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파라다이스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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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작품 『투 파라다이스』는 "진정한 파라다이스는 존엄과 존재를 고민하는 사람만이 찾아낼 수 있다"는 주제를 가진 문제적 대서사시로 주목받고 있다. 저자 한야 야나기하라가 이 소설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한 시점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훨씬 전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이 소설 작품은 디스토피아와 팬데믹 이야기를 잘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으면 세계의 출판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저자의 전작 『리틀 라이프』와 주제면에서 일맥상통해 시리즈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대체 역사소설과 사실주의, 디스토피아를 넘나드는 스토리로 저자의 집필 의도가 한층 더 야심만만하고 확대된 느낌을 준다.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발표된 후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보그〉, 〈에스콰이어〉, 〈NPR〉, 〈굿리즈〉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출판사 측은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 작품을 추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소설 작품은 조지오웰의 『동물 농장』, 『1984』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에 팬데믹, 차별과 혐오, 성정체성, 국가의 규제와 개인의 자유 대립 등 전 세계를 뜨겁게 만든 이슈를 녹였다. 저자 한야 야나기하라는 등장인물들의 갈망과 그들이 놓인 상황을 통해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권력과 규율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더불어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재앙은 어떤 형태일지, 우리는 우리를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막연하게 가슴에 품고 그리워했을 낙원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으며, 삶에 대해서도 깊게 고찰할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 파라다이스』는 주로 뉴욕을 배경으로 한 게이 남성들의 이야기다. 전작과 주제가 비슷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저자 한야 야나기하라는 현재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제적 젊은 거장이라고 칭송되고 있으며 아시아계 미국 소설가이다. 저자는 이 소설을 3부작으로 구상해 집필했다고 알려졌다. 그 중 제1권으로서 『투 파라다이스1』에는 1부 〈워싱턴 스퀘어〉와 2부 〈리포-와오-나헬레〉로 나뉘어 담았다. 1부는 19세기 후반 가상의 미국 내 '독립국'인 '자유주'를 배경으로 헨리 제임스의 〈워싱턴 스퀘어〉*를 게이 남성 상속자 버전으로 다시 쓴 대체 역사소설이다. 2부는 그저 “그 병”이라고만 지칭되지만 에이즈(AIDS)가 분명한 신종병의 창궐로 인해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뉴욕 게이 남성들과 몰락한 하와이 왕조 후손의 비극적 삶을 그렸다. 이 소설은 책의 서두에 "이 이야기는 허구이며, 여기에 등장하는 이름, 인물, 장소, 사건들은 작가의 상상의 산물 또는 허구다. 생존 여부를 막론한 실제 인물이나 사건, 장소와 유사성이 있다면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다"고 밝힘으로써 오히려 사실을 소설화한 듯한 느낌을 준다. 20세기 후반의 미국의 현실 역사를 반영했다고 독자 입장에서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1권에 등장하는 두 곳의 세상은 시간 연속선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모든 이야기에서 뉴욕 워싱턴 스퀘어의 저택이 주된 배경을 이룬다. 데이비드 빙엄, 찰스 그리피스, 에드워드 비숍 등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마치 거듭 환생이라도 하듯이 100년 후 세상에 거듭해서 등장한다. 이 등장인물들은 이름만 동일한 게 아니라, 손주에게 헌신적인 애정을 쏟는 권력자 할아버지,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부유하는 젊은이처럼 유형 또한 비슷하게 반복된다. 1부의 이야기가 2부에서 다시 언급되기도 하고, 같은 장면과 대사가 되풀이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동일 구절 “To Paradise(낙원을 향하여)”로 마무리된다.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와 〈워싱턴 스퀘어〉 : 미국 소설가 겸 비평가로서 영어로 쓴 가장 뛰어난 소설 중의 하나로 평가받은 장편 『어떤 부인의 초상』등 그의 작품 대부분은 국제 문제를 다뤘다. 〈워싱턴 스퀘어〉도 그의 작품 중 하나로 1880년에 발표했다. 그밖에 자신의 작품 해설을 모은 『소설의 기교』는 소설 이론의 명저로 알려졌다.(두산백과)

 


 

