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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칸트를 만나 행복해졌다
이라야 지음 / 알토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 『나는 오늘 칸트를 만나 행복해졌다』의 저자 이라야는 "칸트를 알기 전과 칸트를 알고 난 뒤, 나의 삶은 달라졌다. 개안을 한 듯 칸트가 내 삶의 지평을 열어주어 주위 사람들이 달리 보이고 세상이 훨씬 넓어 보였다. 그로 인해 일상이 풍요로워졌다.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세상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칸트의 명언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적 현상에 기반을 두고 문학과 예술, 과학까지 배경으로 삼아 참된 '인간'의 모습을 독자들과 함께 발견하기를 바라고 쓰인 책이란 말이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낀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 '사는 게 힘들다'고 느낄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삶이 가장 풍요롭고 가장 살 만하다고 생각되는 시대는 언제나 자신이 사는 세상인데도 느끼기로는 가장 어려운 시대, 특히 자신의 삶은 더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현대를 사는 현대인들만 어려움을 느끼는 게 아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삶을 어렵게 느낀다. 삶은 누구와 함께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따라 인생의 도착지가 달라진다. 하루하루를 사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 희열도 달라진다. 어느 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당장 벗어버리고픈 갈등도 만난다. 순조롭고 순탄하고 승승장구하는 길만 걸을 수는 없다. 더구나 급변하는 사회에 꿰맞추듯 적응해야 하는 것도 힘든데 경쟁에 내몰려 각자도생해야 하는 현대인은 괴로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여유를 찾아 떠난 여행조차 쉼을 얻기보다 경제적 한계, 시간의 제한 등 치열한 현실감을 맞보기 십상이다. 이런 독자들에게 칸트가 손을 내밀고 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칸트를 만난 순간부터 길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가는 여정에 숨을 내쉴 숨구멍을 찾고 삶을 밝혀줄 깊이 있는 시선을 갖추도록 훈련해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칸트를 만나 인생의 방향을 돌린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칸트의 명언을 밥처럼 곱씹으며 양분을 흡수하고 삶의 가치를 살찌운 사람들이다. '행복'이 이루어지는 지점까지 저자는 칸트의 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준다.

저자는 칸트를 알게 된다는 것은 칸트가 남긴 명언들 중에서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흔히 칸트를 어렵다고 알고 있다. 독자 역시 고등학교 때 칸트에 대해 짧게 배운 기억이 있지만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 등 명저만 생각난다. 하나 더, 그의 생활 루틴에 관한 것이다. 칸트는 늘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났다고 하는데 칸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시계를 맞췄다고 할 정도로 엄격한 생활 규칙을 준수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적지 않은 칸트의 아포리즘을 한 줄의 문장으로 바꿔 여기서 이해하고 끝내는 것은 삶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저자 이라야의 주장이다. 철저한 실천을 동반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저자는 자연은 물론 문학과 예술, 과학과 사회를 직시하고 살아온 지식에 칸트의 제안을 자신의 상황에 적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천으로 자신의 경험이 쌓아 오늘을 살아가는 디딤돌(지혜)가 된다는 뜻이다. 저자는 한 줄의 명언이 디딤돌로 놓일 때마다 우리는 나아갈 수 있다고 독자들을 격려한다. 칸트의 명언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며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주장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이고 삶의 방향성에 대한 모색이 담긴 메시지로 이해할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칸트의 말은 처음 접한 사람은 어려운 문장이 많다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칸트 철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면 하나로 연결되어 풀이가 쉽다고 저자는 말한다. 칸트의 유명한 말 하나를 예로 든다. "직관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라는 말은 '직관=경험'으로 이해된다. 이는 경험이 없는 생각은 어떤 것도 얻어내지 못하며 배경 지식이 없는 경험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는 실생활에서도 증명된다고 한다. 이를 테면 역사적 지식 없이 유적지에 간들 얻어오는 것은 몇 장의 사진뿐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이 의미 있게 보이거나 발길을 사로잡는 것은 자신이 아는 지식으로 그것의 가치를 알고 있을 때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진귀한 유물을 보아도 그냥 지나친다. 그렇다면 경험 없는 생각은 어떤가. 아주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청춘 남녀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질 때 기혼자들이 말한다. "현실은 달라." "네가 꿈꾸는 결혼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해." 이는 경험한 사람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개념과 관념, 관점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현명함을 위하여〉, 2장 〈바른 가치를 위하여〉, 3장 〈자신을 위하여〉, 4장 〈우리를 위하여〉, 5장 〈합리적 사고를 위하여〉, 6장 〈바라는 이상을 위하여〉 등이다. 각 장은 10개 안팎의 소항목으로 나뉘어 칸트 철학의 전반을 다룬다. 주로 저자 이라야가 칸트의 명제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우리 사회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며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나 명언 등을 우리 에피소드를 섞어 독자들은 쉽게 이해에 다다를 수 있게 해준다.
1장에서는 '현명함'을 찾아 떠난다. 칸트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똑똑하고 야무지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지기 싫어하고 한 마디라도 더 아는 척해야 자신의 잘남이 증명된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사회는 이런 사람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상황과 문제에 맞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현명함이 당신을 돋보이게 한다."
1장에서 '사후 천국'보다 현세의 '오늘'을 누리라는 말을 한다. 기독교나 가톨릭 등 종교계에서 들으면 기겁할 일이다. 실제로 칸트는 무신론적 경향을 드러내는 바람에 당시 교황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독자는 알고 있다. 저자는 칸트의 격언에 설명을 더하고 있다. "자신이 오롯이 행복할 수 있고, 뿌듯함이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길은 자신이 정한 '정언명령'을 따라 사는 삶이다. 오롯이 자기 선의지에 의해 행하는 행동이나 말,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를 실현하며 사는 것이다. 결과에 구애됨이 없이 자기 행위 자체가 선(善)인 까닭에 그 도덕적 명령을 수행하면서 자기 삶의 의미를 재확인하며 살면 된다. 이는 신의 명령이나 권위자의 제시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오직 자기 의지, 양심, 도덕법칙에 따라 자의적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삶을 의미한다.
2장의 '바른 가치'도 삶의 중요한 요인이다. 사고의 폭이 넓은 사람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현상에 관한 판단이 남다르다. 이를 아는 우리는 자기 생각과 사고에 깊이를 더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 만나는 사람도 특정되어 있다. 자신의 틀을 깨기가 어렵다. 저자는 서서히 관심의 분야를 확장하고, 자기 영역 밖의 문제나 분야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제안한다. 다만 처음부터 사고를 키우고 넓히겠다는 의도로 접근하지 말라고 저자는 경계한다.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관계와 조직에서 ‘나’의 위치와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가 많은 똑똑한 사람보다 경험과 합리적 사고가 뒷받침되는 지혜가 현명함으로 작용한다고 저자는 괴테의 격언을 강조한다.

