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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심중일기 1 - 혁명이냐 죽음이냐 그의 진짜 속마음은?
유광남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임진왜란은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처참한 침략을 받은 전쟁으로 기억된다. 왜(倭)로 지칭되던 일본의 침략 야욕은 자신들의 전국(戰國)시대를 통해 통일국가를 만들어냄으로써 마감하고 전역 지배권을 손에 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늘 식량 부족과 물자 부족을 겪던 섬나라 일본은 대륙 정벌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다. 특히 막 전쟁을 끝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쟁을 도왔던 지방세력가인 다이묘들의 눈을 외부로 돌리고 힘을 분출시키기 위해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품었다. 무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쟁에 참여한 다이묘나 군사들에게 전리품도 안겨야 했다. 도요토미가 혼란 정국을 풀어낸 방식은 대륙 정벌을 위한 한반도에 먼저 눈을 돌린 것이다. '정명가도(征明街道)'란 명분을 내세워 한반도를 불법 침략했다. 그들이 명분으로 내세운 정명가도는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이 전쟁이 7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다. 임진년(1592년)과 정유년(1597년) 각각 쳐들어 왔다. 앞의 것을 임진왜란이라 하고, 뒤의 침략을 정유재란이라고 표기한 것이지만 하나의 전쟁의 일직선에 있다.
이 소설 작품 『이순신의 심중일기』는 임진왜란의 영웅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소설의 내용에 따라 붙여진 제목이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다른 각도로 들여보는 것은 문학적 상상력으로 작가의 자유이지만 저자 유광남은 사실을 비틀어 한 발 더 나아간 상상을 했다고 밝힌다. 즉 무능하고 사리사욕만 챙기는 조정 대신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으면 백성들에게 훨씬 더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이는 충무공의 애민 정신을 높이 산 것이고, 그 애민 정신이 전장에서 스러짐에 대해 아쉬움의 작가적 표현으로 독자는 추정한다. 저자는 '역성혁명'(易姓革命)을 단행해 조선에 새로운 하늘을 열어줘야 했다는 아쉬움으로 이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작가의 심중일기」란 제목의 〈머리말〉을 통해 밝힌다. 저자는 이순신의 삶을 따라가면서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시기를 포착했고, 이 시기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한 팩션(Faction)을 그려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이순신이 당시 조정 대신들의 상소로 살아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죄를 입증할 명분을 찾았다고 확신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한, 이순신은 구금으로 인해 난중일기 대신 마음속의 심중일기를 작성하게 된다. 조선의 미래와 백성을 위해 무능한 선조와 전쟁 중에도 사익을 위해 당파싸움에 매몰된 조정을 뒤엎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역사에 기록된 대로 전쟁이 끝나고 어명을 거역한 죄로 고역을 치를 것인가에 대한 갈등과 고뇌하는 충무공의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역사에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 이미 벌어지고 지나간 일을 훗날 뒤돌아보는 것은 교훈을 얻고 뼈저린 반성을 통해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소설도 '만약'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을 상당히 자제한다. 자칫 역사를 뒤틀리게 해석함으로써 역사를 공부하는 의미를 없애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라를 구하는 등 '영웅'에 대한 문학 작품은 더욱 영웅적이고 존경할 수 있는 인물로 미화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더욱이 우리는 당시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조선이란 나라는 아예 없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배웠지 않은가. 왕의 무능함, 조정 대신의 사리사욕에 의한 정파싸움... 국제 정세에 어두운 관리들이 조정에서 세력 다툼만 한다면 나라의 앞날은 어둡지 않을까. 또 그런 왕과 조정 대신들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이런 의심도 사실은 무의미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조정은 무능했다. 다행히 몇몇 대신들은 신하로써 충성과 나라의 앞날에 대한 비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일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국의 일념으로 조선의 바다를 지키던 충무공은 전쟁 이후의 나라와 백성들의 삶에도 지극한 정성을 엿보이는 『난중일기』를 남김으로써 쿠데타로 역성혁명을 통해 새 왕조를 열 생각은 없었다는 점이 밝혀진다. 다만 위대한 장군에 대한 개개인이 그나마 희망이요, 삶의 미래라고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역사는 실록 등 글로 남겼다.
