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 실패의 순간에 나를 일으켜준 것은 언제나 ‘책’
이혜주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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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의 표제어에서 '치트키(Cheat key)'는 컴퓨터 게임에서 게임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뜻한다. 속이다는 의미의 영단어 치트(Cheat)에서 파생된 용어로, ‘치트 코드(Cheat code)’라는 말로도 쓴다. 게임 상에서의 재화 늘리거나 건물을 빨리 짓게 하고, 숨겨진 요소를 얻는 등 게임의 시스템에 반하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게임 테스트 단계에서 시간 단축을 위해 제작되었던 게임 테스트용 명령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 본래 게임 출시 이전에 삭제되어야 하나 개인의 플레이가 타 플레이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오프라인 게임에서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치트키를 삭제하지 않고 공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의 경우 치트키의 사용은 공정한 게임 내의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되므로, 개발사에서는 테스트용 명령어를 막아 놓는 것은 물론, 외부 프로그램에 의한 치트키 사용 또한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이 용어가 '독서'란 말과 합쳐져 이 책에서 사용된 까닭은 시간과 돈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도구는 '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난관에 부딪힌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누군가는 인간관계에서, 누군가는 돈 때문에 고민하며 산다. 누구나, 자주 이 같은 어려움에 부닥치니까 "삶은 어려운 것이다"라는 말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러한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 이혜주는 “책은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라고 말한다. 저자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려는 마음이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천재지변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모든 것을 종료시켜 주었으면 하는 무책임한 생각뿐이었다고 회고한다. 결혼, 육아 휴직을 통해 잠시나마 회사를 떠나 있을 수 있었지만, 복직 후엔 홍수와 폭우가 나의 출근을 저지시켜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끌려가듯 출근했다고 말한다. 저자의 직장 생활 적응은 시간이 가도 해결되지 않은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지만 직장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체질'(저자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부적응하면 대체로 퇴근 후엔 완전히 회사일은 잊어버린다. 회사에서도 하기 싫은 일을 집에까지 갖고 가서 할 이유가 없다. 회사일을 집에 가져간다는 의미는 이른바 '일 중독자(워커 홀릭)'나 하는 일이다. 흥미를 잃고 일을 대하면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반복한다. 해결 욕구 부족은 자존감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니 회사에서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없을 테고 승진은 바라지도, 이뤄지지도 않을 일이다. 저자는 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를 듣는 일이 더 좋았다고 말한다. 그것도 자기 계발이나 성장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당연한 이야기다) 회사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그저 듣는' 정도였다. 그게 마침 책을 소개해 주는 채널이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른바 다른 직장이나 직종을 알아보려고 자기 계발 용도로 본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책 인플루언서가 되었을까?

저자는 "책에는 부족한 사람들의 허우적거림이 많았다"고 말한다. 청소하는 사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 등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가 없어도 지금 그대로의 삶을 감당하고 있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위안과 때로는 닮고 싶은 사람을 책을 통해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시공간의 제약이 많은 워킹맘에게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의 도피가 가능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책이었기에 출퇴근길, 점심시간까지 이용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간만 나면 책 속의 그들 이야기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다. 동변상련의 심정이었을까. 다음 한 에피소드는 그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그때 저자가 본 책 속의 내용에는 『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김예지 작가가 청소일로 돈을 벌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아실현 한다는 것이었다. 돈과 자아실현, 김예지 작가는 두 가지 모두를 자랑스러워하는 느낌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월급만 기다리며 겨우겨우 출근했던 저자에게 과연 너의 책임은 무엇이며, 즐거움은 무엇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고 회고한다. 김예지 작가가 책에서 쓴 "책임감이 나 자신을 독립적으로 만들고, 성실함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며, 꾸준함은 내가 나를 믿게 만든다"란 말이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자아성찰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서문〉이나 〈에필로그〉, 〈작가의 말〉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모두 4부(part)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마다 8~13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본문을 구성한다. 1부 〈책으로 변화된 인생〉, 2부 〈도서 인플루언서의 독서, 그리고 기록법〉, 3부 〈우리 함께 읽어요〉, 4부 〈책으로 주도적인 삶 살기〉 등이다. 앞서 언급한 저자의 직장 부적응 과정과 책 팟캐스트의 내용은 1부 1장 「무능한 나를 마주할 때」에 나와 있다. 이 파트의 5장 「경제적 감각을 키우며 재테크를 시작할 때」에서는 "재테크를 시작할 때, 또는 경제 공부를 마음먹었을 때 독서만큼 가성비 있고 손쉬운 자기 계발은 없다. 2만 원 남짓한 돈으로 나의 경제적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는다고 모두 부자가 되거나 경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목표가 세워지지 않았거나 아예 목표 설정 없이 단순 정보 습득을 위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대단한 자산가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레버리지라는 단어에도 눈살을 찌푸리던 사람에서 꾸준히 새로운 투자를 시도하며 경제 도서의 실질적 효용을 체감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한다. 지나가는 말처럼 서두를 꺼내지만 북 인플루언서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자신처럼 책을 통해 경제 공부를 하기를 원한다면 다음의 과정을 추천한다고 은근히 제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 재테크 서적을 읽기 전 해야 할 일로 ① 나의 현 상황 파악하기 ② 책을 통해 얻고 싶은 정보 명확히 하기 ③ 원하는 경제적 목표 구체적으로 수립하기 등을 꼽는다. 책을 읽고 공부를 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다면 제일 첫 단계인 나의 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을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변화란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전의 내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변화가 왔다 한들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막연히 변하고 싶다가 아닌 지금의 무엇이 달라졌으면 좋겠는지, 어떠한 상태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책을 읽고 즉각적인 실행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현재 나의 경제적, 심리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적절히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덧붙인다.

