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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의 나라 ㅣ 영덜트 시리즈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실(Yssey) 그림, 조현희 옮김 / 희유 / 2024년 3월
평점 :
이 책 『푸른 꽃의 나라』는 이른바 '어른 동화'로 분류되는 소설이다. 동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책은 그림책이라고 할 정도로 그림이 더 많다. 이 책은 선량하고 아름다운 아모르 왕이 포악한 모드레스 왕의 뒤를 이어 음울하고 황량한 나라를 통치하며 시작된다. 욕심 많은 귀족들과 고통받는 백성들을 두루 살핀 아모르 왕은 '푸른 꽃의 법'을 선포해 변화를 꾀한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법을 따르자, 곧 온 나라는 푸른 꽃으로 물들게 된다. 과연 푸른 꽃의 마법이 왕국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다운 푸른 꽃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마법 같은 교훈을 선사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읽고 귀감으로 삼거나 교훈을 머리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동화(童話, Fairy tale)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로서 어린이에게 감동을 주는 형식으로 재미있는 내용과 함께 짜여진 문학의 한 분야다. 동화라는 말이 있기 전에는 '옛날 이야기', '옛 이야기' '옛말'이라고 했다고 한다. 현실의 이야기보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나 전설이나 설화, 민담에서 꾸며진 이야기들로서 어린이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형식으로 어른이 어린 아이에게 현실이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초자연적이며, 꿈과 같은 이야기이지만 '나쁜 사람은 벌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권선징악의 줄거리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선녀, 공주, 왕자, 임금님, 도깨비, 요술쟁이, 형과 동생, 심술쟁이, 바보, 동물이나 나무 등 다양하며, 하늘을 나는 능력을 지녔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초능력적인 인물도 등장한다. 이러한 인물은 현대동화에서도 비과학적 상상을 동원하여 우주를 누비는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어린이로 하여금 꿈을 심어 주며, 그 꿈을 자신이 이루어 내는 현실로 인식되도록 한다.
자연을 신으로 믿게 하고 그 신의 의사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이루어지도록 하는 의인체의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어린이의 흥미를 돋우고 그것이 교육적 목적을 만족시킨다는 동화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창작 동화에서는 새로운 문학 작품으로 압축된 소설적 수법을 구사하여 새로운 어린이의 심리적 흥미를 나타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문학비평용어사전)
이 책의 저자는 프랜시스 버넷(Frances Eliza Burnett, 1849~1924)으로 미국 작가다. 베넷은 당시 미국의 청교도적 사회규범에 대한 반발로서 요구되었던 감상주의와 자본주의 발전기에 따르는 기회신화(機會神話)의 꿈이 담긴 작품을 많이 썼으며,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사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 우리가 어렸을 때 주로 읽었던 『소공자』, 『소공녀』 등이 있다. 대표작 『소공자』는 작중인물의 귀여운 옷차림이 미국이나 서구 사회에서 크게 유행할 정도로 인기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녀의 작품에서 그려진 꿈의 세계가 도리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1909)은 일본에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영화 시리즈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KBS에서 방영했다.
인도 여행 중 부모를 잃은 메리는 스코틀랜드의 대저택에 사는 삼촌의 집에서 살게 된다. 메리는 마음씨 착한 하녀 마사와 마사의 동생 디콘을 만나 마음을 열게 되고 비밀의 화원을 발견해 화원을 가꾸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밤 울음소리를 따라 가던 메리는 몸이 허약해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사촌 콜린을 발견한다. 메리와 디콘은 콜린을 비밀의 화원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이 화원을 통해 아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피어나고, 차가웠던 사람들의 가슴이 다시 따뜻해진다.(두산백과)
이 책 『푸른 꽃의 나라』는 희유출판사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발행하기 위해 새로 출범한 〈영덜트 시리즈〉는 희유출판사가 동화책에서 그림책으로,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도약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그림책 프로젝트다. 영(Young)과 어덜트(Adult)의 합성어를 사용하여 동심을 넘어 인심을 함양해 보자는 포부를 담았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또한 어린 시절 동화책을 펼치며 느꼈던 설렘을 재현함으로써 현실에 지친 성인들에게 색다른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갓 스물이 된 아모르가 음울하고 황량한 왕국을 맡으며 시작된다. 포악한 모드레스 왕이 통치하던 나라는 욕심 많은 귀족들과 고통받는 백성들로 가득하다. 현명한 어머니 덕분에 참된 스승을 만나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모르 왕은 비탄에 빠진 왕국을 구하기 위해 '푸른 꽃의 법'을 선포한다.
