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
마스노 슌묘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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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은 표제어에 나타난 대로 '나이듦에 대하여'에 대한 에세이다. 나이듦이란 늙는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일 뿐 늙기 전에 갖추어야 할 자신의 마음과 정신, 삶의 자세를 모두가 바라는 '평안한 노후'를 대비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저자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선(禪)의 정원 디자이너로 유명한 마스노 슌묘이다. 승려이자 대학 교수이고 디자이너다. 일본의 승려는 우리와는 다르게 별도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들은 바가 있는데 이 때문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아무것도 없는 정원’을 디자인하기 위해 늘 고심한다고 한다. 그는 정원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 늘 염두에 두는 것은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단계까지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뢰자로 하여금 ‘아무것도 없는 데에서 느끼는 평온함’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선의 정원이 지향하는 목표라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복잡함을 덜어내면 편안함이 뒤따른다. 주변 시선을 개의치 않고, 단조로운 가운데 여유가 생긴다. 또한 복잡함을 덜어내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보인다. 새로운 내가 보이고, 새로운 사람, 새로운 즐거움이 뒤따른다. 생활에서도 마음에서도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줄이고 각자 간소하면서도 편안하고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노년을 구상해 보자는 취지로 집필했다. 심플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세상의 분주함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의 서문인 「들어가며」를 통해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 늙음이다. 그렇다면 굳이 나이 드는 것에 거역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고 즐겁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에 마음을 기울이는 쪽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행복한 노년을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덜어낸 것은 무엇인지, 또 빛나는 말년을 보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사고방식은 어떤 것인지, 이 책이 적어도 그 힌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p.7)



우리도 한동안 '100세 시대'라고 떠들썩했었다. 이 열풍을 앗아간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이겠지만, 사실 굉장한 뉴스거리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보다 이 열풍이 먼저 불었던 나라라면 일본일 것이다.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장수국'으로 손꼽히고 있고 장수시대 열풍도 수십 년 전 겪었다. 책 속에서 저자는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의 기대수명은 여성이 87.6세, 남성이 81.5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은 최상위에 있는, 그야말로 장수국가라 할 수 있다.(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여성이 85.6세, 남성이 79.9세다.) 

우리 대부분은 인생 50, 60까지 부지런히 달려왔어도 여전히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이 있고,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로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끌려 다니다가 ‘아뿔싸, 늦었구나!’ 할 때가 온다고 저자 마스노 슌묘는 말한다. 저자는 이 모든 게 단숨에 정리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선 10%씩만 정리해 보자고 책에서 제안한다. 옷장 속에 열 개의 가방이 들어 있다면 그중 한 개씩 버리거나 정리하는 연습을 하자는 제안이다. 처음에는 10%를 덜어냈지만 나중에는 꼭 필요한 것만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단조로움 속에서 느긋하게 웃는 것이야말로 누구나가 바라는 노년, '평안함'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옷장을 조금씩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자는 죽기 전에 하는 생전 정리가 아니라 노인이 되기 전에 ‘노전’ 정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신체의 쇠약함을 느끼기 시작한 이후에 “이제 생전 정리를 해야겠다”라고 하면 만족스럽게 정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늙기 전에, 몸을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을 때 차근차근 정리를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물론 그게 물건이 될 수도 있고, 마음 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놓지 못하는 미련이나 집착일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건강을 위해서도 노전 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60세가 넘어서 ‘이제 운동을 시작해보자’ ‘건강을 챙겨보자’ 하면 늦다고 한다. 운동도 습관이 들어야 60대, 70대가 되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고,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고 하더라도 하루라도 일찍 배워 두어야 노년에 가서도 다치지 않고 운동으로 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사는 동안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자각했던 사실이다. 독자 역시 이젠 슬슬 노후 자금도 걱정되고 건강도 걱정될 나이다. 아직 일상을 꽉 채우고 있는 것들을 덜어낼 생각은 없지만 계획을 세울 무렵엔 채우기보다는 비움으로 새로운 즐거움들을 찾아가야겠다는 각오를 이 책을 통해 다질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표제어 『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으로 정한 이유를 슬며시 꺼내 놓는다.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바삐 살아왔지만 이제는 숨을 고르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 세계적 추세도 복잡함을 덜어내고 간소함의 미덕을 배워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복잡하고 속도가 빠른 변화로부터 오는 것이 클 것이다. 이를 일상에서 매일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속에 매일을 살아야 한다.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의식하지도 못한 채 일에 몰두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신적 불안 등 장애 요인을 발견해 당황하는 사례가 셀 수 없이 등장한다. 정신 장애나 심리학이 부각되는 사회다. 그만큼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주범은 스트레스 누적으로 인한 신경증세가 단연 압도적이라고 전문가와 언론은 한목소리를 낸다. 이에 저자의 '심플한 삶'과 '평안한 삶'이 함께 나란히 설 수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저자는 나이 드는 것을 서글프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겠지만, 반대로 나이를 먹어야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과 삶의 지혜가 있다고 역설한다. 늙음도 얼마든지 즐겁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자 곳곳에 배어 있는 중심 생각이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이 들면서 새롭게 알게 된 즐거움〉, 2장 〈나이 들어 더 이해되는 인간관계의 행복〉, 3장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한 지혜〉, 4장 〈소박함 속에서 다시 배우는 풍요로움〉 등이다.



