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 : 인물편 - 요즘 세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동양 대표 철학자 17인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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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이라 하면 대체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인도철학과 중국철학이다. 이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를 기준으로 나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철학을 따로 배우지 못한 독자로서는 가끔씩 읽은 책이나 TV의 특별 강연 등을 통해서 부분 부분을 배운 조각 지식뿐이다. 이 책 『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는 표제어에 나타난 것처럼 동양철학 입문자·초보자를 위해 쓰여졌다. 독자처럼 문외한 수준의 사람들에게 철학 입문서로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동양철학이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뉨에 따라 인도철학사와 중국철학사가 따로 쓰이는 이유는 그리스·로마 철학처럼 한뿌리가 아님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불교처럼 인도에서 태동했지만 중국에서 꽃을 피운 철학도 있다. 

이 책에는 동양철학 가운데 주로 중국의 철학이 중심이 되어 있고 다만 인도에서 태동해 중국에서 번성한 불교만 다루고 있다. 저자 신성권이 이 책에서 다루는 동양철학사는 주로 우리 한국철학에 영향을 많이 미친 중국의 철학자와 한국의 대표 철학자 등 17명의 주요 인물이 대상이다. 불교의 고타마 싯타르타가 앞서 기술한 이유로 이 책에 선택됐다. 이에 따라 불교철학을 먼저 살펴본다. 17명의 인물 중 7번째로 기술된 고타마 싯타르타 장(章)은 「인간의 고통은 끝없는 욕망과 집착에서 비롯된다」라는 제목 아래 기술되고 있다. 싯타르타는 불교의 창시자이고, 불교는 사법인(四法印)을 근본 교리를 갖고 있다. 근본 교리란 부처님의 깨달음 가운데서 가장 근본적이며 당시의 다른 사상과 비교해 특별히 두드러진 사상이 이른바 삼법인설(三法印設)이다. '모든 존재는 변하고 있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과 '모든 사물은 실체가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 그리고 '열반의 세계만이 고통이 없는 진리의 세계이다'라는 열반적정(涅?寂靜)의 3가지를 삼법인이라고 하며, 여기에 일체개고(一切皆苦)가 더해지면서, 사법인이 되었다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불교는 '해탈'과 '열반', 그리고 인생의 모든 문제인 사성제(四聖諦)와 그 해결방법을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밖에도 '연기설'과 '12연기설''업보' 등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는 "석가는 생전에 스스로를 신(神)이라 칭하지 않았으며, 중생들의 괴로움을 해결하고자 괴로움의 근원과 해탈에 이르는 방법을 사색한 철학자"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해 "중국에서는 논리적 구성을 갖춘 철학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막스 베버는 공자의 『논어』를 읽고 그 표현의 형식으로만 보면 아메리카 인디언의 추장이 말하는 형태와 닮았다고 한 바 있다. 이는 단편적이어서 논증적이지 못한 것을 지적한 말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저자는 그러나 중국인들의 사고력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어는 태국이나 티벳의 언어와 함께 소위 고립어의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어미변화나 접사 등이 없고, 각 단어는 단지 관념을 표현할 뿐, 문장 중의 위치에 의해서 문법적 기능을 하는 성질의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전국시대 중국의 제자백가 사이에는 명가(名家)라 불리는 논리학파가 있었지만, 명가도 그리스의 논리학 수준에는 도저히 미칠 수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명가의 흐름은 육조시대 초기 청담이 유행했을 때, 일시적으로 부활하였을 뿐, 그 후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는 것. 중국 철학을 거의 그대로 수입해 와서 철학을 하고 있었던 한국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전개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대신 동양에서는 체험적 직관을 중시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체험적 직관을 기본으로 한 비유에 의한 표현, 상정적인 표현이 발달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표현은 『논어』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도가의 책에는 그러한 경향이 한층 두드러진다. 장자에 이르러서는 언어가 진리 표현에 장애가 된다고 하여 적극적으로 논리 자체를 부정하기조차 했다. 이 체험적 직관을 극도로 중시하는 것으로는 불교 중에 가장 중국적 색채가 강한 선종을 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선종이 '이심전심', '불립문자'를 모토로 한다는 점이 이를 증거한다고 한다. 진리는 문자나 언어의 매개에 의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과 마음의 통합에 의해서만 체득되는 것이란 주장이다. 즉 심중에 있는 본성을 직관하는 것에서 참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 이것은 체험적 직관을 진리에의 유일한 통로로 하고 있다는 증명인 셈이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철학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을 위한 입문서로서 이 책을 썼다. 독자도 마찬가지지만 초심자들은 철학을 고리타분하고 골치 아픈 학문,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라 생각하기 쉽다고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밝힌다. 하지만 "철학은 몇몇 유별난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의 정신적 생활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생각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고, 또 생각하는 한 철학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철학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현상을 향해 항상 의문을 품는 존재였으며, 각 시대마다 무엇이 인간으로서 올바른 길인가에 대해 사유하고 참다운 앎을 추구했다. 또한 인간은 절망에 빠질 때 그 절망을 극복하고자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철학이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근본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사유하는 것이며 언제나 우리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사상가를 잉태했다. 기원전 11세기경부터 시작된 주(周) 왕조는 약 800년간의 명맥을 유지해, 기원전 3세기 중엽에 진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지속됐다. 주나라의 지배제도는 왕이 중앙을 통치하고, 그 일족의 자제를 제후로 임명하여 각 지방을 다스리게 하는 봉건제도였는데, 제후들은 왕과 혈연관계에 있거나 왕실과 혼인관계를 맺고 있어 창립 초기에는 통치 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세대가 흘러감에 따라 혈연 의식이 희박해져 가고 종전의 혈연의 원리보다 힘의 원리가 점차 우세해지기 시작하면서 대혼란이 시작되었다. 기원전 8세기 중엽 이후 주나라의 중앙권력이 약화되고 지방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각 지방의 제후들은 서로 힘을 다투며 전쟁을 벌인다. 이 혼란의 시대를 춘추전국시대라고 한다. 

