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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세계사 - 생명의 탄생부터 세계대전까지, 인류가 걸어온 모든 역사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이 책 『인류의 세계사』는 『타임머신』, 『투명인간』, 『우주전쟁』 등 세계적인 명작을 남긴 허버트 조지 웰스가 저술한 역사서다. 이 책은 웰스가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저술한 역사서이지만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까지 인류가 지구상에서 해온 일을 일목요연하게 풀어쓴 명저로 손꼽히고 있다. 웰스는 이 책이 출간된 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독자도 어렸을 때 완역판은 아니지만 발췌본으로 나온 『타임머신』, 『투명인간』 등을 읽은 기억이 있다. 오웰의 과학적 상상력은 독자들을 과학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월등한 기여를 함으로써 'SF 문학(과학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운다. 이 책은 역사, 철학, 종교를 아우르는 인류사의 치열한 고민들을 담아냄으로써 아인슈타인에 의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한 역사책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200여 개의 이미지 자료와 지도를 수록하며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모두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독자도 이 책을 받아든 순간 사진과 그림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금세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보고서다. 높은 해상도의 사진과 그림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고, 독자들에게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 번 사실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아마 발전된 편집 능력과 인쇄술의 혜택도 작용했을 것이다.
『인류의 세계사』의 이번 개정판은 200여 개의 시각 자료와 지도를 수록하며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모두 담았다. 인류의 위대한 모험을 함께하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이 책은 역사적 사건들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세계사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소설처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조지 오웰, 버트런드 러셀 등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역사를 바라보는 웰스의 객관적인 통찰력으로, 초판 출간 당시 나치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는 사실은 역사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에피소드이자 증거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허버트 조지 웰스, 아인슈타인을 설득하다」란 제목의 개정판 책의 〈서문〉에서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저명 인사에 미친 영향을 그들의 입을 통해 들어보는 기회가 제공된다. 〈서문〉에 따르면 『동물 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은 그에게 큰 영향을 받았는데 웰스를 "너무 제정신이어서 현대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을 사숙하며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고 말했다. 로켓 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고다드는 웰스의 『우주전쟁』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인류 발전에 끝없는 비전을 제시했으며 '어두운 진실'을 예언했다.
〈서문〉을 쓴 사람은 웰스는 아니지만 이번 개정판의 편집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는 '어두운 진실'의 이야기도 여기에 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한 달 전인 1939년 헝가리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 실라르드 레오(1898~1964, 헝가리는 우리처럼 성이 앞에 오고 이름이 뒤에 온다)는 헝가리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다. 1933년에 핵 연쇄 반응을 발견하여 핵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1939년에는 아인슈타인과 함께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아인슈타인-실라르드 편지를 보내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건의하여 맨해튼 계획을 추진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역시 아인슈타인처럼 유대인이다. 베를린-카를로텐부르크 공과대학교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막스 폰 라우에 등의 물리학 강의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아인슈타인과의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실라르드는 1933년 나치의 유대인 사냥에서 벗어나 런던으로 건너왔다. 바로 그 무렵 그는 핵에너지의 실용화 가능성을 부정하는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글을 타임스에서 읽고 그의 속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1년 전에 실라르드는 H. G. 웰스의 1914년 과학 소설 『해방된 세계』에서 인위적 핵붕괴를 이용하는 "원자탄"에 대한 공상과학적 묘사를 읽고 웰스의 상상력에 공감하였다. 그해 1933년에 실라르드는 핵 연쇄 반응 제어를 설계하고 이듬해에 이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였다. 이렇게 해서 핵 연쇄 반응의 평화적 이용과 전략적 이용의 길이 열렸으나, 이러한 실라르드의 공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실라르드는 독일에서 망명한 유대인 과학자로서 히틀러의 위험성을 잘 알았다고 한다. 그는 아인슈타인에게 원자폭탄이 생겨나는 것은 시간문제이니, 최소한 히틀러보다는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원자폭탄의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라르드의 설득에 아인슈타인도 결국 원자폭탄의 가능성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다. 역사적인 맨해튼 계획의 시작이었다. 오웰은 당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언가'로 불릴 정도로 통찰력과 영향력을 지닌 사상가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다. 자신이 예측한 년도에 우려했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원자폭탄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목격하자 말년에는 비관주의자가 되고 만다.
