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멋진 인생을 위해 오십부터 해야 할 것들
김옥림 지음 / 미래문화사 / 2024년 3월
평점 :
8·15 광복 후 우리나라 사회의 정년 퇴직 나이가 55세였다. 교직 등 일부 특수직은 58~60세가 일반적이었다. 이후 나라가 발전하고 개인의 건강, 의학의 발전을 거듭하며 정년은 조금씩 늘어났다. 지금은 대부분 60~65세다. 얼마 전 '100세 시대' 열풍이 불었을 때는 정년을 70세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찬반의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명확하게 결론은 날 수 없었다. 정년의 연장은 겉모습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70세로 연장하면 국민연금 지급이 늦춰질 수 있고, 청년 일자리에는 더욱 악영향을 끼칠 거라는 의견 등이 많이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모든 걸 잠재우고 삼켜버렸다. 여전히 은퇴하고 죽음을 준비하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들이 남아 있다. 우리의 삶이 꾸준히 즐거울 수 있는 단단한 마음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삶,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자 멋진 삶이라고 현자들은 말해 왔고, 우리들은 그 말에 은퇴 후 노년생활에 대한 준비를 해가는 모습이다. 삶은 나이에 관계 없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책 『멋진 인생을 위해 오십부터 해야 할 것들』은 은퇴 후의 인생을 인생 후반기로 칭하며 남을 생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저자 김옥림의 제안들을 모았다. 멋지게 나이 들기 위해 중년에게 가장 필요한 루틴을 만드는 방법들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아직 오지 않은 인생 최고의 순간을 위하여」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인간의 평균 수명을 80으로 볼 때, 마흔을 전후해 마흔 전은 인생의 전반기, 마흔 이후는 인생의 후반기라고 나눠본다. 대부분 인생의 전반기는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취업을 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며 본격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이자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이다. 남자의 경우 직장에 자리를 잡으며 중견사원의 거리에 이르고, 여자의 경우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분주하게 지내는 시기다. 일부 철학자는 인생 후반기를 '인생의 오후'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표현상의 차이이다. 인생은 삶과 죽음 사이의 기간이다. 운동 경기로 표현하면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고, 하루 해로 표현하면 오전과 오후로 표현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런 삶의 표현은 '죽음'이라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나고, 살다 죽는다. 인생은 재연도 없고 리바이벌도 없다. 연습과 실전으로 나눌 수도 없다. 성공하면 성공하는 삶으로 살다 가는 것이고, 실패하면 실패한 삶으로 잊혀져 갈 뿐이다. 그래서 누구든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순간을 바탕으로 내일을 맞는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조금씩 성장하는 삶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런 이야기 역시 현자들은 오래 전부터 언급해 왔다. 이는 동서양 차이 없이 격언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요즘 흔히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는 이런 옛 현인들의 가르침을 어긋나게 하는 사회 풍습에 대한 지적이다. 옛날 신분제 사회에서는 잘 거론되지 않았던 이야기다. 신분은 특별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는 한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것이고, 죽을 때까지 변함없다. 사회에서의 신분은 사회적 계급을 말한다. 크게 분류하면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다. 지배계급도 다시 분류해 고위와 하위로 나뉘어지기도 한다. 전자는 왕족과 고급 귀족 출신을 말하며, 후자는 일반 평민과 가장 낮은 곳에서 평생 궂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정부 수립 전까지 '조선시대'라고 양반(문·무관)과 중인, 양인과 천민으로 나뉘어 있었다.
금수저·흙수저론도 옛날 왕정의 신분제 사회처럼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다만 신분이 조선시대 양반과 평민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나 재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시대에 거스르는 일이라고 비난하는 뜻이 들어 있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는데 부자들은 취직할 염려도 없고 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모든 부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의 행위가 젊은 청년들이 믿고 함께했던 사회가 아닌 데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부족해서 일어난 현상들이지만, 사실 빈부의 차이가 극심해져 가는 일은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의 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난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결할지, 청년들 입장에선 어떻게 극복할지란 과제가 하나 더 지어졌다는 점에서 언급해본 말이다.
