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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ㅣ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평점 :
이 책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의 저자인 L. 프랭크 바움이 오로지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줄 생각으로 아픈 가슴과 악몽은 사라져버린 동화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특히 여자 어린이 도로시를 주인공으로 삼아 순수하고도 감성적인 스토리를 담아냈다. 이 환상적인 줄거리의 모험 동화는 당시 현대사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미국의 사회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당시 하와이주는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의 합병운동이 지속되다가, 1897년에 매킨리 미국 대통령에 의해 합병조약이 체결되어 다음해에 미국의 주권하에 놓이게 되고, 1900년에 준주(準州)가 되었다. 미국령이 된 뒤 사탕수수와 파인애플의 재배가 한층 촉진되어 인구가 증가하고, 펄하버를 중심으로 한 기지의 강화도 추진되었다고 한다. 1941년 12월 8일에 일본군에 의해 펄하버(진주만)가 기습공격을 당했고, 그것을 계기로 태평양전쟁이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주(州) 승격운동이 성해지면서 1959년 8월 21일에 알래스카에 이어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다.
이 책이 출간된 1900년 미국은 하와이 주를 합병하기로 확정하고 북아메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태평양의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위대한 비상을 꿈꾸던 시기다. 저자 바움은 1900년 4월에 쓴 〈서문〉을 통해 20세기가 시작한 원년에 맞춰 환상 동화 한 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적기라고 판단했음을 알린다. 모든 건강한 아이들이 환상적이고, 놀라우며, 명백히 비현실적인 것들에 대해 건전하고 본능적인 사랑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고 집필 취지를 밝히고 있다. 바움은 "그림 형제와 안데르센의 날개 달린 요정들은 다른 그 어떤 인간 창작물보다도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고 전제하고, "세대를 이어 활약해온 옛날 동화들은 이제 어린이도서관에서 '역사'로 분류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놀라운 이야기'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패권시대가 다가왔음을 말하는 듯하다. 저자는 정형화된 정령, 난쟁이, 요정은 사라졌다고 말하며 새 시대(뉴밀레니엄, 현대)에 맞는 새로운 환상 동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어린이들은 놀라운 이야기 속에서 단순히 즐거움만 추구할 뿐, 유쾌하지 못한 사건은 기꺼이 생략해 버린다. 이런 생각을 가슴에 품고, 오늘날의 어린이들을 오로지 즐겁게 해줄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처음 볼 때 독자는 놀랐다.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가 왜 독자가 어렸을 때 읽었던 〈세계명작전집〉에는 없었을까? 그리고 대한민국의 출판인쇄 기술의 발전에 또 한 번 놀랐다. 글과 그림은 물론 미국 작가와 이탈리아 화가가 그렸다. 특히 그림은 현대 미술 작품처럼 승화시켰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의 그림과 책의 환상적 줄거리도 좋지만 인쇄 능력도 뒤를 받치지 못하면 제대로 찍어낼 수 없었을 터, 이젠 우리 출판인쇄술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어서 한층 기분이 좋다. 각자가 소망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가 살고 있다는 '에메랄드 시'를 찾아가는 험난하고 위태로운 여정, 그리고 시시각각 일행이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과 반전의 묘미가 어우러져 책은 줄거리 상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환상 동화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꼭 소장해놓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책이다.