"우리가 전쟁을 끝내지 않는다면 전쟁이 우리를 끝낼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말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동감하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자의 운명은 그 미래에 압도당할 운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그는 자신의 책 개정판에 〈서문〉을 추가한다. "더는 할 말이 있는가? 이제는 내 묘비명밖에 없다. 내가 말했잖아, 이 바보들아.(I told you so. You dammed fools.)
아인슈타인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한 역사책으로 이 책을 추천했다.(Education and World Peace, A Message to the Progressive Education Association, 23 November 1934) 아인슈타인은 〈추천사〉에서 저자 "웰스는 역사를 살아가는,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에 집중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생각햇던 사상, 철학, 종교와 치열한 고민들을 담았다. 웰스가 과학 소설로 유명했듯 세계사 역시 소설을 읽듯 단숨에 읽을 수 있게 썼다. 세계사의 단편이 아닌 전체적인 흐름 자체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이후 웰스는 3권 분량의 『세계사 대계(The Outline Of History)』를 집필하여 당시 200만 부가 팔리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다. 역사에 더욱 몰두한 그는 내용을 다듬고 간추려 이 책 『인류의 세계사』를 출간했는데 대중을 상대로 한 최초의 한 권짜리 역사 책이었다고 이 책의 〈서문〉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생명의 탄생」 2장 「인류의 기원」 3장 「문명의 발생, 고대 국가의 출현」 4장 「고대 철학과 사상」 5장 「천년 제국, 로마인 이야기」 6장 「중세 유럽과 아시아」 7장 「종교개혁과 패권 다툼」 8장 「시민혁명과 산업혁명」 9장 「제국주의와 세계대전」 10장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등이다. 한국어 번역판이어인지 「한국사 세계사 비교 연표」가 눈에 띈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으로 고등학교 때 배운 세계사 교과서가 생각나기도 한다. 역사에 통찰력을 갖고 있는 웰스지만 이 세계사 책은 서양 중심에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세계의 중심이 된 가장 발전된 문명은 유럽 중심의 세계관이었으니 그랬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하다. 아예 동양사를 뺀 것은 아니지만 다루는 페이지도 적을 뿐 아니라 저자 웰스가 연구하고 탐구한 느낌은 별로 없는 것은 독자가 동양인이고, 역사 지식이 부족해서일까? 기술 내용으로 독자가 판단하기엔 깊은 연구는 없었던 듯한 느낌이다. 연대순으로 본 「한국사 세계사 비교 연표」는 원래 초판에 실린 것인지 후에 번역 개정판에 우리 출판사 측에서 붙여 넣은 것인지는 독자로서는 알 수 없다. 세계 속의 한국을 들여다보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아 편집진에게 감사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유럽 중심의 역사서지만 세계 인류의 역사 속 활동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것은 웰스에 대한 역사 통찰력이 작용한 탓으로 이해된다. 웰스는 아인슈타인의 〈추천사〉에서 말한 역사를 살아갔던 ‘사람’에게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사의 흐름에서 기점이 되었던 사건들은 물론 당시 시대를 살아갔던, 살아가야만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 자체에 집중한다는 것이 역사를 보고 이해하는 올바른 관점이 아닐까 하는 자각심도 생긴다. 한다. 웰스의 역사 관점은 역사란 무엇이고, 인류의 역사는 어떤 것이었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 분명한 이상 역사서 기술의 한 모델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는 평가에 독자는 공감한다.
