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경제학 - 음식 속에 숨은 경제 이야기
시모카와 사토루 지음, 박찬 옮김 / 처음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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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류의 위기, 지구의 위기라고 하면 으레 '기후변화'라고 답할 것이다. 지구에 사는 인간은 누구나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기후변화와 함께 '인구 증가', '빈곤', '격차', '도시화' 등을 인류 종속의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인구 증가의 경우 현재 지구상에서 인간은 80억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인간 개체 수는 지구와 인류의 존속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지적된다. 18세말(1798년) 멜더스의 『인구론』 이후 인구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면 결국 스스로 멸망하는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 후 200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해결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인구 감소가 사회적·국가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인구론' 주장에 공감을 갖기 어렵지만 적절한 인구는 이미 넘어섰다. 인류의 번영의 요인이 되었던 인구 증가가 오히려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은 지나친 억측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결코 허황된 주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1990년 공산주의 체제의 실패로 소련이 붕괴되고 이젠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아직 러시아나 중국 등 과거 공산권이었던 국가들은 과거의 정치 체제나 사회 체제를 유지한 채 일부 경제 부문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했기에 공산주의라는 경제 체제는 이젠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인류의 번영과 발전의 위협 요소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해소되지 않았다. 빈부의 격차, 인종 차별 의식, 도시화 등 부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경쟁심에 불을 붙여 산업 발전과 문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빈부 격차의 심화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환경 위기나 식량 위기 등은 인류 공동체에 눈앞에 닥친 문제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지난 20세기부터 기후변화에 의한 인류의 존속 여부에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고, 당장 눈앞에 닥친 전쟁이나 부의 축적에만 적극적 활동에 나선 탓이다.

 


 

특히 식량 문제는 인류뿐 아니라 모든 생물체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 요인이다. 먹을 게 부족하면 산업화나 문명화는 더디게 진전될 것이고, 그만큼 뒤처진다는 생각에서 산업화와 식량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식량은 21세기에 들어서도 인류의 지속에 심각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먹을 게 남아서 버릴 정도인데도 지구 한쪽에서는 어린이들마저 기아선상에 허덕이며 원조나 봉사로 하루하루를 유지한다. 낙후된 아프리카 지역은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다. 유엔이나 국제기아대책봉사단 등의 모금과 지원으로 생명을 하루하루 연장할 뿐 좀처럼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외세에 의한 침략보다는 자신들의 이권이나 경제적 다툼으로 내전 상태가 계속되어 내전 국가 국민들의 생명은 그야말로 '하루살이' 신세이다. 인류는 기후나 재앙, 전쟁과 질병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해왔다. 약 100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문명 발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속도를 내면서 상상하기도 어려운 많은 일을 해냈다. 인류의 위대성이다. 이젠 21세기 세상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굶는' 나라가 아직도 있나 할 정도로 세상은 변했다. 사실 그들이 먹는 일상적인 식사는 전 세계의 토지와 물 그리고 그것들의 자연 자원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국가별로, 빈부로, 인종으로, 종교로 구별된 인간 간의 경계선이 지속되는 한 식량이나 환경 문제 등은 해결할 수 없다. 결국은 인류의 번영이 아니라 멸망 수순으로 들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히 국가간의 문제가 아니고 종교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존속마저 위협하는 전 인류의 문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일상의 식사 한 끼는 어떻게 전 세계적인 식량 문제와 연결될까? 이 책 『먹는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 하나하나 뒤에는 전 세계의 토지, 물, 자연 자원이 숨어 있다. 저자 시모카와 사토루는 이 책에서 이러한 연결고리를 경제학의 시각으로 선명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농업 경제학의 프레임을 통해, 우리가 소비하는 식량의 생산과 그에 따른 시장 거래를 깊이 있게 분석하며,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환경과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고찰한다.