뿐만 아니라 N년 후에 안정적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주 투자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월 얼마씩 불입이 가능한지, 성장주가 아닌 배당주를 투자했을 때 나의 심리적 상태가 어떨지 등을 고려하며 읽을 것을 주문한다. 경제나 재테크 문외한이 독자가 관련 서적을 읽으려면 경제 용어 공부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2부 〈도서 인플루언서의 독서, 그리고 기록법〉는 가장 많은 1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왜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었나?」, 2장 「네이버 인플루언서의 혜택」, 3장 「네이버 인플루언서 어떻게 되나요?」, 7장 「책 언제 읽나요?」, 8장 「책 읽고 리뷰 쓰는 법」, 13장 「일상에서 독서와 기록을 실천하는 법」 등을 통해 책 인플루언서가 되는 과정과 헤택, 어떻게 활동하나? 등 책 인플루언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밝힌다. 심지어 소득까지도 캐치해 낼 수 있다. 현실감과 실천을 위한 노력 등을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하는 독자들이 읽는다면 당장 필요한 현실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심지어는 '감투를 쓰기는 쉬워도 감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스포츠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 생각될 정도로 적지 않은 노력이 매일 습관처럼 이어져야 한다는 말은 꼭 인플루언서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교훈적인 내용이다. 

9장 「좋은 문장 수집, 관리하는 법」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지만, 되고 나서도 필요한 일이다. 저자는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미 책 두 권을 출간한 작가 친구가 꾸준히 함께 써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한 덕분이란다. 그때 저자의 역할은 멤버들의 글을 함께 읽고 피드백하는 일 외에 주제에 맞는 글감 문장을 모아 제시하는 일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4주의 주제를 정하고 나면 첫 문장을 조금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소설이나 에세이의 문장들을 모아 멤버들에게 전달했다는 것. (지금 서평을 쓰는 독자도 마찬가지지만) 저자는 '이 책은 너무 별로여서 겨우 읽었다' 같은 한 줄 리뷰라도 솔직하게 하고 싶어 계정을 만들었는데, 혹시라도 저자나, 좋게 읽었던 사람의 기분을 망치는 일이 아닐까 걱정이 됐다고 털어놓는다. 이 때문에 혼자만 보는 한글 파일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책에 따르면 인상 깊지 않았던 책도 이렇게 남길 문장이 있는데 그동안 좋았던 책들에는 얼마나 주옥같은 글들이 많을까 싶어 책장의 책들을 확인했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밑줄도, 접어 둔 흔적도 많았기에 문장을 찾아 적는 게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좋은 문장을 다시 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손으로 하는 필사가 아니더라도 저자의 생각을 옮겨 적으며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니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깨달음이 오기도 했다. 지금은 노션이라는 도구를 사용 중이다.



