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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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른바 '낀세대'에 속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간 세대란 뜻이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가진 채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많다.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절대로 알 수 없는 지식, 즉 디지털 마인드 없이 디지털 세상에 어느 날 갑자기 들어와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는 뜻이다. 세상에 적응해야 살아 남는다는 이유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지려고 무던히 애도 썼다. 그러나 테크닉 면에서는 어느 정도 능숙해지자 밥 먹고 살 만큼 적응은 했어도 감성적인 면에서는 늘 허전함과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다. 어떤 콘텐트로도 감성의 공간을 채울 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어렸을 적 싸우다가도 금세 다시 어울려 지내는 데는 서로간의 쌓인 정이 있었고, 싸우면서도 감성적으로는 상대에 대한 존중도 있었다. 다만 경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싸우는 일이 불가피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돌아가는 몫은 크게 차이 나는 법이 없었다. 물론 승자가 조금 더 많이, 패자는 조금 더 적게 주어도 불만이 없다는 인식도 함께였기에 가능했으리라.

지난 세기, 즉 20세기까지만 해도 사회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은 살아 있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비정한 승자독식의 무한 경쟁 사회로 돌아섰음에도 개인간 끈끈한 정은 승자가 패자에게 조금이라도 나눠 챙겨주는 일이 잦았다. 으레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승자나 패자나 상대를 죽일 만큼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21세기 새 천년이 시작된다는 뉴 밀레니엄에 들어서자 사회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또 모든 경제 지표가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말하자마자 어느날 갑자기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변해가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은 사람 마음인 것 같다. 내가 언제 20세기 혼란스럽고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살았나 하며 마치 '선진국에서 온 한국인'처럼 의식이 변해갔다. 그것은 디지털 사회답게 급속도로,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대한민국 사회를 변화시킨 것 같다. 디지털로 변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날로그 운운하면 그는 이미 '꼰대'로 후진국 대한민국의 융통성 없는 중년임을 자인하는 꼴이 되었다.

 


 

독자는 아날로그 세대다. 나이도 이미 중년에 들어선 지 꽤 됐다. 다행히 아직 은퇴는 하지 않았지만 주변 친구들 중에는 개인 사정 여하에 따라 은퇴하고 전원주택으로 가 사는 친구도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는 유통기한 만료된 셈이다. 그러나 예전의 세대들과 달리 어설프게나마 디지털 문화에 잘 적응했기에 쓸쓸하게 지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책이나 신문, TV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지만 지금은 인터넷-그것도 손 안 휴대폰-안에 도서관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젊어서 돈 버느라 하지 못햇던 일에 대해 관심을 돌린다. 이에 관한 정보를 원한다면 언제나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 안의 인터넷으로 알아볼 수도 있으니, 이 정도면 디지털의 문화적은 충분히 누리는 셈이다. 그러나 독자는 디지털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상과 같은 일을 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말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이랄까-독자의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어릴 때 행복했던 기억처럼 아련히 떠오르는 즐거움은 채워지지 않는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북은 종이책으로 보는 감성을 채워주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옛날 종이책으로 읽던 충만감은 결코 없다. 이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충분함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작가 박완서의 산문집이다. 박완서는 살아 계실 때부터 소박함과 일상의 순수함, 그 순수함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을 독자들에게 잘 느끼게 해준 작가다. 다른 독자도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독자의 말에 긍정적으로 수긍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사실 2002년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란 수필집의 전면 개정판이다. 아직은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계실 때이기도 하지만 그의 글은 모두 전 세기 대한민국의 굴곡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거창하게 역사 소설이나 대하 소설이래서가 아니다. 굴곡의 대한민국 현대사 가운데 일반적인 서민들의 일상을 주제로 삼은 글들이 많아서다. 그것이 지금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일일 수도 있지만 지난 일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매우 감성적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순수한 감정이니만큼 귀한 것이기도 하다.

