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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모티머 J. 애들러.찰스 밴 도렌 지음, 독고 앤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4월
평점 :
AI(인공지능)와 인터넷의 발달로 이젠 정말 활자 인쇄된 책이 필요없어지나 싶다. 얼마 전까지는 신문이 사양산업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젠 책마저 디지털 영향을 받는다면 아날로그 감성은 사라지나 하는 조바심이 먼저 난다. 차츰 바뀌어 가겠지만 디지털 속도는 워낙 빨라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 사회에서 밀려날 것 같아 걱정도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활자에서 화면으로 보는 디지털 책으로 바뀌어 가기는 하지만 아직 책은 고유의 모습과 힘을 잃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1940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잘 읽히는 책이라고 한다. "책을 읽기 위해 책을 읽는 방법을 배운다"는 아이러니한 주제를 다루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게 책 읽는 법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책을 어떤 방법으로 읽어야 가장 잘 책의 주제와 집필 취지를 읽어낼 수 있는지를 적어 놓은 책이기에 꾸준히 읽히는 책이라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정보 전달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만약 책 읽는 법에 대해서만 적혀 있다면 이 책이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기에 힘들었을 것이란 추정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 웬만한 지식은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오늘날 책에 대한 효용성과 힘은 디지털이 갖지 못한 것도 읽어낼 수 있는 종이 책만의 고유한 기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1세기 지금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예전처럼 지배계급만 문자나 학문을 배우는 시대가 아니기에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는 각종 정보를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이다. 그만큼 대중의 힘이 강력해졌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책은 지식의 창고이고, 학문의 전달 매개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은 손에 가지고 다닐 정도로 발전했지만 정보 자체를 생산하는 일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삶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문자를 알아 책을 읽기는 하지만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종이 책이나 디지털 책이나 모두 무용지물이다.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은 많다. 특히 확실한 정보는 거의 책이나 문서로 기록된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이 점은 아직 종이 책이 제 역할을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책은 어떻게 여전히 효용성이 큰 지식 전달 체계로 존재할까?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책의 효용성에 관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1940년에 처음 출판되었다니 세계 사회는 역사상 가장 큰 전쟁 시기였다. 이 책은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밴 도렌의 공동 저자가 집필했다. 두 저자가 모두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편집장을 지냈다는 사실에 독자는 주목한다. 이들이 미국에서 활동하던 때에 이 책이 출간됐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1768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되고 있는 백과사전 중 가장 역사가 긴 책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영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감에 따라 세계적인 백과사전으로 발전해 갔다고 한다. 그 분량과 내용도 점점 늘어나 초판 3권에서 제2판 10권, 제3판 18권, 제4판 20권, 제7판 21권으로 계속 늘어났다. 현대 지식 기반 사회로 넘어가는 사회에서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평가되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자국어 번역판이 생기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고 한다.
브리태니커가 240년 간 끊임없이 진화해 온 이유는 "지식의 가치에 대한 신뢰는 유지하되, 그 지식을 구조화하는 방식은 시대의 요청에 따라 최적의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 책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역시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에 출판되었지만 이후 재편되는 세계 질서로 인한 시대적 변화에 맞게 독서법의 변화도 잘 조응했다는 데 있다고 한다. 1972년에 새롭게 펴낸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에서 저자들은 독서의 제1수준인 기초적 읽기부터 살펴보기(독서의 제2수준), 분석하며 읽기(독서의 제3수준)를 넘어 마지막 통합적 읽기(독서의 제4수준)까지 다양한 읽기의 수준과 이를 달성하는 방법을 자세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브리태니커 편집자 출신인 저자들이 제안하는 독서법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독서법을 훌쩍 뛰어넘어 책을 어떻게 표지와 목차로 판단하는지, 어떻게 이해의 바탕인 기초적 읽기 능력을 갖춘 다음 살펴보기, 분석하기, 통합적 읽기로 나아가는지 다양한 책을 사례로 들어 알려준다.
