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에 도둑맞은 탁월함
이재영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평범함에 도둑맞은 탁월함』의 저자 이재영은 「내면의 탁월함으로 나아가라」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신은 천재에게 불행을 선사해 일반인에게 위로를 주는가? 아니면 불행한 사람에게 재능을 선물해 위로를 주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첵의 표제어의 '탁월함'에 대한 저자의 사유의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는 얼마 전 TV 드라마로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사례를 들어가며 과연 탁월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에 접근해 간다.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법전과 판례를 정확하게 외우는 기억력과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논리력으로 법정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일상적인 행동에서 불안장애를 드러내는 등 약점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이와 비슷한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살펴도 많은 사람이 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비롯, 발명왕 에디슨도 일상에서 허점을 드러낸 '괴짜'의 이력을 갖고 있다. 예술계와 철학자 중에도 정신장애로 불행한 삶을 살지만 뛰어난 학문적, 예술적 업적을 쌓기도 했다. 고흐나 쇼펜하우도 등도 이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이를 학문적 용어로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 말한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흔히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 맞추기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영국의 의학박사 다운(John Langdon Haydon Down)이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다운 박사는 정신과 병동에서 30년간 일하면서 1887년 런던의학협회에 서번트 증후군에 해당하는 10명의 사례를 발표한 것이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다운 박사가 이들을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 혹은 ‘백치천재’라 호칭했는데, 이는 낮은 IQ를 가진 석학 혹은 천재를 뜻한다고 한다. 이들 환자는 수학, 음악, 미술, 기계 등의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였고,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자연 속의 생존경쟁은 치열하다. 사슴은 뿔을 부딪쳐 우열을 다투고, 하마도 입을 크게 벌려 영역을 다툰다. 심지어 자그마한 화단에서조차 식물들끼리 뿌리를 뻗으며 경쟁한다. 끝없는 생존경쟁에서 가장 우위를 점한 동물이 호모 사피엔스다. 이들은 힘과 속도로 경쟁하는 다른 짐승들과 다르게 사고하는 능력을 길렀고, 덕분에 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다. 문명이 발달한 현대 사회도 자연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생존 외의 것을 두고 경쟁할 뿐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재력을 과시하고, 누구나 알아주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하고, 명함에 한 줄이라도 더 새기고자 분투하는 등 갖가지 경기장에서 선수의 입장이 된다.

경기장의 테두리, 즉 셀(cell)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우리의 행동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을 넘는 자에게는 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은 그 안의 존재들을 하나로 묶어서 평범함의 범주에 끼워 넣는다. 그래서 셀 안에서 아무리 날고 긴다는 사람도 그 작은 경기장을 넘을 수는 없다.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마냥 꼼짝 못 하고 굶주린 거미에게 잡아먹히길 기다리는 신세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아브라삭스’처럼 알을 깨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은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알, 즉 스스로의 한계를 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야기 속의 영웅들처럼 커다란 시련을 거칠 필요도 없다.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7가지 능력을 찾아내고, 7가지 도구를 통해 능력을 배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탁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사유와 연구의 결과다. 우리말 사전에서는 탁월(卓越)함에 대해 '남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남'으로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어로 삼은 '탁월함'이라는 단어에 대해 한자어 어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탁(卓) 자의 갑골문을 살펴보면 '새가 새 그물 위에 나는 모습'이다. 사람이 쳐놓은 새 그물보다 훨씬 높게 나는 새는 높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다.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안전하다. 바로 그런 높이를 탁(卓)이라 한다.



