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산책시키기 - 당신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10가지 방법
벤 알드리지 지음, 김지연 옮김 / 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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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바나나 산책시키기』는 고대 그리스에서 추구했던 스토아 철학과 철학자 이야기다. 단순히 스토아 철학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 벤 알드리지와 스토아 철학과의 뗄 수 없는 인연, '스토아 철학으로 건강 되찾기'를 중심으로 펴낸 책이다. 2,200년이 지난 철학이 다시 소환된 이유는 저자가 어느 날 맞닥뜨린 공황 장애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면서부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수많은 책을 정신 없이 읽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스토아 철학과 철학자들이 주장했던 사상이 눈에 띈 것이 시작이었다. 저자는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잠도 잘 수 없었고, 밥도 먹을 수 없었으며, 급기야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저자를 다시 살려 낸 것은, 2000년도 넘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 만난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이었다고 밝힌다. 

그들이 활동했던 사사의 중심에서 당시 인간 삶과 만물의 이치를 사고했던 철학자들을 '스토아학파(Stoicism)'라고 이름지어졌다. 이 철학 사상은 기원전 3세기 제논에서 시작되어 기원후 2세기까지 이어진 그리스 로마 철학의 한 학파이다. 스토아학파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그리스 로마 철학을 대표하는 주요 학파이다. 헬레니즘 문화에서 탄생해 절충적인 모습을 보이며, 유물론과 범신론적 관점에서 금욕과 평정을 행하는 현자를 최고의 선으로 보았다고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도 난다.

스토아에 대한 한 가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스토아학파의 윤리학을 우리는 보통 금욕주의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소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은 참된 행복이 쾌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우리의 의무를 잘 준수하고 자칫 감정에 사로잡히기 쉬운 자신을 이겨내며 욕정을 단념하는 데에서 생겨난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대로 인간의 본성은 이성이기 때문에 그 이성에 따라 사는 것이 덕이며, 그것으로 인해 인간은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 저자도 살아오면서 정신 건강에 대한 교육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로 인해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면서부터 '죽음'이 눈앞에 왔다고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증상이 정신과적 문제라고도 상상하지 못했다. 생존이 달렸다고 생각한 끝에 시작한 독서는 책이란 책은 다 읽을 듯이 미친듯이 독서에 매달렸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 많은 날 중 어느날 접했던 스토아철학에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무엇보다 실용성이 마음에 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따르면 스토아 철학자들은 정신력(resillience, 시련과 고난을 이겨 내고 마음의 중심을 되찾을 수 있는 능력 : 옮긴이 주)에 관해선그 누구보다 전문가였고, 정신력을 단련시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정신 나간 짓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런 점이 저자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던 것이다. 저자가 스토아주의에 입문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미리 연습하면 미래에 닥쳐올 역경에 대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더욱 더 저자의 마음을 끌어들인 점은 일부러 더위와 추위에 자신을 내던지거나,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는 사실이다. 남들 보기에 낯부끄러운 옷 차림새로 다녔고, 맨발은 기본이었다. 또 끼니를 일부러 거르고 몸소 '빈곤'을 실천했다고 한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이처럼 스토아 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저자는 자신만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벗어나고자 개인적인 도전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본능을 거스른 채 불편함과 역경에 직면하면서부터 저자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결과를 먼저 말한다면 저자의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불안한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증언한다. 두려움이 엄습할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자, 저자는 다시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효과였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실천 내용은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이다. 책에 따르면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을 완주했고, 산에 올랐으며, 먼 거리를 걷는 일도 성공했다. 틈만 나면 추위를 견디는 훈련도 했다. 날마다 찬물로 샤워를 했고, 강이나 바다에서 수영을 즐겼으며, 얼음물에 뛰어들었다. 루빅큐브를 1분 안에 푸는 법을 습득했고, 일본어와 종이접기도 배우기 시작했다.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으며 침에 대한 공포를 극복했고,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잤으며,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기도 했다. 카드를 한 번씩만 보고 카드 덱 전체를 암기하는 법과 자물쇠 따는 법도 스스로 터득했다. 순전히 내 정신력을 단련하고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아무런 이유 없이 그 대열에 합류해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얼핏 생각하면 도저히 정신이든 육체든 건강 되찾기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스토아 철학을 ‘금욕주의’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자도 개별적으로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오해 혹은 오류였음을 깨달았다. 스토아 철학자들의 일부러 이상한 옷을 입고, 맨발로 다니는 것은 정신적 장애 때문이 아니고 욕망을 없애기 위한 실천이었다. 이는 마치 부처가 깨닫기 위해 고행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즉 삶의 원리, 진리 등 도를 깨닫는 실천 덕목이었을 뿐이라는 데 독자로서도 동의한다. 다만 독자는 실천해보지 않아 효과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공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자는 '쓸데없을 것 같은 실천'을 효과로서 증명했다. 이를 읽은 독자도 스토아 철학은 ‘정신력을 강화하는 훈련’에 가깝다고 이해한다. 공황 장애에 시달리던 저자가 자발적으로 도전과 어려움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 또한 모두 스토아 철학 덕분이라고 했고, 실천을 통해 삶에 중요한 진리와 원리에 대한 깨달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스토아주의라는 고대 사상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봉쇄 조치가 실행되었을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에베레스트산 등반 대신 집에 있는 계단을 21시간 동안 올랐고, 마라톤 대신 자신의 집 정원을 4,802바퀴나 뛰었다. 이 정도면 ‘스토아주의 프로젝트’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스스로가 쳐 놓은 심리적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위해 그가 실천에 옮겼던 것들은 이 밖에도 무수히 많다고 한다. 맨손으로 거미 잡기, 싫어하는 정당에 기부하기, 듣기 싫은 밴드의 음악 듣기, 애완 바나나와 산책하기, 싫어하는 음식 먹기,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상상해 보기···. 예전의 그였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일들을 그는 ‘안티 버킷 리스트’로 만들어 하나씩 행동으로 옮겼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심이 자꾸만 생겨 났지만 "자의적으로 스토아학파의 삶을 실천한다는 게 정신장애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란 믿음에 근거해 독서를 계속할 수 있었다. 또 저자는 이 이상한(?) 도전을 이미 『불편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법: 강한 정신력을 기를 수 있는 이상하고 놀라운 43가지 방법』이란 제목의 책을 써 냈다. 개인적으로 정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도전들에 대해 썼기에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에서 실천 방법이나 단계 등 여러 가지 보완해 스토아주의 실용서로 이 책 『바나나 산책시키기』를 썼다.