이 4개의 장에는 각각 11~15개 항목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분되어 있다. 책을 읽어본 독자로서 이 책은 워낙 쉽게 기술돼 한 번 쭈욱 훑어만 봐도 이해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다. 장을 나누는 것은 형식상의 문제이지 나누지 않을 경우 너무 길게 늘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까 우려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이해되는 까닭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정서가 같은 동양인으로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면 역자가 훌륭하게 번역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역자 이정환은 일본어 번역에는 많이 알려진 번역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일본어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의식과 우리나라 사람의 의식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훌륭한 번역은 그만큼 독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저자가 승려이고 대중에게 삶의 태도나 지혜를 전수하는 일을 한다는 데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일본어로 된 훌륭한 책은 일본인에 대한 민족적 반감보다는 친근감이 드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1장의 표제어다. 독자는 1장의 여러 항목 중 「새로운 자신을 만난다」에 주목한다. 이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나이를 먹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고 전제하며 글을 이끌어간다. "신체는 근력이 쇠약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젊은 시절에는 간단히 할 수 있었던 일들이지만 나이를 먹으면 그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이 있다." 저자의 논리는 급반전한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포기한다’는 것은 ‘명확하게 판별할 줄 안다’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명확하게 판별하는 것! 나이를 먹어서 할 수 없게 된 것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이제 포기하자.’, ‘이것까지는 아직 할 수 있으니까 시도해보자.’라는 식으로 현재 자신의 능력을 판별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새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인다."(p.38)



2장 〈나이 들어 더 이해되는 인간관계의 행복〉에서는 「대접을 하며 활력을 되찾는다」가 눈길을 잡아 끈다. 타인을 집으로 초대하면 집안의 활기가 넘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도시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일에 익숙지 않다. 그러다 보니 독자도 집으로 사람을 초대한 일이 별로 없었음을 되새겨본다. 겨우 집 사서 이사한 후 동료나 친구들을 초대해 '집들이'와 가까운 동료들과 '2차'로 집에 '초대' 아닌 '습격'한 일은 있었지만 말이다. 저자도 그 점을 의식했을까? 한 사례를 80대, 남편과 사별한 여성 S로 들고 있다. 젊은 나이에 혼자 살면서 이성을 초대하거나 아무 관계도 없는 사이의 사람을 초대할 일은 없을 터다. 책에는 다음과 같이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지인을 집으로 초대하는 습관은 S씨에게 재미있는 변화를 안겨주었다. 그중 하나가 복장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양말이 약간 낡았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라도 갑자기 지인을 집으로 초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단정한 차림을 갖추게 되었다. 나아가 집 안도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졌다. 정성을 들여 청소하게 되었고 차를 내놓는 식탁은 늘 깨끗하게 정돈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일상에 활력을 준다. 식사 준비를 할 때에도 ‘다음에 지인들을 초대하면 이런 요리를 해줄까?’ 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제과점 등에서 맛있는 과자를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p.97)

같은 장의 「혼자 여행을 떠나본다」는 무척 인상적이다. 어쩌면 독자도 이 항목의 일들을 오래 기억에 남겨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신이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장소로 떠날 수 있고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서 좋다는 장점을 먼저 이야기한다. 혼자 하는 여행은 굳이 계획을 짜지 않아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하면 된다는 의미에서 매우 자유롭다는 잇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혼자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면 여행지에 관한 기대감이나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등, 일상생활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감정이 넘쳐 흐른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익숙하지 않은 탈것들을 타보고 익숙하지 않은 경치를 만나면 마음은 고조되는 까닭이다.

 

3장에서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 소식(小食), '신체의 말'에 귀 기울이기, 바른 자세, 호흡, 웃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인생 마무리 방법 등 적지 않은 분야에서 부딪치는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의 제안대로 실천만 한다면 '삶의 지혜'로 바꿔도 상관없을 일이다. 이 가운데 소식은 일본인들의 '장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독자는 알고 있다. 또 육류보다는 가급적 채소와 생선을 주로 먹기를 권장하는 의사의 처방과도 잘 어울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가 부를 때까지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60이 넘을 경우 소식을 권장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또 곧고 바른 자세를 유지할 것을 주문한다. 이밖에도 호흡, 웃음 등 많은 참고 사항을 말한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저자 : 마스노 슌묘(ますの しゅんみょう, 升野 俊明)


1953년 가나가와 현 출생으로, 겐코지建功寺의 주지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또한 다마미술대학 환경디자인과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특별교수로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선禪 사상과 일본의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선의 정원’ 창작활동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예술선장 문부대신 신인상’을 정원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수상하였으며, 독일연방공화국 공로훈장인 공로십자훈장,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공로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였다. 2006년에는 <뉴스위크> 일본판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인’에 선정된 바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 도쿄 캐나다 대사관과 세룰리언타워 도큐호텔의 ‘일본 정원’ 등이 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불필요한 것과 헤어지기』『일상을 심플하게』『오늘, 마음 맑음』 등이 있다.


역자 : 이정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과장을 거쳐, 현재 전문 번역가 및 동양철학, 종교학 연구가, 역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돈의 맛』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지적자본론』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말의 기술』 『오다 노부나가 카리스마 경영』 『적을 경영하라』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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