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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
안드레아 바이드리히 지음, 김지현 옮김 / 온워드 / 2024년 1월
평점 :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어느 집단엔가 속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가족의 테두리에 머물지만 걷고 뛰는 것이 가능해지면 학교에 다닌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직장에 다니든 자신의 일을 하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사회 구성원이 되면 같은 회사 동료, 또는 업무차 다른 사람과의 대인 관계가 중요하다. 사람은 사는 동안 대인 관계를 잘하는 임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사회가 그렇게 구성되고 가장 큰 단위인 국가라는 집단의 일원으로 살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 삶에서 대인 관계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인 관계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는 데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 경우도 있고, 자신의 문제로 대인 관계가 원만치 못할 때도 있다. 자신만 잘해서는 사회에서의 일이 생각처럼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책 『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은 대인 관계를 다룬 책이다. 자신이 대인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 곁엔 늘 주변에 세상의 온갖 불만을 털어놓기만 하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또 연애할 때 연락도 잘 되지 않고 언제나 불안감만 안겨주는 애인이 있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당신에게 기대면서 분노와 짜증을 퍼붓는 부모도 간혹 회사 일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직장 상사가 희롱과 모욕을 일삼아도 원만한 회사 생활, 능력을 최대한 회사 생활을 해나가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주변의 사람 가운데 '지긋지긋하게 싫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즉 대인 관계를 잘하는 사회 생활 방법론에 가깝다. 그렇다고 '처세술'에 관한 부분을 다루지는 않는다. 자신의 일에 방해만 되는 일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저자 안드레아 바이드리히의 '인간 관계론'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누구나 회사 생활은 대인 관계를 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 상사 부하 직원들 간의 문제, 회사원으로서 만나야 할 사람과의 인간 관계 등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저자는 하는 것 같다. 직장 내 사람이나, 직장 외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마음대로 안 볼 수 있고, 또 상대도 안 할 수 없다.
우리는 맞지 않는 옷은 잘만 버리면서 우리를 옭아매는 관계는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문제이든, 상대의 문제이든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거나 또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만나지 않고 할 수 없는 생활이 사회 생활이기에 그렇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에서 여덟 명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모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해로운 관계를 떨쳐내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마침내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도 지긋지긋한 사람을 인생에서 없앨 방법을 발견한다. 이 여덟 사람의 사례를 중심으로 저자는 인간 관계론을 풀어낸다. 제목이 다소 살벌하고 비속한 단어도 들어가 있지만 그것은 저자의 뜻이 얼마나 강한지에 관한 문제라고 접어둘 것을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의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다.
저자 안드레이 바이드리히는 「그게 내 알 바야?」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괴롭게 만드는 사람을 없애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일단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볼 수 없고, 개인적으로도 반대다."고 전제하고, 이 일로 자책한다면 당장 자책을 집어치울 것을 주문한다. 이유는 "자책은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더 위하고, 그들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느라 스스로를 잃기" 때문이다. 이 마음가짐을 바꾸기 위한 결정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와 함께 여덟 사람의 이야기 여행을 떠난다면 무례하고도 지긋지긋한 사람들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개자식'을 왜 마음에 담아두고 없애지 못해 쩔쩔매느냐는 저자의 반문에 반문할 명분은 없다.
"그게 내 알 바야?" 언젠가 당신에게는 이런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한결 가뿐해졌음을 느끼고,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고, 마침내 자유로워질 것이다. 모든 것을 던지고, 스스로를 찾게 될 당신을 기다린다. 마침내 당신 앞에 모든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p.7)
이 책은 파트 구분 없이 37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여덟 사람이 등장한다면 8개의 장으로 나눌 법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덟 사람이 각각 다른 인물이지만 그들에게는 공통된 면이 있고, 완전히 다른 면이 함께 있는 등 사람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 사실은 책을 읽어보면서 느낄 수 있다. 책의 내용이 끝난 후 저자는 「마음의 자유를 위한 33개의 메시지」를 직설적 표현의 경구나 격언처럼 간결하게 정리해 적었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읽는다면 사람 정리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도 잘 정리하는 저자의 성격을 내비친다. 책을 펴낸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몇 번의 기회를 주는 동안 나 자신에게는 기회를 준 적이 있던가?” 누구나 한 명쯤 죽이고 싶을 만큼 짜증 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여덟 명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호숫가 호텔로 여행을 떠났다. 이 책의 주인공 안드레아와 절친 루카스도 이 여행에 초대받았다. 여행이라고는 하지안드레아의 또 다른 친구 찰리와 그의 상담사 폴과 준비한 실험에 가까웠다. 아드리안, 마리, 다니엘, 이사도 여기에 함께했다.