이 책은 인생 후반기에 찾아오는 정년 퇴직(은퇴) 후에 대한 이야기다. 남자의 경우 한참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나오다 보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재취업도 생각처럼 여의치 않고, 한창 일할 때에 집에 있자니 마음도 편치 않다. 자연히 퇴직금을 털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그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열에 여덟은 실패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대리운전에 뛰어들고, 택시를 몰고, 일용직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개중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철저히 준비한 끝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여 성공의 깃발을 휘날리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로 무장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인생 후반기를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은 끝에 성공한 것으로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말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앗던 사람들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를 몰랐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몸소 실천하여 세계정치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긴 에이브러햄 링컨의 젊은 날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그가 52세 때 미국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국민에게 존경받는 최고의 대통령이 되었다. 또한 영국의 수상을 두 번이나 지냈으며 역대 수상 중 최고의 수상으로 평가받는 벤저민 디즈레일리 역시 실패를 밥 먹듯 하였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또 영국 왕립음악아카데미의 음악감독으로, 음악가로서는 부와 명성으로 최고의 영예를 누렸던 프리드리히 헨델은 화려했던 젊은 날에서 가난하고 초라한 인생으로 전락했지만, 그는 실명의 위기에서도 〈메시아〉를 작곡하여 세계음악사에 길이 남는 바로크 음악의 거장이 되었다. 〈메시아〉를 작곡할 당시 그의 나이는 56세였다. 실패를 하지는 않았지만 인생 후반기에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꽃피운 사람들도 많다.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안나 메리 로버트슨(그랜마 모제스)은 지극히 평범한 농촌 여성으로, 72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그랜마 모제스는 1941년 뉴욕 주에서 메달을 받았고, 1949년에는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여성프레스클럽 상을 수상했다.
세계에 빛을 남긴 인물에 대해 우리는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을 떠올린다. 저자 역시 인생 후반기에 빛을 남긴 인물들을 열거하는 일에 끝이 없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현대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미국의 피터 드러커는 75세의 늦은 나이에 정년을 맞아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 『방관자의 모험』 등 100권이 넘는 책을 집필했다. 그는 자신의 생에 96년을 회고하면서 "60세 이후 30여 년 동안이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했다. 독일의 최고 시인이자 작가인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는 그의 나이 23세 때 쓰기 시작해 무려 59년이나 걸렸다. 그의 나이 82세 때 탈고를 했으니 그 긴 세월 동안 그는 작품을 쓰는 데 푹 빠져 지냈음을 알 수 있다. 그랬기에 그가 쓴 『파우스트』는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인물도 있다. 한국인 최초로 유럽 무대에 선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그녀는 은퇴 후 자신의 전 재산을 정리하여 아프리카 말라위에 〈류수빌로 뮤직센터〉를 설립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가난한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행복을 심어주고 있다.