 

 

저자는 또 도시화와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먹는 행위’의 깊은 사회적, 경제적 의미를 탐구한다. 다양한 사례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책은 식량과 환경 문제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 일상의 선택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알려준다. 쉽고 친절한 언어로 전달되는 『먹는 경제학』은 우리의 식사 선택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완벽한 안내서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먹는 경제학』이라니,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란 제목의 책의 〈서문(들어가며)〉을 통해 좀더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를 제공한다. "우리의 한 끼 식사가 지구 전체에 어떻게 큰 영향을 미칠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럴 때, 대개는 자신이나 가족의 식사량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2021년을 기준으로 지구에는 약 79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매일 식사를 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소고기 10g을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일년 동안 약 2,884만 톤의 소고기가 소비된다. 이 많은 양의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억1,719만 톤의 옥수수 같은 사료와 그 사료를 재배하기 위한 3,000만ha 이상의 농지가 필요하게 된다."고 산출해낸다.

또 "국제화된 식탁은 선진국의 현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은 농업 위주, 선진국은 공업 위주'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식량을 수입하며, 주요 식량 수출국 대부분은 선진국이다. 이처럼 인간의 인지 능력의 한계와 '현실과 인지' 사이의 간극이 식사와 관련된 사회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것이 '사람다움'을 바탕으로 '농업 경제학'의 프레임을 활용해 우리의 '식사'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저자가 탐구하게 된 이유다. 저자는 식사를 둘러싼 환경의 복잡성이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시장이라는 구조의 발전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구조와 그 안에서의 사람들의 행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3부 12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먹다’와 ‘식량 생산’의 상관관계」, 2장 「식량 시장이 사회를 잇는다」, 3장 「식량 시장의 한계」, 4장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 5장 「효율적인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6장 「시장의 실패로 일어나는 문제점」, 7장 「도사리고 있는 정치적 음모」, 8장 「‘사람다움’이라는 난제」, 9장 「자연의 섭리에 맞서기」, 10장 「식량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11장 「‘사람다움’을 더하기」, 12장 「앞으로의 ‘먹다’에 대하여」 등이다.

2장에서 저자는 '식량'과 '시장'의 연결고리를 생각한다. 우선 '시장'이라는 구조는 식량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세상에는 다양한 시장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시장은 무엇을 의미할까?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장소일까?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기관일까? 혹은 사람을 고용하거나 고용되는 조직일까? 저자에 따르면 경제학에서는 시장을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이한 구조'로 정의하고 있다. 조금 덧붙이자면, '사회에서 가장 바라직한 결과를 실현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구조'가 바로 시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원'에는 물건, 서비스, 돈, 인력 등이 포함된다. 기억해 두어야 할 점은 시장이 모든 이에게 완벽한 이상향을 제공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원 자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기 완벽한 세계를 제공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장의 중요한 역할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가능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그 중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실제로 존재하는 다른 구조들에 비해 매우 효율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식량 시장'의 정의를 끌어낸다. "식량 생산부터 '먹다'에 이르기까지는 다양한 단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책에서는 '먹다'와 '식량 생산'의 관점에서 '식량 시장'을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먹다'를 실현하기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식량을 생산하고, 그 식량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구조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저자는 3장 「식량 시장의 한계」에서 '사회에서 바람직하다'는 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윤리적 가치판단에 따른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판단이 있으며, 경제학에서 주로 강조하는 가치는 '공평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공정성 외에도 '건강 증진', '환경 보호', '식품의 안전성' 등이 엄연히 실제하며 이 책에서 추가로 다루고 있다.


 