탁월함은 시대에 따라 다른 말로 등장한다. 지고한 이데아를 추구하던 시절,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과 달리 현실을 바라보았다. 그는 탁월함을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어떤 가치나 상태로 설명하고자 했다. 그의 설명은 '아레테(ARETE)'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이 단어를 '어떤 존재의 본질이 드러남' 혹은 '자기다움'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이것을 덕이라고 불렀는데, 그 덕은 '비르투스(VIRTUS)'라는 단어로 오늘날 전해진다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백과사전들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고르기아스』(해제)란 저서의 「탁월함(덕)과 질서」의 장(章)을 통해 ① 도구든 육체든 혼이든 살아있는 어떤 것이든 각각의 탁월함은 아무렇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각각에게 할당되는 짜임새 있는 배열(taxis)과 올바름(orthot?s)과 기술(techn?)을 통해서 그렇게 된다. ② 각 사물의 탁월함은 짜임새 있는 배열에 따라 배치되고 질서를 갖춤으로서 성립하는 것이다. ③ 따라서 있는 것들 각각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각자 안에 생기는 각자의 고유한 어떤 질서(kosmos)이다. ④ 따라서 자신의 질서를 갖고 있는 혼이 무질서한 혼보다 더 훌륭하다. ⑤ 질서 있는 혼은 절제가 있다. ⑨ 절제 있는 혼은 훌륭한 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기능과 덕(탁월성)」의 장(章)을 통해 매우 자세하게 탁월함에 대해 기술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이제 인간의 기능은 이성과 일치하는 혹은 적어도 이성과 분리되지 않은 영혼의 활동이라는 것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나아가 한 종에 속하는 어떤 것의 기능과 그 종에 속하는 탁월한 어떤 것의 기능은 동일하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하프 연주자의 기능과 탁월한 하프 연주자의 기능은 동일하고, 이 점은 다른 모든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탁월한 것의 탁월성(arete)에 있어서의 두드러짐은 기능에 부가된다. 즉 하프 연주자의 기능이 하프를 연주하는 것이라면 탁월한 하프 연주자의 기능은 하프를 잘 연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상정이 맞는다고 한다면, 우리는 인간의 기능을 어떤 종류의 삶으로 규정하고, 또 이 삶을 이성을 동반하는 영혼의 활동과 행위들로 규정한다. 따라서 뛰어난(spoudaios) 사람의 기능은 이것들을 잘 그리고 훌륭하게 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각의 기능은 그것의 부류에 고유한 탁월성(arete)에 따라서 수행될 때 잘 수행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로 ‘탁월성’(excellence)으로 번역되지만 워낙 ‘덕’(德, virtue)이라고 자주 번역되어 온 헬라스어 아레테(arete)는 앞서 토론했던 ‘좋음’과 ‘선’의 구별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외과 의사로서는 좋지만 인간으로서는 선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주는 바는 한 인간의 전문적 능력, 기능을 중심에 놓는 ‘좋음’과 그것과 상관없이 성립하는 듯이 보이는 도덕적 의지의 ‘선’한 사용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다. 물론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에서와 같이 ‘좋음’이 전문 지식과 대비되는 도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또 주로 인간의 좋음과 관련해서 양자의 일치 현상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저자가 〈프롤로그〉를 통해 언급한 자연 속 생존경쟁의 사례로 "올챙이가 자라서 개구리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올챙이 꼬리는 개구리가 되는 과정 속에서 생체시계가 다해 소멸한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이를 사후세계에 대한 지혜로 여겼지만 개인의 내면에 숨어있던 탁월함이 드러나는 것을 설명하기에 안성맞춤이란 지적이다. 이런 까닭에 저자는 평범에서 탁월함으로의 변화는 간헐적인 불연속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지는 체험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날개를 달고도 풀잎 위를 기어 다니는 애벌레 흉내를 내는 나비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작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데 이견이 없는 과학자들이 지닌 천재성의 이면에 숨겨진 노트를 들춰내고 그 노트를 따라 쓴다면 누구든지 탁월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독자는 이 전작을 읽어보지 못했다.) 하늘은 공평해서 누구에게나 천재성을 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꺼내지 않은 채 평범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이 책에서의 저자의 주장은 한층 더 나아간다. 탁월한 사람은 남다른 사람이다. 경쟁에 승리하여 금메달을 거머쥔 자는 탁월한 사람이 아니라, 우수한 사람일 뿐이다. 탁월한 사람은 남다른 사람, 즉 남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탁월한 까닭은 모두가 전기로 움직이는 차는 골프장 카트 정도로만 생각하던 시절에 자동차 바닥에 배터리를 깔아서 엔진 자동차와 동일한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가 개척한 길은 전 세계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탁월함의 길은 일반적인 의미의 성공과는 다르기에 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성공을 거뒀음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대세를 거부하고 나만의 작은 길을 찾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p.7)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탁월함의 결과보다는 탁월해지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그저 "우리는 모두 탁월함으로 나아갈 문을 갖고 태어났고, 그 문을 찾고 두드리면 열린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피로사회를 떠나 여행을 떠나자〉, 2부 〈평범한 사람이 탁월해지기 위한 7가지 조건〉, 3부 〈평범한 사람이 탁월해지기 위한 7가지 도구〉 등이다. 각 부는 각각 5~7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있고, 각 단락별로 소제목을 붙여 일목요연하게 책의 내용을 살필 수 있도록 목차에 적어 두었다. 물론 1부는 서론에 속하는 일반적인 풀이와 '평범함'의 성격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논의한다. 2부에서는 개인의 내면에 잠재된 능력들 중 어떤 것을 이끌어내야 하는지 '7가지 조건'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3부는 탁월해지기 위한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들을 제시한다.

