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니체를 읽어야 할 때
김옥림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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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밝혀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사실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을 수 있다···. 나는 철학자 디오니소스의 제자이다. 나는 성인이 되느니 차라리 사티로스이고 싶다.” 그는 책의 서문을 그렇게 썼다. 그는 자신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제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반인반수의 사티로스(Satyros)가 되기를 원했다. 사티로스는 얼굴은 사람이지만 몸은 염소이며, 머리에 작은 뿔이 난 디오니소스의 시종이다. 주신을 모시는 시종답게 술과 여자를 좋아하며, 과장된 표현과 몸짓으로 우스꽝스러움을 자아내는 급이 뚝 떨어지는 잡신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디오니소스의 제자이며 디오니소스의 시종을 희망한 이 사람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이다. 제목과 서문도 파격이지만, 본문은 한 술 더 뜬다. 『이 사람을 보라』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질문을 던지고 차례로 응답한다.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왜 하나의 운명인가?”

고등학교 이후로 철학 책을 읽은 적이 독자의 기억에는 없다. 고등학교 때도 학과목 이름이 〈국민윤리〉였지 〈철학〉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었다. 교과서 안에 서양철학자와 동양철학자 등이 나온 것을 보고서야 '철학' 과목인 줄 인식했다. 고등학교 교양과목이었을 뿐 입시에도 들어가지 않은 과목이었기에 고등학교 1학년 때만 수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마디로 철학과는 먼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너무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지했다. 간단한 말로 시간이 많아서 철학 책을 다시 손에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발생 직후에 한참 쏟아져 나온 철학 책은 대부분 '니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니체가 쓴 책을 번역하기보다는 니체의 철학을 해석하고 설명해주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철학적 접근이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여러 권 올랐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약간의 관심을 갖고 왜 이 시점에 니체 철학이 출판계 화두가 되었을까? 궁금해 읽어보았다. 여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신경을 써서 다시 접근했다. 니체의 철학에 천착한 저자의 책도 읽어봤다. 쉽게 설명한다고 하지만 독자에게는 쉽지 않았다. 워낙 철학에는 문외한이었으니···. 

출판계는 지금은 니체에서 '쇼펜하우어'로 관심이 바뀐 것 같다. 독자는 최근 쇼펜하우어에 관한 책도 몇 권 선택해 읽었다. 독자는 사실 쇼펜하우어를 의식적으로 싫어했었다. 염세주의자란 말 때문이었다. 그것도 고등학교 국민윤리 시간에 선생님이 한 말이었으니 그대로 믿었다. 어쩌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선생님 말씀이 "쇼펜하우어는 삶을 '고통'으로 전제하고, 염세적 세계관을 가진 철학자였다"는 말을 했다. 거기에 부연한 내용은 학생들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주목을 하지 않자, 농담을 섞어 한 말이었으리라. 그런데 독자가 듣기에는 철학자의 말 한마디에 삶을 끝낸다고? 하는 의문이었다. 선생님이 들려 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염세주의적 세계관을 갖고 세상과 인간의 삶을 이야기했던 그는 유럽의 수많은 청년들을 자살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90살까지 살았다"는 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읽은 몇 권의 책을 통해 지금은 '철학'에 대해 기본적 소양은 갖추었을지도 모르겠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고, 책에서도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책 『지금은 니체를 읽어야 할 때』를 선택한 것은 '니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철학자다.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주창한 말이다. 많은 니체 연구자들이 "니체를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물론 니체 철학이 어렵다는 것을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 니체는 1870년 이른바 '보불전쟁'로 일컬어지는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에 위생병으로 참여했고, 시체와 씨름하다가 이질과 디프테리아에 감염되어 두 달 후 제대했다는 사실이 그의 철학에 어떻게 작용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잔혹한 전쟁의 기억과 주변의 지나친 기대 속에서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odie, 1872)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책은 바그너(Richard Wagner)의 극찬과는 달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학과의 동료교수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사색적 언어, 그리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생소한 견해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니 니체가 어렵긴 어려웠나 보다. 그러나 그의 철학은 어려울지라도 높이 떠받여지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더욱이 그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릴 정도로 독설가이기도 했다는데···. 

