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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4년 5월
평점 :
'역사'의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리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또 세상 모든 국가가 역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대한민국도 임시정부를 거쳐 정식 출범한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의 지속을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목숨도 희생해가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왕정과 지배계급 논리가 세상을 휩쓸 때 피지배 계급이 노동과 생명을 착취당한다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장한 공산주의 국가들은 왜 무너졌을까? 채 100년도 지속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의 교훈을 얻지 못해서일까? 구 소련은 왜 공산주의 체제 지속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가? 역사 책을 읽을 때마다 독자는 스스로 자문한다. 그러나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책장을 넘기기 일쑤다. 독자는 역사를 정식으로 공부하지 못했다. 다만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아는 전부다. 책에서 본 역사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은 망하고, 국민을 위한 국가만 살아남는다고 쓰여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권력은 국민을 위압적이고 끔찍한 방법으로 다룬다. 이런 참담한 역사는 인류 사회에서 되풀이되고 있는가?
이 책 『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는 저자 김영수가 써오던 〈사마천 컬럼〉에 투고한 글들을 가려모으고, 여러 글을 더해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글이나 강의 때마다 ‘역사공부’를 강조했다고 한다. 역사학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공부’가 주는 두 개의 선물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상황대처력’이고, 또 하나는 ‘미래예견력’이라고 한다. 저자가 하던 말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역사의 본질과 역사공부의 필요성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역사공부에 대한 절대 부족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현대 사회는 모두가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대다. 문자는 물론 음성, 영상으로 시시각각 기록되고, 그 기록은 집단지성에 의해 차곡차곡 기억되었다가 필요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소환된다는 것이 저자의 역사관이다. 이런 역사의 집단 기록과 집단 기억의 시대에 진지한 ‘역사공부’는 더욱 더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인간 개인으로서는 처리해내지 못할, 많은 정보를 쏟아낸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양은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해도 측정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인간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가짜 정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를 가려낼 마땅한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채 속도와 편리성에 의해 무한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진위를 검증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저자가 말한 '집단 지성'에 주목해본다. 국민 개개인의 지성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정보의 양을 집단 지성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인다는 개념이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각 개인들이 협력이나 경쟁을 통해 공동의 지적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집단지성은 보통 사람들도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며 집단은 개인이 가진 능력의 합이나 똑똑한 소수의 전문가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집단지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집단 구성이 다양해야 하고, 권한이 분산돼야 한다. 더불어 구성원이 상호 독립적이어야 하고 구성원의 의견이 정리되고 모아져 하나의 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올리고 이후 다른 사람이 틀린 점을 교정해 주는 식으로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이 용어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결합을 ‘집합적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정의한 피에르 레비(Pierre Levy, 1956~)가 처음 사용한 단어라고 알려져 있다. 레비는 프랑스의 미디어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숱한 가짜 뉴스와 정보를 즉시 알아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사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매우 강력하다. 저자는 이 책 『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의 「사마천(司馬遷), 우리에게 묻는다」란 제목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역사는 줄곧 정의를 추구해왔다. 역사는 인간이 걸어야 할 바른길을 제시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택하지 않았고, 정의가 아닌 악과 손을 잡거나 타협함으로써 역사에 많은 오점을 남겼다. ‘역사공부’는 우리가 걸어야 할 바른길을 가리킨다. 가볍게 쓴 글들이지만 그 메시지는 침통하다. 독자들의 밝은 눈에 기대어 역사와 정의, 그리고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들이 완전히 승리하는 날을 함께 기원한다."
