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 우울증 환자를 살리는 올바른 대처법
최의종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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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는 아내에 대한 한 남자의 순애보다. 어느 날 아내가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병원에 가기 전부터 조금은 증상을 보였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정도의 가벼운 증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시쳇말을 너무 믿은 탓일까. 아내의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낀 남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서 진단 결과를 받아들고도 한편으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당장 입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걱정이 사뭇 자신이 넘겨 짚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기를 바랐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또 하나의 상처가 우울감 호소자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소통 부재에 따른 '코로나 블루'라고 의학계에선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증상이라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치유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권고해 왔다. 이 때문인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일은 예전처럼 꺼리고, 숨기고 할 필요는 많이 사라졌다. 흔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이기 때문이다. 감기에 누구나 걸려도 큰 걱정을 안 하듯이 말이다. 사실은 정신병원 진찰만 받으러 가는 것도 숨겼다. "정신질환자는 함께하기가 무섭다"고 피했다. 본인이 갈 때에는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나로 보지 않고 '정신질환자'로 볼까 두려워서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좋아지긴 했다. 병에 대한 인식도 많이 알려져 그닥 크고 위험한 질병에 들지는 않는다. 의학적 지식이라고는 없는 독자가 보기에 사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 갑자기 어떤 계기로 인해 심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독자와 비슷한 생각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맞지만, 감기 정도의 가벼운 병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직접 겪어본 환자나 환자 가족은 고작 감기 정도가 아님을 잘 안다는 주장이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울증은 소중한 사람을 잠식하고 모든 관계를 파괴한다. 심한 경우 극심한 자살 충동으로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저자의 말은 경험에서 얻은 지식이어서 반론은 무의미하다.

 


 

우울증은 왜 생겼는지, 그 원인을 알기는 어렵다고 한다. 원인도 워낙 다양하고, 처방약도 마땅찮다. 특히 정신질환은 아직까지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신의 영역'에 있는 인간의 뇌의 이상 증상으로만 안다. 특효약이 없다는 것은 감기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병이지만 우울증은 다르다. 감염병도 아닐 뿐만 아니라 증세는 있지만 병의 원인은 모른다는 데 차이점이 분명하다. 사실 뇌의 이상으로 오는 정신질환은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고 한다. 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치매, 파킨슨병 등 모두 뇌의 이상에서 오는 질환이다. 그러나 특효약이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의·약학계가 약을 개발해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서양의학은 병의 원인을 모를 경우 치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병의 원인과 그에 따른 병명을 제대로 알아내야 치료가 시작된다. 뇌 부분에 대한 치료약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은 병의 원인과 병명마저 아직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일부 증상만 지연시키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증세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경증 환자들이겠지만 '완치'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처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대부분 앓고 있는 환자의 부정확한 진술에만 의존해 진료가 이뤄져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 혹 원인을 알아도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는 데만 보통 몇 달이 걸린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1분 1초가 힘든 환자는 지쳐가고 증상은 더 악화된다.

우울증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만큼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늘 곁에 있는 가족이 우울증을 이해하고, 환자 상태를 파악하며, 환자가 우울증에 매몰되지 않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 이는 생각보다 어렵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우울증을 공부하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가족의 상태를 관찰해 꾸준히 환경을 개선하고, 말과 행동을 적절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울증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수다.

 

 

이 책은 우울증 환자가 아닌 환자 가족 입장에서 환자를 제대로 돕기 위한 인사이트를 담았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7년간 치료저항성 중증 우울증 치료를 한 아내를 돌본 남편이 치료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단순히 병원 진료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병원 치료를 보완하기 위해 가족이 해야 할 거의 모든 일들을 담았다. 우울증에 걸린 소중한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 그래서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환자 가족이라면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음은 있어도 방법을 몰라서, 혹은 여건이 안 돼서 소중한 사람에게 필요한, 어쩌면 가족을 살리는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오랜 치료에 지쳐 포기하기도 하는 사례도 많이 봐왔다. 어떠한 경우라도 적절한 도움이 간절한 환자에겐 좋은 일은 아니다.