한쪽에서 버리고 한쪽에선 굶는 게 우리 인간이 사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효율성, 공평성을 갖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저자는 5~7장에서 이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식량 시장의 한계와 관련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앞 장에서 언급한 식량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세 가지 패턴을 각각의 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특히 5장에서는 '효율적인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여기서는 '영양부족과 비만' 그리고 '식품 손실'과 같은 구체적 사례를 들어 문제를 살핀다. 우선 ① 영양부족과 비만 문제이다. 여기서 저자는 최근 두드러진 세계적인 불평등 중 하나는 영양부족과 비만의 동시 발생이란 지적이다. 식량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이라도, 그저 시장의 구조만으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도표와 그래프를 통해 구제척 수치와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 p.89) ② 세계의 식량은 충분하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릴 충분한 식량이 공급되고 있다고 제시한다. FAO의 2020년 데이터(3년 평균)에 따르면 95개 항목의 세계 평균 칼로리 공급량은 일인당 하루 2,950kcal이다. 이는 일본의 평균 2,716kcal보다 높다. 하지만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평균은 하루에 3,786kcal로 높은 반면, 최빈국인 아프가니스탄과 라이베리아는 각각 2,277kcal, 2,147kcal로 낮다. 식량 공급의 지역 차이 때문에 영양부족과 비만 분포에도 큰 차이가 나타난다. 식량 공급의 지역 차이 때문에 영양부족과 비만 분포도에도 큰 차이가 나타난다고 저자는 자료를 근거로 제시한다. 2020년 데이타에 의하면 전 세계 영양부족 비율은 약 8.9%이지만, 아프리카는 19.0%,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21.8% 그리고 남아시아는 14.1%로 더 높다. 남아시아의 영양부족 인구는 2억6,950만 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2억 3,200만 명으로, 두 지역이 전 세계 영양부족 인구의 73.3%를 차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25.6%, 라이베리아는 38.9%로 높았고, 선진국인 미국의 영양부족 비율은 2.5% 미만이다. ③ 가난한 나라에서도 비만은 늘고 있다. 의외로 일부 최빈국에서는 영양부족뿐만 아니라 비만 비율도 일본보다 높은 경우가 있다. 아프리카는 영양부족과 비만 모두 높은 비율을 기록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라이베리아를 예로 들면, 대략 10명 중 4명이 영양부족이고, 10명 중 1명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라이베리아는 이러한 현상이 특별히 두드러진 경우는 아니며, 이런 현상은 최근 저소득 국가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된다. 영양부족은 감소하는 추세가 아니며, 비만은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비만과 영양부족이 한쪽이 올라가고 한쪽이 내려오는 구조로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미·중 무역 전쟁은 식량 무역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대두 무역에 미친 영향은 막대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이었고, 무역 전쟁 이전에는 미국이 중국의 주요 대두 공급국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의 대두 수입액은 국제 대두 시장의 61.4%(약 323억 미국 달러)를 차지했으며, 이 중 43.7%는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간의 대두 무역만으로도 국제 대두 시장의 약 27%(약 141억 미국 달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중국의 주요 대두 수입국은 브라질과 미국이며, 브라질로부터의 수입은 중국의 대두 수입액 전체의 44.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p.156)

 

저자 : 시모카와 사토루(下川 哲)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술원 교수. 2000년에 홋카이도 대학의 농학부 농업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07년에는 미국 코넬 대학에서 응용 경제학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홍콩 과학기술 대학의 사회과학부 조교수와 아시아 경제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였으며, 2016년부터는 현재의 직위를 맡고 있다. 또한, 《Food Policy》, 《Agricultural and Resource Economics Review》를 비롯한 국제 학술지와 국내 학술지 《농업 경제 연구》, 《The Japanese Journal of Agricultural Economics》의 편집위원으로 활약하였고, 주요 전문 분야는 농업 경제학, 발전 경제학, 그리고 식품 정책이다.

 

역자 : 박찬(Chan Park)

 

넥슨 일본 법인 사업본부 본부장. 부산 동래구 출생. 부산외국어고등학교 일어과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재학 중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 교환 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엔씨소프트의 일본 지사 엔씨재팬(NC Japan)에 입사해 게임과 인터넷 서비스 운영 경험을 쌓았다. 2011년에는 모바일 게임사 그리(GREE)로 이직해서 사업개발 부서에서 근무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에 합류해 초창기 주요 게임 서비스를 다수 담당하며 플랫폼 수익화에 기여했다. 이후 수년간 게임빌(GAMEVIL) 일본 지사장 등을 역임한 뒤, 2020년 5월부터 넥슨(NEXON) 일본 법인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게임 콘텐츠 서비스를 천직이라 생각하고, 고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일과 삶의 보람을 느낀다. 옮긴 도서로는 《리더가 된다는 것》, 《먹는 경제학》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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