이들은 폴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따라 몇 가지 상징물을 고르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불안감만 안겨주다가 ‘잠수를 타버린’ 애인, 평생 완벽하기를 요구해 왔던 어머니,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영화계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직장 상사···. 좀처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이들은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았다. 그건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부족한 건 아닐까, 내가 상대를 질리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자기 의심’이었다. 그들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드러내고 고백하면서 때로 분노를 표출하고 눈물을 쏟는다. 서로를 헐뜯기도, 다독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자기 의심 아래에 두려움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들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을까 봐, 홀로 남겨질까 봐, 자신이 하찮은 사람일까 봐 두려워했다. 그렇게 솔직한 고백과 대화 끝에 마침내 자유로운 삶의 실마리를 찾는다.
저자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한 글의 서술 방법은 이들이 모여(여행)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여덟 사람의 입을 통해 직접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담과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지긋지긋한 사람들에 대한 심정을 토로한다. 그들로부터 한결같이 삶에 큰 피해를 당했다고 넌더리를 친다. 문제 해결의 시초다.
저자는 37개의 장을 통해 여덟 사람의 문제를 모두 내보이지만 해결은 함께하도록 한다. 이들이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인간 군상은 대개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 등 정서적 결함을 가장 많이 지적한다. 인간관계에서 완벽에 대한 강박은 인생 난이도를 극악으로 만든다고 저자는 생각한 까닭이다. 여기 모인 피해자 군(群)은 다른 사람만을 위해 애쓰다가 해로운 관계의 굴레에 빠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이 저자의 인간 관계론의 정곡인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게다가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잊는다면 자기 마음을 홀대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 잃게 된다. 남는 것은 ‘피해자’가 된 자신뿐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슬며시 해결 방법을 귀띔한다.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절하고 선을 긋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그저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지 못할 때, 우리는 당당한 척 거절해 놓고도 마음에 무거운 짐이 남는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이사는 완고하고 고압적인 어머니에게 억눌려 살아오면서 그의 말들을 내면화했다. 자기가 형편없는 사람은 아닐까 늘 불안해하면서도 남편인 다니엘에게는 집안일이 완벽하지 않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불평은 예정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만족하는 법도, 칭찬해 주는 법도 몰랐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타인을 완벽하게 만족시켜 줄 수 없으며, 만족은 오로지 각자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에 달린 것임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선 많은 사람은 자기 자신조차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맞출 수도 없는 과녁에 활을 쏘는 건 힘이 빠지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지금 해결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도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자기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을 차단하고, 자기가 있는 곳을 떠나라고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망치는 것은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것만큼이나 외롭다고 말한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해로운 관계에서 벗어나기는 도망치기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깊은 상처를 준 과거나, 길을 가다가 나를 불쾌하게 만든 일조차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인다면 그 무게를 계속 지고 다니는 셈이 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어디에서 누구와 있든, 눈앞에 무엇을 두고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니 지긋지긋한 사람을 없애는 방법은 나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마침내 주변의 나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저자는 쫓거나 도망쳐서는 그 어디에도 도착할 수 없다며,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스스로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다음 말은 저자의 속뜻이 강하게 전달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엮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좋을 수도 있지만,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 숨을 쉬기 위해 매듭을 쥔 손을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기면 매듭은 풀어지지 않을 테니까. 때로는 기억을 더듬어 매듭진 부분을 섬세하게 찾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매듭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도망치려고 애쓸수록, 매듭은 더 우리를 조여 올 것이다. 매듭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듭은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매듭의 존재를 인정하고, 엉킨 감정의 실타래 속에서 스스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p.109)
"누군가가 우리를 해치려고 하면 언제든 차단봉을 내리거나 문을 닫아버리면 돼. 그래야만 하고. 하지만 얼어붙은 채로 갑옷에 숨어 모든 것을 잠그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돼. 아까 안드레아의 말로 돌아가서, 상처 입은 사람은 남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정말로 닫아야 하는 건 자기 자신도, 상처도 아니야.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p.290)
앞서 언급한 「마음의 자유를 위한 33개의 메시지」 중 독자가 가장 강하게 머릿속에 남은 것 중 몇 개를 여기에 소개한다.
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증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②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다른 사람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져라.
③ 과거에 묶이지 마라. 이는 현재의 당신을 무겁게 만들 뿐이다.
④ 매 순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것이 옳은가? 지금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당신을 옭아맬 뿐이다. 당신이 아닌 그 누구도 당신을 가둘 수 없다. 어떤 공간에 발을 들이고,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저자 : 안드레아 바이드리히(Andrea Weidlich)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다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개념을 개발하고 경영 컨설턴트로서 활동했다. 현재는 작가이자 카피라이터,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팟캐스트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2월부터 사촌과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거쉬, 베이비gusch, baby〉는 첫 주에 아이튠즈 차트에서 사회 및 문화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희곡을 비롯한 글을 써왔다.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며, 어떻게 하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2019년 출간한 첫 책 『행복에 대한 개소리』는 출간 즉시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독이 되는 사람과 자기 의심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부정적인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을 회복하고 자기 행복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흥미로운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역자 : 김지현
2019년부터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독일에 위치한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사계절 천체 관측』,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