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자성어를 알면 문해력이 보인다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자성어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11월
평점 :
이 책 표제어 『사자성어를 알면 문해력이 보인다』에서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 신성권이 오늘날 고사성어(故事成語)라고도 일컬어지는 사자성어를 알면 왜 문해력이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을 할까? 그리고 그 주장은 맞는 것일까?란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사자성어(四字成語)란 옛 중국에서 일어난 일을 넉 자로 정리한 것들이다. 대부분 역사에 기록된 사건이나 어떤 일을 말하고 표현하기 위해 넉자로 정리된 것들이다. 그렇다고 고사성어가 꼭 넉 자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두 자부터 12자까지 고사성어의 글자 수는 다양하다고 한다. 다만 넉 자로 이루어진 것이 가장 많을 뿐이다. 이것은 옛 중국인들이 역사를 기록하거나 시를 읊을 때 석 자, 혹은 넉 자의 운율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언어적으로 분석했을 때 중국어 대조적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것은 대부분 잘 기억된다는 점을 들었을 때 입에 쉽게 달라붙는 특징이 있다는 것은 우리 한글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시조나 가사 역시 3·4조, 4·4조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한자어의 영향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한자어로는 싯구를 오언절구, 칠언절구 식으로 나뉘었는데 이는 다섯 글자씩 쉼을 주거나 일곱 자씩 쉼을 주는 우리의 조(調)와 같은 것이다.
이 사자성어가 왜 오늘날 우리들의 문해력을 좌우하는 걸까? 이는 우리가 현재 한글로 적는 대부분의 어휘가 실은 한자어에서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이란 말은 과장이지만 〈한글대사전〉 중 70% 가까이가 한자어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언어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한자로 표기한 것을 우리 한글로는 표기가 불가능할까? 이는 오늘날 우리가 많이 배우고 사용하는 영어를 예로 들어보면 더 명확해질 것 같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school'이 학교라고 가르치고 수없이 반복해 학생들은 영어 발음 중에 '스쿨'이 들어가면 금세 학교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school'을 써놓고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글자 같긴 한데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한자로 마찬가지다. 한자를 빌어 쓰고 그들의 문화도 받아들인 우리로서는 과학적이고 매우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를 만들어놓고 널리 사용하거나 익히지 않았다.
이것이 오늘날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그 우수한 언어를 점차 잃어가는 이유이다. 한글을 만든 지는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글을 사용하고 연구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결코 대답이 쉽지 않다. 조선 초기에 한글이 만들었음에도 나라에서는 한글을 쓰지 않았다. 조선의 건국 이념 중 하나인 사대(事大)에 어긋난 것이다. 더욱이 한자가 아닌 한글을 사용한다는 것이 빌미가 되어 중국과 등을 돌리고 혹시라도 침략해 들어올 수도 있다고 한글 창조마저 반대한 많은 신하들이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이후 한글은 공문서는 물론, 사회 지도층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 피지배 계급인 일반 양민이나 천민들과 바깥 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부녀자들 사이에서 쉽게 배워, 학문이 아닌 잡문이나 기타 개인적인을 적을 때 한글을 사용했을 뿐이다. 언어는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모든 생물처럼 자꾸 사용해야 진화하고 발전하지, 사용하지 않는다면 퇴화하고 나중에는 사라진다. 언어는 살아 있는 생물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한글을 널리 사용하고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이제 100년도 안 된다. 그동안 잃어버린 순우리말 표기는 어쩌면 지금 국어사전에 있는 우리말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한글은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저간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자와 문해력을 연결시킨다. 순우리말로만 표기해서는 아직 우리말 연구가 제대로 되어 있지도 못한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한자도 알아야 한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한글을 버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한글로 표기해도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는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한자는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저자 신성권은 이를 "한글은 알지만, 문장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맹 아닌 문맹인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들어가는 말〉의 첫 문장을 쓰고 있다. 저자는 문해력의 기초는 어휘력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말의 개념어들이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잇어, 한자어의 속뜻을 알지 못하면 문장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글로 문장을 쓰고 읽고, 이해할 때 한자 속에 감춰진 뜻이나 함유된 진의가 문자에 나타나지 않는 소리글자의 특성을 이야기한 점에 주목한다. 문해력을 낮아지는 이유가 한자어를 한자로 쓰자는 말이 아니라 한자어의 표기를 안다면 한글로 써도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고 독자는 공감한다. 예를 들어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사자성어를 살펴본다. '개(蓋)'는 덮는다 뜻의 한자, '관(棺)'은 죽어 사람이 들어가는 나무로 만든 관', 사(事)'는 일이나 직업, 사업을 뜻을 가진 글자, '정(定)'은 '정하다' '안정시키다'는 뜻을 가진 글자라는 것을 알면 이 글자의 뜻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사성어는 옛날 중국에서 직접 겪은 일이나 사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면 이 뜻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부수적으로 한 자 넉 자의 뜻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 넉 자가 들어가면서 파생된 낱말들은 무수히 많아 부수적으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자는 글자 수가 너무 많고 어려운 데다 발음도 지방마다 다양해져 통일된 문법 체계와 발성 체계는 오랜 시간 쌓아오며 틀을 잡았다.