이처럼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 윤리와 도덕이 상실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절망의 시대.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난세를 극복하고자 해결책을 제시한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타났고, 우리는 이들을 제자백가라고 부른다. 제자백가는 중국 학문과 사상의 기본 골격이 되었으며,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의 철학은 오랫동안 국가 교학(敎學)으로 군림한 유교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여러 사조가 상호 항쟁하면서 전개되었다. 그 가운데 유물론적 세계관과 관념론적 세계관의 대립과 투쟁을 찾아볼 수 있다. 유교의 정치·도덕사상의 원천은 오랜 주대(周代)의 종교사상에 있다. 은 왕조를 타도한 주 왕조(B.C. 약 11세기 무렵부터)의 지배자들은 선왕이 상제로부터 명을 받았다는 확신 하에 상제신과 씨족 조상신을 함께 제사 지내는 천인합일의 종교사상을 형성했다. 이 경천과 숭조의 종교사상이 윤리화되고 '덕' '효'의 도덕관념이 생겨나자, 이것들을 인간의 자각적인 도덕, 그 정치사상으로 완성한 것이 춘추 중기(B.C. 6~5세기)에 나온 공자이다.

전국시대(B.C. 4~3세기)에는 제자백가가 나타났으며, 이 시기의 맹자는 도덕을 더욱더 발전시켜 성선설, 사단설을 주장하여 유가의 관념론적인 골격을 만들었다. 같은 시기에 몰락귀족층 속에서 무위자연을 주장하는 도가가 나타나 '도'와 '무'(無)를 '천'(天), '유'(有)보다 근원적이라고 하고, 관념론적 세계관을 체계화하고 내면화했다. 유물론적 세계관으로 묵자, 순자, 한비자 등의 이론이 전개되었고, 특히 천(天)·인(人)을 분리하여 인간의 천(자연)에 대한 능동성을 설명한 순자의 자연관과, 묵자의 제자들이 세운 논리학은 후세의 유물론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한대(漢代, B.C. 3세기~A.D. 3세기)는 무제 때 국가 학문으로서 유교 경학(經學)이 성립하여, 이것은 역(易) 사상이나 음양오행사상과의 결합에 의한 원시 유교의 비합리적 종교화 및 공자의 권위의 절대화를 초래했다. 이 경향에 대해 왕충이 공자, 맹자 등의 성현 및 참위설 등 한대의 관념론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위진남북조에 들어서면(3~6세기), 노장사상의 유행, 사후 세계의 실재를 설명하는 불교철학의 유입에 의해, 관념론이 힘을 얻었지만, 불교의 유신론을 부정하는 무신론의 조류도 형성되고 남조의 범진은 『신멸론』을 저술했다. 수당(6~10세기)에는 불교의 유식종이나 화엄종이 번성하고, 또한 한유와 이고가 관념론의 새로운 전개를 보여 송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유물론에는 유종원의 『천설』, 유우석의 『천론』이 있다. 당의 귀족층에 대신하여 신흥지주층이 송대(북송남송을 합하여 10~13세기)의 지배계급이 되면서 전호(농노) 지배의 철학으로서, 북송의 많은 학자를 거쳐 주자가 주자학을 수립하고, 이것은 봉건사상의 완성된 형태를 갖추어 이후 명·청 시대에까지 군림했다.