 


 

전면 개정판을 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새로운 옷을 입은 이번 전면 개정판의 초판은 1977년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란 제목이었고, 이를 2002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로 재출간했다고 한다. 그러니 거의 50년 전에 첫 출간된 책이다. 그동안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산문집은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진면목을 살피는 데 이 책이 좋은 텍스트로서의 역할을 했음을 말해준다. 출판사 측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소중한 유산을 다시금 독자와 나누기 위해 제목과 장정을 바꿔 새롭게 개정판을 낸 것이다. 이번 전면 개정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 수록된 46편의 에세이는 작가로 첫발을 뗀 이듬해인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에서 인상적인 순간들이 담겼다. 또한, 따님인 호원숙 작가가 개정판을 위해 특별히 허락한 미출간 원고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의 수록으로 이 책의 의미를 더했다.

다시 읽어도, 언제 읽어도 마음 깊이 스며드는 박완서 작가의 글맛은 평범한 일상을 생생한 삶의 언어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에세이에서 더욱더 선명히 드러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체험하고 느낀 삶의 풍경이 오롯이 그려져 있어, 지금 읽어도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유의미한 질문들을 건져 올리는 재미가 있다. 특유의 진솔함과 명쾌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에서부터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까지, 올곧은 시선과 깊은 혜안으로 삶 이면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박완서 작가 에세이의 정수가 담겼다. 보통의 일상을 가장 따뜻하고 묵직하게 어루만지는 삶의 단편들을 리커버 특별판으로 다시 만나면서 독자는 아날로그 감성을 날것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을 발견한 기쁨이다. 실제로 20여년 만에 다시 읽는 그의 글에서 개다리소반을 앞에 놓고 쭈그리고 앉아 원고지를 채우고 있는 박완서 작가의 옛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립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봄을 기다리는 계절에 영원한 현역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전면 개정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가 다시 출간됨에 독자의 아날로그 감성을 충족시켜 줄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주는 기쁨은 미묘하고도 옛 즐겁고 아름다운 일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박완서 작가는 나이 40이 된 1970년 『나목』을 시작으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영원한 현역 작가’로 여전히 우리 가슴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소설에서는 중일전쟁, 2차 대전, 6.25 등 박완서 작가를 스쳐 간 어마어마한 문화의 부피가 소설 안에 묵직하게 새겨졌다면, 그의 산문집 에세이에서는 일상 속 다채로운 풍경과 소박하고, 단순하고, 아름다운 박완서 작가의 삶이 더욱 짙게 묻어난다. 이 점이 독자에게는 더욱 옛 일이 아련하지만 하나하나 새롭게 떠오르며 아름다움을 반추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눈에 안 보일 뿐 있기는 있는 것〉, 2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3부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등이다. 특히 1부에 수록된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는 단행본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원고로, 한국 문학의 두 거목 박경리 작가와 박완서 작가의 특별한 우정과 유대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걸어온 길」에는 유년 시절부터 작가의 삶, 개인적인 삶, 가족과의 이별, 외로움 등 지나온 삶을 반추한 내용이 압축해 담겼고, 「특혜보다는 당연한 권리를」에는 동성동본 결혼 금지 제도에 대한 당시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일화가 그려진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극단적인 편견, 태도를 날카롭게 짚어내는 작가의 시선에는, 지금 우리 주변의 갈등 상황에도 비춰볼 수 있는 유의미한 지점이 있다.

2부 중 「겨울 이야기」에 등장하는 에너지 대책과 유류 절약에 대한 장면은 탄소 배출과 지구 온난화라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떠올리게 하고, 「주말농장」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도시와 지방의 격차와 이기주의의 단면이 그려지고 있다. 아울러 「잘했다, 참 잘했다」에서는 역사적 사건에서 망국의 아픔과 분단의 아픔을 함께 아울러 공감하는 한편, 아이에게까지 미치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염려와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3부의 「틈」, 「고추와 만추국」, 「그때가 가을이었으면」에는 넉넉지 않은 벌이 안에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생활인의 고단함이 담겼고,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서는 지나친 사랑이나 까다로운 주문 대신 무게로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주고 싶은 부모의 깊은 애정이 그려진다. 작가가 된 이듬해의 작가로서 포부와 순수한 바람을 담은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에서는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던 박완서 작가의 소박한 소망, 진솔한 마음이 은은히 배어난다.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위로의 문장들은 70, 80, 90년대를 지나온 어른이자 작가인 박완서의 통찰력 있는 시선, 무르익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그의 이야기가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기에,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어떤 고민을 했고 또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되새겨 볼 시간을 제공해주신 박완서 작가와 출판사 측에 감사한다.