미국의 출판사항을 엿보기 위해 초판본 표지를 그대로 영인한 판본을 온라인 서점에서 찾아 여기에 참고 사진으로 게재한다.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아도 매우 조잡하긴 하다. 하긴 그때는 컬러 표지만 해도 대단했을 때니까···. 『오즈의 마법사』는 초판 출간 후 한 세기가 넘도록 수많은 뮤지컬과 영화 등으로도 각색되어 여전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이 책은 명작의 '컬렉터용 버전'으로 출간했다고 하니 출판사 측에서도 많은 애를 썼으리라고 짐작된다. 특히 이번 판본은 그동안 다채로운 컬러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매력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비밀이 가득한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준다. 그림의 색이 녹색이 많은 것은 아마 동화 속에 등장하는 '에메랄드 시'의 에메랄드가 녹색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책의 첫 문장은 주인공 도로시가 사는 집과 집 주변의 묘사로부터 시작된다. "도로시는 농부인 헨리 삼촌, 엠 숙모와 함께 캔자스 대평원 한가운데에서 살았다. 그들의 집은 조그마했다. 집을 지으려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마차로 목재를 싣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네 개의 벽에 바닥과 지붕을 더하여 한 칸짜리 방이 만들어졌다. 그 방에는 녹슨 요리용 스토브, 그릇을 보관하는 찬장, 탁자, 의자 서너 개, 그리고 침대가 있었다. 헨리 삼촌과 엠 숙모는 한쪽 구석에 있는 큰 침대를 썼고, 도로시는 다른 쪽 구석에 있는 작은 침대를 썼다. 다락방도 지하 저장실도 없었지만, 바닥에는 '회오리바람 대피소'라 불리는 작은 구덩이가 있었다.(p.13)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캔자스 대평원의 삼촌 집에서 살고 있는 도로시에게. 거센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집과 함께 통째로 날아간 그곳은 착한 북쪽 마녀와 먼치킨의 나라다. 그런데 이들은 도로시가 사악한 동쪽 마녀를 죽였다며 감사해한다. 뜻하지 않게 집에 깔려 죽은 마녀 때문에 마법이 숨겨진 은색 구두까지 얻게 된 도로시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에 북쪽 마녀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다스리는 에메랄드 시로 가라고, 오즈가 집으로 가도록 도와줄 거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해서 도로시의 기나긴 여행이 시작된다.
이후 노란 벽돌 길을 따라 에메랄드 시로 향하던 도로시는 지푸라기 대신 뇌를 갖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와 잃어버린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갖고 싶어 하는 덩치 큰 사자를 만나 오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된다. 숲속을 지나고 강물을 건너고 양귀비 꽃밭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일행은 에메랄드빛 도시에 도착하지만,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며 일행을 만난 오즈는 사악한 서쪽 마녀를 죽여야 각자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답한다. 결국 그들은 서쪽에 있는 윙키의 나라로 향하고 수난을 겪은 뒤 사악한 마녀를 없애버린다. 그러고 나서 에메랄드 시로 향한 일행은 무시무시한 오즈의 정체에 놀라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도로시의 간절한 소망마저 오즈와 함께 날아가버린다. 이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도로시는 초록 병사가 알려준 남쪽의 콰들링의 나라에 살고 있는 착한 마녀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로 한다. 또다시 함께 길을 떠난 일행은 나무들이 공격하는 숲과 신비한 도자기 나라, 괴물 때문에 동물들이 불안해하는 숲속을 지나 마침내 착한 마녀 글린다를 만나고 도로시는 은색 구두의 놀라운 힘을 빌려 그토록 애타게 바랐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애초에 어린이를 위해 쓴 만큼 얼기설기 복잡하거나 첨예한 갈등 구조, 추상적인 표현 등이 난무하지 않고 누구나 편안하게 도로시 일행의 여정을 따라가며 저자가 그려내는 순수한 상상의 세계 속으로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또한 소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가 제각각 원하는 집, 뇌, 심장, 용기는 다양한 관점에서 변이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모두가 원하는 걸 이루고 각자 다스릴 왕국까지 갖게 되는 해피 엔딩은 이 작품의 기저에 흐르는 순수한 우정과 따듯한 사랑의 소중함을 더욱더 호소력 넘치게 해준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았을, 신기한 마법의 힘이 작용하는 이야기 세계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올림피아 자그놀리는 특히 『오즈의 마법사』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촉망받는 젊은 아티스트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전한다. 사물과 인물을 유려한 선과 매혹적인 색채로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의 여러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도록으로도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 2023년 ‘시크릿 오브 컬러 올림피아 자그놀리’ 전시 등이 열렸다.
1900년에 출간된 『오즈의 마법사』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논평가들에게 너무나 다양한 해석과 평가의 대상이 되어왔다. 물론 이 이야기의 배경과 등장 캐릭터는 작가인 L. 프랭크 바움의 굴곡 많은 삶과 경험에서 나왔을 테지만, 19세기 후반의 미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그려냈다는 주장도 일견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즈(OZ)’는 금의 무게 단위인 온스의 영어식 줄임말이고 노란 벽돌 길은 미국의 금본위제를, 에메랄드 시는 워싱턴 DC를,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사자는 각각 순박한 농민 계급과 체계에 갇혀 비인간화된 공장 노동자와 당시의 정치인을 빗대어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의인화와 판타지 요소가 가득한 이야기로 당시의 미국 사회를 은근히 풍자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색다른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가 상징과 비평의 덤불 속에 겹겹이 갇혀서는 안 될 것이다.