저자들은 또한 실용서, 문학책, 소설·희극·시, 역사, 과학·수학, 철학, 사회과학과 같은 각 장르를 읽는 데 가장 효과적인 다양한 독서 기술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책 읽기의 궁극적 목적인 통합적 읽기로 정신과 인생을 성장하도록 돕는 특장점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신토피콘을 이용한 책 읽기는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며, 교육적인 효과를 가져와 초보자에게 더 도움을 준다. 부록에서는 세계적인 고전으로 구성된 137가지 추천도서목록을 제안하고 읽기 기술, 이해력과 속도 등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독서의 수준별 연습문제와 테스트를 제공해 책을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점검하도록 이끌어준다. 당시로서는 세계 출판계를 놀라게 할 올바른 독서법을 제시한 데 대해 이 책을 독서법 텍스트로 삼을 만하고 주창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도 전성기를 지나 이젠 쇠퇴기가 아닌가 싶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21세기 들어 인쇄본 백과사전의 수용자가 급감하면서 2008년 현재 인쇄본의 출간과 개정 작업은 중단된 상태라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2001년 위키피디아가 대안적 백과사전으로 등장해, 온라인 독자들에 의해 편찬되며 자유롭게 정보를 추가하거나 오류를 교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백과사전 작업이 진행돼, 온라인에서 선보였다.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지식 전달의 대명사로 꼽히던 브리태니커사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1990년대 초에 ‘브리태니커 전자색인’과 ‘브리태니커 CD’ 등을 내놓았고, 브리태니커 온라인을 개발해 현재 인터넷상에서 독자들이 찾아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백과사전으로서는 인터넷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 증거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 지식 전달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정보를 어떻게 습득해 어떤 식으로 우리의 머릿속에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도 아우르는 내용이 이 책의 집필 취지에 들어 있기에 계속해서 종이 책 출판도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되는 대목이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끝까지 능동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놀라운 지적 성장뿐 아니라 일이나 직업에서 큰 발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모티머 J. 애들러는 "역사상 훌륭한 저자는 훌륭한 독자였지만 그들이 필독서를 모두 읽었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들은 대부분 오늘날 대학생들이 읽어야 할 책보다 적게 읽었을 수 있지만 책을 정말 잘 읽었다. 책을 완전하게 읽어냈기에 좋은 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책을 잘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잘 읽으려면 먼저 훑어보기만 해도 되는 책인지 찬찬히 잘 읽어야 할 책인지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들이 이 책에서 알려주는 독서의 단계에 따라 책을 읽으면 된다. 이 책의 집필 취지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말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오늘날은 예전보다 더 많은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까지 마치며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가 대중화하면서 문맹 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소설류를 즐겨 읽던 기호도 소설 이외 책들로 폭이 넓어졌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영원한 과제라고 시인했다. 미국은 1970년 대에 이를 위해 많은 기금을 지원했고, 이런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어린 학생들이 읽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을 뿐 아니라 어른들도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속독에 관심이 많아졌다.(이 주장은 1972년 새롭게 펴낸 책의 프롤로그에 담겨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모든 책을 똑같은 속도로 똑같이 읽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종류에 따라 다르게 적절한 속도로 읽는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지나치게 빨리 읽거나 지나치게 느리게 읽으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책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에서는 속독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법도 다루었다. 때로는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잘 읽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초등학교 수준 이상의 책 읽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책 1972년 재출간본은 모두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독서의 단계〉, 2부 〈분석하며 읽기(독서의 제3수준)〉, 3부 〈분야별로 다르게 읽는 법〉, 4부 〈책 읽기의 궁극적 목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책을 읽는 목적과 기초적 읽기(독서의 제1수준), 살펴보기(독서의 제2수준)를 설명하고 능동적 읽기로 의욕적인 독자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2부 〈분석하며 읽기(독서의 제3수준)〉에서는 책 분류하기, 책 꿰뚫어 보기, 저자와 협약해 용어 파악하기,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 찾기, 공정하게 비평하기, 저자에게 찬성하기와 반대하기를 정리하고 책 읽을 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
3부에서는 실용서 읽는 법, 문학책 읽는 법, 소설 · 희곡 · 시 읽는 법, 역사책 읽는 법, 과학책과 수학책 읽는 법, 철학책 읽는 법, 사회과학책 읽는 법 등 책의 분야에 따라 읽는 법을 예시를 들어 설명해 독자가 책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4부 〈책 읽기의 궁극적 목적〉에서는 통합적 읽기(독서의 제4수준), 책 읽기와 정신의 성장으로 책 읽는 법을 마무리한다. 부록에서는 저자들이 엄선한 세계적인 고전 137가지를 소개하고 읽기 기술, 이해력과 속도의 진행 상황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수준별 연습문제를 실어 다소 어려운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실질적으로 적용해 볼 기회를 마련해 놓고 있다.
