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 이야기 - 정치와 경제를 한눈에 파악하는 경제학 지도
임주영 지음 / 민들레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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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경제신문은 매일경제신문(이하 매경)과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경) 두 신문사가 압도적인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연혁상으로는 매경이 다소 앞선다고 한다. 당시 언론인 정진기 씨가 창간했다고 알려져 있다. 창간일은 1966년 3월 24일이다. 발행부수는 70만 부, 유료부수는 55만 부로 경제신문으로서는 최다이며 국내 1위 경제신문이다. 정식 영어 명칭으로는 'Maeil Business Newspaper'를 쓰는데 영어 약칭은 MK를 쓴다. 국내 최초의 경제신문은 산업경제신문(헤럴드경제의 전신, 1954년 창간)이고 2호는 서울경제였으나, 언론통폐합 이후로 경제신문계는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의 라이벌 구도로 이어져 왔다고 전해진다. 매경의 자회사로는 종합편성채널 MBN과 케이블 방송채널 MBN플러스, 매일경제TV를 운영하는 매일방송, 매경닷컴 등이 있다.

한경은 자산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경제신문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매경과의 차별화를 부각시킨다. 금감원 공시. 최근 4년간만 비교해봤을 때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한국경제신문의 우위가 압도적이라고 한다. 매출은 경쟁회사인 매일경제신문보다 28억원 적은 2306억원이었다. 한국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4년간 매출 1위를 두번씩 나눠가졌다. 증권경제방송 시장점유율 1위의 한국경제TV와 경제포털사이트 한경닷컴 그리고 주간지 한경비즈니스·월간지 머니·비정기 간행물 무크 등을 발행하는 한국경제매거진, 경제 중심 출판사 한경BP, 클래식 등 고급문화 전문 채널 한경arteTV 등으로 구성된 한국경제미디어그룹의 모회사다. 서울서 발행되는 경제지는 이외에도 여러 개 있지만 아직 두 신문사의 성장세를 꺾을 만한 능력은 없어 보인다. 지방 경제신문 등 많은 경제지도 있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의 경제신문의 양대 산맥으로 매경과 한경을 꼽는다.

 


 