저자는 〈서문〉의 제목에 쓰인 문구를 책의 표제어로 삼으려 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출판사와 협의를 거쳐 다시 『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로 바꾸면서 서문 제목에 부제목으로 붙였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군주'란 표현은 원전을 그대로 가져왔기에 '리더'로 바꿔 읽으면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저자 김영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과 《사기 (史記)》,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5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왔다.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전문가임을 자타가 공인한다고 한다. 저자는 뿐만 아니라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하고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등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 펴낸 『성공하는 리더의 역사공부』는 『리더의 역사공부』(2020)의 개정증보판이다. 초판의 미진한 부분을 전면적으로 수정 및 보완하고 특별 부록으로 〈군자론(君子論)과 리더십〉을 추가했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다」, 2장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3장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도 부유해진다」, 4장 「권력은 힘을 나누는 것이다」, 5장 「언격(言格)이 인격이다」, 6장 「좀 알자, 중국」, 7장 「지식이 해방된 시대」 등이다. 7개의 주제로 관련 도판 자료와 함께 엮었다. 각 주제마다 쉽게 풀어쓴 《사기》 속의 적절한 에피소드들은 《사기》 마니아는 물론 《사기》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적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리더와 앞으로 리더가 될 분들을 위한 훌륭한 역사공부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가진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란 말은 이제 속담처럼 자주 쓰인다. 역사가 사마천은 ‘술왕사(述往事), 지래자(知來者)’라고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 일을 기술하여 다가올 일을 안다’는 역사의 미래 예견력에 대한 통찰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를 하든 기업을 경영하든 각계각층의 리더는 반드시 역사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더욱이 지식이 해방된 집단지성의 시대에서 역사공부는 특정한 사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리더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한층 더 심화되어야 할 것이란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사마천의 생각을 빌려 우리 사회 각계각층을 향해 자성을 촉구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힌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1년 전의 글인데도 시사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한다. 한편으론 역사의 진전이 참 더디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한다고 술회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거나 후진할 수는 없다고 역사에서 배웠다. 멈추는 순간부터 퇴보한다는 것도 알았다. 모두 역사를 통해서다. 저자는 이에 따라 우리 사회를 몇 사람이 바뀌었을 뿐 적폐세력은 여전하다고 꼬집기도 한다. 준엄한 역사 평가와 심판은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수행하고 넘어가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모두 7장 97꼭지의 칼럼 형식의 글들이 들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사회 각 방면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통일성과 일관성이 없었다. 개정판을 위해 이번에 원고를 정리하면서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곱 개 큰 범주(주제)를 설정, 그에 맞는, 적절한 꼭지들을 배치했다. 이 일곱 개의 주제가 갖는 의미를 간략하게 소개해둔다.
① 역사는 기록(記錄)이 아니라 기억(記憶)이다
이 범주에는 주로 역사의 기능과 역사가의 자세 등을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는 이제 역사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두가 역사를 쓰는 시대다. 특히 정치인, 지식인, 언론의 말과 글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시대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 말과 글을 수시로 소환하여 바로바로 판단하고 심판을 내린다.
집단지성 시대에 역사는 이제 더 이상 기록물이 아니라 다수의 기억이 되고 있다. 이 기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필요할 때 언제든 소환되어 증언하고 증명하고 판결한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적폐의 주범으로 지목된 언론 문제도 함께 짚어 보았다.
②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이 범주에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리더와 공직자들의 자세를 주로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긴 인물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백성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공직자들의 확고한 공사 분별의 자세와 멸사봉공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의 문제를 다룬 글도 몇 꼭지 실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가 다름 아닌 개혁이기 때문이다.
③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도 부유해진다
이 주제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자 경제 전문가였던 관중(管仲)의 기본 철학인 ‘부민부국(富民富國)’이란 네 글자를 풀이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부국강병(富國强兵)’ 논리에 억눌려 왔다. 이 국가적 폭력논리에 기생하여 대기업과 재벌들이 정치와 결탁했고,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심화되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최저임금, 기초 생활 등과 같은 어젠다를 역사 속 사례들과 비교해 보았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 등 예민한 주제들이 적지 않다.