자연을 이용해 소설의 구심점을 만드는 프랜시스 버넷 작가 특유의 개성이 어김없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비밀의 화원』에서 화원을 통해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던 버넷은 『푸른 꽃의 나라』에서 푸른 꽃을 활용해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또한, 작가는 어린 아모르 왕이 바위산에서 성장하는 장면을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자연을 벗 삼아 사는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해당 풍경은 음울한 왕국에 편향된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 한편, 왕국과 대비를 이루며 절망적인 상황을 부각하기도 한다. 푸른 꽃은 희망의 상징이자 협동의 결과물이다. 드디어 왕국이 새롭고 활기찬 나라로 거듭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야기 속에 누구도 소외된 사람이 없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푸른 꽃의 마법은 심지어 꽃을 피워 내지 못한 절름발이 아이에게도 공평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버넷은 이를 통해, 모두가 같은 결과를 만드는 사회가 아닌, 능력껏 노력하는 사회의 일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로써 그림책 『푸른 꽃의 나라』는 각박한 현실을 사는 현대인에게도 희망과 위로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현대 사회는 각종 공해 물질과 기후 변화로 '반자연(反自然)'의 시대다. 이 책 『푸른 꽃의 나라』의 상징이자 은유인 '푸른 꽃'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영감을 줄 것이다. 당시 저자가 살던 시대는 미국이라는 신대륙은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놀랄 만한 변화의 신기원을 이룩해 나간다. 특히 엄청난 자원과 불모지의 대륙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게 될 정도로 동기 부여가 확실했다. 자본주의와 함께 누구든 원하는 만큼의 부를 챙기기에 모든 조건이 탁월하게 갖춰진 사회로 변모했다. 이에 이주 정착민이든 유럽에서 이주해와 살고자 한 유럽민들에게 말 그대로 기회의 땅이 된 것이다. 이처럼 급작스런 문명의 발전은 예기치 못한 많은 부작용을 빚기 마련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이를 막아서는 장애물은 제거하기 시작한다. 독립한 지 100년밖에 안 된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공언하고 독립국가를 정식으로 출발시켰다. 하지만 노예 문제, 총기 소지 문제 등은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문제로 남아 있다.
세계 최대의 패권 국가로 부상한 미국 사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다 되었는데도 세계 질서를 바로 잡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짧은 역사의 국가이지만 세계의 각종 전쟁에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며 참여해 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희생적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국위는 크게 선양되고 자본주의 체제의 많은 나라들에게 종주국처럼 군림하게 됐지만 공산 사회주의와의 대립은 여전하다. 1990년 구 소련 체제가 붕괴하며 미국과 자본주의 사회가 승리한 듯했지만 이젠 중국이 러시아(구 소련)를 대신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도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며 국제 분쟁에 개입함으로써 옛 영화(?)를 되찾으려 하는 모양새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보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사는 게 더 힘들다는 반증일까?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책이 바로 이 책 『푸른 꽃의 나라』다.
저자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 프랜시스 엘리자 버넷)
1849년 11월 24일 영국 맨체스터의 치탐 힐에서 태어났다. 빅토리아 시대(영국의 산업혁명 최절정기)에 철물점을 경영하던 재력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어머니와 다섯 남매가 맨체스터 빈민가로 쫓겨난다. 어머니와 다섯 남매는 가난에 쪼들리며 살아야 했다. 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의 버넷은 이 시기에 소설책을 읽고 이야기를 지으면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1865년 외삼촌의 권유로 온 가족이 미국 테네시 주 녹스빌로 이주한 뒤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버넷은 투고료를 목표로 글을 쓰기로 결심, 산포도를 따다 판 돈으로 간신히 종이와 우표를 사서 잡지사에 원고를 발송한다. 하지만 그때 직접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본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는 통찰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잡지사에 보낸 소설이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그 이듬해인 1867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네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글쓰기에 전념했으며 『고디스 레이디스북』이라는 여성 잡지를 통해 첫 작품을 발표했다.
그 후 몇몇 잡지사에서 한 편에 10달러를 받고 한 달에 대여섯 편의 소설을 썼다. 이 시기에 버넷이 주로 썼던 내용은 ‘학대받다가 끝내는 보상받는 영국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몰락한 가문을 차츰차츰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이후 의사인 스완 버넷과 1873년에 결혼하여 슬하에 두 아들 라이오넬과 비비안을 두었고, 배우인 스티븐 타운센드와 1900년에 재혼했으나 만 2년 만에 이혼했다. 그녀는 영국의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 쓴 작품들로 어른 독자층을 파고들었다. 아동소설로 눈을 돌리기 전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꽤 많은 인기를 누렸다.
대표작으로 『로리 가(家)의 그 아가씨』(1877), 『셔틀』(1907) 등이 있다. 『폰틀로이 공자』(1886)보다 앞서 쓴 소설 『하얀 벽돌 뒤편』이 [세인트 니콜라스 매거진]에 발표되었을 때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 후 『폰틀로이 공자』, 『소공녀』(1905), 『비밀의 화원』(1911), 『로리 가의 그 아가씨』, 등의 작품들도 줄줄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이 세 소설을 포함한 자신의 작품들을 각색하여 런던과 뉴욕의 연극 무대에 올려 흥행에 성공했다. 버넷은 74세로 1924년 10월 29일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림 : 실(Yssey)
까마귀의 마음으로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포착하여 그립니다.
역자 : 조현희
한국어의 운율과 느낌을 이야기에 담아내고 싶어 번역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하나의 의미로 연결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푸른 꽃의 나라』를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