개인의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굴레가 아니다. 당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밀레니얼 제트 세대, 즉 ‘MZ세대’는 이미 기성세대가 만든 틀을 깨고 탁월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잘나가는 젊음이 있는가 하면, 일면에는 많은 걸 포기하고 그저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N포세대’도 있다.

두 집단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삶의 양식이 이토록 다른 걸까.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이들만 잘나가는 걸까? 그렇지 않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천재 중에는 불행한 가정사를 가진 이들이 많다. 위대한 사람의 불행을 들춰내서 그들의 상처를 후벼 파자는 말이 아니다. 그들의 탁월한 성취와 결핍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하다. 결핍은 우리에게 지독한 무력감을 선사하지만, 때로는 원하는 걸 손에 쥐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 능력으로는 안 돼.’ ‘천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야.’ ‘1등은 분명 똑똑한 애들이나 하는 거겠지.’ 살면서 한 번쯤 해봤을 체념을 넘어서자. 수많은 천재들도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은 채 탁월함으로 도약할 준비운동을 하자. 이 책은 당신이 탁월해지기 위해 떠나는 여행길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탁월함을 향해 떠나는 여행길은 고되겠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붙잡을 순간은 반드시 온다.

이 책은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탁월함에 이를 수 있는 7가지 조건과 7가지 도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7가지 조건은 ① 통찰력 ② 괴짜 정신 ③ 결핍 ④ 도전 정신 ⑤ 의지력 ⑥ 프로 의식 ⑦ 인문학적 성찰 등이다. 독자가 임의로 핵심 단어만 나열했으니 독자들의 일독이 필요하다. 또 7가지 도구로서는 ① 휴대 노트 ② 도서관 ③ 편지 ④ 멘토 ⑤ 창조의 시간 ⑥ 나만의 작업실 ⑦ 휴식 등을 제시하고 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목표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고. 목표를 세우고 쉼 없이 정진하는 것도 좋겠으나, 목표가 보이지 않거든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오늘이라는 무수한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될 것이고, 언젠가 ‘나의 목표는 이것이었구나.’ 하고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혹시 오디세우스도 한동안 아내를 잊었다가 어느 날 아내의 존재를 깨달으며 집요하게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p.171)


저자 : 이재영


한동대학교 기계제어공학부 교수이며 포스코 석좌교수이다. KAIST에서 이상유체 지배방정식과 해석 및 특이현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McMaster 대, Purdue대에서 객원교수를 했다. 에너지시스템 안전과 미래에너지 관련 연구, 과학기술과 인간정신의 상호작용 관련 연구를 해오고 있다. 산문집으로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노트의 품격』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SF 장편소설 『지적거인』을 펴냈다. 강연으로는 2010년 G20 정상회담기념 TECH+2010강연 <융합인재의 조건>, 2017년 석학 인문강좌 <공기방울의 인문학>, 2018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노트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