이 책 『지금은 니체를 읽어야 할 때』의 저자 김옥림은 "니체는 기존의 전통적인 가치를 허물고 절대 진리란 없음을 설파하며 ‘오직 각자의 주관적인 해석만이 존재한다’고 말한 철학자"로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김옥림 저자에게 니체는 인간이 신(神)을 대신해 '초인'이 되고, 이런 '인간의 의지'가 삶을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저자는 「니체의 가르침에서 삶의 답을 찾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니체의 저서에는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을 많이 남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주장 '신은 죽었다'는 말의 의미는 신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신을 부재를 탓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로 삶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한 것으로 설명한다. '니체의 어록(아포리즘)'이 저자의 생각과 같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밝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니체가 남긴 수많은 저서 가운데 우리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이 책에 기록하고 주석을 달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그는 신학과에 입학했지만, 종교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나갔다는 점에서도 그의 철학의 단면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니체의 저서들에서 뽑은 어록(아포리즘)과 니체의 철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추가해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에 인용된 니체의 저서는 앞서 언급한 『비극의 탄생』,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이 대부분이지만 이외에도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장의 제목만 보더라도 이 책이 어떤 취지로 쓰였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1장 〈제2의 인생도 지금처럼 살아도 좋을 듯이 살아라〉, 2장 〈꿈을 이루고 싶다면 자신의 꿈에 책임을 져라〉, 3장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 4장 〈인생을 최고로 멋지게 여행하는 법〉, 5장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길러야 하는 까닭〉, 6장 〈가장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 등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와 니체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각 장의 하부 항목 역시 소제목을 달아 10여 개씩 각 장을 나눠 설명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간혹 서로 다른 장에서 비슷한 내용이 발견되는 것은 장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른 저서에서 인용한 듯하다. 그만큼 니체가 강조했던 것으로 이해하면 편할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니체 철학의 특징은 ‘긍정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각자 우리의 삶을 사랑해야 하고, 지나친 허무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니체는 생의 의지를 강조하기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로움을 갈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니체는 어려서부터 악기를 다루거나 작곡을 하거나 글을 쓰는 등 예술적인 기질을 타고나 음악가 바그너와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영향으로 평생 동안 예술을 사랑했고, 예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니체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뜨겁게 인생을 살고자 한 철학자이다. 열정과 환희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며, 스스로의 삶을 만족스럽게 꾸려가게 하는 힘을 준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러워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거나 좀 더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가졌다면 이 책을 읽고 실천을 거듭할 것을 저자는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은 니체의 저서들 가운데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문구를 소개하고 지혜롭게 자신의 인생을 일구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덧붙여 니체의 사상과 철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는 앞서 말한 대로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아포리즘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는 말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후회 없이 인생을 살라는 말이다. 니체의 말대로 인생을 만족하게 살았다고 공언한 사람이 있었다고 저자는 실천한 인물을 한 명 슬며시 들춰낸다. 바로 영국 수상을 두 번이나 역임한 명연설가이자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의 위기로부터 영국을 구하고, 연합국의 대표적인 지도자로 영국을 세계 속의 국가로 번영케 한 대정치가이다.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그는 영국 국민들이 가장 존경한 인물로 기리고 있다. 이런 인생을 살았기에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면 제1의 인생과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했던 것이다. 니체가 말했듯이 인생을 다시 산다면 지금처럼 똑같은 인생을 살아도 좋을 만큼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저자는 니체의 말처럼 후회를 줄이고 멋지게 인생을 살기 위한 조언을 책의 본론에 앞선 〈프롤로그〉에 다섯 가지로 요약해 담아 낸다. 독자들이 니체의 말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 다섯 가지 조언을 습관화해 자신의 인생에 적용할 것을 주문한다. 

①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라. 

② 지성을 갖추도록 노력하라. 

③ 덕(德)을 갖추어라. 

④ 건강한 몸을 유지하라. 

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프리드리히 니체 어록〉을 덧붙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사상, 권력에의 의지, 영원회귀사상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인간은 초극되어야 할 무엇이다'라고 말하며, 인간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새롭게 인간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니체는 현대문명의 니힐리즘(허무주의)와 퇴폐주의를 비판한다.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이런 삶의 순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허무주의를 이겨내는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기본 사상인 '영원회귀의 논리'인 것이다. 

이처럼 니체는 현대의 허무주의에서 도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허무주의를 이겨내는 힘은 곧 '권력에의 의지'인 것이다. 이는 곧 초인사상의 근본적인 의의인 것이다. 즉, 인간 각자는 현 상태를 초극하면서 바람직한 자신을 실현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허무주의 초극을 모색하고, 새로운 인간성을 지향한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보듯 그의 저서들에서 가려 뽑은 니체의 어록엔 자기 자신, 삶, 마음가짐, 친구, 세상, 인간, 사랑에 대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정리했음을 밝힌다.(p.322~323)


저자 : 김옥림(金玉林)


현재 시, 소설, 동화, 동시, 교양,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집필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 교육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날》, 《기적을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를 볼 때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한 아침을 여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 《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언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법정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힘들 땐 잠깐 쉬었다가도 괜찮아》,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사랑의 결》, 《월든에서 보낸 소로의 시간》, 인문교양서 《어른들의 문장력》,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통찰력 편》,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교양 편》,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오십에 읽는 노자 도덕경》, 《철학자의 말》, 자기계발서 《명언으로 읽는 100명의 인생철학》, 《책사들의 설득력》, 《유대인 대화법》, 《인생이 깊어질수록 다가오는 것들》, 《이건희 담대한 명언》, 《나와 함께 살아갈 당신에게》, 《품위 있게 나이 든다는 것》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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