반에 대한 처벌의 훌륭한 예라고 생각했다. 와인을 과도하리만큼 마신 여성은 미덕으로 향하는 모든 문을 닫고, 악으로 향하는 모든 문은 여는 법이다."(p.113)

전해지는 말에는 술을 마시다가 발각된 여성을 죄다 사형에 처한다는 법은 로물루스(로마의 건국자, 케레스가 그를 키웠다고 한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에그나티우스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던 아내를 좀 더 빨리 죽인 것뿐이다. 여성들은 친척들을 볼 대마다 키스해야 했는데, 이는 친척들이 냄새를 맡고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를 하나의 격언에 잘 요약되어 있다. 이 모든 관습에 대한 초기 로마의 태도는 하나의 격언에 잘 요약되어 있다. '세 가지가 나쁘다. 밤, 여자, 그리고 와인이다.' 이제 우리는 기원전 186년에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저자는 로마에서 술꾼은 배척당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로마인들은 술에 취한 사람들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이들은 제국을 얻엇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적고 있다. 

로마제국은 본질적으로, 세상의 부 전체가 하나의 도시로 수렴되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의 결과 지구상에 존재했던 도시 중 가장 부유한 도시가 탄생했다. 돈은 부패를 낳고, 엄청난 양의 돈은 엄청난 양의 재미를 낳는다. 그 결과는, 어린아이라도 알고 있듯이, 도덕적 타락이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로마인들은 물보다 와인을 더 즐기기 시작했고 여성들의 음주마저 권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그리스 서적을 읽고 난 후에는, 마침내 술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동성애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격랑을 불러왔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려는 대목은 술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도구가 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유전학적으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므로 강제로 금주를 시키는 사회는 비정상적이라는 점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자신의 안전은 물론 사회 안정에도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시대 여러 술꾼들의 비도덕적 타락의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진정한 의도는 권력이 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시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로마 제국도 그 사례 중의 하나라는 점을 8장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제국의 전성기에 로마 제국은 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허영과 뻐기며 잘난 척하는 데 이용했으며,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또 인종 차별과 계급적 대우 등 제국의 멸망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로마의 콘비비움 제도는 일종의 사교 모임인데 이 자리에 아랫사람들을 초대해 자신을 중심으로 좌우편으로 갈라 각각의 자리에 앉힌다. 자리 배치, 노예, 와인 품질, 와인 양, 음식, 와인 잔, 와인을 버리는 곳 등은 목적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한다. 자신은 비스듬히 누운 채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가 별로 의미도 없는 것이라서 주인에게 아부하는 자리일 뿐이라는 것. 또 집 전체는 기어다니는 노예들로 가득 찼으며 주인은 권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노예를 채찍질했다고 한다. 일일이 소개하는 일이 벅찬 듯 콘비비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페트로니우스가 쓴 『사티리콘』에 남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17장 「독재자와 보드카」에서 1914년 차르 니콜라스 2세는 러시아 전역에서 보드카 판매를 금지했다. 1918년 차르 니콜라스 2세와 황족 모두가 예카테린부르크 시 한 지하실에서 처형되었다. 두 사실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니콜라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논쟁은 명백히 두 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한편에서 보자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러시아 병사들은 최근 전투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었다. 그 원인은 병사들이 고래처럼 술을 마셔댔기 때문이었다. 다른 편에서 보자면, 국가 수입의 4분의 1이 알코올 세금에서 나왔다. 따라서 전쟁을 시작하면서 주 수입원을 갑자기 감축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역사가들은 보드카가 러시아 혁명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를 놓고 흥미 있는 논쟁을 많이도 벌여왔다고 주장한다. 주세가 줄어들어서 나라가 망가졌는가? 금주법은 사회적 긴장을 악화시켰는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러시아 법은 오두막에서 얼어 죽어가는 평민들에게만 적용되었다는 지적이다. 평민들은 자기들이 사랑하던 '작은 물'을 저택에서 살아가는 부자들은 여전히 마음껏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러시아 황제와 정부에게 어떤 기분이었을까? 값비싼 레스토랑에서도 여전히 보드카를 살 수 있었다. 다만 가난한 사람들만 돈이 없어 사지 못할 뿐이었다는 말이다.



러시아 독재자들은 나라 수입의 상당 부분을 보드카에 의존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제정 러시아 때도, 혁명 후 두 번째 집권자 스탈린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자신은 즐기지도 않고, 거의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스탈린도 고위 간부들의 반정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들에게 수치심을 줄 목적으로 자신의 권력에 복종시키기 위해 술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는 로마 제국의 부자 귀족들이 그렇듯 아랫사람들의 수치심을 자극해 권력을 지키는 방법으로 기시감마저 든다. 러시아는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지녔지만 추운 날씨로 독한 술이 인기가 있었던 듯하다. 저자의 지적을 바탕으로 출판사 측의 소개글은 러시아 권력자들은 술을 이용해 자신을 권력을 유지하거나, 혹은 자신이 실권으로 가는 길을 걸었던 많은 지도자들의 몰락을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권력자들은 국민이 술을 마시지 않을까 끔찍하게 걱정했다. 이반뇌제는 러시아 모든 술집을 국영화해 국가 수입을 보드카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독재자 스탈린은 공포와 더불어 과음으로 소비에트 공화국을 통치했다. 고위 간부들은 매일 밤 스탈린의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 인사불성으로 술을 마셔야 했다. 술은 그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서로 반목하게 했으며, 실수로 본심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스탈린이 축출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술을 거부한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을 잃었다. 니콜라이 로마노프가 그랬고,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그랬다.

음주가 주는 여러 해악과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술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우리와 함께한다. 저자는 이 모순적인 관계에서 역사화되지 않은 과거의 존재들을 수면 위로 이끈다. 술은 가난한 사람의 위안이자 가난의 원인이며, 도피의 수단이자 강력한 해방의 상징이었다. 인간 사회 깊은 곳에 흔적을 남긴 술꾼들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취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마크 포사이스(Mark Forsyth)


작가, 언론인이자 편집인이다. 1977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언어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방대한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는 못 배기는 ‘수다쟁이’가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파투 내러 돌아왔다. 지금껏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크리스마스의 수상한 관습과 그 뿌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크리스마스가 무료한 괴짜들을 위한 터무니없이 괴상하고, 특별하게 재미있는 선물! 주의하시라, 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다시는 크리스마스를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볼 수 없을테니.

『콜린스 영어사전』의 편집자로 서문을 썼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어 단어의 어원을 다룬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사람을 홀려온 위대한 문장들의 비밀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문장의 맛』 등을 펴냈다.


역자 : 임상훈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료 번역가들과 ‘번역인’이라는 작업실을 꾸려 번역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침묵을 보다』, 『설득의 심리학』, 『자본주의 대전환』, 『골드: 금의 문화사』, 『건축 다시 읽기』(공역) 등이 있으며 『재즈로 시작하는 음악여행』을 집필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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