그리운 작가의 목소리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의 책장을 펼치면 ‘지금, 다시, 새롭게 돌아온 박완서’를 만날 수 있다. 주변에 대한 따듯한 관심과 애정을 잃지 않았던, 그래서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대작가 박완서. 그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애써 찾지 않아도 날카로운 혜안과 따뜻한 인정,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랐던 한없이 깊은 그의 마음이, 사랑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책의 추천사에서 이해인 시인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비롯해 제목부터가 정겹고 다정한 46편의 글들은 지금 다시 읽어 보아도 불후의 명작이 아닐 수 없다. 자연과 사물과 인간에 대한 애정, 사회에 대한 솔직하고 예리한 통찰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삶에 대한 겸손과 용기를 가르쳐 준다.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글의 힘! 긴 시간을 거슬러 다시 펴내는 이 희망의 이야기들이 더 많이 읽힐 수 있길 기도한다. 작가는 우리 곁에 없지만, 변함없이 마음을 덥혀 주는 그의 진솔한 문장을 통해 우리는 다시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 시골집 장독대에 핀 고운 백일홍 한 송이처럼 노을 진 들녘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소박하고 순수한 눈빛으로 착해지는 꿈을. 그래서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꿈을. 지금도 “선생님!” 하고 부르면 어디선가 반달 미소를 띠고 나타날 것만 같은 박완서, 우리의 작가, 이야기 천사님. “다시 다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고 그를 회고하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따님이자 작가인 호원숙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 쓰시던 노트북 바탕화면에 떠 있던 글이 두 편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내신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출간 이후에 쓰신 글이었습니다. 두 편의 글은 마치 어머니의 유언과 같아서 우선 동생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그 두 편의 글로 책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냥 소중히 가족만의 것으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1주기도 지나 어머니의 책상 서랍에서 어떤 산문집에도 들어가지 않은 글을 잘 정리하여 모아놓으신 묶음을 발견했습니다. 평소 컴퓨터에 저장된 것은 믿을 수 없다며 종이의 정직함을 믿으신 어머니가 A4 용지로 프린트해놓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반가움과 기쁨을 주었다기 보다 어머니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저려왔습니다.”고 『세상에 예쁜 것』이란 책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어머니 박완서 작가를 그리고 있다.

 

저자 : 박완서(朴婉緖)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배반의 여름』은 1975년 9월에서 1978년 9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조그만 체험기」, 「흑과부黑寡婦」,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은 힘센 것들만이 권력을 쥐고 판을 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1987년 1월에서 1994년 4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네 개나 있는데 그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죽음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아들의 죽음을 담고 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담담하게 이어가는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의 해후』에는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해산바가지」, 「애 보기가 쉽다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하층민들의 인간애는 가진 자들의 야만성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1979년 3월에서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속물성과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젊은 것들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황혼」, 「천변풍경泉邊風景」과, 출세한 자들의 허위를 그린 「내가 놓친 화합(和合)」,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등이 그것이다. 『미망』은 조선조 말기에서 6ㆍ25 전쟁 직후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한 개성 상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재창조한 대하소설이다. 민족의 수난사와 더불어 고난과 격동의 시대를 험준한 산을 넘듯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박완서 소설 문체가 도달한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던 그녀는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글을 써왔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수필집, 동화집을 발표하고, 2010년 8월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경기 구리시에는 '박완서 문학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계 이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기나긴 하루』,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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