이 책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 이야기』은 부제 「정치와 경제를 한눈에 파악하는 경제학 지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경제신문에서 독자들의 경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애쓰지만 그 성과에 미치지 못하는 원인이 경제 신문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중립의 정론'에 서 있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책의 저자 임주영은 "경제학에는 원래 정해진 답이 없다. 사람들은 경제학이 사회과학 범주에 속하고 주로 숫자와 데이터를 이론의 근거로 제시하니 마치 수학처럼 정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IMF 국가부도나 대공황 같은 숱한 경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었겠는가."라며 말문을 열고 있다. 경제 신문을 이용하는 신문의 독자들에게 신문을 만드는 사람과 그 신문이 정부의 경제 정책을 편향되게 보도하는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 경제에 기대어 산업화를 이룬 대한민국의 경제 신문이 올바로 설 수 있는 토양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창간 시에는 각자 정론을 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꾀하고 독자에게 올바른 경제 지식과 재테크 등을 알리려던 창간 정신은 무디어지고 언론 통폐합으로 살아 남은 두 경제지가 정부 정책의 나팔수 역할로 명맥을 이어오는 동안 정부와 최대 광고주인 재벌 그룹에 의존하는 바람에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제학이 제대로 된 이론 없이 현실과 맞지 않아 수없이 개선하고 고치는 오류를 범하면서도 부의 창출만 우선하고 분배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등 잘못된 관행이 이어져 왔다고 저자는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특히 경제학에는 현실과 전혀 안 맞는 가정을 전제로 계산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낸 이론도 수두룩하게 많다고 주장한다. 이를 ‘세테리스 패러버스’라고 하는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무수히 많을 때는 다른 변수는 없다고 가정하고 계산한다는 경제학 용어다. 쉽게 말해 그냥 마음대로 대충 계산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경제 칼럼니스트인 저자 임주영은 우리 주변에 세테리스 패러버스로 계산된 무수한 경제적 주장들을 들여다보며 사실에 근거해 낱낱이 반박해 나간다. 곁들여 언론의 나팔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다. 아울러 독자들이 제대로 경제 정책을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재테크 능력을 키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를 테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 3조3,000억 원의 GDP 증가 효과가 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일자리가 6만9,000 개 감소한다’ ‘좌파 포퓰리즘으로 우리도 베네수엘라처럼 망할 것이다’ ‘전두환 시절이 더 살기 좋았다’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이나 가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퍼주다가는 나라 살림이 거덜난다’ ‘국민연금은 곧 고갈돼 못 받게 된다’ 등 하나같이 익숙한 내용들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저자는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잔인한 ‘대격차의 시대’를 마주한 지금, 각자도생을 위하여 반드시 알아야 할 진짜 경제 이야기를 펴나간다고 밝힌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브렉시트(BreXit)'를 언급한다. 국민의 의견을 물어 2016년 6월 영국이 EU를 탈퇴한 일이다. 사실 브렉시트 선언은 유럽 다른 나라들과의 자유로운 무역을 전면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책에 따르면 경제 성장률은 곤두박질쳤고 GDP가 2022년 2분기까지 5.5%나 감소했다는 분석이 있었으며 금융회사 430여 개, 금융자산 무려 1조 파운드(약 1,600조 원)가 영국 밖으로 빠져 나갔다. 게다가 자유무역 포기의 대가로 관세는 더 높아졌고,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증가해 40년 만에 깨어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브렉시트가 선봉에서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영국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아둔하고 바보 같은 결정으로 브렉시트를 꼽는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EU 탈퇴를 결정한 당일, 영국 국민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문장이 "What does it mean to leave EU?(EU 탈퇴가 무슨 뜻이지?)"였다는 것이다. 그날 영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검색창에 이 문장을 입력했다. 결국 브렉시트의 의미도 정확히 모르면서 EU 탈퇴에 투표했다는 뜻이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의 이론-사람들이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을 들어 이날 투표 성향을 풀이한다. 오랜 기간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로 경제 불평등은 커졌고 서민의 삶도 갈수록 피폐해졌다. 보수 세려긍ㄴ 서민이 가난한 이유를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이 몰려들어와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고 선동했다는 것. 물론 사실이 아니다. 선동한 사람들이 사람의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을 차단했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영국 국민들은 신문의 경제 기사는 숫자, 생소한 용어,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읽기 싫어했고, 난이도 높은 경제 기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여론을 확증 편향으로 이끌었다. 난민들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차별과 혐오를 더 키운 결과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카너먼의 이론을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의 선택은 틀리기 십상이고 때론 결정과정도 엉망이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생각의 과정을 건너뛰고 대충 찍기를 선호하는데, 뇌의 이런 습관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휴리스틱’이라 부른다. 이처럼 아둔한 결정으로 꼽히는 브렉시트를 저자는 대입시켰다. EU를 탈퇴하면 난민도 막고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는 선정적인 선동에 휴리스틱이 작동한 것이라는 말이다. 당시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매체가 잔류를 희망하는 매체에 비해 4∼5배 많았던 언론 환경을 감안하면, 국민의 결정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대한민국에선 브렉시트 같은 결정이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절박함에 이 책의 집필을 결심했다고 〈프롤로그〉에서 강조한다. 지금 우리의 언론 상황도 당시 영국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는 생각에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중요하고 민감한 경제 이슈들이 많다. 사회적 합의가 매우 시급한,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런데도 실체적 진실을 알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정파적이고 이념적인 문구가 진실을 가리고, 숫자나 데이터를 과장해서 해석한다. 그 해석을 언론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덧칠을 더해 이제는 뭐가 본질인지 알 수도 없다. 사실이 곡해되고 본질이 뒤틀리면 경제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오류를 바로잡고 강점은 발전시킬 수 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던 꿈같은 시절에서 한순간 후진국으로 전락해버린 현재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는다면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라는 저자의 절박한 심정에 경제 신문 기사보다 오히려 더 눈이 가고 더 공감이 된다. 경제 공부도 하지 않고 경제 신문조차 잘 읽지 않는 대부분이 올바른 경제 정책을 따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집필 취지가 훨씬 큰 설득력을 갖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들, 이해할 수 없는 경제 정책,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사안, 심상치 않은 세계 동향 등, 지금 우리가 당면한 경제 문제를 깐깐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의 시선을 통해 언론은 알려주지 않는, 내 삶과 직결되는 진짜 경제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무당 경제학의 굿판을 걷어차라〉, 2장 〈사람의 경제학을 위하여〉, 3장 〈정치가 밥 먹여준다〉, 4장 〈투기 조장 정부 vs 투기 억제 정부〉, 5장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기〉 등이다.