앞서 언급한 제자백가의 대표적인 사상이 바로 유가, 도가, 법가이다. 유가를 창시한 공자는 인(仁)과 의(義)로써 사회질서를 바로잡고자 했다. 도가의 노자와 장자는 인간의 인위적인 제도를 지양하고 무위로써 혼란을 바로잡고자 했다. 법가의 한비자는 강력한 법과 군주의 권력으로 사회질서를 안정시키고 부국강병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들은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배경으로 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사상을 제시하고 전파하려 했다. 

이 책 『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동양 철학사』의 첫 철학자는 유교 창시자로 추앙된 공자는 BC 551년 노나라에서 태어났다.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소크라테스(BC 469 ~ BC 399)에 비하면 약 100년 가까이 앞선 사람이다. 소크라테스의 생몰연도가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고 하지만 동시대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교할 문제는 아니다. 공자 이전에도,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철학은 있었으니까. 공자는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어 있어 정확한 출생연도를 알 수 있다는 것뿐이다. 공자는 자신의 이상에 따라 정의로운 정치를 실현해보고자 14년 동안 여러 나라를 유세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양성하고 유교의 경전을 정리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유교 사상가들은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경전으로 만들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4서5경'이다. 『역경』 『시경』 『서경』을 한데 묶어 '3경'이라 부른다. 여기에 『춘추』 『예기』를 더해 '5경'이라고 부른다. 그밖에 『논어』 『대학』 『중용』 『맹자』를 '4서'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공자는 예수, 석가모니, 소크라테스와 함께 4대 성인에 들어간다. 예수는 아가페적 사랑을, 석가모니는 자비를,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역설했다. 공자가 가장 핵심으로 내세웠던 가치는 인(仁)이다. 인은 공자가 제시한 가장 핵심적인 정치·도덕 이념이다. 이 개념은 다분히 추상적이어서 한마디로 정의하려고 하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인은 특정한 덕목을 지칭할 때뿐 아니라 모든 덕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도 사용됟다. 공자 역시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인은 제각각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인이란 사람다움이라고 풀이한다. 인이란 사람이 그것에 의하여 인간으로 규정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그래서 인자란 완전한 덕을 갖춘 인격자와 동의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밖에도 충(忠)과 서(恕)의 개념을 제시하고 확립했으며 이는 시대적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유가, 불교, 도가가 전파되어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코 유가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태극기는 『주역』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한글에는 유가의 음양오행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 이이, 이황은 모두 유학자이다. 한국 특유의 공동체 의식도 유가적 가치관이 우리 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결과라고 저자는 덧붙인다. 개인적 가치와 개성이 존중되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도 유가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여전히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유가적 가치관은 현실보다도 이상적인 도덕을 중시하며 실용 학문과 기술을 천시하고 형이상학적 문제에 매달리게 만들어 국가의 근대화를 지연시키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 저자의 논거로 작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17명의 인물들의 이름만 나열해본다. 이들이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동시대의 사람들을 위해 어떤 생각으로 노력했는지를 잘 알 수 있도록 이 책에 정리되어 있다. 초심자나 입문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모두가 한 몸 되어 단기간 동안 경제적 급성장을 이뤄낸 한강의 기적 역시 유가의 긍정적 영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흔히 유가의 이념과 가치관들은 자본주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높은 윤리적 동기와 가치 추구가 국가의 존엄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과 자세를 낳고 강력한 협력을 이끌어 내어 '경제적 기적'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개인을 동일한 신념 아래 가두고 협력을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p.24) 


저자 : 신성권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글을 쓰는 지식연구가며 작가다. 1989년생의 젊은 작가로 전북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다. MENSA 정회원(IQ 156, Percentile 99%)이기도 한 그는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을 다루는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집필하고 있으며, 그의 책은 2021년, 2022년 두 번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교양 개념어 사전』『나태해진 나를 깨우는 독설』『삶의지혜로 읽는 니체의 말』『서양 철학사』『동양 철학사』『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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