세계사 책 가운데 생명의 기원이나 인류의 기원을 함께 다룬 것은 독자로서는 이 책 『인류의 세계사』이 처음이다. 세계사는 유사 이후의 인류의 발전 과정을 통해 문명 발전에 초점을 두고 기술하기 때문에 확실한 기록이나 남아 있는 유적을 통해 과거사를 파악하고 있다. 문자나 그림 등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시대의 상황을 고고학이나 인류학 등을 통해 가설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과학적 사실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 책은 생명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언급한다. 이 점은 세계사를 기술하는 책에서는 흔히 있던 일이 아닌데 웰스는 과감하게 이를 세계사 시작 단계에 끼워넣음으로써 인류의 발전을 조망하고 있다. 현재 인류의 기원은 현생 인류가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하는 것은 단일 지역 즉,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설과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기원했다는 설로 나뉘는 상황이다. 또 생명의 기원설도 아직은 확실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생물학의 뉴턴'으로 불리는 찰스 다윈은 1831년에 비글호를 타고 5년 간 세계 일주를 할 때 라이엘의 지질학 원론을 탐독함으로써 광범위한 지질학적, 식물학적, 동물학적 자료를 수집했다고 알려져 있다. 다윈은 아메리카 대륙을 남하함에 따라 극히 가까운 종들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보았다. 또한 다윈은 육지에서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동태평양의 갈라파고스(Galapagos) 제도의 섬들에서 참새와 비슷한 되새류가 30여 종이나 있음을 보았다. 이들은 육지에서 보았던 되새류와 비슷하기는 하나, 부리 모양이 달랐으며 섬끼리도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다윈은 어떻게 30여 종의 비슷한 새들이 격리된 섬에서 살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것이 우연이기보다는 아마도 아주 오래전에 한 종류의 새가 이 섬으로 날아온 후 세월이 지나면서 서로 다른 형태로 변했으리라고 추측했다.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비록 짧지만 매우 조리 있고 설득력을 가진 생명과 인류의 기원을 생명체-바닷속-어류-육지 등의 진화론에 맞춰 생명이 인류로까지 진화하는 단계를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비록 과학계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바에 웰스는 공감했던 듯하다. 웰스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세계에 통찰력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현실화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세계사 기술을 시도함으로써 설득력 있는 역사 기술의 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이 책은 그가 상상력으로 그려낸 과학의 세계가 굵직한 인류 문명사와 잘 맞아 떨어지는 점을 보고 '예언자'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통찰력을 가진 인물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고의로 전쟁을 일으키며 사람의 생명을 놓고 도박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걸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전쟁이 끝났지만, 그 어떤 것도 종결되지 않았고 시작되지도 않았으며 해결된 것도 없었다. 모든 전쟁을 끝내고자 전쟁을 시작했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한 또 다른 전쟁이 생겨났을 뿐이다.(p.365)
저자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과학 소설(SF)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 비평가이다.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작가로, 과학 소설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역사, 정치, 사회에 대한 여러 장르에도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1866년 영국 켄트주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파산으로 학업을 그만두고 포목점과 약국의 수습 점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미드허스트 문법학교의 보조 교사로 채용된 데 이어 사우스켄싱턴 과학사범학교에 국비 장학생으로 입학하며 뒤늦게 학업에 정진하지만 생물학과 동물학 외의 다른 과목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과정 도중 학교를 떠난다. 이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런던대학을 졸업한 후 유니버시티 코레스폰던스 칼리지에서 생물학 강사로 재직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학창 시절 『사이언스 스쿨 저널』에 연재한 단편소설 「크로닉 아르고 호」를 퇴고하여 『타임머신』으로 출간하였다. 『타임머신』의 큰 성공 이후 『모로 박사의 섬』, 『투명 인간』, 『우주 전쟁』, 『세계사 대계』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SF의 창시자’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와 동시에 정치학과 사회문제 분야까지 두루 아우르는 글을 저술했으며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다룬 200여 권에 달하는 저서를 남겼다.
역자 : 육혜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왜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셨을까?』, 『보편주의』, 『좋은 삶의 정치사상』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니체』, 『미래전쟁』, 『영웅본색』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