이런 사정을 한글 창제한 세종대왕도 알았던 듯하다. 양각색으로 섲이 책 표제어는 말할 것도 없이 두 개의 단어가 한자어이다. '사자성어'와 문해력'이 한자를 우리 한글로 표기했을 뿐이다. 만일 문해력이란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에게 한글로 '문해력'이란 뜻을 물어보면 거의 알아맞추기 힘들 것이란 주장에 근거한다. 즉 단어의 뜻을 모른 채 문장을 읽어나가면 문해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독자는 공감한다.
한자로 표기하면 뜻을 아는데 한글로 표기했을 때는 뜻을 유추도 하지 못할 정도로라면 한글은 왜 만들었을까? 그것은 언어학에서 분류하는 한자는 '뜻글자'이고 우리 한글은 '소리글자'이기 때문이다. 즉 한자는 한 자 한 자가 뜻을 내포하고 그들의 발음법에 따라 발음하기 때문에 뜻이 통하고 문제가 없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는 소리로만 유추해 뜻을 알아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해제에서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의 의의를 썼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에 내포된 뜻은 조선에서 쓰는 한자 발음이 중국에서 쓰는 한자 발음이 서로 다르기에 통일시키기 위해 소리글자를 만든다고 첫 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최소한 우리끼리 대화할 때는 통해야 하는 것이기에 '한자음 개신(改新)'의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나랏말을 만든 '국자 제정(國字 制定)'의 취지를 우선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하나 더 지금도 사투리가 심해 한반도 안에서도 위와 아래가 잘 뜻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왕래가 잦고 학교에서 정식으로 표준말도 배우는 요즘도 그런데 옛날 왕래나 서신, 가르치는 학교도 없던 시절 함경도와 제주도 말이 다른 것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지방 언어, 즉 사투리 통일 취지다. 사투리를 표준으로 고쳐 발음하도록 소리나는 대로 적는 글자를 새로 만들었다고 해제에서 명백히 밝히고 있다. 우리가 쓰는 한자어 발음이 중국과도 다르고, 지방끼리도 통하지 않은 점을 개신하려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저자의 사자성어와 문해력의 연결고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중국의 언어가 우수해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자는 뜻이 결코 아니다. 우리말 우리글을 쓰되 수천 년간 써온 말의 뜻을 우선 우리들의 소통을 위해 최소한의 것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어는 지역별로 비슷하면서도 때로는 정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언어 계통이 달라서다. 그러면 어떻게 그들은 서로 통했을까? 간단하다. 서로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 것이다. 장사를 원한다면 장사를 위해서, 외교적이라면 나라의 외교상 배우는 것이다. 인류는 그렇게 해왔고 서로 다른 말을 쓰지만 소통해왔다. 그러면서 서로의 발전을 꾀하기에 필요는 언제나 배움을 가져왔다. 사대를 위해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사대적 발상이 아니라면 한자를 배우는 것이 이상할 것도, 나쁠 것도 없다. 그것의 혜택은 필요해 배운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 신성권이 전작 『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에 이어 두 번째 10대를 한자 능력 함양을 위해 펴냈다. 전작은 어휘력을 증진한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책은 문해력 제고를 위해 썼다. 특히 이 책은 고사성어의 재미있는 유래와 각 한자가 가지고 있는 속뜻을 풀어, 한자의 생성 과정과 함께 어휘를 이해하고 문해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키워드로 보는 사자성어에서는 해당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자성어를 소개하고 있으며, 각 말미에 적절한 예문을 제시해 서자성어를 일상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알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장(章)의 구별 없이 가나다 순으로 모두 94개의 고사성어를 정리했다. 우리말 발음과 함께 사자성어 한자로 적혀 있어 제목을 대신하고 있다. 이어 뜻을 풀어쓰고 유래를 찾아 적었다. 이어 각 한자 하나 하나를 음과 훈을 적어 놓아 독자들의 한자 실력 배양에 주력하고 있다. 유래와 해설들을 읽으면 언제 어떻게 생겨난 말인지도 알 수 있다. 비슷한 뜻과 용례를 일일이 적어 주석처럼 달아놓아 한자를 어려워하는 일반인들도 읽어보면 한자와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이 돋보인다. 