4부 마지막 장 「삶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에필로그〉나 〈작가의 말〉을 대신할 수 있는 글이다. 저자의 책읽기와 문장 수집, 글 작성 등 모든 것에 대한 필요충분 조건에 해당되는 것들을 종합하고 있다. '나라면 저러지 않을 텐데.' 일하다 보면 모두 내 마음 같지 않음을 종종 느낀다. 누구나 그런 느낌을 받는 상항을 처할 수 있다. 당연한 다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라며, 만약 내가 했다면, 하는 한탄을 반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 답이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생각을 계속하다면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나에게 전권을 주지 않았을까?를 거쳐, '다름'에서 발생하는 가치와 효율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치며 결론을 이끄는 과정 자체가 때로는 배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닫는 고정은 의미 있지만, 성숙하게 반응하지 못해 상처를 동반할 때가 많다고 성숙하게 반응한다. 반면 책에서 만나는 유사한 상황 속의 이야기는 내 일이 아니기에 한결 편안하게 다가온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그랬다고 밝힌다. 같은 일을 하고도 남편과 연봉은 천삼십만 원 차이가 난다며하는 일과 월급을 정확히 셈하는 주인공과 자신의 현재 상황과 감정에만 충실한 눈치 없는 빛나 언니와의 갈등을 보며 저자는 정확히 주인공에 몰입했다고 언급한다. 다른 단편에서는 제앞가림도 못하면서 프랑스 귀족 강아지를 데려오는 인물을 보며 제발 효율적으로 살아보라고 소리치는 주인공의 대사를 함께 내질렀단다. 그런데 한편으로 실제 자신의 삶이 아니기에 주인공이 아닌 빌런이라고 생각되는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해 보게 된다. "혹시 내가 빌런인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하면서 말이다. 저자가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대 생각을 거듭하며 많은 사유를 통해 삶에 도움이 되는 원형을 모색한다는 증거가 되는 대목이라고 독자는 이해한다.

이로 인해 주인공의 관점에서 책을 읽다 시선을 옮겨 다른 인물에 나를 대입해도 이질감이 없을 때가 있다.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터, 완전히 다른 인물 같지만 인간의 욕망, 생각이 유사한 면이 있고 모순적이지만 많은 경우 상반된 마음을 품고 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방법과 과정을 저자는 여기서 제시하고 있다. 



다른 삶을 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본성을 알아차리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경험, 즉 이야기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김연수 작가가 한 매체에서 읽는 행위가 중요한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자아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인터뷰한 것을 본 것을 토대로 저자 역시 책을 통해 수십 명의 자아로 다시 태어나느 삶을 반복하며 확장해 왔음을 밝힌다. 그리고 그런 경험과 생각을 기록한다. 블로그에 책 리뷰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감상 한 줄을 쓰기 위해 다른 이가 쓴 리뷰 10개 이상을 읽었다. 이렇게 써도 될지, 이런 느낌을 받은 게 혹시 나뿐인지, 내가 영 엉뚱한 방향의 글을 쓰게 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제 다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발전하기 위해,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볼지언정 같은 감상을 쓰기 위해 검색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이런 사람도 있으니, 혹시 다른 마음으라면 가능성을 하나 추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쓴다고. 서평이나 감상문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작가가 될 준비는 끝났다고 이해해도 될까 싶다. 어쩌면 작가보다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는 북 인플루언서의 책임감이자 의무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도서 인플루언서라면서 책 이외에 잡다한 이야기를 블로그와 함께 쓰고 있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독서의 지가이 인생의 저마다 다른 이야기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기에 그 또한 나의 목적이라며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점 역시 작가로서의 고민이 충분했다는 반증으로 독자에게 읽힌다.


누군가는 여행을 통해 삶의 가능성, 다양성을 발견할 것이고, 누군가는 음식을 통해서 감각을 깨울 수도 있다. 과학의 증명을 통하여 복잡성을 명쾌하게 해결해 가는 사람도 분명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런 ‘다름’ 덕분에 나의 역할이 생겼다고 믿는다. 내가 책을 택하고 다른 삶을 발견하는 재미를 얻었듯 누구나 자신만의 시선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찾기를 바란다. 주도적인 삶이란 내가 발견한 나의 ‘다른 이야기’를 믿고 지지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p.263~264)


저자 : 이혜주


블로그를 한지는 19년이 되었고 독서모임을 운영한 지는 5년이 되었다. 한 사람을 통과한 살아있는 책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책과 기록, 독서모임을 통해 수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자신의 고유성을, 이야기의 힘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인스타그램:@lifenbook_mint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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