사람들이 생각한 개인의 명예나 이익보다는 '나라를 구한다'는 것이 곧 '백성을 구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생각한 것으로,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졌다. 이를 통해 전쟁이 끝난 지 50년 가까이 지난 1643년(인조 21)에서야 ‘충무(忠武)’의 시호를 받았고, 1659년(효종 10)에 남해의 전적지에 그의 비석이 세워졌다. 1707년(숙종 33)에는 충청도 아산(牙山)에 세워진 그의 사당에 ‘현충(顯忠)’이란 호가 내려졌으며, 1793년(정조 17)에는 영의정으로 추증되었다.(두산백과) 이런 이순신이 역성혁명을 꾀한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저자는 '난중일기'를 '심중일기'로 바꿔 백성들의 삶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면 해볼만한 가정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결국 이순신이란 영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아니라 얼마나 위대한 영웅인가를 강조하는 의미로 되돌아가는 소설이 『이순신의 심중일기』이다. 난중일기가 그의 사후에 밝혀졌다. 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고, 백의종군한 사실도 조작된 누명이라는 사실을 '수정실록'에서 밝혀지며 누명은 벗게 되었음을 다시 한 번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이순신을 역성혁명의 주역으로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 나라와 백성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를 난중일기와 조선왕조실록 등을 토대로 오랫동안 탐구하고 사유를 거듭해 이순신이 꿈꾸던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에 대한 사유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저자는 이순신에 대해 신무기를 개발한 창의력, 천재적 전략전술, 자급자족의 경영능력, 신분을 가라지 않는 인재발탁, 전투의 시작과 끝을 예측한 혜안을 가진 영웅으로 규정 짓는 데서 출발한다. 임진왜란은 16세기 말에 끝났다. 17세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동아시아 한·중·일의 영웅들은 어땠을까? 당시의 국제 정세를 살펴보면, 이들은 임진왜란을 통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여진족)의 누르하치는 청나라를 세우고,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막부를 세웠다. 저자가 안타까운 지점이다. 가장 먼저 바꿨어야 할 조선의 이순신은 왜 전사해야만 했을까? 저자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배어 있다. 이로써 저자는 "역사는 때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전쟁 중에도 압송하여 34일간 옥에 가뒀던 이순신을 선조는 왜 방면할 수밖에 없었을까? 노력 끝에 저자는 그 답을 선조수정실록에서 찾아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1592년 임진년에 발생한 조선과 일본의 임진왜란은 조선왕조 역사 중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다. 그 위기의 조선을 구한 명장이 바로 성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 장군이다. 그가 남긴 난중일기는 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충성으로 가득하며 왜적과의 전쟁에 소홀함이 없는 위대한 장군의 기록이다. 그러한 이순신 장군이 반역을 꾀하였다? 이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상상으로 풀어낸 일종의 픽션 소설이다. 그러나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무능한 왕 선조와 당쟁부패(黨爭腐敗)의 신하들
이들은 병마(病魔)이며 내 절망적 고통의 시작과 끝이다.
그들을 모조리 달 밝은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내 목을 베고 싶다.
아마도 그들의 피는 붉지 않을 것이다.
오염(汚染)된 그 피를 거북도 외면하리라.
길은 외길이다. 반란(反亂)!
-이순신의 心中日記 중에서-
이순신은 정유재란을 목전에 두고 모함을 받아서 하옥된다. 백성들의 혼란은 안중에도 없고 당권의 당쟁만을 일삼는 조정의 중신들과 왕에게 아첨하며 부패해 가는 그들에게서 이순신은 절망한다. 무능한 왕 선조에 대해서 인간적 배신감도 느낀다. 그의 가슴은 분노로 격탕하게 되고 옥중에서 마음속의 일기 심중일기를 작성한다. 그런 나라를 세우자는 젊은 장수가 한 명 있다. 이름은 김충선, 항왜, 즉 조선에 항복하고 귀순한 일본인으로 이제는 조선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조국 일본과 대적하는 불가사의한 그가 절규한다.
“이순신의 나라는 백성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순신의 나라는 강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백성들이 꿈꾸는 나라가 될 것이옵니다.”
조선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나의 소원은 결코 외롭지 않다. 이순신은 고립되어 있지 않다. 그의 탁월함으로, 놀라운 지도력으로, 조선의 사대부들도 지지를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의 역모는 이순신의 함대처럼 순항한다.
- 김충선의 옥중일기(亂中日記) 중에서-
김충선은 모함으로 압송당하여 죽게 될 이순신을 구하기 위해서 반역을 도모하기에 이른다. 오직 그 방법만이 극악한 왕 선조로부터 이순신을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는 영의정 류성룡과 도원수 권율, 의병장 곽재우 등 당대의 권력가들을 접촉하며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를 위해 왕과 사대부의 권위를 누려오던 특권층의 붕괴를 노린다. 하지만 그들 역시 철저히 가진 자의 권력을 누려왔던 왕권 결탁 세력이었다. 그들은 과연 동조할 것인가? 이 책 『이순신의 심중일기』는 왕 선조에 대한 충성심과 분노, 그리고 일본에 대한 철저한 응징으로 서술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