신문의 경제 기사를 매일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경제 기사는 대입 시험 수험생의 각오로 공부해야만 할 만큼 난이도가 높다. 그렇다 해서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지나쳐선 안 되는 이유는, 경제는 내 삶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주 노동시간, 국민연금, 긴급재난지원금, 실업급여, 가계대출금, 부동산 규제, 기본소득, 장단기 금리, DSR 등이 모두 경제 정책에 좌우되는 만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휩쓸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 책은 우리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과 논쟁 이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경제 이야기를 구체적인 사안 중심으로 해설한다. 일명 '무당경제학'이라 불리는, 근거 없는 슬로건에 불과한 ‘낙수효과’에 대한 맹신, 삶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헛된 숫자 GDP의 실상, 최저임금이 오르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오해, 국민연금 관련 협박 마케팅, ‘주 69시간 근무제’ 추진의 내막, 긴급재난지원금과 재정건전성 사이의 상관관계, 부자감세가 초래할 국가 위기, 붕괴 직전에 이른 청년층에 대한 지원 정책 등,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해당되므로 더욱 똑바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사안들을 5개 장으로 나누어 자세히 풀어준다.

 


 

또한 경제와 정치는 서로 맞물려 흐름과 방향을 같이하므로, 집권 정당에 따라 달라지는 경제 정책에 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정책들의 추이도 개괄하면서 “정치가 밥 먹여준다”는 말이 결코 농담이 될 수 없는 치명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다. 재벌의 불법, 편법 경영승계가 초래한 천문학적 손해배상금을 결국 국민이 물어야 하는 현실, 대중국 무역이 위태로워짐으로써 감당하게 될 경제적 손실의 규모, 어렵게 극복해낸 일본의 수출규제를 한국정부가 포기해버린 굴욕, 정부에 따라 명운이 달라진 한국 해운업의 위상 등을 통해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고 결국 국민의 삶을 재단하게 되는 프로세스를 거시적으로 보여준다. 각 사건의 배경 정황, 전개 양상, 그 결과로 파생된 손실과 여파 등을 알고 나면, 경제 주체인 우리 개개인이 앞으로 어떤 관점으로 정책 및 집행을 감시해야 하는지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세사기 사건의 구조적 문제, DSR 규제 완화에 대한 깊은 우려, 가계부채를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정부 정책의 후폭풍 등을 세밀하게 짚어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행여 잘못된 정책이 강행되었을 때 국민이 감당해야 할 충격과 불행한 사태를 결단코 막아야 한다는 결의와 사명감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저자 : 임주영

 

경제 칼럼니스트. 채권과 외환 등 금융시장에서만 25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첨병인 금융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자본이 아닌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따뜻한 경제철학을 지녔다. 올바른 경제 성장을 염원하고,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냉철한 비판과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고민한다. 〈굿모닝충청〉과 〈시민언론 민들레〉에 경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던 꿈같은 시절에서 한순간 후진국으로 전락해버린 현재를 제대로 성찰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들, 이해할 수 없는 경제정책,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사안, 심상치 않은 세계 동향 등 바로 알아야 할 경제문제를 절박한 마음으로 풀어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니다!’라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각오를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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