④ 권력(權力)은 힘을 나누는 것이다
권력이란 단어에서 ‘권(權)’은 저울추다. 물건의 무게를 달 때는 그 무게에 맞는 저울추를 사용한다. 따라서 권력의 정확한 뜻은 ‘힘을 고르게 나눈다’는 것이다. 권력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다양한 사례로 살펴보았고, 아울러 리더십 문제도 다루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의 비중이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
⑤ 언격(言格)이 인격(人格)이다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의 세계, 정신세계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이런 점에서 말은 글보다 그 사람을 더 잘 나타낸다. 따라서 모든 말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평소 소신의 표출이다. 실수로 포장하고 변명할 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이 ‘말의 격’, 즉 ‘언격(言格)’이 곧 ‘인격(人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목격하고 체험했다. ‘언격’은 인문학 소양에서 나온다. 인문학의 기본은 문사철(文史哲)이며, 역사는 인문학의 핵심이다. 역사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 하나, 자신보다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에 대한 막말과 비난의 본질도 새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시기와 질투였고, 그 뒤에는 탐욕이 웅크리고 있었다.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본성에 가깝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남을 해치게 된다. 시기와 질투를 극복하는 길은 끊임없는 자기수양과 자아성찰, 그리고 공부다. 삐뚤어진 지식인들과 갈 데까지 간 언론들을 염두에 둔 글들이 있다.
⑥ 좀 알자, 중국
여기에는 주로 중국 지도자들의 언행과 인문학적 소양 및 리더십을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바람직한 한중관계를 정립하고, 한 단계 더 진전된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 지도자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몇 꼭지 다루어 보았다. 이와 함께 중국의 우주 프로젝트에 대한 글도 있다. 우주굴기, 우주강국으로 떠오른 중국 우주 프로젝트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을 짚어 보았다. 진시황을 다른 측면에서 조명한 글도 한 편 있다.
⑦ 지식이 해방된 시대
마지막 범주와 주제는 지식이 해방된 집단지성의 시대를 과거 역사 속의 번득이는 지혜들과 견주어 보기 위해 마련했다.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옛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통찰했는지, 또 그런 통찰력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밖에 흥미로운 사회적 주제들이 함께 마련되었다.
이와 함께 97개의 소제목 글의 뒷 부분에 명언명구가 하나씩 딸려 있다. 저자는 여기에다 ‘일침견혈(一針見血)’이란 네 글자를 달았다. ‘침 한 번 찔러 피를 보다’는 뜻으로 흔히 ‘정곡을 찌르다’는 말과 통한다. 단번에 핵심을 움켜쥔다고 풀어도 될 것 같다. 해당 글의 핵심을 짤막한 명언명구로 정리한 것으로 보면 된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한순간 잘못을 할 수 있지만 이내 잘못을 알고 바로잡는다. 반면 어리석거나 못난 리더는 잘못을 하고도 잘못한 것인지 모르거나 알고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특히 명성이 높거나 존경받는 사람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 누구나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한순간이라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크게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치면 모두가 그를 우러러본다고 한 것이다. 잘못하면 온 세상이 다 아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어찌 된 일인지 잘못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잘못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p.356)
저자 : 김영수
김영수(金瑛洙)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司馬遷)과 『사기(史記)』,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5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 온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이다. 저자는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하며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는 『완역 사기』 시리즈를 비롯하여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천, 삶이 역사가 되다』 『절대역사서 사기 -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2』가 있고, 최근에는 『사마천 사기 100문 100답』 『막료학』『리더의 망치』 『리더의 역사 공부 - 사마천, 우리에게 우리를 묻는다』 『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사기, 정치와 권력을 말하다』 『사마천 다이어리북 366』 『인간의 길』 『백전백승 경쟁전략 백전기략』 『삼십육계』 『알고 쓰자 고사성어』 등을 펴냈다. 이 밖에 『오십에 읽는 사기』 『제왕의 사람들』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제자백가의 경제를 말하다』 『사마천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기를 읽다』 『1일 1구』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 『백양柏楊 중국사 1, 2, 3』 등이 있다. 영산 원불교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집필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