나무꾼이 넓은 알현실에 들어섰을 때 본 것은 머리도 여인도 아니었다. 오즈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짐승의 형상이었다. 덩치가 코끼리만큼 커서 초록 왕좌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할 정도로 보였다. 짐승의 머리는 코뿔소와 닮았고 얼굴에는 눈이 다섯 개였다. 몸에는 기다란 팔이 다섯 개나 자라나 있고, 길고 마른 다리도 다섯 개였다. 굵고 무성한 털이 온몸을 뒤덮은 것이, 그보다 더 끔찍하게 생긴 괴물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 순간만큼은 양철 나무꾼에게 심장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공포심에 심장이 마구 뛰었을 테니까. 나무꾼은 오로지 양철로만 이루어졌기에, 크게 실망했지만 전혀 무섭진 않았다.(p.156) - 「11 오즈의 에메랄드빛 도시」 중에서
저자 : L. 프랭크 바움(Lyman Frank Baum)
아동과 청소년에게 널리 읽히는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쓴 작가이다. 1856년 미국 뉴욕 주에서 태어났다. 극작가, 극장 경영자, 신문기자, 영업사원, 심지어 닭을 기르는 일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아내의 격려로 좌절하지 않은 그는 밤마다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지었으며 장모 마틸다 게이지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프랭크 바움의 첫 책은 흥미롭게도 『함부르크 양육법』이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결혼 후 한 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마더 구즈' 책들을 출간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잡지사의 편집장으로서의 자리도 탄탄히 하게 되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바움은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1899년 W. W. 덴슬로우와 함게 작업한 『파더 구즈 : 그의 책』은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듬해인 1900년, 평범한 시골 소녀의 독특한 모험담을 담은 『오즈의 마법사』를 출간하면서 잊혀지지 않을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후에 작가는 어른들을 위한 책도 여러 편 썼으나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오즈의 마법사』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편지에 파 묻혀 모두 14권에 이르는 '오즈' 시리즈 『오즈의 마법사 The Wonderful Wizard of Oz』, 『환상의 나라 오즈 The Marvelous Land of Oz 』, 『오즈의 오즈마 공주 Ozma of Oz』, 『도로시와 오즈의 마법사 Dorothy and the Wizard in Oz』, 『오즈로 가는 길 The Road to Oz』, 『오즈의 에메랄드 시 The Emerald City of Oz』, 『오즈의 누더기 소녀 The Patchwork Girl of Oz』, 『오즈의 작은 마법사 이야기 Little Wizard Stories of Oz』, 『오즈의 틱톡 Tik-Tok of Oz』, 『오즈의 허수아비 The Scarecrow of Oz』, 『오즈의 링키팅크 Rinkitink in Oz』, 『오즈의 사라진 공주 The Lost Princess of Oz』, 『오즈의 양철 나무꾼 The Tin Woodman of Oz』, 『오즈의 마법 The Magic of Oz』, 『오즈의 글린다 Glinda of Oz』 를 출간했다. 이 중 마지막 14권을 쓸 때 바움은 병원에서 그의 마지막 생을 보내고 있었고 끝내 그 책의 출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그림 : 올림피아 자그놀리
이탈리아의 예술가.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유럽디자인학교(IED)를 졸업했고 줄곧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뉴욕 타임스], [뉴요커], [마리끌레르], 프라다, 디올 등 저명한 미디어 및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2011년 뉴욕의 아트디렉터스클럽이 수여하는 ‘젊은 작가상(Young Guns)’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프린트매거진이 선정하는 ‘올해의 뉴비주얼아티스트’로 뽑혔다. 유려한 선과 매혹적인 색으로 사물과 인물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 세계의 여러 갤러리에서 전시되었으며, 2022년과 2023년에는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역자 : 윤영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고고미술사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림 그리기 는 즐겁죠 : 밥 로스의 참 쉬운 그림 수업』, 『밥 로스 컬러링 북』,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 자이너를 위한 책 : 로고 디자인 편』,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 : 일러스 트레이션 편』,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 : 타이포그래피 편』, 『The Art of 인크레더블 2 : 디즈니 픽사 인크레더블 2 아트북』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