3장 〈자신을 위하여〉, 4장 〈우리를 위하여〉에서는 '자신'과 '우리'에 대해 짚어본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의 무게는 막중하다. 한없이 작아지고 볼품없이 느껴지는 현실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우리에 속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당차고 매력있는 자신을 찾고 싶다면 당장 독자들은 이 챕터를 펼쳐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5장 〈합리적 사고를 위하여〉, 6장 〈바라는 이상을 위하여〉는 합리적인 사고와 이상에 대해 논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념이나 관점이 양극화되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선인들의 말은 현대사회에서는 개념 없는 사람이 되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바른 이치에 합당한 이성적 사고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 점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지식 습득을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을 것을 주문한다. 무엇을 이상으로 삼아 전진하고 나아갈 것인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 잡을 묘안이 여기에 숨어있다. 이들 5, 6장에 실려 있다.
‘철학의 콜럼버스’로 불리는 칸트가 기존의 철학 개념을 비판하고 내놓은 이성과 경험의 개념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천문학에서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것만큼이나 철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한다. 그동안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초월론적 차원을 발견하고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전복시킨 사상이다. 이는 감각적인 발견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인간’이라는 생각의 출발선에서 사회와 관계, 현상과 법, 양심과 도덕, 경험과 사고 등 한 사람에 대한 탐구가 집대성된 결과이다. 칸트가 그 일을 선봉에 서서 해냈다는 점이 칸트의 철학을 높이 산 이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어지럽고 혼란하고 어려운 상황은 계속된다. 지나고 보면 역사에 남는 굵직한 사건만 기억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자 비슷하지만 다른 고통과 역경, 시련을 마주하면서 극한 진통을 겪어낸다. "살아야 한다, 버텨야 한다, 끝까지 달려야 한다"고 이를 악물지만 흔들리는 세상의 파고에 바로 설 자신을 잃는 일이 다반사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칸트처럼, 칸트와 함께 해답 없는 질문을 쏟아낸다. ‘어떻게 살 것인가?’ 백사장에 뿌려진 한 톨의 모래에 불과한 ‘나’이지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세상을 똑바로 살아가야 한다는 고전적 주제가 다시 대두된다. 누구나 인간은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에 기대야 하는가? 그 답을 찾고 싶다면 ‘인간’에 집중하여 다양한 층위를 분석하고 조망하고 정리하여 내놓은 칸트식 해법에 집중해보자. 이 책에 해법이 제시돼 있다.

질서가 무너진 현장에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의식이 쓰레기처럼 쌓여있다. 나사 하나를 잘못 조이면 기차가 멈추고 다리가 무너진다. 그러기에 ‘나 하나’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잔뿌리들이 없으면 어떤 식물도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다. 성장이 정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열매 맺지 못한다.(p.170)
윤리 ‘도덕’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라온 환경이나 교육에 영향을 받고 경험이나 관계에서 완성되는 내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고차원적일 수 있고 누군가는 단순하지만, 폭이 넓을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더 낫다, 우월하다, 월등한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할 수 없다. 자신이 추구하고 발견한 삶의 가치를 기준으로 정해지기에 타인이 어떠한 문제 제기해서도 안 된다. 그 ‘도덕’ 자체가 행복의 비결이기 때문이다.(p.211)
어떤 일이건 하고 싶은 의욕이 발동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자신이 도전하고 땀 흘릴 만한 가치를 가진 일을 찾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사는 삶이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 준비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얼마나 쉽게 일할 수 있는지 평가하지 말자.(p.244)
저자 : 이라야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15년 동안 논술지도를 했다. 동화 쓰기를 즐기며 단행본의 문장 다듬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 꿈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몸속 어딘가에 내재되어 있음을 믿고 그것을 증명하고자 애쓰며 살고 있다.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라는 평을 자주 듣지만, 충전은 따로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생기에 열광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인물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 삶을 배우려 한다. 유한한 삶에 무한한 가치를 담겠다는 거대한 포부가 있다. 그 무한을 글로 일궈낼 생각이다.
지은 책으로 『올드 보이 선생님』, 『미확인 바이러스』, 『가짜 정우 진짜 정우』, 『수상한 캠프』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