책을 잘 읽는 것, 즉 능동적으로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유익하고, 우리가 하는 일이나 직업에 발전을 가져올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살아 있게 하고 성장하도록 만들어준다고 공동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제시한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읽어라.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뭔가를 찾아보려고 하거나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 하지 말고!”에 따라 책을 집어 들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을 던지며 비평적으로 읽다 보면 “아! 저자가 말하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알 수 있다. 책을 잘 읽고 싶어 하는 또는 잘 읽어야 하는 이들이 세상의 모든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한, 살아 있는 고전으로 진정한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지길 먼저 읽은 독자로서 기대할 수 있도록 책은 쓰여 있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주의를 기울여 읽고 금방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멈추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 아무리 어려워도 계속 읽으면 곧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나타난다. 그러면 다시 이 부분을 집중해서 읽는다. 이렇게 각주, 주석, 참고문헌 등으로 빠져나가지 말고 끝까지 읽는다. 딴 데로 새면 길을 잃는다. 모르는 문제는 붙들고 있어 봤자 풀 수 없다. 다시 읽어야 훨씬 쉽게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읽어야 한다.”
중요한 문장을 찾아내는 또 한 가지 실마리는 그 문장에 쓰인 단어들이다. 중요한 단어가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그 단어를 매개로 좀 더 주의해 읽어야 할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해석하기 위한 제1단계가 제2단계의 기초가 된다. 하지만 거꾸로 될 수도 있다. 즉 의미를 모르는 문장이 나타나면 그 문장에 있는 단어들에 주의하는 경우다. 여기서 원칙들을 이야기하는 순서는 꼭 그대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중요한 단어가 명제를 만들 수도 있고, 명제를 보고 중요한 단어를 찾을 수도 있다. 즉 중요한 의미가 있는 단어를 알면 문장에 들어 있는 명제를 파악할 수 있고, 문장에 있는 명제를 파악하면 중요한 단어들을 찾았다는 뜻이다.(p.138~139) - 「9장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 찾기」 중에서
저자 : 모티머 J. 애들러(Mortimer J. Adler)
미국 대중을 상대로 인문학 교양 보급에 힘쓴 철학자이자 저술가. 1902년 뉴욕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의 교수를 거쳐 시카고대학교 법철학 교수를 지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편집장과 애스펀 인문학연구소 고문을 지냈고, 1952년 미국철학협회를 설립했다. 지은 책으로 『개념어 해석』,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열 가지 철학적 실수』, 『여섯 가지 위대한 관념』, 『토론식 강의 기술』 등이 있다.
저자 : 찰스 밴 도렌(Charles Van Doren)
미국의 저술가 겸 출판 편집자. 유명한 저술가와 지식인을 여럿 배출해 명성을 얻은 밴 도렌 가문에서 1926년 태어났다. 아버지 마크 밴 도렌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였고, 어머니 도로시 밴 도렌은 소설가, 큰아버지 칼 밴 도렌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였다. 이러한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찰스 밴 도렌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과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모교의 영문학 강사로 일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편집자이자 저술가, 편집자로 활동하며 여러 권의 교양서를 펴내 호평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진보의 이념』, 『독서의 즐거움』, 『지식의 역사』 등이 있다.
역자 : 독고 앤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토론식 강의 기술』, 『마음을 사로잡는 커뮤니케이터』, 『곰을 잡은 아이들』, 『새들백교회 어린이사역 리더십』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