이 책은 스토아 철학책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전 매뉴얼’에 가깝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하찮은 것처럼 보이는 도전들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180도 뒤바꾸어 놓은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 중심에 바로 ‘스토아 철학’이 있다. 저자는 '스토아주의'라는 이 고대 사상을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면 하고 훨씬 더 삶이 풍요롭고 아름답지 않았을까 하는 성찰에 뒤늦은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스토아주의 덕분에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뒤바뀌었는지, 그 고마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의 많은 부분이 지금이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조언들로 가득하다. 일기 쓰기, 모닝 루틴, 죽음 명상, 역할 모델 고르기 등 모두 평범한 이들이 해낼 수 있는 것들이니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 저자가 했던 것처럼 당신도 바나나와 산책을 나갈 수 있겠는가?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면 다시 한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200년 전 고대 철학이란 말도 지우고 싶다면 잊어버려도 괜찮다. 스토아철학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용어가 무수히 등장하고 읽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시작할 엄두조차 안 난다면 용어를 몰라도 괜찮다. "그냥 처음 보는 용어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일단 실천 메뉴얼에 신경을 더 쓰면 된다. 더욱이 번역된 책이니 한두 번 읽으면 번역된 우리말로 기억해도 나쁠 것 없다. 특히 이 책은 철학에 대해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철학을 어떻게 하면 삶의 기술로, 일상의 영역으로, 실천의 목록으로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 용어가 어렵다, 옛날 사상이나 철학이 뭐 얼마나 우리 삶에 도움을 줄까?란 의문도 말끔히 씻어 버릴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주문하고 싶다. 이 책은 무엇이 되었든 미리 연습을 해 놓으면 어떤 역경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가르쳐 주는 ‘인생 사용 설명서’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며,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삶에 더욱 매진할 것을 안내하는 책이다. 고삐 풀린 인생에 지친 사람들에게 삶을 통제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가이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들에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 10가지를 제시한다. 모두 저자가 직접 실행해 본 것들이라 상당히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방법이 어떻게 스토아주의와 맞닿아 있는지도 알려 준다. 이렇게 10가지 방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각 장의 말미에 〈스토아주의 도전 과제〉와 〈변화를 위한 글쓰기 미션〉을 만나게 된다. 스토아주의를 일상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이 과제들은 당신의 인생을 실질적으로 바꿔 놓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10일짜리 도전 과제」, 「1개월짜리 도전 과제」, 「1년짜리 도전 과제」, 「나, 벤이 추천하는 도전 과제」 등이 함께 실려 있으니 각자 개별적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다. 독자들은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순간, 날뛰는 삶에 대한 통제권도 되찾아 올 것이라 독자는 믿는다. 