제1부 〈워싱턴 스퀘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 1893년을 배경으로 한다. 노예 해방의 주역으로 칭송받던 링컨 대통령의 사후 약 30년쯤 된 미국 뉴욕에서 벌어지는 일이 소설의 중심 줄거리다. 주인공 데이비드 빙엄은 자유 미국의 창립자인 너대니얼 빙엄 손자다. 자유 주에서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백인 여성에게는 교육받을 권리와 투표권이 있지만 자유 주에서는 흑인의 시민권을 거부한다. 데이비드는 상인 찰스 그리피스를 소개받고 그와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비드는 자원 봉사를 다니는 곳에서 피아노 교사 에드워드 비숍을 알게 된다. 단박에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 두 사람은 빠르게 연애를 시작하지만 에드워드가 집으로 돌아가자 연애는 중단된다. 에드워드가 부재하는 동안 데이비드는 찰스의 구애를 받아 그와 성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에드워드가 돌아와 데이비드에게 신분 차이를 넘어선 우리 둘의 사랑을 인정해줄 캘리포니아로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데이비드는 할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고백한다. 그의 할아버지 너대니얼 빙엄은 에드워드가 부유한 남자를 유혹하는 사기꾼이자 도둑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는 가족에게 등을 돌리기로 결심하고 낙원을 향하겠다고 결심한다.

제2부〈리포-와오-나헬레〉는 1부의 100년 뒤 1993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 인물의 이름이 겹치기는 하지만 제1부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 데이비드 빙엄은 하와이 왕족의 후손인 25세 법률 보조원이다. 자신의 유산을 버리고 부유한 나이든 변호사인 찰스 그리피스와 함께 뉴욕에 살고 있다. 두 사람은 HIV/AIDS 전염병에 크게 영향 받았으며 찰스는 휴면 보균자이고 그의 친구들 중 많은 수가 사망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유산을 찰스에게 비밀로 한다. 또한, 요양원에 갇힌 데이비드의 아버지는 무너진 왕조의 상속자다. 그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의 친구 에드워드가 하와이 독립 운동에 참여하도록 그를 격려했던 방법을 회상한다. 에드워드의 격려를 받은 나이든 데이비드는 결국 할아버지를 통해 소유한 쓸모없는 땅인 리포-와오-나헬레로 거주지를 옮긴다. 하지만 그들은 땅을 개발할 수도 없고 추종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도 없다.

 


 

가상의 유토피아 국가 자유주에서 현실의 1990년대를 거쳐 미래의 디스토피아로 불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세계들이 그 자체로 역사의 퇴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10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과 명백히 다른 사회적 체제에도 불구하고 유사하게 반복되는 상황과 설정들을 통해 저자 야나기하라는 "현실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자유는 환영 같은 희망일 뿐"이라는 어두운 암시를 던진다. 그리고 그 암시 속에서 각 이야기를 끝맺는 “낙원”을 향한 결의는 역사적 진보의 함의를 벗어던지고 미망, 모순, 아이러니로 점철된 소망으로 그려진다.

1부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자신을 감출 필요 없이 살 수 있는 안전한 유토피아를 버리고 신뢰할 수 없는 연인과 함께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는 “서부(낙원)”으로 가서 자유와 독립을 찾겠다고 다짐한다. 2부 후반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하와이 왕국을 복원해 ‘타락(식민주의) 이전의 낙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실체 없는 꿈을 좇아 인생을 허비한 끝에 죽음의 침상에서야 “뉴욕(낙원)”으로 가서 아들 데이비드와 화해하려는 환상에 빠진다.