"삶의 주인공이 되어라. 영원히 이어지는 눈길 위해 발자국을 남겨라. 칠흑 같은 어둠의 장막을 뚫고 환한 밝음으로 가는 길을 개척하라." 미국의 작가 파크 벤저민이 한 말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어둠의 장막, 즉 그 어떤 공통과 시련을 뚫고서라도 끝까지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의 다음 말은 이 책의 집필 취지와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의 결론이 결집돼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직장에서 은퇴하면 인생이 다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인생 후반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인생 전반기의 노하우를 살리거나 또는 자신이 지닌 능력으로 새로운 인생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지금부터다'라는 굳은 각오로, '아직도 내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고 에너지 넘치는 창의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p.8)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를 넘어 의미 있는 나로 살아가기〉, 2장 〈정신적인 풍요를 위해 지적인 즐거움 갖기〉, 3장 〈후회하지 않는 오늘의 내가 되기〉, 4장 〈한 번뿐인 인생 끝까지 잘 살아가기〉, 5장 〈젊고 생동감 있게 삶을 리모델링하기〉 등이다. 각 장마다 6~10개의 세부 항목으로 장의 주제를 설명하고 사례 중심이나 관련 내용의 인물을 등장시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를 테면 1장 〈나를 넘어 의미 있는 나로 살아가기〉에는 「몸은 늙어가도 가슴은 뛰게 하라」,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기」, 「자존감은 나를 지키는 최선의 보루이다」 등이다. 몇 가지 세부 항목을 더 살펴보자면 2장 〈정신적인 풍요를 위해 지적인 즐거움 갖기〉에는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배우기」, 「공연을 즐거운 놀이처럼 즐기기」 등으로 예술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유도하고, 「몸과 마음을 평안하게 하기」를 제안한다. 또 3장 〈후회하지 않는 오늘의 내가 되기〉에서는 「과거의 잘못에 매이지 않기」와 「체면 따위는 땅에 던져버리기」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자기 확신하는 마음 갖기」를 권유한다. 이와 함께 4장 〈한 번뿐인 인생 끝까지 잘 살아가기〉에는 「친구 같은 부부로 살아가기」와 「마음을 비우고 화끈하게 용서하기」 등으로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살아가기」를 조언하고 있다. 마지막 5장의 〈젊고 생동감 있게 삶을 리모델링하기〉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남산 케이블카 타보기」, 「운치 넘치는 삼청동 길 걸어보기」, 「사랑하는 사람과 덕수궁 돌아보기」, 「부부가 함께 배낭여행 해보기」 등 「젊고 세련된 감각의 패셔니스트가 되라」는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것을 과감히 실천해봄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맞춰 갈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독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맛있는 밥상 차리기」를 가장 인상 깊게 읽고 마음에 새겼다. 평생(아마 앞으로도 당분간) 차려준 밥 먹기만 했지, 내 손으로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려본 기억이 없어 이 항목을 읽을 때는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꼭 은퇴 후에 한 번쯤은 실천해보기로 마음을 다졌다. 저자는 다른 항목과 마찬가지로 본문 글이 끝나는 부분에 항목별 주제를 실천하면서 드는 '좋은 생각'을 각인시키기 위한 조언을 별도 페이지에 요점 정리처럼 추가한다. 밥상 차리기 항목의 좋은 생각에는 ① 가장이 무게 잡고 눈에 힘주던 시대는 진작 끝났다. 지금은 따뜻하고 자상한 가장이 인정받는 시대이다. 가끔 가족을 위해 정성껏 한 끼의 밥상을 차려보라. ② 밥은 단순한 밥이 아니라 생명을 이어주는 위대한 양식이다. 밥상을 차릴 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 ③ 간단한 요리를 배워두면 가족을 위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요리는 삶이고 생명의 철학이다.(p.336)
가난한 가장도 가장이며, 부유한 가장도 가장이다. 그렇다. 가장은 역시 가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가끔은 밥상을 차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면 아내와 자식들도 남편이자 아버지인 가장을 좀 더 따뜻하게 대해 주지 않을까, 한다. (중략)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가장의 모습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한 마디의 말에도 자신감이 넘치고, 행동거지에도 막힘이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가장은 언제나 쪼그라든 모습으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한 마디 말에도 행동거지에도 자신감을 볼 수 없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가장은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는다. 가족에게 존경받는 가장은 진정으로 행복한 가장이다.(p.330~331)
저자 : 김옥림(金玉林)
현재 시, 소설, 동화, 동시, 교양,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집필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 교육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날》, 《기적을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를 볼 때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한 아침을 여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 《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언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법정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힘들 땐 잠깐 쉬었다가도 괜찮아》,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사랑의 결》, 《월든에서 보낸 소로의 시간》, 인문교양서 《어른들의 문장력》,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통찰력 편》,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교양 편》,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오십에 읽는 노자 도덕경》, 《철학자의 말》, 자기계발서 《명언으로 읽는 100명의 인생철학》, 《책사들의 설득력》, 《유대인 대화법》, 《인생이 깊어질수록 다가오는 것들》, 《이건희 담대한 명언》, 《나와 함께 살아갈 당신에게》, 《품위 있게 나이 든다는 것》 외 다수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