특별히 어려운 한자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기초한자 중심으로 사자성어를 찾아 정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한자를 전혀 배우지 않은 10대들을 위한 고사성어 책이라고 보면 가장 적절한 판단이다. 천자문이나 명심보감 같은 것이 아니라 왜 고사성어를 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 한자로 쓰지는 못하지만 뜻은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속담처럼 널리 누구나 쓰던 말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해 왔던 말이기에 고사성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독자는 추측한다. 고사성어는 교훈적인 것 말고도 생각해볼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때로는 사회 생활에서 필요한 영감을 얻기에도 좋은 말들이 많다. 고사성어는 중국 사람들이 수천 년간 배우고 지켜온 말들이다. 인간의 삶에 유익하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것 몇 개 안다고 그들의 지혜를 통째로 가져올 수는 없지만 그 말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10대이기 때문에 교훈적인 것보다는 흥미를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고사성어에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한 번만 읽더라도 나중에 다른 책에서 비슷한 고사성어를 보면 연상되는 많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때 이 책을 읽은 힘과 보람을 같이 느끼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한 개의 용례만 여기에 적어본다.
'「전화위복(轉禍爲福)」-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됨'(p.235)이다. 『사기열전』을 보면 관중을 평하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정치적으로 그는 번번이 화를 전환시켜 복으로 하고 실패를 전환시켜 성공으로 이끌었다. 어떤 사물에 있어서도 그 경중을 잘 파악하여 그 균형을 잃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리했다."
전국시대 합종책으로 한(韓), 위(魏), 조(趙), 연(燕), 제(齊), 초(楚)의 여섯 나라 재상을 겸임하였던 소진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한다.
"옛날, 일을 잘 처리했던 사람은 화를 바꾸어 복이 되게 했고, 실패한 것을 바꾸어 공이 되게 하였다."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전화위복은 힘들고 불행한 일이 닥칠지라도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고 맞서면, 그것을 더 큰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불행을 맞고도 가만히 손 놓고 있는데 저절로 화가 복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어려움도 지혜롭게 맞선다면 행복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더욱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 이 같은 의지력보다는 "전화위복이 될지 누가 알랴"라는 말로 요행이 강조되어 쓰인다. 이어 좋지 않은 일이 계기가 되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김을 이르는 말을 할 때 쓰는 것이 원뜻에 맞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전(轉), 화(禍), 위(爲), 복(福) 등 각 글자에 대해 음과 훈을 쓰고 획수도 덧붙였다. 각 한자 해설에는 글자의 형성 과정을 알 수 있도록 설명이 붙어 있으며 '키워드로 배우는 사자성어'는 #복 #화 등에 해시태그를 붙여 사용례나 비슷한 사자성어도 3~4개씩 적어 놓아 응용의 예도 보여준다.
저자 : 신성권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글을 쓰는 지식연구가며 작가다. 1989년생의 젊은 작가로 전북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다. MENSA 정회원(IQ 156, Percentile 99%)이기도 한 그는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을 다루는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집필하고 있으며, 그의 책은 2021년, 2022년 두 번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교양 개념어 사전』『나태해진 나를 깨우는 독설』『삶의지혜로 읽는 니체의 말』『서양 철학사』『동양 철학사』『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