낙원을 향한 그들의 여정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상의 유토피아에서 위험한 현실로, 식민지 하와이에서 제국인 미국으로, 신세계 미국에서 구세계 영국으로 향하는 뒤집힌 여정이라는 것 또한 현실 진보의 방향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같은 세 개의 이야기 줄거리가 모두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독자들이 결말 이후 주인공들의 운명을 어떤 쪽으로 상상하건 간에, 그 대답은 현실 속 낙원과 자유에 대한 각각의 견해와 무관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밤, 어두워지고 이곳이 온통 조용해지면 나는 일어나 정원을 다시 찾아 나갈 거고, 이번에는 뒷문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갈 거야.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새카만 나무들이 벌써 보여. 주위에 가득한 생강 냄새가 벌써 나는 것 같아. 저들의 생각은 틀렸어. 아직 너무 늦지 않았어, 늦지 않았어, 결국 늦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걷기 시작할 거야. 어머니 집이 아니라, 리포-와오-나헬레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네가 가 있길 바라는 그곳을 향해서. 난 멈추지 않을 테고, 쉴 필요도 없을 거야. 거기, 네가 있는 곳에 다다를 때까지, 낙원을 향하여."(p.529)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로 인구 약 150만 명(2013년 현재)의 제도(諸島)이다. 이 소설에는 뉴욕과 미국의 서부, 하와이 등 3곳의 구체적 명칭이 나온다. 모두 신세계-구세계,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번영-타락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이 영욕의 결과를 시대적으로 열거한다면 반대의 개념에 더 합당할지도 모르는, 짧은 시간(특히 소설 속 100년)에 큰 변화를 겪은 곳이다. 뉴욕은 모두가 아다시피 신세계 미국이 태동하고 번영을 지속해온 곳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기까지 독립 이후 1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수많은 역경에 부딪치고 극복하는 동안 많은 타락(부패와 욕망)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미국의 서부는 미국이 동부 13개 주를 발판으로 독립 이후 수많은 외적과 맞서 싸우면서 북아메리카 전역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실현된 곳이 '서부' 개척이다. 당시 미국인들에게는 신세계이고 돈과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토피아이기도 했던 곳이다. 미국의 개척 정신을 포론티어십으로 묶어 역사적 헌신의 결과로 정부가 미화한 점을 뺀다면 말이다. 선주민(원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 멕시코인들의 피난 등으로 점철된 개척의 역사가 오늘의 미국을 만드는 데 짙게 배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오늘날 가장 아프게 겪고 있는 사회문제인 '총기 소지'도 이때 개척자들에게 자위권 차원에서 허가된 무기여서 이로 말미암은 오늘날 미국이 겪는 사회적 고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와이 역시 미국의 마지막 50번째 주로 편입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폴리네시아계 민족이 하와이에 이주한 것은 5세기경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뒤 오랫동안 부족간의 싸움이 뒤를 이었으나 1782년에 카메하메하 1세(1739∼89)가 섬 전체의 통일에 성공한 후 1893년까지 왕조가 지속되었다. 그 후 하와이는 미국과 극동을 잇는 태평양상의 통상·포경(捕鯨) 기류지가 되었으며, 그 동안에 미국인을 주로 한 외국인 거류자도 점차 늘고, 1840년에는 뉴잉글랜드 선교사들의 포교와 그 영향에 의해 최초의 헌법이 발포되었다. 1840년대에 영국·프랑스 및 현지 미국인과의 사이에 그 귀속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었으나 결국 독립이 유지되었으며, 1887년에는 미국과의 호혜통상조약에 의해 펄하버(진주만)의 미국 해군기지 사용권을 인정하였다. 19세기 후반에 사탕수수·파인애플 재배에 성공하여 제당업이 번창하자 아시아인을 포함한 외국이민이 증가하였다. 1897년에 매킨리 미국 대통령에 의해 합병조약이 체결되어 다음해에 미국의 주권하에 놓이게 되고, 1900년에 준주(準州)가 되었다. 미국령이 된 뒤 사탕수수와 파인애플의 재배가 한층 촉진되어 인구가 증가하고, 펄하버를 중심으로 한 기지의 강화도 추진되었다. 1941년 12월 8일에 일본군에 의해 펄하버가 기습공격을 당했고, 그것을 계기로 태평양전쟁이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주(州) 승격운동이 성해지면서 1959년 8월 21일에 알래스카에 이어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다.(두산백과)

 

 

"그가 떠나온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건 다른 사람의 천국이지, 그의 천국은 아니었다. 그의 천국은 다른 곳에 있지만, 그의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곳은 그가 찾아야 한다. 사실 그게 바로 그가 평생 배웠던 바, 희망하라고 배운 바 아닌가? 이제 찾을 때가 되었다. 이제 용감해질 때가 되었다. 이제 그는 혼자서 가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무거운 가방을 손에 든 채 이곳에 잠시 서 있다가 심호흡을 한 뒤 첫발을 내디딜 것이다. 그의 첫 발걸음을. 새로운 인생을 향하여, 낙원을 향하여."(p.267)

 

저자 : 한야 야나기하라(Hanya Yanagihara)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제적 젊은 거장. 아시아계 미국 소설가로, 197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스미스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뉴욕으로 건너와 ‘빈티지북스’ 출판사와 유명 여행 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와 《T: 뉴욕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에서 일하면서 소설을 썼다. 첫 장편 《숲 속의 사람들(People in the Trees)》(2013)로 뛰어난 데뷔소설에 주어지는 ‘펜/로버트 W. 빙햄’ 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2015년 두 번째 장편 《리틀 라이프(A Little Life)》로 독자와 평단 모두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예측할 수 없는 서사와 무서운 흡인력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다,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라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작품도 화제가 되었다. 부커상 후보작 중 유례없는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으며,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소설의 힘과 소재의 선정성으로 인해 뜨거운 논쟁작이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NPR 등 25개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걸작’이라는 단어는 이 소설을 위한 것이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커커스 문학상을 받았다.

 

역자 : 권진아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근대 유토피아 픽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조지 오웰의 『1984년』, 『동물농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어라』, 『헤밍웨이의 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 요법』,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 『에드거 앨런 포 전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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