출판사 측 소개글은 저자가 쓴 본론을 바탕으로 독자를 감동시킬 만한 멋진 말이 있다. “실천이야말로 스토아주의를 스토아주의답게 만들어 준다. 실천하지 않는 철학은 그저 단어의 나열일 뿐이다.” 스토아주의 덕에 인생을 180도 뒤바꿔 놓는 데 성공한 한 남자가 들려주는, 10가지 방법은 각 독자들이 삶이 변화될 상상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작하기 전부터 감동이 밀려오는 듯하다. 이들 10가지 제시한 방법은 제목부터 자주 들어본 단어들이 많아 기억하기도 훨씬 쉬울 것이다. 저자가 오래 탐구하고 실천하고 성과를 거둔 것을 정리해 놓은 것이니만큼 신뢰도 또한 높다. ① 자발적 불편함을 추구하라 ②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③ 운명을 사랑하라 ④ 스스로를 돌아보라 ⑤ 역할 모델을 찾아라 ⑥ 부정적인 상황도 염두에 두어라 ⑦ 내 마음만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⑧ 상대하기 힘든 사람을 만났을 때 ⑨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⑩ 우주적 관점을 지녀라 등이다. 

저자의 용기를 북돋우는 말은 이 책의 내용 숙지와 실천을 위한 다짐을 더욱 굳게 해준다. "시간을 내어 주변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라. 걸음을 멈추고 장미 향기를 맡아 보라. 인생은 언젠가 끝이 나고, 그럼 더 이상 피자를 먹을 수 없게 될 거란 걸 기억하라. 미래는 불확실성의 연속임을 기억하라. 그리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지만, 괜찮다. 당신에게는 어떤 어려움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이 있으며, 훈련을 통해 그 힘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외부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에만 집중하면 된다.



우리는 인생에서 누리는 많은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상실을 생각하는 것은 이런 태도에 대항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배우자, 가족, 친구, 반려동물, 건강, 멀쩡한 감각과 사지, 직업, 돈, 집, 자동차, 노트북, 휴대폰, TV, 옷, 추억이 담긴 물건 등 상실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목록으로 작성해 보라. 처음부터 상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이 훈련이 훌륭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당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면 어떨까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라. 매일 밤 이를 닦으면서 감사한 일을 모두 읊어 보라. 사방팔방 치약을 튀기지 않으려면 소리 내지 말고 머릿속으로 되뇌는 게 좋다!(p.208) - 「부정적인 상황도 염두에 두어라」 중에서


저자 : 벤 알드리지(Ben Aldridge)


벤 알드리지는 실용주의 철학, 심리적 안전지대, 정신 건강, 모험 등에 대한 글을 쓴다. 등산, 일본어 공부, 마라톤, 루빅큐브, 미식 체험, 얼음 목욕, 노숙 등을 즐긴다. 벤은 독자들에게 기발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즐기라고 권한다. 지은 책으로는 《불편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법How to Be Comfort with Being Uncomfortable》, 《심리적 안전지대 벗어나기Get Out of Your Comfort Zone》 등이 있다. 트위터 @iambenaldridge / 인스타그램 @dothingsthatchallengeyou


역자 : 김지연


KAIST 경영과학과 졸업 후 미국 듀케인대학교에서 레토릭 및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공부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년간 번역가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정확히 읽어내는 타로 리딩》《프로방스에서의 25년: 영국 이방인의 애정 어린 눈에 비친 프랑스 남부 시골 마을의 유쾌한 일상》《외로움의 해부학》《발견의 시대: 신 르네상스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알렉산더 해밀턴: 현대 자본주의 미국을 만든 역사상 가장 건설적인 정치가(공역)》《영향력과 설득: 말솜씨가 없어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더미를 위한 밀레니얼 세대 인사관리》《놀라움의 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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