이 책은 중증 우울증의 아내 치료를 함께한 남편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가 가족으로서 놀라운 점은 아내를 위해 직접 우울증을 공부하고, 직접 여러 영양제와 음식을 먹어보고, 직접 운동법을 익히고, 우울증 환자에게 좋고, 매일 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식단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이는 의사마저도 할 수 없는, 오로지 환자 가족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아내에게 알맞은 '좋은 병원'과 의료진을 선별하는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등 우울증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디테일들을 만들었다는 점은 보통 남편으로서 할 일을 넘어선다. 지극한 사랑과 헌신이 있어야 해낼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까닭에 독자는 이 책을 환자가족으로서의 치료법이라기보다 '순애보'라고 표현한 것이다.

저자는 시중에 출시된 우울증 관련 책을 수백 권 읽는 것을 넘어 해외 논문과 의사들을 위한 연구 자료를 찾아보며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밝힌다. 운동으로 아내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운동을 미리 익힌 후 아내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가능한 모든 진료를 함께 다니며 부적절한 의료진 언행을 차단하고, 옆에서 관찰한 환자 상태를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알맞은 진단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 환자 건강에 좋고 매일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맞춤 식단을 개발했고, 환자가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다양한 아이디어로 도왔다. 또,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환자뿐만 아니라 길어지는 치료 과정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는 법을 고민하고, 행여 엄마의 우울증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게 아이들 양육에서도 해법을 찾았다. 모든 노력이 바로 효과를 낸 것은 아니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이란 병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수차례 응급실에 갈 정도로 커다란 고비를 여러 번 넘겨야 했다. '허울'뿐인 완치 판정 후 재발해 상황은 더 나빠졌고, 환자는 심각한 자살 충동 속에 더 힘들어했다. 하지만 저자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 모든 노력을 꾸준히 지속한 결과 저자의 아내는 중증 우울증에서 벗어나 현재는 일상을 회복했다.

저자는 우울증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도움 없이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책에서 강조한다. 며칠 밤을 새우며 우울증을 공부해도 환자 치료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환자를 보살피며 도와야 할 가족의 대처법에 대한 내용을 얻을 수 없어 답답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실제 옆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어떻게 우울증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환자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지, 가족을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는 없다는 말이다.

저자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곁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했으며, 그 결과를 기록하고 분석해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우울증이 낫는다'라는 섣부른 공식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과 상황을 올바르게 분석하고 접근하는 경험적 지혜를 나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이 돌봐야 할 환자의 상태에 맞게 저자의 경험을 적용하며 치료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에 고군분투하는 환자 가족이라면 저자의 경험과 조언이 소중한 사람을 살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하루빨리 우울증에서 구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찾기를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책을 낸 후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환자 가족에게 도움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울증에 걸리면 부정적 사고에 빠져 약물 치료 불안감과 의료진 불신 등으로 치료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병증으로 인한 것임을 알려줘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약물 치료 효과가 늦게 나타날 수도 있으니 불안해하지 않도록 비약물 치료도 병행하는 등 치료 전반에 관심을 갖고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또, 병원에 환자 혼자 보내지 말고 가능하면 진료실 안까지 동행해 의료진에게 환자 상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또한 "우울증 환자는 보통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니, 침실을 먼저 개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침구류를 환자 몸에 맞는 것으로 바꾸고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온습도를 조절하는 등 어린아이처럼 세심히 돌봐야 합니다. 약물 치료만큼 효과가 큰 것이 운동입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집 밖을 나서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집에서 운동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합니다. 집에서 가볍게 걷고 뛸 수 있는 워킹패드 등의 기구를 갖추고, 보호자가 올바른 운동법을 먼저 익히고 환자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환자인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환자 가족들에게도 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저자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아내의 우울증 치유에 가장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최의종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현재 국내 유수의 게임회사 기술 총책임자(Technical Director)로 일하고 있다. 우울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지만, 7년 전 우울증에 걸린 아내가 병원에 다녀도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것을 보고 우울증 공부를 시작했다. 각종 논문과 사례를 닥치는 대로 찾아 검토했고, 운동과 식단, 생활 환경 등을 아내 상태에 맞게 적용해 큰 효과를 거뒀다. 덕분에 아내는 예전 상태를 회복했다. 치료 과정에서 우울증은 가족이 돕지 않으면 낫기 힘들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고,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2023년 <대한신경정신학회-와이브레인>이 주최한 우울증 극복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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